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호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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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은 쉽게 읽기가 어려운 책이다. 줄거리가 아주 복잡한건 아니지만 그 줄거리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지식들을 책 한 권에 넣어놨기 때문에 그것을 따라가다보면 내가 책을 읽는건지 책속에 있는건지 아리송할때가 있을 정도다. 방대한 지식을 이야기와 잘 어울리게 잘 쓰는것은 에코만의 장기라고 할만하다. 그래서 한번에 읽기는 힘들어도 최소 두 번을 읽으면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오고 더 읽으면 책에서 많은것을 느낄수 있게 된다.

 

그런데 보통 '장미의 이름'을 읽고 그의 팬이 된 사람들은 그 이후의 저작물들에서 뭔가 다른 느낌을 받게 되는데 장미의 이름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지식의 향연이 기본적인 형식이면서도 뭔가 다르게 쓰여진다는 것이다. 사실은 글쓰는 능력이 떨어진것이 아니라 매번 책 쓸때마다 다른 형식과 다른 문체로 쓴다고 한다. 그래서 낯선 느낌도 들기도 하는건데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이해하면서 읽으면 더 그의 글이 눈에 들어올수 있을꺼 같다.

 

이 대단한 작가의 마지막 소설이라는 것이 참 아쉽고 또 아쉽다. 언제 또 막강한 지식을 담은 색다른 이야기의 책을 낼꺼같았는데 이 책이 마지막이라니 또 이런 스타일의 작가를 볼수 있을까도 싶다.

이번에 나온 책은 그의 마지막 소설인데 배경이 현대다. 그동안 중세와 근세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썼는데 이 책은 비교적 최신의 시대를 배경으로 써서 좀더 익숙해질꺼 같았는데 에코에게는 배경은 큰 상관이 없는거 같은지 여전히 쉽지 않았다. 책에 활자가 꽉 차있는, 쉼표도 없고 여백도 없는 꽉 찬 살코기같은 이야기가 펼쳐졌다.

 

때는 1992년. 이탈리아가 무대인데 당시는 수년동안 이어져온 정치권과 마피아간의 부패 청산이 일어나던 때였다. 그때 신문을 만드는 과정을 책으로 써 달라는 제의를 받은 콜론나가 주된 이야기의 시초다. 신문예비호라고 할만한 것을 만드는데 말하자면 창간호인셈이다. 책 제목이 제0호라는 의미가 거기에 있다.  그런데 이 신문은 만들기는 만들지만 내지는 못한다. 이 신문의 내용이 어떤 협박이나 겁박에 있기에 그렇게 만들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압력으로 작용하게 할려고 한다. 그리고 그 신문제작을 위해 고용된 사람들은 진실과 거짓 사이를 왔다갔다한다. 어떤 기사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어떤 결과를 갖게 될 것인지 의도를 갖고 쓴 기사는 왜 그렇게 하는건지 등에 대한 신랄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들의 대화를 통해서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드러나는거 같았다.

 

그렇게 신문 제작에 관한 이야기로 끝날꺼 같았던 내용이 한 기자의 죽음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그는 무솔리니가 사실 죽지 않았고 그가 다시 나타나서 권력을 잡게 될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관련 자료를 수집하다가 돌연 살해당한다. 책은 무솔리니와 관련된 음모론을 다루면서 진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일까.

 

이번에 나온 책은 전작들에 비해서 비교적 내용이 적고 가벼운듯 보인다. 그런데 책을 펼치면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란것을 느끼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빽빽히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신 차리고 읽어야 이야기의 맥락을 잘 잡을수 있다. 하긴 에코의 책은 한번에 통독이 쉽지 않은 스타일이긴 하다.

 

가짜 뉴스가 활개치고 진정한 언론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 세상에 비추어볼때 생각할꺼리가 많은 내용이었다. 이른 시일내에 한번 더 읽고 그의 저작들을 다시 찾아 읽어봐야겠다. 에코의 책은 읽고 나면 큰 산을 넘은듯한 느낌을 준다. 이번에는 마지막 산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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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유신이 조선에 묻다 - 일본이 감추고 싶은 비밀들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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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가장 큰 문제는 북한핵과 한반도 평화다. 북한과의 줄다리기만 하는것이 아니라 주위에 관련된 나라들과도 조율을 해야하는등 그야말로 할일이 많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우리가 해야하고 더디지만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아마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이 땅에 평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한반도 평화가 오면 모든 것이 끝이 나는가? 아니다. 어쩌면 냉혹한 국제 관계의 제 1선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바로 중국과 일본. 역사상 침략을 받기도 하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던 중국은 미국에 맞서는 강대국으로 부상해서 밀접하면서도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공산국가 중국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일본이다. 우리를 식민지배했던 일본은 자신들의 잘못을 제대로 사과하지도 않고 어물쩡 넘어갈려고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려고 하는데 앞으로도 일본과의 관계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이 독일처럼 과거를 제대로 확실히 사과한다면 정말 가까운 나라가 될것이지만 점점 더 우경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우리가 약해지면 언제든지 또 침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다시는 과거의 그런 치욕을 겪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상대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수는 없다. 일본도 우리를 연구하고 있는데 우리도 일본을 알아야한다. 일본이란 나라가 어떻게 이어왔는지를 그 역사를 안다면 일본을 대응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데 이 책이 거기에 부응하는것 같다.

 

올해가 메이지 유신 150년이라고 한다. 메이지 유신이 무엇인가. 일본이 오랫동안의 막부체제를 종식하고 왕이 권한이 가지는 근대국가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 바로 메이지 유신이다. 그런데 이 메이지 유신은 일본의 발전을 가져왔지만 그 주역들은 후에 우리를 침략하는 선봉장이 되고 결국 이것이 우리에게는 큰 불행의 씨앗이 되는것이다. 메이지 유신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떤 세력에 의해서 진행이 되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아는 것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1863년은 조선에서 흥선대원군이 정권을 잡게 되는 해다. 안동김씨의 전횡으로 나라가 휘청거리고 있을때 흥선대원군의 집권으로 잠시 힘을 찾는듯했다. 그러나 그는 떨어진 왕권을 강화하고 기존의 질서를 수습하는데 주안점을 두었지 조선을 근본적으로 개혁할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의 집권 10년동안 급박해지는 세계 정세속에서 조선은 우물안 개구리 신세로 전락하게 되어서 훗날 일본의 침략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1863년 그 해 다섯 명의 인물들이 영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당시는 막부 치하에 해외 밀항은 금지사항이었지만 이들을 보낸 조슈 번의 묵인아래 그들은 중국을 거쳐서 영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고 결국 그들이 돌아와서 1868년 메이지 유신을 단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일본에서 여러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가 되지만 조선 침략의 선봉장역할도 하게 된다. 그중에 한명이 바로 그 이토 히로부미다. 그들이 어떻게 일본을 변화시키는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당시 일본은 오랫동안 도쿠가와 막부가 이어져오고 있었다. 왕은 명목상일뿐 실제적인 통치권은 막부가 쥐고 있었는데 전국을 270개의 번으로 나누어서 다스리고 있었다. 그 중에서 사가, 사쓰마, 조슈 이 세 개의 번이 메이지 유신을 성공시킨다. 당시 막부의 힘은 대단했고 나머지 수십개의 번도 막부편에 있었는데 어떻게 변방의 이 세 번이 유신의 주역이 되었는지 책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비록 우리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개항을 하고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이미 일본은 어느 정도 외국 즉 서양에 대한 면역력이 있었다. 최초로 유럽인과 만난것이 1543년이었단다. 그 이후로 총을 매개로 한 제한된 무역을 포루투칼이나 네덜란드 등과 하게 되면서 저 멀리 서양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던 것이다. 작은 지역의 제한된 교역이긴 했지만 수백년동안 조금씩 쌓이고 쌓인것이 나중에 개항을 했을때 큰 잇점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이런 교역을 하게 되는 곳이 일본 최남단쪽인데 중국에서 제일 먼저 닿게 되는 일본땅이 이 세 번이다. 그리고 이들이 교역을 통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게 되는데 그것이 나중에 메이지 유신을 위한 발판이 되는것이다. 이들이 가장 큰 이윤을 남긴것은 도자기인데 오늘날까지도 그 명성이 자자한 아리타 도자기 등을 수출함으로써 큰 이익을 올릴수 있었는데 아이러니한것은 그 도자기를 만든 것이 조선인 사기장들이란 것이다. 임진왜란때 수많은 사기장들이 일본으로 끌려가게 되었는데 그들이 모여살던곳이 이쪽 지역이었던 것이다. 우리 사기장들이 만든 도자기가 일본에 큰 부를 만들어주고 이것이 바탕이 되어서 결국 조선을 침략하는 힘이 된것이다.

 

이 세 번들이 처음부터 근대화를 하려고 한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당시 다른 번들과 같이 개항에 반대하고 외국을 배척했다. 그러나 그들의 군사력이 서양에 박살이 나고 정신이 번쩍 들어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외국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미 수백년동안 서양을 받아들이면서 나름의 융통성과 생존법을 얻게 되어서 그렇게 된것이 아니었을까.

 

책에서는 이렇게 메이지 유신이 일어나게 되는 전단계에서부터 세세하게 훑어주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 일본이 그렇게 되었는지 중간 과정을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메이지 유신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게 된것인지 잘 알수 있었다. 메이지 유신은 결코 하룻만에 일어난것이 아니다. 가깝게는 수십년에 걸려서, 그리고 오랫동안 조금씩 쌓여진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칼날은 우리에게 향했다. 앞으로 또 다른 메이지 유신이 있을지도 모르고 그 여파가 우리에게 또 미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 과정을 우리가 알아야 앞으로의 일을 대비할수 있지 않겠는가.

 

생소한 지명이나 이름이 나와서 낯선 느낌이 들긴 하지만 책 자체는 어렵지 않게 잘 쓰여졌다. 지은이가 각주와 여러 사진 그림을 적절히 삽입해서 이해하기 쉽게 했다. 책을 보면 지은이가 참 자료를 철저히 조사했음을 느끼게 된다. 메이지 유신에 대한 이 정도의 설명서도 없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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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한방진료
이와사키 코우.타카야마 신 지음, 권승원 옮김, 이와타 켄타로 감수 / 청홍(지상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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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일수록 여러 병에 걸려있을 확률이 높고 여러가지 약제를 먹는데 그것이 몸에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책은 한방적인 관점에서 그런 약을 줄이면서 몸을 건강하게 하는 내용이라서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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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눈앞의 현실 - 엇갈리고 교차하는 인간의 욕망과 배반에 대하여
탕누어 지음, 김영문 옮김 / 378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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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에서 공자가 차지하는 위상은 무척 크다. 아니 동아시아에서 공자의 위상은 보통이 아니라고나 할까. 이른바 유교라고 칭해지는 그 모든 것이 공자로부터 말미암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공자가 후세에 전한 많은 업적이 있지만 그중에서 역사 책을 지은 것이 있는데 그것이 '춘추'다. 춘추는 중국 춘추시대 여러 나라들 중 하나인 노나라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이 춘추는 그때 이후로 많은 영향을 끼쳐왔는데 이 춘추를 좀더 세밀하게 해석하고 주관을 붙여서 펴낸 책이 '좌전'이다. 좌전은 같은 노나라출신인 좌구명이 쓴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아무튼 좌씨가 쓴 전이라고 해서 좌전이라고 하는데 춘추좌전 이라고도 불린다.


춘추 자체도 대단한 책이긴 하지만 이 책을 재해석 해낸 좌전도 당시 시대상을 잘 반영한 책으로 유명한 책이다. 역사적인 사실도 있지만 당대의 민간의 전설이나 이야기들도 많이 넣고 있어서 좀 더 현실적인 면을 잘 드러낸 서술이 돋보이는데 춘추전국시대를 더 자세하게 알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그런 춘추와 좌전을 관통해서 그 속에 깃든 이야기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다시 해석해서 내놓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지은이는 대만의 유명한 인문학자인 탕누어의 저작인데 이 사람은 고전의 내용을 그냥 현대어로 옮기는것이 아니라 당시를 현대에 빗대어 그 뜻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글을 쓰면서 동서양의 유명한 인물들의 말이나 일화를 자유자재로 섞어 써서 더 풍부한 이야기 꺼리를 만들어내면서 이해력을 높이고 있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좀 더 폭넓은 읽기를 하게 한다.


사실 중국의 역사에서 춘추전국시대는 오늘날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 많고 중국이라는 나라를 더 풍요롭게 만든 시대다. 그래서 이 시대를 전체적으로 조망해보는 것이 중국의 역사를 알아가는 시초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좌전의 의미가 있는것이고 또 이 좌전을 대담하게 해석하는 이 책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정나라의 자산에 대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정나라의 자산이란 인물은 정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그 치열한 시대에 살아남게 한 주인공이다. 그런데 정나라 라는 나라가 그리 유명한 나라가 아니라서 많이 알려지지 못한 면이 있는데 천하의 공자도 칭송할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다. 당시 정나라는 약소국중에 하나였는데 초와 진이라는 초강대국의 중간에 끼여서 그야말로 바람앞의 촛불마냥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때 정나라의 재상으로 있었던 자산은 정치체계를 일신하고 중국 최초로 성문법을 만들어서 법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엄격했지만 법 자체만으로만 시행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따뜻하게 운용을 했다. 그리고 대의로써 주위 강대국들을 설득하고 국제 정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당시 어떤 나라도 정나라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야말로 강소국이었던 것이다. 그 자신도 축재하지 않고 검소해서 누구라도 그를 존경하지 않을수없게 되었다.


자산의 처신은 중국의 압박에 몰려있는 대만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당시와 비슷하다고는 볼수없지만 대국앞에서 힘이 작은 나라는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서 이 책의 지은이도 뭔가를 느끼게 한것이 아닐까. 이것은 대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해당된다.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나중에 통일이 된다고 해도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 강대국으로 둘러쌓여있는 우리에게도 정치가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하는가에 대한 모범적이 답이 될수가 있다.


인상적인 것은 좌전에 남녀 간의 정욕에 관한 일이 많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그런면에서 그 당시가 자유로왔나 싶지만 역사책에 기록이 될 정도라는 것은 결국 나라에 큰 일을 불러일으키는 한 요인이 되었기에 적혔을 것이다. 그중에서 '하희'에 관한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왔다. 하희는 천하 절색의 미인이었는데 그 미인을 차지하기 위해서 당시의 많은 권력가들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하희의 모국인 진나라는 초나라의 침략을 받아서 멸망하고야 만다. 그런데 침공한 초의 왕도 하희를 탐내었고 초의 대신도 탐냈는데 신공 무신이라는 사람이 그들을 설득해서 포기하게 한다. 그런데 이 신공 무신이라는 사람의 속마음이 어떠했는가는 수년이 흘러서 드러나는데 몇년에 걸쳐서 계획을 짠 끝에 결국 자신이 하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었다.


신공 무신이 자신의 왕과 대신에게 하희를 욕심내지 말게 한 것은 결과적으로 나라를 위한 것이었지만 그것이 처음부터 그런 마음으로 한것인지 아니면 그것도 계획의 일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랑'을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얻기 위해서 수년간에 걸쳐서 참을성있게 기다린것은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나중에 하희와 다른 나라로 도망가서 편하게 살았다고 하는데 결국 성공한 인생을 산 셈이다. 그런데 그가 여러 나라를 왔다갔다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벌인 것은 나중에 여러 나라들의 기나긴 전쟁으로 이어지게 되었으니 그도 그런 결과가 올줄은 아마 몰랐을 것이다.


사실 좌전이라는 책을 전체적으로 읽은게 아니라서 이 책이 그 책의 내용을 얼마만큼 선별해서 쓴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으로도 좌전의 향기를 느낄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무래도 춘추시대라는 시대적인 면을 담고 있어서 당시의 상황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 읽는게 이해하기도 쉬울 꺼 같다.그리고 이 책과 함께 열국지 같은 춘추전국시대를 다루는 책들 같이 읽는다면 더 넓은 책읽기가 될 것이다.


책은 쉽지만은 않지만 글 자체는 잘 읽힌다. 배경지식이 있으면 좀 더 낫겠지만 없으면 없는대로 다양한 일화들을 통해서 인문학적 깊이를 넓게 해준다. 한번 읽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으면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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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3 - 일본 개항 본격 한중일 세계사 3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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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 그리 어렵지 않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나를 아는것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남을 아는것은 그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을 실천 안해도 그럭저럭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서 의무감이 달라지게 되는데 이것을 국가로 치환한다면 우리나라는 무조건 해야한다. 그렇게 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바로 일제에 의한 식민지로의 전락이다.

 

구한말 우리는 세계사에 무척이나 몰랐다. 어떻게 세상이 흘러가는지 모르고 그저 중국만 알고 있을뿐이었다. 일본은 왜라고 폄하하면서 그들의 발전상을 애써 외면했다. 자기 자신의 혁신도 없었고 외국에 대한 방비도 없었으니 나라가 망하는건 어쩌면 시간문제였을지도 모른다. 그 시절 조선이 몰락하게 된 것은 이유가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 청나라가 힘이 빠지고 일본이 급부상하게 되는것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리가 그냥 약해서 망했다고 단순히 넘어갈일이 아니다. 일본이 어떻게 강해지게 되었고 어떤 상황이 되었기에 우리를 침략하게 되었는지 그 처음과 끝을 다 알아야 하는것이다. 그래야 미래에 혹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방지할것이 아닌가.

 

이 책은 지난 세월 속터지는 그 시절을 제대로 알기 위한 책이다. 그 치욕의 시대를 어떤 이유로 맞게 되었는지를 세세하게 알기 위해서 그 당사자인 우리와 중국, 일본을 알아가자는 의미다. 동아시아사라는 넓은 무대에서 우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좋은 기회를 주는 책인데 이번 3번째 책은 일본이 어떻게 우리를 침략할만큼의 힘을 갖게 되는지 그 전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일단 전편에서 중국의 혼란상에 이은 서양국가의 침략 이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청나라는 한때 세계를 호령할 최강의 국가였지만 점점 힘이 빠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서양에 대한 무시와 무지로 그들의 힘과 실체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청의 만주족지배에 항거하는 한족의 봉기도 있었고 태평천국이라는 큰 소용돌이에 중국은 크게 힘을 잃게 된다. 이것을 이용해서 서양 여러 나라의 발톱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 러시아까지 중국의 땅을 엿볼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가 결국 그들의 욕심을 채우게 되는 과정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중국이 힘이 빠지고 있을 무렵 일본도 개항이라는 압박을 받게 되는 시기가 온다. 조선과 일본은 비슷하게 쇄국정책을 펴고 있었지만 그야말로 철두철미한 쇄국을 했던 조선과는 달리 일본은 제한된 곳에서 제한된 방식으로 물꼬를 트고 있었다. 나가사키를 중심으로 네델란드와 일정한 규모의 무역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임진왜란때 우리가 초반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조총도 포르투칼에 의해서 전해져서 개량한것이다. 외국과의 교역이란것이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쌓여진 것이 있었기에 개항을 했어도 우리보다는 비교적 능동적으로 받아들일수가 있었다.

 

책은 그 개항전의 일본 정국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은 왕이 있지만 임진왜란 이후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전국을 다시 통일하고 막부를 연 이래로 그 후손인 이른바 정이대장군가 전국을 통치하는 막부체제였다. 비교적 안정된 정국을 유지하던 일본은 개항이 다가오면서 개국파와 쇄국파의 갈등이 벌어지게 되었고 막부 아래의 각 번들이 분열되기 시작했다. 거기에 우리로 치면 선비층이라고 할 사무라이들이 존왕양이의 기치아래 결집하고 있었다. 막부는 막부대로 적통 후계자를 배출하지 못해서 권력을 놓고 암투가 치열했다. 그렇게 복잡한 상황속에서 유유자적하던 천황까지 막부에 반기를 들게 된다. 책에서는 이런 긴박하면서도 여러가지로 얽힌 일본의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은 복잡한 역사적 사실을 어렵지 않고 핵심적인 내용을 만화라는 수단을 통해서 잘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의 시대적인 이야기를 잘 몰라도 그냥 이 책을 보면 된다. 당시의 상황을 차근차근 잘 설명하고 있다. 그 시절 조선과 청, 일본 모두 서양 세력의 위협앞에 중요한 선택을 해야 했던 시기였다. 그때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는지는 우리가 알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어떤 배경에서 어떻게 그렇게 할수 있었는가를 알수있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되는거 같다. 비록 과거의 일이지만 역사는 반복되는 법!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역사를 바르고 넓게 보는 안목을 키우는게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가치있는 역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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