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자기 여행 : 동유럽 편 - 개정증보판 유럽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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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는 중국에서 시작해서 우리나라에서 찬란하게 빛났으며 그것이 일본으로 넘어가서 색다르게 발달을 했다. 이렇게 주로 동아시아 3개국 한국, 중국, 일본에서 많이 발달했다. 그런데 오늘날 이 세 나라 말고도 많은 나라들이 도자기를 생산하는데 특히 유럽 쪽에 도자기가 많이 발달했다. 도자기 하면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유럽 도자기라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유럽도 분명 오래전부터 도자기가 발달한 지역이고 그 맥이 아직 까지 이어져 옥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세계의 도자기 역사 중에서 특히 유럽의 도자기들을 살펴 볼 기회를 주는 시리즈다. 국내에 관련한 책이 없었는데 상당히 반가운 내용이다. 동양의 도자기는 어느 정도 책들도 있어서 가늠할 수가 있는데 유럽은 어떻게 발달을 했는지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그 첫번째 발걸음으로 동유럽의 대표적인 도자기 도시들을 방문해서 도자기 역사를 이야기 해준다.


역사적으로 그릇을 만드는 것은 세계 곳곳에서 있어왔지만 유약을 바르고 구워서 만드는 도자기 기술은 중국에서 시작되었고 수 백년의 역사를 통해서 수 많은 명작들을 배출해 왔다. 중국에서 생산된 도자기가 우리나라나 일본에만 흘러온 것이 아니라 무역을 통해서 유럽에도 전해졌다. 당시 유럽에서는 도자기 만드는 기술이 없었기에 중국 도자기는 그야말로 신문물 이었다. 중국에 이어서 일본산 도자기도 유럽인들의 마음을 훔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유럽인들이 이렇게 수입만 했을까. 그럴수는 없었을 것이다. 자신들도 도자기를 만들려고 노력했고 결국 동양의 하이테크를 재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 첫번째로 마이슨을 방문한다. 마이슨은 독일 작센 주의 도시로 오래된 유적을 갖고 있는 곳인데 여기는 도자기의 도시다. 유럽 국가 가운데 최초로 동아시아 3국에서만 생산 하던 경질 도자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곳이다. 말하자면 유럽 도자기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1710년에 유럽 최초의 자기 공장을 설립한 이후로 마이슨은 도자기의 명가로 이름을 떨쳐왔다. 마이슨은 도시지만 이 도시 이름이 곧 도자기 회사 이름이기도 한 것이다. 


여기에서는 청화백자를 기억해야 한다. 중국산 도자기가 큰 인기를 얻었는데 그 중에서도 푸른 빛이 도는 청화백자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 마이슨이 그것을 결국 재현해 냈던 것이다. 

마이슨 도자기 회사는 코발트블루를 안료로 사용하는 중국의 청화백자를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유럽인의 감성을 반영한 작품을 많이 만들게 되고 그것이 그 유명한 '쯔비벨무스터'의 탄생 배경이 된다. 화려한 문양이 돋보이는 쯔비벨무스터는 오늘날까지도 각광을 받게 된다. 마이슨은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의 아리타 도자기의 영향도 받게 된다. 중국이 명에서 청으로 교체되는 도중에 무역이 정체되자 수입선이 교체되는 도중에 일본의 아리타 도자기가 유럽으로 수출되는데 이것이 유럽의 여러 왕실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되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일본이 임진왜란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도공들을 잡아가서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불과 100년이 채 안되는 시간에 도자기 강국으로 부상하게 되었고 이후 유럽으로 도자기를 비롯한 예술품들을 수출해서 막대한 이득을 본 것이다. 당시 조선도 좋은 도자기를 생산할 능력이 있었는데도 중국과 일본 외에 다른 나라와 무역을 할 생각도 안해서 그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다. 


책은 마이슨을 지나서 드레스덴, 뮌헨, 그리고 더 동쪽으로 가서 바이예른, 오스트리아, 체코, 폴란드,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차례로 방문하면서 쯔비벨무스터가 어떻게 전파되고 발달되어 갔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동양에서는 고급스런 골동품의 위치에 있었다면 유럽에서는 점차 대중적이고 일반인들이 편하게 사용하는 위치에까지 이르렀다. 당시 도자기의 생산과 유통은 큰 이익이 남는 장사였기에 수 많은 도자기 회사들이 일어났다가 망했다가 서로 합쳐지고 커지고 작아지고 하는 일들이 많았다. 그 와중에 마이슨에서 만들었던 쯔비멜무스터가 체코에서도 폴란드에서도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발달을 했던 것이다.


책은 재미있다. 답사기 형태라서 어렵지않게 쓰여져서 술술 잘 읽힌다. 도자기는 아무래도 긴 설명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는게 더 큰 이해가 있기에 많은 사진이 실려있어서 이해를 돕고 있다. 사진을 보면 확실히 유럽의 도자기들이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미를 보인다. 오늘날에도 유럽 도자기 하면 고급으로 인식이 되고 오히려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의 도자기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과거의 위치가 지금은 완전히 반대로 바뀐 것이다. 어찌보면 도자기를 향한 유럽인들의 끊임없는 열정이 원조를 능가한 위치에 오르게 한 것이 아닐까도 싶다.


시리즈는 이어서 서유럽과 북유럽으로 이어진다. 사실 도자기로 유명한 도시가 워낙에 많아서 그것을 모두 책에 실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몇몇 대표적인 도시만 봤는데도 그 방대한 실물들이 참 놀랍다. 동유럽도 이럴진데 유럽의 다른 지역은 또 어떤 도자기로 유혹을 할런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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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식당 - 상처를 치유하는
이서원 지음 / 가디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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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안 좋은 감정들을 어떻게 통제하는가에 대한 설득력있는 조언을 주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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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의 내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3
하라 료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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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소설은 1930~40년대에 미국에서 유행한 범죄 소설 유형의 하나로 거칠고 비정하면서 사실주의적 이면서도 세속적이고 감정상 으로는 몰인정하면서 우울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말한다. 어찌 보면 좀 건조한 느낌의 이야기 스타일이다. 탐정은 상세하면서도 세밀하게 조사해가지만 위트나 유머는 그리 나오지 않고 상대 악당도 무자비하면서 조금의 헛점도 보이지 않는 비정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스타일의 소설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가 이 책을 쓴 '하라 료'이다. 일본 장르 소설을 좀 읽은 사람에게는 이 작가의 이름을 들으면 바로 하드 보일드 소설이 생각날 정도다.


이번에 나온 이 작품, 정통적인 하드보일드라는 생각이 팍 들면서 작가 특유의 은근히 배여있는 잔잔한 정을 잘 느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시리즈로 나오고 있는데 전작과 꽤 기간이 길다. 주인공 탐정이 그 동안에 좀 더 달라졌으려나 모르겠다. 탐정 사무소 이름은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 란다. 아마 전작에는 와타나베가 있었으리라. 그런데 지금은 같이 일했던 사와자키만 있다. 와타나베 없는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라니. 역시 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아무튼 이 탐정에게 유명 저축은행의 신주쿠 지점장이 찾아와서 한 가지 의뢰를 한다. 회사에서 대출을 해주려는 한 여인을 조사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유명 요정의 주인이었는데 사생활과 대출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뒷조사를 의뢰한 것이다. 신사적으로 요청을 하고 사례금도 나름 괜찮았기에 탐정은 응하기로 한다.


다음 번 만남이 있을때까지 연락을 할 수 없었지만 조사 내용과 관련해서 연락을 할 필요가 생겼다. 그런데 연락 두절. 할 수 없이 지점장이 근무하는 저축은행으로 만나러 간다. 사전에 연락하고 간 것은 아니지만 만나려는 지점장은 못 만나고 대신 은행 강도를 만난다. 다행히 미수에 그치고 말았지만 주범은 도망치고 없다. 거기서 한 젊은 청년 가이즈와, 함께 오래 알고 지낸 니시고리 경부를 만나게 된다. 니시고리 경부는 오래 알고 지냈지만 서로 으르렁거리는 사이다. 불친절한 이야기를 주고 받지만 그래도 서로를 아주 나쁘게 보는 것 같지는 않다. 친구아닌 친구랄까.


가이즈는 지점장과 가까운 관계에 있었지만 여러가지 사연을 갖고 있는 친구다. 탐정과 여러차례 만나면서 사건의 해결에도 도움을 준다. 지점장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은행에 돌아오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거 사건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의뢰한 사람은 행방을 감추었고 은행 강도가 나타났으나 이상하게 미수에 그쳤고. 게다가 훔친 것은 없는데 은행 금고에는 원래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있었다. 은행 강도가 돈을 훔친게 아니라 돈을 넣으러 왔을리는 없다.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더 복잡하게 연결이 된다. 탐정은 지점장을 만나진 못해도 의뢰받은 조사를 계속한다. 의뢰인이 없다고 자기가 할 일을 넘어가는 성격은 아닌 것이다. 아무튼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아보는 도중 유명한 조폭이 찾아오고 그것이 하나의 실마리가 된다.


그리고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 살인도 일어나고 여러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난다. 하지만 능력 있는 탐정이란 그 많은 난관을 하나씩 뚫고 가야 하는 법. 탐정 사와자키는 느리지만 철저하게 사건의 진실로 나아간다. 하나 하나 끈기 있고 노련 하게 사건의 조사해 가는데 책은 그 과정을 아주 세밀하면서 차분하게 전개시키고 있다.


시리즈인데 바로 앞의 작품으로부터 꽤 오랫만에 나온 책인데 역시! 라는 말을 안 할 수가 없다. 탐정 사와자키 특유의 무덤덤 하면서도 철저한 모습은 더 짙어지게 느낌이 오는데 그와 알고 지낸 사람들이 다들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뭔가 원칙이 있고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라고 믿는 모습이 보인다. 가까운 사이던 불편한 사이던. 탐정일을 하면서 그가 보인 행동에서 느끼는 묘한 믿음이겠다.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아날로그적이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시대에 없다는 것이나 여러가지 신문물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 나온다. 시리즈가 나온 텀이 긴 만큼의 세월을 그런 표현으로 드러내는 것 같다. 아마 다음 시리즈에서는 사와자키도 어쩔 수 없이 신문물을 쓰지 않을까. 이미 시대가 그렇게 변화했으니까. 하지만 까칠하면서도 정감없어 보이는 그도 사실 감정이 있어 보이는 것을 가이즈와의 사이에서 느껴진다. 탐정일을 위해서 친구를 안 만드는 것일 뿐. 남을 배려하고 은근 신경 써 주는 면도 있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재미있었다. 미국식 하드보일드가 아닌 일본식 하드보일드 소설인데 형식에 충실하면서도 작가 특유의 작법이 흥미롭게 잘 조화가 되고 있다. 역시 주인공인 사와자키의 매력이 잘 드러나면서 전체적으로 책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사건 조사 도중에 만난 가이즈는 가볍지 않은 사연을 가진 인물인데 사와자키의 일을 잘 도와주기도 했고 딱히 사와자키가 밀어낼려고 하지는 않는다. 혹시 다음호에 주요한 조력자로 또 등장하는건 아닌지. 물론 그때도 여전히 무심한 듯 대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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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하우스 - 드론 택배 제국의 비밀 스토리콜렉터 92
롭 하트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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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에 드문 세계적 감염병의 대유행인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사회와 기존 질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전부터 제 4 산업혁명이 도래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 내용의 핵심은 단순 노동은 사라지고 네트워크를 이용한 사물 인터넷이 발달한다는 것이었다. 비대면이 많이 도입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 코로나 때문에 그것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그래서 배달 산업이 특히 성장하고 있는데 국내의 한 회사는 미국 증시에 상장까지 했다. 앞으로 코로나가 끝나면 이 산업이 어떻게 될지 제 4의 물결로 넘어가게 될지 궁금해진다.


이렇게 세상이 비대면과 배달, 택배의 시대가 되었는데 이 책은 그 배경이 실제적인 것과 어울리는 내용이다. 주문한 물품을 한 시간 내에 문 앞으로 배송해 준다는 어느 기업의 이야기가 주된 배경이다. 이 시대는 여러가지 사건으로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격리하고 있는 지금과 비슷하다. 그런데 배달도 사람이 해야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배송해 준다는 것인가?


그 비결은 '드론'에 있다. 드론은 요즘에서 많은 부분에서 상용화가 되어있고 물건 배달에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익숙한 기계다. 책에서는 배달이 이 '드론'이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날 필요도 없고 빠르고 정확하게 배달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싸다! 대규모의 생산을 통해서 가격을 낮출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클라우드'라는 회사다. 실직한 사람들을 무려 3천만명이나 고용하고 녹색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정도다. 세상은 점점 더 클라우드에 의지하게 되고 그만큼 모든 권력이 이 일개 기업에게로 모여들게 된다.


그러나 클라우드가 마냥 선인것만은 아니다. 모든 물품을 싸게 공급하기 위해서 생산 업체에게 값을 내리기를 강요한다. 그 여파로 많은 회사들이 망하게 되었고 주인공 팩스턴도 자신이 일군 회사를 접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클라우드의 직원이 된다.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 였기도 했지만 클라우드 회장을 만나서 그 상황에 항의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이 조직에 인정을 받으면서 점점 이 체제에 익숙해져간다. 팩스턴의 목적 의식은 점점 희미해져가는듯 했다.


그리고 또 한명 지니아. 전직 교사였던 그녀는 표면적으로는 평범하게 클라우드에 들어온 직원이었지만 사실은 클라우드의 불법 에너지 자원을 찾아내기 위한 산업 스파이였다. 그녀는 보안요원이던 팩스턴을 이용해 중요 시절에 접근하려는 의도로 그와 가까와진다. 과연 이 거대 기업에 숨겨진 흑막이 있을 것인지.


책의 내용을 보면 클라우드라는 초거대기업이 나온다. 고용의 상당수를 책임지고 녹색 환경으로 정부의 인정도 받고 이 기업에 입사하면 먹고 살 걱정이 없다. 그러나 클라우드에서 싸게 파는 물건은 그만큼 다른 작은 기업을 짜내서 만든 것이고 클라우드의 직원이라는 것도 빛좋은 개살구일뿐이다. 개개인이 감시를 당하고 생산성의 요소로밖에 대우받지 못한다. 그저 회사의 종속된 존재 즉 고용된 하인의 위치에 있을 뿐이다. 세상은 점점 더 클라우드의 뜻대로 굴러가는데 이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절대선이란 것은 없다. 책에 나오는 클라우드는 황폐해가는 환경속에서 주목받는 대안이었지만 대안 자체가 되면서 권력이 되었다. 그리고 선출되지 않는 집중된 권력은 결국 억압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책에서도 잘 보여주고 있다. 


책은 재미있다. 여러 상황이 코로나로 고생하는 지금 시점과도 비슷한 점이 있고 독점이라는 것의 폐해를 잘 알고 있는 상태라서 클라우드의 방향이 어떠할 것인가를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만큼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라서 더 몰입감이 있었다. 결말로 이어가는 과정이 힘이 있고 스릴감도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미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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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륜선 타고 온 포크, 대동여지도 들고 조선을 기록하다 -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유진 초이'의 실존 인물 '조지 포크'의 조선 탐사 일기
조지 클레이튼 포크 지음, 사무엘 홀리 엮음, 조법종 외 옮김 / 알파미디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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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우리에게 끼친 해악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막대한데 그중에 하나는 조선 시대가 어떻게 흘러갔고 수 많은 조선의 모습들이 어떻게 사라졌는지를 알기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큰 사건이 일어난 것은 알지만 실제 백성들이 사는 모습이나 각양각색의 직업 등은 일제의 침략으로 소리소문없이 사라졌기에 그것을 복원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광복 후 대한민국과 이어지는 바로 윗 조선 후기의 생활사나 미시사를 알기가 어려웠는데 여기 생생한 기록물이 이번에 나왔다. 한 미국 외교관이 조선을 여행하면서 쓴 최초 조선 보고서. 개인의 단독 여행이 아니라 공무중으로 나라의 허가를 받아서 '가마'를 타고 여행을 했는데 주로 남부 지방을 순행하면서 많은 기록과 사진을 남겼다. 그 당시에 쉽게 볼 수 없었던 여행이었고 그것도 외국인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조선의 모습이어서 100년 후의 우리가 봐도 신기하고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지은이는 '조지 클레이튼 포크'. 미국 공사관의 해군 무관으로 조선의 사정을 파악하려는 미정부의 의도로 주로 조선 남부 지방을 여행하고 상세한 기록을 남겼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특이한 점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일기를 쓰듯이 자세하게 쓰고 있고 무엇보다 한국어를 할 줄 알아서 좀 더 정확한 기술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호조'라고 불리는 일종의 '정식 여행 허가증'을 소지했고 그 허가증은 여러 고을의 관청에서 여행의 편의를 봐주게 했기에 큰 훼방 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여행의 때는 1884년 11월에서 12월의 44일간. 조선과 미국이 국교를 튼 '조미수호통상조약' 이 체결된 것은 1882년이었고 1883년에 미국 공사관이 생긴 이래로 미국 외교관의 최초 조선 관찰기라고 할 수가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조선이 대체 어떤 나라이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필요가 있었을것이다. 그래서 당시 조선 조정의 도움을 받아서 외교관을 파견 한 것인데 이것이 조선말의 모습이 어떠했는가를 우리에게 잘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1884년이라면 갑신정변이 일어난 해이다. 정변이 일어난 그 해에 포크가 남부를 여행하고 있었다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갑신정변은 포크가 여행하는 도중에 일어났고 그 사실은 당연하게도 늦게 알게 되었다. 당시 정변에 희생된 민씨측 인물인 '민영익'과 가까운 사이였던 포크는 여러가지 곤란을 겪다가 결국 미국 공사관으로 무사히 귀환하게 되었다.


이 책의 가치는 조선이 일본에게 침략당하기 직전의 모습을 세밀하면서도 생생하게 그려냈다고 하는 것이다. 포크는 우리말을 할 수 있었기에 기록이 더 풍부했고 단순히 다른 나라의 외교관의 입장뿐만 아니라 여행을 하는 개인의 입장에서도 기록하고 있기에 당시 서구인들이 조선에 가지는 여러가지 생각을 솔직하게 쓰고 있다.


책은 각 지역을 방문하면서 있었던 일을 일기형식으로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는데 몇가지 특색이 있다. 우선 이 여행을 기획하면서 전체 여정을 짜는 과정에 '대동여지도'가 기본으로 쓰여졌다는 사실이다. 과거 일제 시대에 대동여지도가 당시 조선 조정에서 무시를 당했다는 이야기가 진실인냥 전해졌는데 이것만 봐도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 수가 있다. 대동여지도는 발간이 된 이후로 필요에 따라서 더 들어가고 빼고 하는 등의 첨삭을 통해서 여러 판본으로 사용되었는데 포크의 여행기는 왕실 어람용 대동여지도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만큼 더 정교하고 사실적인 지도를 사용한 셈이다. 왕이 직접 보는 지도를 제공했다는 것은 그만큼 당시 조선이 미국을 믿고 있었다는 반증이 된다.


조선 정부의 협조가 있었다는 다른 증거로는 통행 허가증이라고 할 '호조'가 있다. 이것은 단순히 여행을 해도 된다는 허가증이 아니라 각 지역의 책임자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증서였다. 이 호조를 갖고 있으면 각 여행지에서 여행의 편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는 각 지역 책임자의 서명이 있다고 한다.


또 특이한 것은 포크가 자신이 방문한 지역들의 온도와 기압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당시는 수도인 한성도 근대식 온도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던 때인데 기압계를 이용해서 해발 고도를 측정하는 등의 과학적 측정 기록을 남기고 있어서 과학사에서도 중요한 자료다.


포크의 직위가 해군 무관이기 때문에 당연히 당시 조선의 수군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었을 것인데 역시나 이순신과 거북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순신이 얼마나 대단한 장수였는지는 조선인들에게서도 들었겠지만 최초의 철갑선이라고 불리던 거북선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보려고 했다는 것이다. 당시 통제영이 있던 통영에 가려다가 불발 됐는데 그가 보고 기록을 했다면 거북선의 최후를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으리라. 그가 거북선의 실존을 직접 목격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거북선의 구조와 특성에 대해서 전문가적인 내용을 써 놨다고 한다. 


포크의 남부 여행은 갑신정변으로 더 이어지지 못한다. 정변이 없었더라면 북부 지방도 여행을 했을 것 같은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그가 남긴 이 정도의 기록만 해도 일제로 인해 소실되었던 조선말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복원하는데 큰 기여를 한다. 


책은 재미있었다. 당시를 바라보는 눈은 지금 현대인이 봐도 흥미롭고 신기한 것들이 많다. 비록 외국인이기 때문에 우리 문화를 이해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조선에 대한 솔직한 모습으로 통찰력있게 당시를 기록하고 있어서 후대의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준 책이란 생각이 든다. 이 기록물이 더 많이 분석되고 연구되어서 당대를 복원하는데 좋은 자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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