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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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보자. 집의 식구중에 한 사람을 어떤 사람이 폭행을 하고 욕을 하면서 모욕을 준다고 하자.그걸 그대로 가만히 보고 있을 사람이 있을까? 아마 그때의 분노는 그 사람을 '죽일'수도 있을 정도의 분노일것이다. 생각같아서는 죽여도 시원치 않을 정도의 악한 감정을 갖게 되는것이다.
그럼 이건 어떤가. 정말 몸과 마음을 바쳐서 사랑했는데 갑자기 딴 사람이 생겼다면서 이별을 통보할때. 그때 느끼는 슬픔과 함께 그 배신감은 그 상대를 죽이고도 남음이 있지 않을까?

마음먹은대로만 한다면 이처럼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남을 많은 '악의'가 우리 속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특별히 악한 사람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 해도 일상에서 작은일로도 얼마든지 그런 마음이 들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평범한 악의를 그린것이다. 그 악의가 결국 어떤식으로 표출이 되고 결과는 어떻게 될것인지 지은이는 다양한 시각에서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한 여자로부터 시작된다. 어디에나 있을법한 적당한 외모의 적당한 성격의 적당한 직장을 다니고 있는 그냥 평범한 20대 초반의 여성. 그또래의 여자들이 갖고 있을 환상과 허영심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여자. 그런데 그런 여자가 살해당한다. 그녀는 무슨 잘못을 했을까?

한 남자가 있다. 외적으로 괜찮긴 하지만 그리 멋있어보이지 않는 직업을 갖고 있다. 말수가 적고 조용한 성품이지만 조부모에게도 잘하고 친구에게도 친절하다. 특별히 문제를 일으킨적도 없고 남이 보기엔 그저 평범하고 착한 청년일뿐. 그런데 그런 남자가 살해를 한다. 그가 왜 그런 일을 저지르게 되었을까?

사실 이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그리 복잡하거나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 놀랄것도 없는 단순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저지르거나 혹은 당할수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더 현실적이고 섬뜩할지도 모르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여자나 남자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분명 투영되어 있는것이고 그들의 행동 또한 우리의 모습에서도 찾을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의 행동이나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잘 알면서도 그런 행동을 하는건 아닌지?...
남자가 느꼈을 모욕과 분노에서 우리는 동질감을 느낀다. 자기 자신 같아서도 충분히 느낄수 있는 마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도 결국 그처럼 살인을 하게 될까? 마음먹은대로?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악의'라는 것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떻게 발현이 되는가를 참으로 설득력있게 보여주고 있다. 죽이고 싶다는 순간적인 그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할까에 대한 생각도 하게 했다. 하루에 한두번 그런 비슷한 마음이 들수 있을 정도로 세상은 바쁘고 복잡하고 메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성이라는 강력한 제어제가 있기에 다들 마음만 품고 행동에 이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성의 끈이 풀릴때는 과연 우리는 어떻게 될까? 마음속에 품었던 그런 행동을 저지르게 될까?

인간이 과연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까지도 생각하게 만드는 재미난 소설이었다. 한편으로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론 나라면 저러지 않았을꺼야라는 생각도 들게 했다. 하지만 직접 그 상황을 맞이해보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알수 없을것이다. 최상의 상황을 만들지않게 평소때 부지런히 훈련을 해둬야 할지도.

이야기 구조는 조금 독특하다. 두 남녀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 하면서도 중간중간 그 주인공의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주인공의 입체적으로 보게 해준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또다른 면을 주변인들을 통해서 알게 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진 책이었다. 번역도 깔끔했고 오탈자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제본도 튼튼했다.표지디자인은 단순한것같지만 나름 선명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본격 추리소설이라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인간의 내면을 추리적인 기법을 이용해서 잘 표현해낸 책이었다. 소설에서 보여준 남자주인공의 그 모습이 책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남게 했던,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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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엔젤 - 스탈린의 비밀노트,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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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세밀하게 복원하면서 상상력을 가미한 역사펙션소설로 유명한 토머스 해리스가 새로운 신작을 내놓았으니 이번엔 현대 러시아가 배경이다. 전작인 당신들의 조국과 이니그마에서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히틀러의 광기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현대 러시아의 스탈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스탈린이라니? 그는 이미 수십년전에 사망하지 않았는가? 이미 그가 구시대의 유물이 된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그런데 스탈린이 부활이라. 그 스탈린이 현대에 부활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전제하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책인데 역시 토머스 해리스답게 정확한 현대사를 고스란히 잘 살려서 기술하고 있다.

무대는 90년대 옐친이 대통령이었던 현대 러시아. 비록 민주주의는 지켜냈지만 정부의 무능으로 경제는 피폐해지고 옛 공산당의 인기도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학술대회에 초청된 역사학자 켈소에게 어떤 한 노인이 다가온다. 자신이 스탈린의 최후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최후의 모습에서 역사상에 기록된 어떤 노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스탈린이 늘 갖고 다녔다는 비밀노트인데 그 내용안에 어떤 내용이 숨겨져있을까. 이것을 찾기 위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펼쳐진다.
켈소에게는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이 노트를 찾는것지만 거기에 상업적인 목적으로 접근하는 기자, 공산당의 부활을 꿈꾸는 스탈린의 추종자들, 그리고 스탈린의 부활을 두려워하는 당국의 비밀기관이 서로 개입하면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드디어 비밀노트를 얻게 된 켈소. 그 속에 들어있는 정보를 토대로 스탈린이 남긴것을 추적해 들어가고 결국에는 찾아내게 되는데 결국 그가 본것은?...그리고 스탈린은 결국 현대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까?..

어떻게보면 크게 긴장되고 복잡한 이야기는 아니다. 중간에 살인사건이 일어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주 긴박하게 전개되는건 아니다. 하지만 그 전제 자체, 현실이 어쩌면 더 무섭다고 할수가 있다. 수백만명을 학살했던 그 스탈린이 새롭게 부활한다는 그 전제 자체가 끔찍한 공포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스탈린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실 수많은 사람이 이유없이 죽어갔던 그 시절을 잊고 마는 사람들의 그 망각 자체가 더욱더 끔찍스러운 것일것이다.

당시 러시아는 힘들게 민주주의를 쟁취하긴 했지만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인해서 정부의 인기는 바닥에 떨어지고 과거 미국과 함께 세계를 호령했던 소련에 대한 향수가 살아나던 시기였다. 마치 공산당이 다시 집권이라도 하면 새로운 시대가 펼쳐질꺼 같은. 사실 스탈린에 대한 평가는 끝났다. 그 누구가 수백만명을 학살한 학살의 괴수를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싶은 모습만 본다는 말이 있다. 스탈린이 있을때 분명 소련은 세계를 지배했다. 그것이 어떤 수단이었는지는 보지도 않고 또 그런 댓가로 국민이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는 생각도 안하는 것이다. 그때의 유산이 엄연히 남아있는 시대에 스탈린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공포스러운 일일것이다.

사실 그것은 우리 사회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지난 시절 경제가 절단이 나서 치욕스런 imf사태가 왔을때 과거의 독재정권에 대한 향수가 일어서 아직까지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물론 그 정권들이 잘 한점도 있지만 어찌 그 과거의 망령을 오늘날에 되새김질하고 싶을까.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깔고 만들어진 책이 바로 이책이다.

글 내용중에서 히틀러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스탈린이다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말이다. 만일 독일의 경제 상황이 안 좋았다면 히틀러도 스탈린같이 다시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히틀러도 스탈린도 둘다 끔찍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그중에 누가 더 끔찍한가보다는 그들의 망령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일반 국민의 의식이 더 무섭다고 할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다시 이시대에 스탈린이나 히틀러가 살아온다고 해도 그들이 처음 등장했을때처럼은 안될것이다. 이미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게될것은 분명하기에 그런 설정 자체가 공포스러운것이었다.

스탈린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리 스릴러가 넘치는것은 아니고 추리적인 면도 그리 복잡하지 않은 편이고 긴박감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전체적인 힘은 끝까지 잘 유지되는 편이었다. 인디애나 존스같은 어떤 재미난 모험이야기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심심한 책일지도 모르겠다.
책은 번역도 괜찮았고 제본상태나 전체적인 디자인도 괜찮은 편이었다. 우리안에는 이율배반적인 생각들이 없는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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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3 - 흑색화약전쟁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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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용 테메레르. 요 귀여운 녀석이 언제 날아오나 하는 기다림에 지쳐갈때쯤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이번에 새롭게 나온 3권에서는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비교적 단조로운 일정이었던 2권에 비해서 3권은 그야말로 대륙을 횡단하면서 여러나라를 거치는 대모험을 펼치게 되는것이다.

1권에서 탄생과 성장, 그리고 자라난 나라인 영국에서의 전쟁 참여에 이어 2권에서는 고향인 중국에서의 활약이 보였었는데 어느덧 무대는 새로운 나라를 향하게 되었다. 중국에서 안락할 삶을 살수도 있었지만 동료들이 있는 영국으로 돌아가기로 한 테메레르. 단순히 돌아가는것만 아니라 중국에서의 용의 대우를 영국에서도 적용시킬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를테면 '운동권 용'이 된것이다. 

그런데 그때 영국에서 긴급한 명령이 날아온다. 오스만투르크 제국으로 가서 용알을 받아오라는 것.지체없이 빠르게 가야하는 상황이어서 로렌스와 테메레르는 승무원들과 함께 배를 타지 않고 대륙을 횡단해서 가기로 한다. 하지만 중국을 넘어가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는데 그것은 바로 사막을 가로질러 가야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냥 접근하기 힘든 그곳을 많은 사람과 함께 가야했으니 얼마나 고생이었겠는가.

하지만 여러가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드디어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이스탐불에 도착한다. 용알을 받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나 했는데 이들에게 예상치 않은 일이 닥친다.
용알을 가져가지 못하게 된것이다. 이런저런 사투끝에 드디어 용알을 갖고 떠나는 테메레르 일행. 급히 영국으로 가야했기에 가까운 길로 가기위해서 동맹국인 프러시아에 도착한 일행은 여기서도 뜻밖의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그것은 테메레르를 지원 부대로 안 것이었다. 영국이 프러시아에 용 지원 부대를 보내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애매한 상황에 빠진 로렌스와 테메레르. 하지만 곧 거기서 싸우는 것이 영국에서 싸우는거나 다름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프러시아편에서 프랑스와 싸우게 된다.
그러나 강하게 보였던 프러시아의 잇달은 패배, 그리고 지원하기로 했던 러시아마저 패하게 되고 테메레르일행은 영국으로 귀환하기 위한 필사의 작전을 전개하게 되는데...

3권의 하일라이트는 후반부의 전투장면이다. 영국에서 쳐들어오는 프랑스군대를 맞아서 용감히 싸웠던 테메레르는 여기에서는 프러시아용과 함께 싸우게 되는데 영국에서의 싸움보다 더욱더 장대하고 스케일 큰 전투장면이 나온다. 프러시아 공군의 전술이 프랑스 공군에 비해서는 떨어지고 용들도 상대적으로 약세라서 테메레르 혼자서 고군분투한다. 여기에 나온 전쟁은 실제로 있었던 전쟁이었다. 작가는 그 전쟁에 상상력을 동원하여 용들의 전쟁을 구성해낸것이다. 실제로는 그 당시 공군은 없었겠지만 실제 공군이 있었던것처럼 적절하게 전투장면을 재창조해서 더욱더 박진감있게 느껴졌다.

1권부터 3권까지 주된 적은 프랑스였고 당연히 프랑스용들과 싸움을 했지만 라이벌이라고 할만한 용은 없었다.하지만 3권에서는 테메레르를 죽도록 미워하는 대단한 용이 나타났으니 바로 리엔이다. 2권에 등장한 리엔은 원래 테메레르와 같은 종의 용인데 그의 비행사를 테메레르가 죽였다고 여기고 그와 대적하기 위해서 프랑스공군으로 들어가게 된다. 비록 전투경험은 없지만 성숙하고 노련미에서 앞선 리엔은 프러시아 공군을 일거에 무력화시키고 테메레르를 끝까지 추격하게 된다. 3권에서의 이 험악한 만남은 앞으로의 두 용간의 불꽃튀는 접전을 예상하게 했다.
그리고 3권후반부에는 새로운 용이 깨어나는데 바로 이스탐불에서 가져온 알중에서 부화한 이스키에르카이다.이 용도 태어나자말자 말도 잘하고 호전적인 성품이어서 앞으로도 많은 활약을 할것으로 기대되었다.

지은이인 나오미 노빅은 여성작가답지 않게 전쟁과 관련된 장면을 세밀하면서도 재미나게 잘 그려내고 있다. 군인이라고 해도 육군이나 공군, 해군의 스타일은 다 다른데 그것까지도 섬세하게 잘 그려내서 더욱더 사실감있게 책을 읽게 했다.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크게 좋게보는것은 캐릭터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용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표현하는것이 그리 쉽지않았을것인데 정말 바로 앞에 있는것처럼 세세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
투정부리는 장면이나 화내는 장면, 기뻐하는 장면 등등 순간순간 테메레르가 보이는 모습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같이 느낄수 있게 잘 묘사하고 있다. 테메레르뿐만 아니라 로렌스를 비롯한 여러 인간들의 모습도 우리가 흔히 보는 사람들처럼 사실적으로 잘 표현하는데 이 또한 캐릭터를 잘 살려낸다고 볼수가 있을것이다.

500쪽 내외의 긴 글임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완성도는 내내 유지되고 있었다. 사막을 횡단한다는 비교적 단조로운 일정에도 사막용의 등장이라는 장면을 집어넣어서 자칫 지루해질듯한 부분을 재미나게 했다. 이 용들이 나중에 다시 등장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은 또다른 묘미였다.

테메레르가 태어나서 맞이하게 된것이 프랑스와의 전쟁이었다. 3권에서도 나폴레옹전쟁의 초기단계임으로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전투와 전쟁을 겪게될꺼같다. 영국으로 날아간 테메레르가 또 어떤 전투에서 그의 멋진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아울러 중국에서 느낀 점을 어떻게 영국에서 펼치게 될지도 자못 궁금하다. 어떻게 영국인들을 설득해서 용들의 지위향상을 이루어낼까. 인간친화적이라는 용이 시위라도 하게 될까? 앞으로 남은 권들이 기대되는 또다른 이유다.

오탈자가 몇개 보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번역도 잘되었고 제본도 튼튼하다. 무엇보다 많은 쪽수에 비해서 비싸지 않게 책정된 책값이 제일 좋다. 책값한다는 소리 들을 자격 충분히 있는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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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수프
마쓰다 미치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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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시험이 있었던 시절 하루종일 공부하면서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은 자는 시간이 아니라 밥먹는 시간이었다. 오늘은 뭘 먹을까 이런 고민도 행복했고 맛있게 나온 음식을 먹을때는 괴로운 시험 공부 생각을 안해도 되었기때문에 하루중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다.

오복중에 하나가 건강한 치아라고 하는데 그 이빨이 튼튼하다는것은 결국 맛있는것을 먹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맛난 음식에 관한 사연은 굳이 소설이 아니라고 해도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많은 음식중에서 수프다. 어떻게 보면 익숙하다고도 볼수도 있고 익숙하지 않다고도 볼수 있는 음식이 수프인데 서양의 밥같은 존재라고 할수 있을것이다.

이 책은 그런 수프를 매개로 음식이 주는 의미와 거기에 얽힌 사랑의 이야기인데 전체적으로 참 따뜻한 느낌이 들게 하는 이야기였다. 언뜻보면 음식을 경연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닌가 하지만 사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려는것은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사이의 사랑을 이야기할려고 한것이 아닌가 싶다.

한 남자와 한 여자에게 있었던 이야기들은 수프를 매개로 인해 실마리가 풀리게 되지만 결국 그속에 사람이 있었다. 책에 나온 수많은 맛있는 수프가 있었지만 제일 맛있고 기억에 오래 남은 수프는 정성을 다해서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만든 수프였는것을 보면 느낄수 있을것이다.
마음과 마음이 전해진 수프. 결국 마음으로 먹는것이 아니겠는가.

소설은 조금은 독특하게 서술이 되고 있다. 한남자의 시점에서 쓰여진 부분에 이어서 한여자의 시점에서 쓰여진 부분이 교차로 이루어지면서 점점 흥미를 고조시키는 방법인데 처음에는 살짝 헷갈렸지만 계속 읽어내려가니 오히려 더 재미있는 방식인거 같았다.

전체적으로 참 맛있고 따뜻한 수프처럼 부드럽고 기분좋은 이야기였긴한데 모든것이 밝혀지고 서로간의 관계가 알려지는 부분에서는 조금 억지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주요인물이 결국 다 아는 사이라고 하는것은 너무 뻔하지 않는가. 무슨 일일연속극 보는것도 아니고. 그중에서 한두명은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으면 좀더 현실감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래도 그것이 읽는데 큰 방해가 되는 요인은 아니었다.

남자주인공이 수프전문요리사고 일하는곳이 수프전문점이라서 여러 수프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 레시피도 나오는데 눈으로 읽는데 입에서는 침이 왜 그리 고이는지. 원래 수프 그리 즐기지도 않는데 말이다. 덕분에 돈가스먹을때 대충 먹었던 수프밖에 몰랐던 나에게 참 다채롭고 다양하고 영양가 많은 수프라는 음식에 대해서 새롭게 눈뜨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수프 잘하는 음식점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겨울에 읽으면 딱 좋은 소설. 음식이란것은 마음으로 할때 가장 맛이있고 또 그런 마음으로 먹어야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 소설이었다. 다만, 밤중에 배고플때 읽으면 크게 후회할 소설이다.배를 괴롭게 할테니깐.
아무튼 따뜻하게 기분좋게 부담없이 읽을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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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티움 연대기 1 - 신이 보낸자, 콘스탄티누스 비잔티움 연대기
존 J. 노리치 지음, 남경태 옮김 / 바다출판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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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라는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수년간에 걸쳐서 로마사를 정리한 책인데 유려한 문체와 함께 독특한 해석등으로 꽤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책을 보고 왠지 아쉬움이 느꼈던것은 로마제국이 동서로 갈리기전까지만 나오기 때문이다. 이책에 나오는 이른바 '비잔티움 제국'에 관해서는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 로마역사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그뒤의 역사 즉 동로마사를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왠걸 동로마역사에 관한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리고 더 알아보니 학계에서도 동로마사에 관한 관심이 별로 없는거 같았다. 동로마사에 관한 인식이 별로 안 좋다는 것이었다. 천년을 이어온 로마제국에 그런 인식이 있다는것이 의외였었다.
유명한 '로마제국쇠망사'를 썼던 에드워드 기번은 노골적으로 동로마제국을 폄하했고 다른 많은 작가나 역사가도 그런 인식을 나타내곤 했는데 이 얼마나 편협한 시각인가. 만일 그렇게 형편없는 나라였다면 1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렇게 오랫동안 번영했을까.

그런 의문이 누구나 들것이다. 최근까지 그런 의문을 속시원히 풀어주는 책이 없었는데 올해 나온 이 비잔티움 연대기라는 책은 그런 궁금증을 상당부분 해소시켜 주는 책이라고 할만하다.

로마 제국은 다 알다시피 이탈리아 반도에서 시작해서 현재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일부를 장악했던 고대의 대제국이다. 그때의 문명이 지금 유럽의 자산이 되었으면 물론이고. 그런데 그 찬란했던 제국이 동서로 분리되는 사태가 왔다. 서로마제국와 동로마제국으로 나뉘게 된것이다. 그렇게 나뉜 로마제국중 서로마제국은 얼마 못가서 멸망을 하게 되고 유일하게 동로마제국만이 로마제국의 정통성을 이어서 무려 천년넘게 존속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 동로마제국이 생겨나게 되는 배경과 전개 과정 당시의 역사적 사실등에 관해서 쓰고 있다.

사실 로마 제국이 동서로 나뉘게 된것이 어떤 내란때문일줄로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혼자서 나라를 다스리기에는 너무 일이 많아서 황제 스스로가 또다른 황제를 만들어서 공동으로 나라를 다스릴려고 한것이 그 시초였단다. 말하자면 평화적 정권이양이라고 해야하나? 근데 사람이란게 가면 갈수록 더 많은걸 가질려고 하는 욕심이 많고 특히 권력욕이란게 그리 나누기가 쉽지 않은데 권력을 나누기로 한것은 지혜롭다고 할만하다. 어쩌면 그때 그렇게 나누지 않았더라면 적절한 통제력을 가지지 못한 제국은 벌써 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제국의 체제는 황제 한 사람에게서 공동황제 즉 정제가 있었고 그 정제 다음으로 여러명의 부제가 있어서 각각의 영토에서 통치를 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나중에 고착화가 되어서 동과 서로 제국 자체가 나누어지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럼 그 시발점은 어디로 삼아야할까? 여기서는 콘스탄티누스대제를 이야기 하고있다. 콘스탄티누스황제 당시에 로마는 동서로 갈려지지 않았지만 명목상 수도인 로마를 버리고 오늘날의 이스탐불인 콘스탄티노블을 건설하면서 동과 서가 서서히 분리되는 단초를 마련하게 된다.물론 콘스탄티누스황제는 제국을 동서로 분리할려고 한것은 아니었을것이다. 여러가지면에서 떠오르는 동방에 좀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을것이고 쇠퇴하고 있던 로마를 대신한 강력한 도시를 원했을수도 있다. 어쨌든 그의 의도는 성공한듯이 보이지만 제국의 분리까지 예상했을까 싶기도 했다.

이책은 그렇게 시작하여 1453년 오스만투르크에 의해 멸망하기까지 천년이 넘는 동로마, 비잔티움 제국에 대해서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그 첫번째 권인 이 책은 콘스탄티누스의 치적과 함께 서로마의 분리, 그리고 서로마의 멸망까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글이 어렵지 않게 서술되어 있고 중간 중간에 사진이나 연표같은 여러 자료들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쓰여진 책같다. 다만 주요 황제들의 이름이 비슷해서한번에 읽지않으면 나중에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기에 헷갈릴꺼 같다. 콘스탄티누스황제, 콘트탄티우스황제 이런식이니 말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정치사위주로 서술되어서 문화나 예술,사회,경제같은 다른 분야의 모습을 보지 못해서 아쉽기도 하다. 하기야 1000년이 넘는 대제국의 전모습을 몇권의 책으로 담아내기가 그리 쉽겠는가.

이 책은 원래 3권짜리 양장본으로 나왔는데 몇가지 번역상의 오류등을 고치고 분권을 해서 6권짜리로 새로 나온 첫번째권이다. 3권이 편한지 6권이 편한지는 모르겠으나 책값은 비슷한거 같다. 보기에는 6권으로 분권한것이 더 나아보이나 한번에 집중에서 읽을수 없는 단점도 있는거 같다.

1000년을 넘게 이어온 대제국 비잔티움. 오랜세월 그 진짜 모습을 알기 어려웠는데 이제 그 베일에 쌓였던 제국의 속살을 들여다볼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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