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 - 한산·명량·노량 해전지와 함께
이순신 지음, 노승석 옮김 / 도서출판 여해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나라의 수 많은 위인들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두 명이 있다. 그것은 세종 대왕과 이순신 장군. 세종 대왕은 업적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한글을 창제했기에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고 이순신 장군은 자칫 일본의 노예가 될 뻔한 것을 지켜주었기에 존경을 한다. 


이 중에서 세종 대왕이야 왕의 신분이었기에 비교적 어렵지 않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이순신 장군은 변변치 않은 지원에 당시 왕이었던 선조의 미움으로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가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임진왜란의 전세를 역전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기에 상대적으로 이순신 장군이 좀 더 안쓰럽게 느껴진다.


1592년 왜는 15만명의 대군을 앞세워 조선을 침공했다. 왜가 침략할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여러 조치를 취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이순신 장군을 전라 좌도의 수군을 지휘하는 전라좌수사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나 몇 가지 대비를 하긴 했지만 그렇게나 많은 왜군이 침략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기에 초반 왜군의 공격에 조선 군대는 패퇴를 거듭했다. 결국 선조가 의주까지 도망가고 조선의 운명은 거의 다 된 것처럼 보였다. 이때 이순신 장군이 남해 바다에서 왜 수군을 격파하고 제해권을 장악하면서 거의 기울었던 전세를 만회했다. 이때 장군이 없었더라면 조선은 멸망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장군은 군의 기강을 잡기 위해서 엄하게 군율로 다스렸지만 상을 내릴 때는 한 명 한 명 세세하게 챙겨주고 백성을 위한 조치를 취하는 등 당시 조선 민중들에게는 빛이나 다름 없었다. 여러 기록에서 말수가 적고 신중한 성격이라고 하는데 그런 성격이었기에 전란을 승리로 이끌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장군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일기를 통해서 알 수가 있다. 장군은 전라 좌수사로 부임한 이후로 노량에서 전사할때까지 거의 매일 일기를 썼는데 이 것이 임진왜란을 연구하는데 큰 도움도 되지만 내용을 보면 장군의 평상시 성격을 짐작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원래 일기에는 이름이 따로 없었으나 정조때 장군의 전적을 간행하면서 난중 일기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거의 매일 기록하면서 그날의 날씨나 있었던 일, 누구를 만났던 일 등을 짤막하게 적고 있다. 매일의 날씨를 살핀다는 것은 언제라도 출전할 준비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늘 날씨를 적은 것은 그만큼 장군이 세밀하게 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일기는 대부분 그리 길지 않다. 개인의 감정을 적은 것 보다는 날씨와 인물을 만난 일들, 진영에서 일어난 일들이 주를 이루고 간간히 인물평도 하는데 장군이 참 엄격하게 사람을 판단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백성들에게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은 가차 없이 엄벌에 처하는 모습을 보면 장군의 애민 사상을 잘 느낄 수 있었다.


비교적 객관적이고 간략한 내용이지만 장군의 어머니에 대한 글에서는 내용도 길고 애절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삼도수군통제사에서 해임되어 한양으로 끌려갈 때 놀란 어머니가 따라 가다가 세상을 떠난 사실을 알고 절절한 슬픔을 표현하고 있는데 읽는 사람에게 같이 슬픔을 느끼게 한다.


책은 사실 읽기가 쉽지 않다. 기존의 난중 일기를 최대한 쉽게 풀어서 쓴 책이긴 해도 기본적으로 간단한 형식의 일지 형태고 날씨 이야기가 많은 부분 계속 나오고 있어서 조금 지루한 면도 있다. 게다가 장군을 방문한 인물들도 많고 관직명도 많아서 당대의 역사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임진왜란이라는 배경과 주요한 인물, 관직 등을 좀 안다면 쉽게 읽어 나갈 수 있다.


책은 좋다. 난중 일기는 장군이 말 그대로 난중에 기록한 글이라서 정자로 쓰여진 것이 아니라 흘림체인 초서로 쓰여져서 해독하기 쉽지 않고 쓰여진지 오래된 터라 더욱 쉽지 않다. 그래서 번역한 사람 자체가 많지 않은데 우리 나라에서는 노산 이은상 번역본이 대표적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오다가 지은이의 수년 간에 걸친 연구로 오역된 것을 바로 잡고 빠진 것을 채워서 그야말로 정본 중의 정본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난중 일기를 읽을 때는 옮긴이 이름으로 '노승석' 만 확인하면 된다. 이 책은 그런 번역을 좀 더 쉽게 옮겼기에 많은 사람들이 읽고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를 잘 느꼈으면 좋겠다. 이순신 장군을 흠모한다면 난중 일기 정도는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굿바이, 욘더
김장환 지음 / 비채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 한 방송국에서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을 가상 현실에서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다. 돌아간 사람의 정보를 최대한 현실적으로 재현해서 보여준 것인데 내가 당사자가 아닌데도 눈물이 났었다. 제 3자가 보기에는 좀 거칠게 구현이 된 면도 있지만 실제 당사자가 느끼는 것은 아마 100%가 아니었을까. 그토록 보고 싶어하는 사람을 그런 식으로 보는 것이 삶의 위안이 된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한편으로는 생명은 태어나고 죽는 것이 자연의 법칙인데 예상치 않은 죽음을 맞이했다고 해서 가상 현실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본다는 것이 그 법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닐 까도 생각해 봤다. 사실 그런 상황을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일 것이다. 당장 내 가족의 한 사람을 그렇게 잃고 보고 싶어진다면 어떤 수단인들 솔깃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미 많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죽은 사람을 산 것처럼 재현하는 수단을 표현했는데 그것이 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투영된 것이라 생각이 된다.


이 책도 그런 가상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미 10여년 전에 나왔던 작품이지만 지금 대입해도 손색 없는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여러 기술들이 상용화되어 편한 삶을 살고 있는 미래에 아내를 잃은 남자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여느 사람들처럼 그도 한 동안 피폐한 삶을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정신 차리고 뭐라도 일을 하려고 하는데 메일이 온다. 그것은 자신을 초대하는 돌아간 아내의 메일. 어디 어디로 접속하라고 한다.


거기는 가상의 현실 속. 아내는 거기에 있었다. '욘더'라는 공간. 여기에서는 계약자가 제공하는 기억들을 바탕으로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인물을 재현해낸다. 이미 아내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 이런 식으로 가상 공간에서 남편이 보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 보통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여주고 방명록을 작성하게 하는 다른 사이트와는 달리 이 욘더에서는 실제로 살아 있는 것처럼 말하고 이야기하는 곳이었다. 게다가 방문이 오래될 수록 실제로 나이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유치원 다니던 아이가 커서 고등학생이 되는 식이다. 말하자면 같이 성장하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그것은 욘더 속의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부른다는 것이다. 함께 살고 싶다고. 욘더에서 살기 위해서는 죽어야 한다는 뜻. 이 사이트는 원래 그런식으로 설계가 되어 있지 않았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식의 초대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주인이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도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욘더에서 보기 위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에 이르렀다. 과연 욘더는 무엇일까. 살아 있는 생명체인가 아니면 어떤 흑막이 있을까. 아니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 있는가.


어떻게 생각하면 오싹한 설정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실제같이 볼 수 있어서 좋긴 한데 그 가상 공간에서 같이 살자고 부른다니. 인간의 감각이란 것은 단순해서 외부에서 가짜로 자극을 줘도 반응이 일어난다. 실제 성행위를 안 하고 가상 현실의 영상만 봐도 우리 몸은 실제로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 것이다. 과연 이것은 실제인가 가상인가. 우리는 이런 경우 가짜인 것을 인지하지만 죽도록 보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이 관련이 되었을 때 이것을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가 있을까. 그렇다면 이런 식의 만남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책의 내용은 흥미로왔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실제의 일을 잘 조화시켜서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그리고 가상 현실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미 현재도 가상 현실이 실용화되어서 여러 분야에서 쓰이고 있는데 소설 속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윤리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SF는 단순히 미래를 그리는 것이 아니다. 현실을 바탕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흥미로운 소재를 현실감 있게 잘 그려냈고 앞으로 도래할 일들을 미리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여러 생각이 들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염증 해방 - 병 없이 오래 사는 사람들의 비밀
정세연 지음 / 다산라이프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염증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한 요인 중의 하나 입니다. 원인도 모르는 여러 염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책은 그런 염증에 대한 설명과 예방 치유에 대해서 좋은 정보를 주고 있네요. 각종 염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 - 유물의 표정을 밝히는 보존과학의 세계
신은주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 많은 문화재를 보면서 와 대단하다 멋지다 그렇게 감탄을 하면서 감상을 하는데 보통은 거기에서 끝이다. 여기서 좀 더 들어가면 어떤 의미를 가졌나 하는 정도는 공부할 수가 있는데 이 문화재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려고 하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우리가 겉으로 봐서 외적인 것에서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보긴 하지만 사실 그 당시에 그런 것을 만들어낸 '기술'이 어찌 보면 더 대단한 것이다.


유명한 문화 유산이 탄생한 시점을 보면 과학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열악한 시절이다. 그 때 어떻게 그런 대단한 것을 만들었을까 생각해보면 더 대단하게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 와서도 그대로 재현 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아서 특별한 제조 공법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던 그 옛날에 그것을 만들었다니 그 기술력에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여러 유물들을 과학의 눈으로 살펴 보는 내용이다. 우리 주위에 있는 많은 유산들이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고 또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망가진 부분은 어떻게 보완해서 복원하는지 등의 보존 과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만들어진 재료의 종류에 따라서 이야기를 진행 시키고 있는데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재료들을 어떤 방식으로 이용해서 관련된 문화재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처음에 1부 금속 부분에서 신라의 금 귀걸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신라는 외국과도 무역을 했었는데 서구에서는 신라를 금의 나라라고 이야기 할 만큼 금으로 유명했다. 금관 같은 경우도 신라에서 출토된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금 가공 기술이 뛰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토된 신라 금귀걸이를 보면 조그마한 금 알갱이나 가는 금실을 금속 바탕에 붙여 섬세한 무늬를 표현하는 '누금세공기술' 을 사용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현대에 이 기술을 재현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만큼 대단한 기술인 것이다. 외적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은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너무나 세밀하면서 정밀하게 만들었는데 그 자체로 감탄이 나온다. 이 금귀걸이를 더 조사해보니 금의 강도를 높이고자 가장 알맞은 비율로 은과 합금 하기도 했다.


2부 도자기에서는 그 유명한 고려 청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고려 청자의 '비색'은 당대도 최고였지만 지금도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고 이 또한 재현이 불가능하다. 특히 고려 청자에 쓰인 '상감 기법'은 고려만의 독창적인 기법인데 적절한 재료가 절묘하게 배합이 되어야 실물이 나온다. 도자기 표면에 흰색을 내는 고령토와 산화철이 포함된 자토, 그리고 맑고 투명한 유약 등이 잘 어우러져야 그 유명한 상감 청자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수 많은 학자에 의해서 고려 상감 청자의 제작 기법은 밝혀냈지만 정작 똑같이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무엇 인가를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밖에 왕릉이나 큰 무덤에서 발견된 여러 관을 조사해서 어느 시대의 어느 목재인지도 밝혀내고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피장자와 관련된 당대의 역사를 복원하는 실마리를 얻게 된다. 한자의 제지 원리나 곤룡포의 안료를 분석하면 이 재질이 당대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알게 되고 오늘날에 되살릴 수 있는 천연 기술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책은 각 재료별로 유명한 유물, 유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면서 설명하고 있다. 그 유물이 어떤 과학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지 쉽게 잘 설명하고 있어서 그 유물을 더 가깝게 느끼게 한다. 그리고 과학이 발달했어도 복원이나 재현이 어려운 부분도 많이 있다. 현대에서도 과거를 다시 보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에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이 좀 더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 와서는 그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게 된 경우도 있다. 보존 과학이 발달하는 존재 이유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문화재는 그 나름의 존재 의의와 가치가 있다. 외적인 아름다움도 있고 희소 가치성도 있다. 그런 눈에 보이는 것 말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보존되어 왔는지를 안다면 그 문화 유산을 더 깊이 있고 흥미롭게 알아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재를 보는 눈을 더 넓히게 해주는 귀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의 굴레 - 헤이안 시대에서 아베 정권까지, 타인의 눈으로 안에서 통찰해낸 일본의 빛과 그늘
R. 태가트 머피 지음, 윤영수 외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상 우리 나라를 자주 침략했고 기어이 식민지화 했던 일본. 전쟁에 패한 이후로 반성이라고는 하지 않는 일본을 우리는 늘 경계하고 있다. 우리가 힘이 약해질 때 언제라도 헛된 야망을 품는 다는 것이 역사가 증명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근대화에 있어서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나라이기 때문에 그 성공과 실패에 대해서 배울 것도 많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딱 맞는 국가다. 일본은 우리랑 비슷한 면도 많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나라다. 무엇이 다르고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일본이나 우리의 입장이 아닌 서양의 눈에 어떻게 보였는지 아는 것은 객관성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겠다.

 

이 책은 일본인 스스로도 아니고 일본에 복합적인 감정을 가진 한국인도 아닌 서양인의 입장에서 일본의 역사와 그로 인한 한계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미국인이지만 오랫동안 일본에서 살면서 관찰자의 입장에서 느낀 일본이라는 나라를 설명하고 있다. 감정적이 아닌 이성적인 관찰이 가능했기에 일본의 실체를 좀 더 객관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책은 우선 일본의 역사를 요약해서 들려주고 있는데 일본이라는 나라를 규정지을 수 있는 독특한 풍습이나 제도를 설명하면서 그 특성을 알게 해준다. 일본 천황은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때 보다 상징적인 존재로 더 오래 존속 되어 왔다. 어쩌면 정신적인 존재였기에 그토록 오랫동안 이어졌을 것이다. 실질적인 존재였다면 다른 나라처럼 정권이 교체될 때 마다 쫓겨났을 것이다. 헤이안 시대는 일본이 다른 나라와 다른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한 시대다. 이때 이룩한 정치,사회,예술의 많은 제도가 일본화가 되어서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몽골의 침략은 당시 일본의 존망이 달린 문제였는데 두 번에 걸친 침공이 태풍 덕분에 물리치게 되었다. 이것은 일본인들의 자의식을 강화시켰지만 전쟁의 여파로 당시 가마쿠라 막부가 무너지게 되고 일본은 분열되게 된다. 이후 봉건 시대를 거친 일본은 다시 전국 시대의 분열기를 맞이하고 이것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근대 국가 일본의 실질적인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하지만 그는 명나라를 무너뜨리겠다는 과대 망상에 빠져서 조선을 두 번 침략했다. 히데요시가 죽자 침략은 실패하고 또다시 내전이 벌어진다. 여기서 승리한 도쿠가와는 새롭게 에도 막부를 세우고 두 세기 반 동안 일본에 평화를 가져다준다. 

 

도쿠가와 막부는 내적으로는 정국을 안정시켰지만 외적으로는 쇄국을 단행했다. 유럽의 신문물을 흡수해서 당대 최고의 총기를 만들기까지 했던 일본이지만 쇄국으로 더 이상의 발전은 없었다. 대신에 안정된 사회는 인구 증가를 가져왔고 그것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경제가 성장함과 동시에 각종 선진적인 제도가 만들어지고 사회와 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 이때 이루어진 대중 문화는 그 뒤로 일본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이런 내적인 역량의 축적인 훗날 근대화의 밑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서양 세력이 몰려오게 되는 18세기에 막부는 몰락하고 천황제가 확립되는 메이지 유신이 단행된다. 이후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한 세대 만에 근대화에 성공하게 된다. 거기서 그쳤으면 이들의 역사도 빛났겠으나 국가주의 길로 들어선 일본은 이웃 한국과 중국을 침략하고 결국에는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면서 미국과 맞서게 된다. 결국 전쟁에 패망하고 스스로의 운명을 통제하고자 했던 일본 역사의 궤적은 실패하게 된다. 1945년 이후 일본은 미군에게 점령당하고 그 점령은 여러 측면에서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미국에 패했지만 공산주의 소련과 중국을 견제한다는 수단으로 미국으로부터 여러 지원을 받았다. 여러 요인으로 전후 일본은 엄청난 경제 성장을 하면서 선진적인 경제 강국으로 변모한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미국이 있었고 전후 일본은 미국의 절대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물론 전세계에서 미국과 대등한 국가는 없겠지만 특히 일본은 미국에 종속되다시피 했고 지금도 어느 정도는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책은 이렇듯 연대기 적으로 역사상 중요한 지점을 짚어주면서 그것이 일본에 어떠한 작용을 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책만 보면 일본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발전하게 되었는지 전체적인 조망을 할 수 있다. 비교적 최근까지의 일본의 상황을 정리하고 있어서 시류에도 뒤쳐지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건조하고 담백하게 일본을 바라보고 있기에 좀 더 객관적으로 일본을 알아가기 좋은 내용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본의 저력에 대해서 긍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일본에 대한 시각 자체가 선진적인 나라라고 여기고 있는 현실을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하겠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더 일본을 잘 알 수 있고 또 어떤 면에서는 서양인 같은 제 3자의 시각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 적절하게 이용하면 된다는 점에서 다른 각도에서 일본의 실체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