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륜선 타고 온 포크, 대동여지도 들고 조선을 기록하다 -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유진 초이'의 실존 인물 '조지 포크'의 조선 탐사 일기
조지 클레이튼 포크 지음, 사무엘 홀리 엮음, 조법종 외 옮김 / 알파미디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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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우리에게 끼친 해악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막대한데 그중에 하나는 조선 시대가 어떻게 흘러갔고 수 많은 조선의 모습들이 어떻게 사라졌는지를 알기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큰 사건이 일어난 것은 알지만 실제 백성들이 사는 모습이나 각양각색의 직업 등은 일제의 침략으로 소리소문없이 사라졌기에 그것을 복원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광복 후 대한민국과 이어지는 바로 윗 조선 후기의 생활사나 미시사를 알기가 어려웠는데 여기 생생한 기록물이 이번에 나왔다. 한 미국 외교관이 조선을 여행하면서 쓴 최초 조선 보고서. 개인의 단독 여행이 아니라 공무중으로 나라의 허가를 받아서 '가마'를 타고 여행을 했는데 주로 남부 지방을 순행하면서 많은 기록과 사진을 남겼다. 그 당시에 쉽게 볼 수 없었던 여행이었고 그것도 외국인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조선의 모습이어서 100년 후의 우리가 봐도 신기하고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지은이는 '조지 클레이튼 포크'. 미국 공사관의 해군 무관으로 조선의 사정을 파악하려는 미정부의 의도로 주로 조선 남부 지방을 여행하고 상세한 기록을 남겼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특이한 점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일기를 쓰듯이 자세하게 쓰고 있고 무엇보다 한국어를 할 줄 알아서 좀 더 정확한 기술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호조'라고 불리는 일종의 '정식 여행 허가증'을 소지했고 그 허가증은 여러 고을의 관청에서 여행의 편의를 봐주게 했기에 큰 훼방 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여행의 때는 1884년 11월에서 12월의 44일간. 조선과 미국이 국교를 튼 '조미수호통상조약' 이 체결된 것은 1882년이었고 1883년에 미국 공사관이 생긴 이래로 미국 외교관의 최초 조선 관찰기라고 할 수가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조선이 대체 어떤 나라이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필요가 있었을것이다. 그래서 당시 조선 조정의 도움을 받아서 외교관을 파견 한 것인데 이것이 조선말의 모습이 어떠했는가를 우리에게 잘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1884년이라면 갑신정변이 일어난 해이다. 정변이 일어난 그 해에 포크가 남부를 여행하고 있었다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갑신정변은 포크가 여행하는 도중에 일어났고 그 사실은 당연하게도 늦게 알게 되었다. 당시 정변에 희생된 민씨측 인물인 '민영익'과 가까운 사이였던 포크는 여러가지 곤란을 겪다가 결국 미국 공사관으로 무사히 귀환하게 되었다.


이 책의 가치는 조선이 일본에게 침략당하기 직전의 모습을 세밀하면서도 생생하게 그려냈다고 하는 것이다. 포크는 우리말을 할 수 있었기에 기록이 더 풍부했고 단순히 다른 나라의 외교관의 입장뿐만 아니라 여행을 하는 개인의 입장에서도 기록하고 있기에 당시 서구인들이 조선에 가지는 여러가지 생각을 솔직하게 쓰고 있다.


책은 각 지역을 방문하면서 있었던 일을 일기형식으로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는데 몇가지 특색이 있다. 우선 이 여행을 기획하면서 전체 여정을 짜는 과정에 '대동여지도'가 기본으로 쓰여졌다는 사실이다. 과거 일제 시대에 대동여지도가 당시 조선 조정에서 무시를 당했다는 이야기가 진실인냥 전해졌는데 이것만 봐도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 수가 있다. 대동여지도는 발간이 된 이후로 필요에 따라서 더 들어가고 빼고 하는 등의 첨삭을 통해서 여러 판본으로 사용되었는데 포크의 여행기는 왕실 어람용 대동여지도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만큼 더 정교하고 사실적인 지도를 사용한 셈이다. 왕이 직접 보는 지도를 제공했다는 것은 그만큼 당시 조선이 미국을 믿고 있었다는 반증이 된다.


조선 정부의 협조가 있었다는 다른 증거로는 통행 허가증이라고 할 '호조'가 있다. 이것은 단순히 여행을 해도 된다는 허가증이 아니라 각 지역의 책임자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증서였다. 이 호조를 갖고 있으면 각 여행지에서 여행의 편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는 각 지역 책임자의 서명이 있다고 한다.


또 특이한 것은 포크가 자신이 방문한 지역들의 온도와 기압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당시는 수도인 한성도 근대식 온도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던 때인데 기압계를 이용해서 해발 고도를 측정하는 등의 과학적 측정 기록을 남기고 있어서 과학사에서도 중요한 자료다.


포크의 직위가 해군 무관이기 때문에 당연히 당시 조선의 수군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었을 것인데 역시나 이순신과 거북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순신이 얼마나 대단한 장수였는지는 조선인들에게서도 들었겠지만 최초의 철갑선이라고 불리던 거북선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보려고 했다는 것이다. 당시 통제영이 있던 통영에 가려다가 불발 됐는데 그가 보고 기록을 했다면 거북선의 최후를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으리라. 그가 거북선의 실존을 직접 목격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거북선의 구조와 특성에 대해서 전문가적인 내용을 써 놨다고 한다. 


포크의 남부 여행은 갑신정변으로 더 이어지지 못한다. 정변이 없었더라면 북부 지방도 여행을 했을 것 같은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그가 남긴 이 정도의 기록만 해도 일제로 인해 소실되었던 조선말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복원하는데 큰 기여를 한다. 


책은 재미있었다. 당시를 바라보는 눈은 지금 현대인이 봐도 흥미롭고 신기한 것들이 많다. 비록 외국인이기 때문에 우리 문화를 이해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조선에 대한 솔직한 모습으로 통찰력있게 당시를 기록하고 있어서 후대의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준 책이란 생각이 든다. 이 기록물이 더 많이 분석되고 연구되어서 당대를 복원하는데 좋은 자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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