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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엔젤 - 스탈린의 비밀노트,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2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역사를 세밀하게 복원하면서 상상력을 가미한 역사펙션소설로 유명한 토머스 해리스가 새로운 신작을 내놓았으니 이번엔 현대 러시아가 배경이다. 전작인 당신들의 조국과 이니그마에서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히틀러의 광기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현대 러시아의 스탈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스탈린이라니? 그는 이미 수십년전에 사망하지 않았는가? 이미 그가 구시대의 유물이 된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그런데 스탈린이 부활이라. 그 스탈린이 현대에 부활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전제하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책인데 역시 토머스 해리스답게 정확한 현대사를 고스란히 잘 살려서 기술하고 있다.
무대는 90년대 옐친이 대통령이었던 현대 러시아. 비록 민주주의는 지켜냈지만 정부의 무능으로 경제는 피폐해지고 옛 공산당의 인기도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학술대회에 초청된 역사학자 켈소에게 어떤 한 노인이 다가온다. 자신이 스탈린의 최후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최후의 모습에서 역사상에 기록된 어떤 노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스탈린이 늘 갖고 다녔다는 비밀노트인데 그 내용안에 어떤 내용이 숨겨져있을까. 이것을 찾기 위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펼쳐진다.
켈소에게는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이 노트를 찾는것지만 거기에 상업적인 목적으로 접근하는 기자, 공산당의 부활을 꿈꾸는 스탈린의 추종자들, 그리고 스탈린의 부활을 두려워하는 당국의 비밀기관이 서로 개입하면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드디어 비밀노트를 얻게 된 켈소. 그 속에 들어있는 정보를 토대로 스탈린이 남긴것을 추적해 들어가고 결국에는 찾아내게 되는데 결국 그가 본것은?...그리고 스탈린은 결국 현대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까?..
어떻게보면 크게 긴장되고 복잡한 이야기는 아니다. 중간에 살인사건이 일어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주 긴박하게 전개되는건 아니다. 하지만 그 전제 자체, 현실이 어쩌면 더 무섭다고 할수가 있다. 수백만명을 학살했던 그 스탈린이 새롭게 부활한다는 그 전제 자체가 끔찍한 공포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스탈린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실 수많은 사람이 이유없이 죽어갔던 그 시절을 잊고 마는 사람들의 그 망각 자체가 더욱더 끔찍스러운 것일것이다.
당시 러시아는 힘들게 민주주의를 쟁취하긴 했지만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인해서 정부의 인기는 바닥에 떨어지고 과거 미국과 함께 세계를 호령했던 소련에 대한 향수가 살아나던 시기였다. 마치 공산당이 다시 집권이라도 하면 새로운 시대가 펼쳐질꺼 같은. 사실 스탈린에 대한 평가는 끝났다. 그 누구가 수백만명을 학살한 학살의 괴수를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싶은 모습만 본다는 말이 있다. 스탈린이 있을때 분명 소련은 세계를 지배했다. 그것이 어떤 수단이었는지는 보지도 않고 또 그런 댓가로 국민이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는 생각도 안하는 것이다. 그때의 유산이 엄연히 남아있는 시대에 스탈린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공포스러운 일일것이다.
사실 그것은 우리 사회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지난 시절 경제가 절단이 나서 치욕스런 imf사태가 왔을때 과거의 독재정권에 대한 향수가 일어서 아직까지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물론 그 정권들이 잘 한점도 있지만 어찌 그 과거의 망령을 오늘날에 되새김질하고 싶을까.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깔고 만들어진 책이 바로 이책이다.
글 내용중에서 히틀러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스탈린이다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말이다. 만일 독일의 경제 상황이 안 좋았다면 히틀러도 스탈린같이 다시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히틀러도 스탈린도 둘다 끔찍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그중에 누가 더 끔찍한가보다는 그들의 망령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일반 국민의 의식이 더 무섭다고 할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다시 이시대에 스탈린이나 히틀러가 살아온다고 해도 그들이 처음 등장했을때처럼은 안될것이다. 이미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게될것은 분명하기에 그런 설정 자체가 공포스러운것이었다.
스탈린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리 스릴러가 넘치는것은 아니고 추리적인 면도 그리 복잡하지 않은 편이고 긴박감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전체적인 힘은 끝까지 잘 유지되는 편이었다. 인디애나 존스같은 어떤 재미난 모험이야기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심심한 책일지도 모르겠다.
책은 번역도 괜찮았고 제본상태나 전체적인 디자인도 괜찮은 편이었다. 우리안에는 이율배반적인 생각들이 없는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