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보자. 집의 식구중에 한 사람을 어떤 사람이 폭행을 하고 욕을 하면서 모욕을 준다고 하자.그걸 그대로 가만히 보고 있을 사람이 있을까? 아마 그때의 분노는 그 사람을 '죽일'수도 있을 정도의 분노일것이다. 생각같아서는 죽여도 시원치 않을 정도의 악한 감정을 갖게 되는것이다. 그럼 이건 어떤가. 정말 몸과 마음을 바쳐서 사랑했는데 갑자기 딴 사람이 생겼다면서 이별을 통보할때. 그때 느끼는 슬픔과 함께 그 배신감은 그 상대를 죽이고도 남음이 있지 않을까? 마음먹은대로만 한다면 이처럼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남을 많은 '악의'가 우리 속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특별히 악한 사람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 해도 일상에서 작은일로도 얼마든지 그런 마음이 들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평범한 악의를 그린것이다. 그 악의가 결국 어떤식으로 표출이 되고 결과는 어떻게 될것인지 지은이는 다양한 시각에서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한 여자로부터 시작된다. 어디에나 있을법한 적당한 외모의 적당한 성격의 적당한 직장을 다니고 있는 그냥 평범한 20대 초반의 여성. 그또래의 여자들이 갖고 있을 환상과 허영심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여자. 그런데 그런 여자가 살해당한다. 그녀는 무슨 잘못을 했을까? 한 남자가 있다. 외적으로 괜찮긴 하지만 그리 멋있어보이지 않는 직업을 갖고 있다. 말수가 적고 조용한 성품이지만 조부모에게도 잘하고 친구에게도 친절하다. 특별히 문제를 일으킨적도 없고 남이 보기엔 그저 평범하고 착한 청년일뿐. 그런데 그런 남자가 살해를 한다. 그가 왜 그런 일을 저지르게 되었을까? 사실 이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그리 복잡하거나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 놀랄것도 없는 단순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저지르거나 혹은 당할수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더 현실적이고 섬뜩할지도 모르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여자나 남자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분명 투영되어 있는것이고 그들의 행동 또한 우리의 모습에서도 찾을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의 행동이나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잘 알면서도 그런 행동을 하는건 아닌지?... 남자가 느꼈을 모욕과 분노에서 우리는 동질감을 느낀다. 자기 자신 같아서도 충분히 느낄수 있는 마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도 결국 그처럼 살인을 하게 될까? 마음먹은대로?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악의'라는 것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떻게 발현이 되는가를 참으로 설득력있게 보여주고 있다. 죽이고 싶다는 순간적인 그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할까에 대한 생각도 하게 했다. 하루에 한두번 그런 비슷한 마음이 들수 있을 정도로 세상은 바쁘고 복잡하고 메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성이라는 강력한 제어제가 있기에 다들 마음만 품고 행동에 이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성의 끈이 풀릴때는 과연 우리는 어떻게 될까? 마음속에 품었던 그런 행동을 저지르게 될까? 인간이 과연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까지도 생각하게 만드는 재미난 소설이었다. 한편으로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론 나라면 저러지 않았을꺼야라는 생각도 들게 했다. 하지만 직접 그 상황을 맞이해보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알수 없을것이다. 최상의 상황을 만들지않게 평소때 부지런히 훈련을 해둬야 할지도. 이야기 구조는 조금 독특하다. 두 남녀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 하면서도 중간중간 그 주인공의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주인공의 입체적으로 보게 해준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또다른 면을 주변인들을 통해서 알게 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진 책이었다. 번역도 깔끔했고 오탈자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제본도 튼튼했다.표지디자인은 단순한것같지만 나름 선명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본격 추리소설이라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인간의 내면을 추리적인 기법을 이용해서 잘 표현해낸 책이었다. 소설에서 보여준 남자주인공의 그 모습이 책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남게 했던,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