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욘더
김장환 지음 / 비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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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방송국에서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을 가상 현실에서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다. 돌아간 사람의 정보를 최대한 현실적으로 재현해서 보여준 것인데 내가 당사자가 아닌데도 눈물이 났었다. 제 3자가 보기에는 좀 거칠게 구현이 된 면도 있지만 실제 당사자가 느끼는 것은 아마 100%가 아니었을까. 그토록 보고 싶어하는 사람을 그런 식으로 보는 것이 삶의 위안이 된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한편으로는 생명은 태어나고 죽는 것이 자연의 법칙인데 예상치 않은 죽음을 맞이했다고 해서 가상 현실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본다는 것이 그 법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닐 까도 생각해 봤다. 사실 그런 상황을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일 것이다. 당장 내 가족의 한 사람을 그렇게 잃고 보고 싶어진다면 어떤 수단인들 솔깃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미 많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죽은 사람을 산 것처럼 재현하는 수단을 표현했는데 그것이 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투영된 것이라 생각이 된다.


이 책도 그런 가상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미 10여년 전에 나왔던 작품이지만 지금 대입해도 손색 없는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여러 기술들이 상용화되어 편한 삶을 살고 있는 미래에 아내를 잃은 남자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여느 사람들처럼 그도 한 동안 피폐한 삶을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정신 차리고 뭐라도 일을 하려고 하는데 메일이 온다. 그것은 자신을 초대하는 돌아간 아내의 메일. 어디 어디로 접속하라고 한다.


거기는 가상의 현실 속. 아내는 거기에 있었다. '욘더'라는 공간. 여기에서는 계약자가 제공하는 기억들을 바탕으로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인물을 재현해낸다. 이미 아내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 이런 식으로 가상 공간에서 남편이 보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 보통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여주고 방명록을 작성하게 하는 다른 사이트와는 달리 이 욘더에서는 실제로 살아 있는 것처럼 말하고 이야기하는 곳이었다. 게다가 방문이 오래될 수록 실제로 나이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유치원 다니던 아이가 커서 고등학생이 되는 식이다. 말하자면 같이 성장하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그것은 욘더 속의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부른다는 것이다. 함께 살고 싶다고. 욘더에서 살기 위해서는 죽어야 한다는 뜻. 이 사이트는 원래 그런식으로 설계가 되어 있지 않았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식의 초대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주인이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도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욘더에서 보기 위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에 이르렀다. 과연 욘더는 무엇일까. 살아 있는 생명체인가 아니면 어떤 흑막이 있을까. 아니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 있는가.


어떻게 생각하면 오싹한 설정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실제같이 볼 수 있어서 좋긴 한데 그 가상 공간에서 같이 살자고 부른다니. 인간의 감각이란 것은 단순해서 외부에서 가짜로 자극을 줘도 반응이 일어난다. 실제 성행위를 안 하고 가상 현실의 영상만 봐도 우리 몸은 실제로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 것이다. 과연 이것은 실제인가 가상인가. 우리는 이런 경우 가짜인 것을 인지하지만 죽도록 보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이 관련이 되었을 때 이것을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가 있을까. 그렇다면 이런 식의 만남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책의 내용은 흥미로왔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실제의 일을 잘 조화시켜서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그리고 가상 현실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미 현재도 가상 현실이 실용화되어서 여러 분야에서 쓰이고 있는데 소설 속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윤리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SF는 단순히 미래를 그리는 것이 아니다. 현실을 바탕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흥미로운 소재를 현실감 있게 잘 그려냈고 앞으로 도래할 일들을 미리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여러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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