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웰즈의 죄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5
토머스 H. 쿡, 한정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그리 어렵지 않은 내용인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 내용이 만만치 않게 쓰는 작가가 있다. 처음에는 그냥 물흐르듯이 책을 읽어가다가 어느 순간되면 뭔가 깊은 굴속에 들어가는 마냥 내용에 깊이가 느껴진다. 한번보단 두번 읽어보면 그 느낌이 느껴진달까. 그런 글 쓰기가 쉽지 않은데 그렇게 쓰는 작가 바로 토머스 H 쿡이다. 평에 이르길 '가장 아름다운 형태의 언어로 슬픔을 노래한다'라고 하는데 사실 가장 아름다운지는 모르겠다. 영어로 쓰여졌으니 영어로는 아름다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말로 된 책에서는 그걸 못느끼겠으나 적어도 글자 한자 한자 파내듯이 정성스럽게 글이 쓰여졌다는 느낌이 들긴 한다.

 

이번에 나온 책은 형식면에서 그전에 보여줬던 책과 좀 색다른 식으로 서술되는 내용이다. 결론은 나 있고 그 결론의 이유에 대해서 추적해가면서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서 보여주는 방식. 물론 그 마주치는 부분은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지나칠수 있는 작은면도 놓치지 않고 뜻을 담아낸다.

 

주인공은 제목에 나와있는 줄리언 웰즈이다. 초반에 그는 자살한다. 줄리언은 그야말로 인간말종인 존재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 작가였다. 세계 곳곳에 있는 잔악하고 반사회적인 범죄를 직접 찾아가서 조사하고 그런 실화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독특한 사람이었다. 근데 그가 갑자기 죽는다니? 그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화자인 필립과 줄리언의 여동생인 로레타가 그 이유를 알수없는 자살에 의문을 품고 그 수수께끼같은 동기를 추적하게 된다. 도무지 알수 없는 그의 행동. 전혀 낌새도 눈치채지 못했기에 더욱더 그 진실이 무엇인지 알수가 없다. 다만 몇년전 필립과 함께 갔던 아르헨티나에서의 일들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는 정도만 알수 있을뿐. 과연 거기에서 일어났던 일과 거기에서 만난 사람이 그 후 줄리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었을까.

 

책은 장르를 규정짓기가 애매하다. 원칙상은 추리 스릴러다. 자살한 줄리언의 행로를 추적하면서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려고 하니까. 하지만 아주 복잡한 추리 기법이 동원된것도 아니고 가슴 두근거리는 추적장면이 있는것도 아니다. 내용이 어렵지도 않다. 하지만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의미가 간단하지 않으면서 뭔가 의미심장한 느낌이 들게 한다. 심리소설인가싶을때도 있다. 작가는 그런 형식을 통해서 뜻한바를 나타내고자 한것인가. 아주 정교하게 설계된 형식이라고 할수 밖에 없을꺼 같다.

 

책은 쉬우면서도 쉽지 않은게 일단 내용 전개 자체가 그리 어렵지 않다. 어찌보면 단순하다. 하지만 내용중에 나오는 수많은 문학 작품을 생각해보면 헉헉거리게 만든다. 필립과 로레타의 대화에서 여러 작품들에서 나오는 주옥같은 대사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둘 사이가 오랫동안 알고 친한 사이고 또 두 사람 모두 책과 관련된 직업을 갖고 있어서 그런 대화가 가능하겠지만 그 수많은 책을 읽지 못한 일반 독자로서는 쉽지 않을밖에. 그리고 그런 대사를 잘 집어내서 적절하게 글을 이어나가는 작가가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독특한 형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결국 작가가 말하고 싶은것은 바로 '인간'이다. 인간의 본성과 내면은 무엇이고 어두움과 진실의 밝음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하는게 아닌가 싶다. 그런 치열한 의식이 소설에 투영되었는것이고. 그래서 그 속의 단단함이 책에서 쉽게 손을 떼지 못하게 하는거 같다.

 

책의 화자는 친구인 필립이지만 주인공은 줄리언이다. 책을 읽으면서 참 매력적인 사람이란 느낌이 들었다. 일반적인 스릴러에서 보여지는 캐릭터 구축을 굳이 하지 않았는데도 있을법한 사람으로 잘 그려진거 같다. 물론 필립이나 로레타같은 다른 사람도 참 자연스럽게 인물 묘사가 되어서 극의 사실성을 더 높이는거 같다. 그래서 내용이 주는 진득함과는 관계없이 글은 잘 읽히는 편이었다.

인간의 삶의 형태를 섬세하면서도 치밀한 서술로 다양하고도 다채롭게 보여주는 토머스 쿡의 진면목이 잘 드러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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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시피 미시시피
톰 프랭클린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어찌보면 별일 아닌 이야기였다. 한 소녀가 실종되었고 20년후 또 한 소녀가 실종되는데 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있다. 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검거되지는 않는 상태. 진범은 과연 누구인가를 밝히는 이야기인데 온갖 희괴한 사건이 판을 치는 요즘에 어찌보면 단순 실종 혹은 단순 살인 사건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간단하게만 보이는 그 이야기 속에 '삶'이 있었다.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한 물음도 있었다. 결코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야기는 말했듯이 복잡하지 않다. 미국 남부의 어느 작은 마을. 인구가 500여명에 불과한 그야말로 한가한 동네다. 세월이 느리게 흘러갈듯한 그 마을에서 어느날 한 소녀가 실종된다. 그리고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상태. 하지만 그녀와 마지막으로 있었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 이름 래리. 그 소녀의 같은 고등학교 친구였다. 

 

그러나 그는 그 소녀의 실종에 아무런 관련도 없고 그녀를 살해하지도 않았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결국 뚜렷한 증거가 없이 석방되지만 이미 마을에선 소녀 살인범으로 손가락질 당하게 된다. 그로부터 20년 후 또 다시 한 소녀가 실종되고 이번에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것도 래리의 집안땅에 있는 한 오두막에서. 꼼짝없이 이 소녀도 살해한것으로 지목되는 래리.

하지만 그 자신도 누군가에 의해서 총상을 당해 사경을 헤매지만 오히려 살인하고 난뒤 자살할려고 했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 마을에서 '괴물 래리'로 불렸던 그, 과연 그는 괴물이었을까.

 

책은 주인공인 래리가 어렸을때부터 사건이 일어난 고등학교 시절까지 일상들을 교차로 보여준다. 괴물이라고 불렸던 래리는 실상 괴물이 아니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고 그로 인해 사람을 대하는게 어려워졌고 그래서 책을 벗삼아 살았던 조용한 아이였다. 그에게는 책이 친구였던 것이다. 조용하고 착한 그가 그런 괴물로 비춰지게 된건 역시나 사람들의 편견과 사실이 아닌 소문때문이었다. 사실 책을 읽어내려가다보면 진범은 따로 있겠단 생각이 든다. 래리의 삶을 보여주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담담히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래리에게 덧씌워진 평판은 그가 범인이던 아니던 상관없이 오랫동안 그를 옥죄어왔다. 아무도 긍와 이야기하려하지않고 아무도 그와 친구가 될려고 하지 않았다. 진범이 잡힌다고 한들 래리의 삶은 얼마나 보상받을수 있을까. 그는 이미 범인의 삶을 살아온 것이다.

 

이야기의 또다른 축은 래리와 특별한 관계를 가졌던 사일러스다.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있다가 경찰이 되어 돌아온 그는 래리에게 어떤 부채가 있는듯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이 두 사건의 진실에 진심으로 다가서려고 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 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무기가 그에게 주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사일러스를 통해서 래리는 새로운 삶을 살수 있을까. 사일러스는 오랜 마음의 짐을 벗어날수 있을까.

 

반전을 거듭하고 화려하고 기괴한 사건들을 쓴 책들에 비하면 이 책에 나오는 스릴러는 어떻게보면 약하다. 하지만 뛰어난 스릴러물에 손색없이 술술 내용이 읽히는 재미난 책이었다. 한단계 한단계 밝혀지는 진실의 과정이 참 세밀하고도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서 서술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비롯해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눈에 보일듯이 입체적으로 잘 묘사되고 있고 미시시피라는 지역이 친숙한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공간의 재현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사람의 삶이 보인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그 관계를 정립해가는 과정등을 통해서 삶이란걸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그 무시를 당하면서도 그런 작은 마을에 어떻게 살아갈수 있을까, 아무도 찾는 이 없는 그 쓸쓸한 공간에서 혼자서 어떻게 살아갈수 있을까 등을 생각해보면서 그래도 역시 어떻게든 살아가긴 가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비극적이지만 비극이 아닌 이야기. 래리의 그 신산한 삶에 먹먹함도 느꼈고 안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남는 것은 긴 여운의 울림.

어찌보면 이 책은 추리적인 기법을 삽입한 휴먼 소설 같기도 하다. 실종 사건의 진범을 찾는 추리소설이 아닌, 사람의 삶을 진하게 그린 소설말이다. 이 책은 인종간의 갈등, 살인, 실종, 폭력같은 거친면도 드러나지만 화해와 용서, 진실이라는 것과 융합이 되어서 뛰어난 이야기가 되었다.

 

좋은 책이다. 재미도 있고 감동의 여운도 있는 드문 책중에 하나다. 살짝 기분 좋아질수도 있고 마음을 움직이는듯한 내용의 책. 별거 아닌 이야기에 별거가 다 담긴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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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기 톰의 집에 어서 오세요 판타스틱 픽션 그레이 Gray 5
벤 엘튼 지음, 박슬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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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미스터리 장르중에서 후더닛 소설이란것이 있다. 이른바 '범인찾기'를 위주로 한 미스터리물인데 오래된 소설 기법중에 하나다. 이 기법은 흔한것같지만 사실 꽤 어려운 방법이다. 내용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해야하고 주어진 단서들의 유효성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도록 적절히 배치해야한다. 그래야 읽는 독자가 손에 땀을 쥐고 자신도 추리에 뛰어들게 하게 때문이다. 밤면 단서가 너무 일찍 풀린다던가 한쪽에 몰린다면 범인이 일찍 추리됨으로 책의 재미가 반감된다. 그래서 널리 알려진 방법이지만 그만큼 정교하게 설계해야하는 미스터리기이도 하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잘 만들어진 후더닛 소설이라고 할만하다. 그런데 내용면에서 좀더 장치를 했는데 그것은 '엿보기'라는 것이다. 엿본다는건 인간에게 주어진 호기심을 극대화시킨것 아닌가. 그런 밑바닥에 깔린 인간 심리를 이용해서 책의 내용이 이어진다.

 

배경은 리얼리티 TV프로그램 '하우스 어레스트'.  10명의 남녀가 감금당해서 생활하면서 인기투표를 통해서 최후에 살아남는자가 우승상금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물론 이 출연자들은 전부 젊고 싱싱하고 매력적인 사람들이다. 시청자들은 그렇게 잘난 사람들의 생활을 '엿보기' 하면서 대리 흥분을 느끼는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지배자는 제작진이다. 어차피 하루 24시간 모두의 방송 분량을 내보낼수는 없는것이고 편집을 하게 마련인데 이 편집이 그야말로 '악마의 편집'이다. 이 편집을 통해서 어떤 사람을 천사로, 혹은 나쁜놈으로 만들수도 있는것이다. 그 장면을 보고 수 많은 사람들은 열광하게 되고.

 

여기에 참여한 사람들은 우승을 위해서 그야말로 물불 가리지 않는다. 엿보기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서 성적인 행동과 말도 서슴치 않는다. 물론 그 결과로 시청률은 치솟게 되고 결국에 시청자들은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되는것이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잘 나아가던 와중에 살인이 일어난다. 진짜 살인! 출연자중에 한명이 죽었는데 범인은 나머지 출연자들중에서 한명인건 불보듯 뻔한 사실. 그런데 누가 살인을 저질렀을까. 살인이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은 계속되고 이제는 범인이 누구인가 범인을 잡는 내용으로 가속도가 붙는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사람에 대한 예의나 인격도 없이 오로지 자극적인 내용과 흥미 위주로 프로그램이 방송된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경찰이 투입되는데 방송되지 않는 미방송된 테이프를 꼼꼼히 살피면서 각 출연자들에 대해서 알아나가는데 방송에서는 알수 없었던 개개인의 성품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된다. 과연 살인자는 누구일까.

 

책을 보면 한참 붐을 일으켰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요즘엔 안 그렇지만 한때는 우후죽순처럼 많았다. 물론 공중파보단 케이블쪽이었지만. 남의 사생활에 대해서 시시콜콜 알고 싶어하는 대중이 많은 이 시대에 직접 영상으로 사생활을 볼수있다는건 얼마나 큰가. 실제로 그런건지 대본에 의한 충실한 재연이었는지는 모르지만 한때 나름 재미나게 봤었었다. 남의 사생활에 크게 관심이 없던 나도 재미나게 봤을 정도면 호기심 많은 보통 사람들은 얼마나 관심이 있었을까. 그런 관심을 시청률이라는 잣대로 이용해서 수익을 얻으려고 만든게 그런 프로그램이다. 그야말로 인간의 밑바닥 욕망을 잘 이용한거라고나 할까.

 

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범인찾기 미스터리물이지만 엿보기라는 장치를 통해서 좀더 자극적이고 호기심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시간적인 구성이나 각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주는것등에서 보이는 전체적인 짜임새가 괜찮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아무래도 비슷한 프로그램들을 봤었다면 책의 내용이 눈에 그려지는 면도 있을것이다. 책이 2000년도 초반에 쓰여져서 그때 출간되었더라면 좀더 사실적이었겠지만 이미 미디어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더 사실적으로 느껴질수도 있겠다. 반면 아가사 크리스티의 밀실 사건 같이 좀더 고전적으로 추리에만 집중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엿보기라는 장치가 오히려 걸리적거린다 느낄수도 있겠고.

 

어찌보면 미디어가 보여주는것이 다 진실은 아니고 오히려 진실을 조작할수도 있다는걸 깨닫게 하는 면도 있다고 보지만 기본적으론 재미나게 잘 쓰여진 범인찾기 스릴러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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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종말의 날
더스틴 토머슨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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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론처럼 사람의 관심을 끄는 것도 잘 없을꺼 같다. 인간의 탐욕이 점점 더 강해져가고 거기에 따라 지구를 제 마음대로 다루는 것에 대한 반작용의 의미도 담아서 세상이 멸망할것이라는 예언들이 있다. 지구가 멸망할것이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끈 떡밥인데 우리나라에서도 휴거니 뭐니 하는 일도 있었고 2000년 밀레니엄 멸망 그런것도 있었다. 하지만 한번도 멸망한적도 없고 큰 재난이 일어난적도 없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 종말론은 다른 형태로 그 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 진짜 세상이 멸망할때까지 나올 소재가 아닐까.

 

마야 문명이 남긴 여러가지 위대한 것들중에 종말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종말한다는 것을 말해주는게 아니라 역법이 이어지지 않고 끝나기 때문에 종말이 온다 그런식으로 해석이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마야가 남긴 역법 자체가 대단한 유산인데 그 보다는 그 역법의 끝이 지구 멸망이라는 것으로 귀결된다는것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낸것이다. 사실 그 시점은 2012년이라서 이미 끝난 이야기지만 그 소재 자체는 뭔가 이야기를 만들어낼만한 충분한 꺼리가 된다.

 

이야기는 2012년 12월 11일 미국의 로스엔젤레스가 배경으로 시작된다. 인류가 멸망하는 여러가지 방법(?)중에 하나가 병이다. 그것도 순식간에 수만명이 전염되어 빠른 시간에 사망하는 '전염병'. 이 책도 인류 종말의 수단으로 전염병이 등장한다.

 

LA의 질병 통제 센터 스탠튼 박사는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을 연구하고 있다. 이미 이 프리온이라는 존재는 광우병을 통해서 그 무시무시함이 드러난 바가 있다 . 문제는 이 프리온의 정체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 대상은 어느것이 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한 병원에 괴상한 증세의 환자가 실려온다. 잠을 자지 않는 불면증환자. 그리고 환각과 발작을 동반하는 희귀한 질병. 무엇인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스탠튼은 이것이 큰 재앙의 전초라는것을 알게 되고 곧 LA는 아수라장으로 변하게 된다. 도시 봉쇄령이 떨어진 가운데 미국 전역으로 이 전염병이 퍼지는건 시간문제인거 같다. 스탠튼과 질병 통제 센터는 과연 이 병의 근원을 알아내서 그 치료법을 찾아낼것인가.

 

책에서는 전염병의 근원이 고대 마야와 관련있는것으로 나온다. 처음의 그 환자가 고대 마야 문명의 한 유적지에서 온 사람이고 거기에서 어떤 요인으로 인해서 병이 시작된걸로 밝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열쇠를 풀기 위한 인물로 마야 문명 큐레이터인 마누 박사가 등장한다. 그녀와 스탠튼 박사가 투톱으로 이 병의 본질을 파고들게 된다.

 

사실 여러 종말론 중에서 마야 역법과 관련된 2012년 멸망설은 우리나라에서 그리 널리 퍼진거 같지는 않다.아마 마야 문명 자체가 그리 익숙한 것이 아니기 때문일것이다. 이 책이 2011년쯤에 출판이 되었으면 좀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을것이다. 멸망론은 이미 지나간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것에 더 큰 관심을 가지는 법이기에.

 

책은 재미가 있다. 기본적으로 종말론이란 자체가 어느정도 호기심을 품고 가기 때문에 아주 말도 안되는 내용전개가 아닌 이상 이야기는 술술 넘어가게 되어있다. 이 책은 마야에서 비롯된 그 하나의 요인이 결국 현대의 크나큰 재앙으로 이어진다는 구조인데 나름 탄탄한 자료 조사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이어가게 한다. 중간 중간 나오는 마야의 이야기나 프리온과 관련된 과학적인 이야기들은 소설의 실제성을 배가시키고 있다. 하지만 뭔가 좀 아쉬운면도 있다. 확 끌어당기는? 그런면이 부족하랄까. 시의성도 좀 늦은면이 있다고 했지만 수백년전 마야의 유적의 한 요인이 수만 수십만 생명을 앗아갈 중요한 것으로 작용한다는면이 과연 그럴까? 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 과정이 좀더 세밀하고 더 설득력있는 단계를 거쳤으면 현실감있게 느껴졌을꺼라 느낌이 들었다.

 

인류 멸망에 관한 이야기는 영원한 소재꺼리다. 그동안 수많은 방법으로 수없이 많이 인류가 멸망했지만(?)  그래도 아직 인류는 거뜬하다. 그래서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들이 나올법하다. 그리고 영원히 우리는 그 이야기에 눈을 띄지 못할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말론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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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에 대하여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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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온통 민영화로 난리다. 경제성을 무기로 정부에서 각종 민영화 조치를 추진하는 가운데 철도 민영화에 이어서 의료 민영화로 또 떠들석하다. 정부에서는 결코 민영화는 아니고 주장하지만 지금 추진중인 정책들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앞으로 민영화의 수순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의료 민영화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럼 왜 그렇게 이 의료 민영화를 반대를 해야하는가. 그것은 의료비로 삶의 질을 속박당하고 있는 미국의 예에서 그 실마리를 풀수 있을꺼같다. 미국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정착이 안되고 민간 의료 보험이 활성화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와는 너무나 큰 차이가 나는 의료비다. 물론 물가도 다르고 의료 환경이나 실력도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해도 비슷하게 나와야할 치료비가 수십배 차이가 난다는것은 뭔가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그런 미국식 의료 제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이 바로 이 책 '내 아내에 대하여' 이다. 말 그대로 큰 병에 걸린 사람이 어떻게 치료를 하고 그 가족의 재정 상태는 어떻게 바닥이 나는지를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평범한 수리공인 셰퍼드는 일평생 성실하게 수리만 하던 삶을 떠나서 안락하고 여유로운 새로운 삶을 살기위해 아프리카로 갈려고 한다. 이미 수년에 걸친 답사 끝에 괜찮게 정착할 곳을 봐둔터. 부인과 자녀들의 반대가 있겠지만 여차하면 혼자라고 갈 기세다. 수십년동안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남은 인생을 새로운 곳에서 충분히 살수가 있다.

 

그런데 그의 계획을 일거에 박살내고 어쩌면 그의 인생도 박살을 내게 할일이 생긴다. 바로 그의 부인

글리니스가 '암'에 걸린것이다. 어쩌면 의료시설이 척박한 아프리카로 가기전에 그 사실을 알게 된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암이란것이 어떤 병인가. 그저 간단한 감기 몸살 같은 병이 아니지 않은가.

셰퍼드가 그동안 모았던 돈은 제법 많았다. 그러니 아프리카로 이민 갈 생각을 했겠지. 그러나 암 환자에게 들어가는 돈은 그냥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들어오는 수입보다 나가는 돈이 급격이 늘었던 것이다.

결국에 가서는 파국을 맞이할것이 분명한 사실. 끝내 가정이 해체될것인가.

 

이 책은 미국식 의료 제도의 허상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지만 다른면으로 봤을때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준다. 정말 어려운 처지에 속했을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날 위해주고 생각해줄까 하는것에 대해서. 극중의 글리니스는 인생을 헛살았나보다. 처음에는 뭐라도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얼마 안가서 연락두절되는것을 보면 겉으로만 사람을 사귀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뭐 그런 인간관계는 현실에서도 허다하게 보이지 않는가. 가족중에 한명이 중병에 걸렸을때 가족애의 본모습이 드러나는게 아닌가한다. 평소때 보이던것과 다른 진짜 사랑이. 극중에서 뭔가 삐딱했던 사이였던 셰퍼드와 글리니스는 오히려 더욱더 돈독해지고 사랑하는 사이임을 확인하게 된다. 아마 글리니스도 그 점은 기분좋게 여기고 하늘로 떠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암이란 병이 그리 간단한 병은 아니다. 미국의 제도하에서도 어려운 병이지만 우리나라제도에서도 암투병이 오래되면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경우가 많다.  아주 재벌급이 아닌 이상 평범하게 살아온 가정이라면 암보험 들었다고 해도 그 치료기간이 오래되면 쉽지 않다. 다만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더 오래 버티는것뿐. 미국처럼 돈이 흩어지는 속도가 느리다고나 할까. 뭐 그 때문에 가정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것이고. 어차피 불치병에 걸리면 세계 어디에 있으나 쉽지 않을것이다.

 

이 책에서는 암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간단한 맹장 수술 조차도 우리나라와는 달리 많은 치료비를 부담하게 되는게 미국식 보험이다. 책 내용중에 셰퍼드가 가입되어있는(물론 직장에서 가입한 민간보험회사) 보험회사에서는 더모베이트는 처방할수없고 칼라민만 처방하게 하는 것이 나온다. 더모베이트가 더 비싼 약이라서 처방못하게 한다는것인데 거기에 당연히 셰퍼드는 반발을 하게 된다. 어쩌면 작은 예일지 모르겠지만 어찌보면 섬뜩한 일이다.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살펴서 가장 최적의 약을 처방할수 있는게 아니고 처방목록중에서 골라서 처방해야한다면 환자입장에서는 그게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답답한 일이겠는가.

어쩌면 그 장면이 의료민영화의 가장 어둡고도 무서운 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결말은 내내 어둡던 상황과는 달리 일종의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셰퍼드의 오랜 꿈인 아프리카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것이다. 같이 사는 구성원은 조금 바뀌었지만. 어찌보면 뜬금없다는 생각도 들수도 있는데 작가는 새로운 희망을 가지라는 뜻에서 쓴것일까. 묘한 느낌이 들게 하는 후반부였다.

 

미국식 의료보험에 관해서는 관심이 있다면 인터넷을 통해서 그 내용을 알게 되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 그 무서움에 대해서 간접 경험하는것도 나쁘지 않을꺼 같다. 책 내용은 신파적이지도 않으면서 지극히 현실적이고 바로 우리 이웃에서 벌어질만한 이야기를 잘 적어서 느끼는바도 적지 않다. 제도와 나라를 탓하기전에 건강부터 챙겨야겠다는 생각도 드는건 또 다른 유익함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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