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판매학
레이 모이니헌.앨런 커셀스 지음, 홍혜걸 옮김 / 알마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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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기가 좋아졌지만 어떻게 보면 참 살기 힘든 세상이란 생각이 든다. 세상이 밝아졌다고 믿기도 하지만 그 밝음이 엉뚱한 밝음이라는 것을 알게되면 그 배신감과 허탈감이란것은 무척이나 크게 된다.

맛있나없나를 생각하기도 힘든 보릿고개시절을 지나서 지금은 절대빈곤시대는 아니다. 단순히 먹는다는것을 벗어나서 어떻게 잘 먹는가에 관한 관심이 커진 세상이다.
왜 잘먹는것에 대한 관심이 커진걸까.
바로 건강때문이다.
어떤 것을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되고 어떤것을 먹으면 건강에 해로운지 이제는 낱낱이 정보가 공개되고 그것을 따라 먹는 사람들도 많다. 건강에 별로 안 좋은 어떤 음식을 먹더라도 그게 안 좋다는 인식 자체는 하는것이다.

그만큼 건강에 관한 관심이 많은 이때, 내 몸이 건강한지 건강하지 않은지 그 자체를 판단하기도 힘든 세상이 되버렸다. 바로 거짓된 건강판단 때문이다.
가벼운 감기같은 병에도 과다한 약을 처방하는게 오늘날 우리네의 현실이기도 한데 문제는 이제 그런 차원을 지나서 말 그대로 '건강한 사람'을 '건강하지 않은 사람'으로 둔갑시키는 사태가 버젓히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제약산업은 이미 그 규모가 엄청나다.
다국적인 초대기업으로 그들의 매출은 상상이상이다.
그런데 그들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병이 든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약을 만드는것이 끝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까지 약을 먹게 할려고 하고 있다.
이 책 제목 그대로 질병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책띠지에 있는 어떤 다국적 제약회사 경영자의 건강한 사람에게도 우리 회사의 약을 팔고 싶다는 말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사소한 병도 큰 병으로 만들어버려서 진짜 병자로 만들어서 그들이 만든 약을 먹게 한다. 제약회사는 더욱더 살이 찌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사실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질병들이 어떻게 위험하게 인식되고 멀쩡한 사람도 불안하게 하는지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기존에 갖고 있는 의학 지식이 혼란스러울수도 있고 기존 의학 자체에 불신이 들수도 있겠다.

여러가지 질병중에 대표적인 고혈압을 예로 들어보자.
사실 나이가 들면 고혈압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듦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할수가 있는데 고혈압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가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그전에는 정상혈압이라고 할수 있는 영역이 줄어들어서 지금은 고혈압으로 판단이 내려지는 것이다. 고혈압은 낫는 병이 아니라 관리하는 병이기 때문에 한번 고혈압이 되면 약을 계속해서 먹어야하는 경우가 많다. 한번 환자는 고혈압약을 만든 회사의 장기고객이 되는 셈이다. 그러기에 고혈압약은 수도 많고 경쟁도 치열하고 매출도 큰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에서는 이 고혈압기준을 만든 사람들의 대부분이 제약회사와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뇌물을 먹지 않았다고 해도 그들이 기준을 정하는 자료를 제약회사가 제공하였다면 그것은 과연 옳다고 할수가 있겠는가. 이런식으로 건강하고 멀쩡한 사람을 조지에 아픈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이 기준으로 건강을 판단할수 밖에 없으니 참으로 충격적인 내용이라고 할수가 있다.

그밖에도 이런식으로 건강한 사람을 병자로 만들게 되는 여러가지 사실들을 말하고 있는데 이런 기준이라면 대체 건강한 사람이라고 판단내릴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멈출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것이다. 이미 제약산업은 커질대로 커졌고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 수조원이 투입되고 있는데다가 각 나라의 의료현실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고 더더구나 그 나라의 보건당국과도 연관이 있기에 쉽게 시정되기는 힘든거같다.
하지만 현실이 이렇다는, 과잉건강을 '강요아닌 강요'당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꺼 같다.
그리고 건강에 너무 강박관념을 가지지 않는게 오히려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까. 완벽하게 건강해질려는 인간의 욕망이 있기에 이런 제약회사의 검은 음모도 진행되는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전에도 이런 비슷한 내용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책의 내용처럼 구체적이고 폭넓게 알고 있진 않아서 적지않게 놀랐다. 지금 내 자신의 건강에도 의심이 들 정도였으니깐.
정말 건강하기도(건강하다고 판정하기도)힘든 세상에 살고 있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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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두려운 메디컬 스캔들 - 젊은 의사가 고백하는
베르너 바르텐스 지음, 박정아 옮김 / 알마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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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참 서글픈 책이다. 병원과 병에 대해서 어떤 병원이 어떤 병을 잘 낫게 한다거나 병은 어떻게 낫게 한다던가 하는 의학정보를 담은 책이 아니라, 의사를 조심해야하고 의사의 행동을 주의깊게 관찰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직업인 의사는 그 어떤 직업보다도 윤리성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의사의 판단과 행동에 따라서 죽고 사는것이 결정될수가 있기에 다른 직업보다도 더 많은 윤리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하지만 윤리적인 의사가 있는 반면에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의학을 한다는 이유로 자신이 환자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의식적으로 환자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것도 사실이다.

일반 공산품은 안 사면 그만이다. 안 사도 목숨과 관련있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이 걸린것은 문제가 다르다. 적절한 치료가 없다면 목숨을 잃어버릴수도 있기에 환자는 의사에게 저자세가 될수밖에 없다.바로 이런 의사와 환자의 권력이 아래위로 나누어지기에 의사의 횡포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다. 비위를 거슬렸다가 병을 고쳐주지 않으면 어떡할까 하는 걱정때문에 말이다.

이 책을 지은 사람은 독일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직접 의사로 활동했던 사람이 자신이 겪은 것을 토대로 한 이른바 '의사비판서'이다. 의사나 병원에서 환자에게 보이는 여러가지 불친절과 불합리성등을 비판하고 있는데 비록 사회가 다른 나라라곤 해도 우리나라와도 크게 다르지 않을꺼 같아서 고개가 끄덕끄덕해지는 면도 많은 내용이었다.

총 11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크게 봐서 의사와 병원이어떻게 환자에게 막 대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바로 환자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과 배려가 부족하다는것이다. 의사란 직업이 환자를 위해서 존재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환자가 의사에게 맞추어야한다는 것이 참으로 화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 불필요한 모욕적인 묘사를 한다던가 환자의 수치심을 자극하는 진료방법, 의료사고가 나더라도 절대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병원, 환자의 재정상태나 의료보험의 종류(독일에서는 사보험제도가 도입되어 있다)에 따른 차별등에서 바로 그런것을 느낄수가 있다.
환자를 의료행위를 제공하는 댓가로 돈을 받는 상업적인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여기는 마음이 부족한것이다. 물론 모든 사고파는 행위의 주체들에게 필요하다고 하겠으나 위에서 말했듯이 의사와 환자는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어쩔수없이 의사가 칼자루를 쥔 위치에 있기에 더욱더 직업적인 윤리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사실 과거의 한국 의사들에게는 쓸데없는 권위의식으로 환자들에게 막 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제는 의식도 많이 좋아지고 경쟁에 의해서 친절도도 좋아졌지만 아직도 과거의 잔재가 있는것이 사실이다. 이럴때 소비자인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 병원, 그 의사를 찾아가지 않는것이다. 세상에 자신의 병을 치료할수 있는 의사가 그 의사 하나뿐은 아닐것이다. 더 친절하고 제대로된 의사 찾아보면 무척 많다. 좋은 의사를 찾아가는 것만이 나쁜 의사들의 의식을 개선하게 하는 방법이 아닐까싶다.

의사들이 보면 참으로 불편해할 책이긴 하나 엄연히 일어났던 일이고 또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크게 봐서는 좋은 의사가 더 많다고 믿는다. 세상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기에 책에서처럼 하면 바로 인심을 잃는다.
일반인들은 의사의 행동과 말이 이렇게 하면 잘못된것이구나라고 아는 기회로 삼으면 좋을꺼 같고 의료계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게 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을꺼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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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밥상 -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
피터 싱어.짐 메이슨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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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은 사람이 벼락에 맞을 확률보다도 낮다고 한다.
바로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고 인간이 광우병에 감염될 확률말이다. 하지만 그 확률이 0 이 아닌 이상 낮은 확률이라도 걱정이 되는건 사실이다. 그러기에 정부의 정책에 이토록 저항하는것이 아니겠는가.
이것은 바로 '먹는것'이란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냐는것의 반증이 아닐까싶다.

사람이 사는데 가장 기본적인 3가지가 입고,먹고,자는 의식주라고 한다. 하지만 그중에서 생명유지와 직접적으로 관련있는것은 바로 식, 먹는것일것이다. 먹는것이 충분히 달성되지 않는다면 바로 죽음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먹는다는것 자체에 충족하기도 힘든 시절이었다. 먹을꺼 자체가 절대부족한 상태에서 무엇을 먹고 무엇을 안먹고 할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먹는양에 대한 걱정이 사라진 지금, 얼마나 어떻게 안전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느냐가 사람들의 큰 관심사가 된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나온 이 책은 우리가 별 생각없이 먹는 것들에 대해서 그전까지 생각하고 접근해왔던 틀을 깨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윤리적'관점에서 먹는것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윤리적이다? 먹는것에 과연 윤리라는것이 어떻게 적용된다는 것일까? 언뜻 바로 부합이 안되는듯한 말이지만 가만히 내용을 따지고 보면 고개를 끄덕하게 될것이다.
우리가 먹는 먹거리들이 과연 깨끗하고 위생적이며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생산되고 있는지, 또한 그것이 합리적인 유통하에 건강하게 소비되고 있는지에 바로 이 윤리라는것을 적용시킬수 있는 것이다.
깨끗한 시설에서 만드는 음식과 더러운 시설에서 만드는 음식은 그 질에 차이가 날것이다. 그리고 음식을 만들면서 나오는 부산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서 환경이 오염될수도 더럽게 될수도 있는 문제다.
식품첨가물은 또 어떤가. 그것이 인체에 위해한걸 알면서도 넣는건 아닐까 혹은 애써 모른척하고 있진 않을까하는 것 모두에게 윤리적인 것이 들어가는것이다.

이 책에선 기본적으로 3가지 형태의 먹거리소비를 보이는 가정을 소개하고 있다.그러면서 각 가정에서 소비되는 먹거리들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떻게 식탁에 오르게 되는지에 대해서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것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먹는것이 과연 바르게 먹는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할수가 있는것이다.

먼저 첫번째 가정은 '전형적인 현대식 식단'으로 일상의 먹거리를 해결하는데 아마 많은 가정의 표준이지싶다.
고기나 달걀을 좋아하고 쌀이나 밀가루같은 흰색 곡물을 즐겨 먹는다.그리고 편리함과 저렴함을 무기삼은 마트를 이용하는 가정이다. 하지만 이런 가정에서 많은 비만과 당뇨같은 많은 성인병 질환자가 나타나고 있고 기본적으로 그리 건강하지도 않고 그리 윤리적이지도 않은 먹거리를 먹고 있는것이다.

두번째 가정은 '양심적인 잡식주의자'의 모습을 보이는데 잡식이라는 말처럼 고기도 먹고 야채도 중요시하는 식단이다. 첫번째 가정에서 진일보한 형태로 채식의 중요성도 인식하면서 고기는 어떻게 생산되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고 환경이나 공정무역에도 관심이 있는 비교적 윤리적인 가정이다. 하지만 이들이 소비하는 윤리적인 음식도 따지고 보면 첫번째 가정에서 먹는 음식에 비교하면 오십보백보인 음식도 많다고 할수있다. 기업화되고 공장화된 농업의 폐해인것이다.

세번째는 '완전 채식주의자' 가정이다. 이 가정은 채식중에서도 유기농으로 만든것이나 농약을 뿌리지 않은 음식을 먹으며 육류는 엄격히 금지하고 먹거리가 만들어지는 환경이나 생태에도 큰 관심을 가지는 가정인데 어떻게보면 참 원칙적인 윤리적 식단 가정이라고 할수 있겠다.
어떻게보면 참 바람직한 가정이라고도 할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런 식단으로 먹을수 있는 가정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생산비가 많이 드는 유기농으로 만든 음식으로 온가족이 계속 먹을려면 그만큼 부유해야하는데 평범한 시민들로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것이다.

사실 세번째 가정에서 나오는 유기농 음식도 그 생산과정을 따지고 들어가면 의심스러운 것도 많다. 국가에서 인증한다고 해도 결국 그것은 생산자의 양심에 달린것인데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서 양심을 벗어날수도 있는것이다.
유기농도 이럴진데 일반적인 음식물은 어떡할까.
겉으로 봐서 평범하게 생산된 음식물이라고 해도 그것이 제 3세계의 가난한 아이들이 노동착취를 당하면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과연 그것이 목에 쉽게 넘어갈수가 있을것인가.

아무리 첨단 산업이 발달해도 인류가 망하지 않는 이상 농업은 절대적으로 유지되고 발달할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효율성을 추구한 나머지 거대화,집단화되면서 획일적이 되고 비윤리적으로 되는것이 아닌가 하는것이다. 그래서 생산된 음식물이 과연 믿고 먹을수 있을것인가.

이 책은 이런 여러가지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가 먹는것에 대해서 고찰을 하게 해준다. 단순히 먹는것이 아니라 어떻게 먹어야 할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럼 뭘 먹어야 할까? 집에서 농사짓고 재배한 것들로만 음식을 해먹어야 할까? 이거저거 생각하면 참으로 먹을것이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그럼 뭘 먹어야지?

섬뜻한 제목이지만 이 책의 지은이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건강하지 못하니 먹지말라는 주장을 펴는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먹는것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어 식탁에 오르게 되는지 더 많은 관심과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자는 뜻이 아닐까싶다.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윤리적이고 바른 음식물을 생산하게 할수 있고 또 그 결과로 우리도 그런 음식물을 먹을수 있지 않겠느냐는 뜻이지 싶다.

이젠 먹는거 그 간단한것조차도 이렇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걸 실감한다.
오늘 식탁에 오를 음식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하는 생각이 은연중에 들꺼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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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미로
아리아나 프랭클린 지음, 김양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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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난 작품인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에서 그야말로 혜성같이 나타나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아리아나 플랭클린이 이번엔 주인공인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이었던 아델리아를 피비린내 나는 왕가의 살인현장으로 보냈다.
더 날카로와지고 더 치밀해졌으면서도 더 현명해진 강한 여인 아델리아를 말이다.
 
때는 중세 영국. 헨리 2세라는 강력한 왕에 의해 안정되던 시절. 교회의 힘에도 굴하지 않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그 왕에게도 무척이나 사랑하는 여인인 로저먼드 클리퍼드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정식 왕비가 아니란게 불행이라면 불행이랄까. 대장부같던 왕비의 강한 질시를 받던 그 어느날 갑작스럽게 죽고 만다.
병이 아닌 독살. 그녀를 질투하던 왕비에게 혐의가 돌아가게 되고 만일 그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나라는 또다시 내전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분노한 왕이 행동을 취하기전에 진실을 밝혀내야하는 여의사 아델리아.
하지만 이 살인사건은 단순한 치정살인이 아닌 궁정내부의 암투와 왕가의 권력투쟁이 도사리고 있었는데..아델리아의 현명함이 어떻게 발휘될것인지.
 
사실 서양 중세라면 암흑의 시대이다. 기독교가 모든것을 지배하던 시절, 모든것이 거기에 맞춰서 돌아가고 종교의 부패는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인간을 위한 종교가 아닌
종교를 위해서 인간이 살고 있던 시절에 여자의 존재는 그야말로 하찮게 여겨졌었다.
그런 시절에 여자가, 그것도 남자들이나 하는 의술을 행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죽음을 담보로 하는 행동이었다. 그 시절에는 의학적인 지식을 가진 여자는 마녀로 취급되어 죽음을 당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시절에도 예외가 있었으니 아델리아가 공부했던 살레리노 의과대학이었다. 거기는 여자도 능력이 있다면 남자처럼 공부할수 있게 했던 참으로 진보적이고 자유로운 곳이었다. 그 대학은 교회권력이 하늘을 찌르던 그 시절 교회에 공공연히 반항을 했다고 볼수도 있었다. 그 대학이 있던 시칠리아와는 달리 교회권력이 시퍼렇게 살아있던 영국에서 그녀가 종횡무진 활약한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남자도 쉽게 할수 없는 것을 갖가지 제약을 받던 여성이 했다는 것이 더 기분좋게 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다면 단순한 이야기일수도 있다. 현대처럼 복잡한 계산에 의한 살인이 일어난것도 아니고 범인이 아주 천재적이어서 도무지 범인의 윤곽을 잡을수도 없는 그런것도 아니다. 수사를 하는데도 그리 복잡한 기구를 쓰지 않는것처럼 살인을 하는데도 어쩌면 단순하다고 할수가 있을것이다. 하지만 단순하고 평범한 것이 때로는 더욱더 복잡할수가 있다. 단순한 매듭이 제대로만 묶으면 풀기 어려운것처럼 말이다.
지은이는 수백년전 중세때의 이 살인사건을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게, 복잡하면서도 단순하게 내용을 이어가면서 치밀하고 세밀한 구성으로 마치 현재에 벌어진 일들인것처럼 시대를 인식하지 못할정도로 재미나게 이야기를 쓰고 있다.
 
12세기라는 까마득한 시대지만 지은이의 철저한 자료 조사로 그 시절이 이렇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에 와 닿는 묘사와 서술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그 시절 왕과 왕궁의 생활, 그리고 일반 백성들의 삶들이 쉽게 이해되게 사건의 추적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소설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기분좋게 읽을수 있게 하는것은 잘 구축된 각 캐릭터들이다.
주인공인 여검시관 아델리아는 가녀린 여자같이 보이지만 유능하고 민첩하며 끈기있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냉정하게 보이는거 같으면서도 따뜻하면서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잘 표현되고 있어서 참 가깝게 느껴졌다.
아델리아 대신에 명목상 의사로 나오는 만수르 같은 경우도 어떤 형상이 그려질정도로 용기있으면서도 정감있는 인물로 잘 그려졌다.
그밖에 늙은 아낙이지만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는 질사, 전작에서는 왕의 세금징수관이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주교로 나와서 아델리아를 도와주고 보호해주는 로울리의 모습도 눈에 그리듯 잘 묘사되었다. 여러 인물들의 이런 캐릭터 묘사가 잘 형상화되었기에 이 책의 내용이 더욱더 빛이 나는게 아닌가싶다.
 
전작에 비해서 더 강렬한 모습으로 나타난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인 여검시관 아델리아. 500여쪽에 달하는 긴 분량이지만 그녀의 활약이 종횡무진 펼쳐지는 내용에 읽는내내 행복했다. 지은이가 지금 한창 아델리아 씨리즈의 3부를 집필중이라고 하는데 벌써부터 그 내용이 기다려질 정도였다.
 
12세기 영국 왕가와 결합된 역사추리스릴러 소설인 이 책, 멋지고 강하며 매력적인 이 여인을 접하는 행운을 빨리 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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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의 유령
폴 크리스토퍼 지음, 하현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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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렘브란트라는 화가가 있다. 그림 한점에 수십억원이 왔다갔다하는 특급작가인데 그 렘브란트가 그린 그림이 나타났다! 그것도 엄청난 보물의 실마리를 담고서...
제목이 렘브란트의 유령이라서 렘브란트가 주인공인 어떤 내용이 아닐까 하지만 그것은 아니고 렘브란트의 그림에서 어떤 근거를 찾아서 보물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다.
최근에 인디아나존스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는데 어떻게 보면 비슷한류의 이야기라고 할수도 있겠다.

무대는 영국. 미술사학을 전공한 재원인 핀은 무료한 일상 생활을 탈출하고자 영국의 미술품 경매회사에 취직한다. 하지만 멋진 경매일을 꿈꾸었던것도 잠시, 커피 나르기등의 각종 허드랫일에 지쳐갈때쯤 뜻밖의 방문객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 미술품을 감정하러 온 영국 귀족인 빌리였던 것이다.
그러데 그 뒤에 필은 한번도 보지 못한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유산을 남겼다는 것을 통고받게 된다. 그것도 그전에 만난 빌리와 함께 공동유산상속자로!

그 유산이란것은 세가지. 대화가인 렘브란트의 그림 한점과 암스테르담의 저택 한채,
그리고 보르네오섬근처에 있는 배 한척. 그런데 이 유산을 물려받으려면 보름안에 이 유산 3가지를 모두 찾아야 한다는것이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이 황당한 내용에 어찌할바를 몰랐겠지만 모험심이 강했던 핀은 큰 흥미를 가지고 추적해들어간다. 그녀 자신이 미술을 전공했기에 더 쉽게 접근할수 있었을것이다. 허름하게 보이던 그림에서 어떤 단서를 발견하게 된 핀과 빌리. 하지만 그들의 목숨을 노리는 사람들에 쫓겨서 허겁지겁 동남아시아의 보르네오로 떠난다.
그리고 폭풍우를 만나서 어떤 섬에 간신히 살아남게되는데 거기엔 엄청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그들은 그 위기를 벗어날수 있을까? 또한 보물의 존재를 확인할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영화로 만들기 딱 좋은 내용이었다. 미남 미녀가 주인공인데다가 유럽과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큰 스케일, 숨겨진 보물과 그 보물에 얽힌 미스터리. 보물을 쫓는 주인공과 그 뒤를 따르는 악당. 결국 드러나는 진실. 비교적 긴 내용에도 불구하고 쉽게 빨리 읽히는 재미난 소설이었다. 특히 미술품이나 배, 역사, 사회상 등의 여러가지면에서 지은이가 가진 지식이 보통이 아님이 느껴졌다. 군데군데 기술되는 내용이 전문적인 내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상세하고도 친절한 설명이 내용을 좀더 깊게 읽을수 있게 했다.

하지만 좋은 모티브에 좋은 출발이었지만 허전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재미있을라다가 만다고 할까. 보물에 관한 이야기도 논리적인 구성이 좀 허술한것 같고 주인공인 핀의 과거도 정리가 안되었다. 핀과 빌리의 러브라인은 어정쩡하고.

악당이 왜, 어떻게 주인공들을 쫓아가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설득력있게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각주가 너무 많다. 설명을 자세히 해 주는것은 좋은데 각주가 너무 많아서 몰입을 방해한다. 물론 각주가 많은것이 좋은 사람도 있겠지만 소설 자체에 몰입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별로 좋지 못한거 같다. 이미 있는 각주를 책 끝에 모아놓은것은 사람들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꺼 같다. 나 같은 경우엔 이미 본문의 각주를 다 읽은터라 따로 책뒤의 각주를 보진 않을꺼 같다.

이런저런 아쉬움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보물찾기라는 테마를 잘 이끌어낸 이야기책이라고 할만하다. 큰 부담없이 편하게 잘 읽을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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