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9 - 용들의 연합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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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무려 11년. 시리즈로 나온 책들중에서 이렇게나 긴 시간뒤에 완간된 책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원작은 벌써 전에 완간이 되었고 번역판이 잘 나오다가 후반부 몇권이 여러가지 사정으로 늦게 출간이 된 탓이다. 초등학생이 대학생이 되기도 하고 어릴때 봤다가 군대갔다온 사람도 있고 총각때 봤는데 결혼해서 자식있기도 한 사연들을 보면 새삼 진짜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은근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같은 출판사에서 같은 번역가가 끝까지 시리즈를 완수했다는것에 위안이 된다. 이런 경우 번역가를 달리해서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좀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사람이 일관되게 우리말로 옮기는게 더 완성도가 높다는 점에서 그점은 그래도 좋게 생각됐다.

 

그나저나 우리 귀염둥이 테메레르. 아 1권이 나올때가 11년전인데 내용이 어찌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1권부터 주요 부분을 다시봤다. 가물하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테메레르가 태어나서 성장하는 모습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사실 동양의 용은 뭔가 신비스럽고 상서로운 존재지만 서양에서 용, 즉 '드래곤'은 부정적인 의미가 많다. 인간에게 해가 되고 심지어 목숨까지도 앗아가는 존재로 많이 표현이 되는데 이 시리즈에서는 그런 드래곤이 주인공이면서 인간에게 종속되면서 아주 순한 존재로 등장한다. 그것부터 기존의 서양 문학에서의 드래곤 모습과 차별화가 되었는데 거기에 더해서 이야기가 실제 역사속에서 진행됨으로써 테메레르의 현실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작용을 한거 같다. 분명 판타지물인데 어느 순간 실제로 있는것처럼 가깝게 느끼게 한 것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많은 용들이 있지만 최고로 마음에 드는건 역시 테메레르다. 주인공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너무 매력적이다. 다른 용들에 비해서 전투력도 강력하지만 일단 머리가 좋다. 천방지축 제멋대로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를 안다. 그리고 나날이 학습능력이 좋아져서 더욱더 내적인 능력이 강화된다. 무엇보다 파트너인 인간 로렌스와의 정이 참 부럽다고 할 정도로 도탑다. 로렌스를 향한 그의 의리와 정이 대단하기에 로렌스도 그 누구보다 테메레르를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다. 그것이 테메레르를 더 가깝게 느끼게 하고 또 책에 더 빠져들게 하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이야기는 나폴레옹 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전 유럽을 삼킬듯 파죽지세로 휘젓고 다니는 나폴레옹에 대항하는 영국의 용으로 테메레르가 설정되어 있다. 나폴레옹을 막지 않으면 영국의 앞날도 어두워지는 그때 테메레르가 영국의 드래곤 부대의 선봉장이 되어서 활약하는 이야기가 이 시리즈다. 그동안은 로렌스와 함께 갖은 고생을 하면서 중국에도 가고 아프리카도 갔던 테메레르. 이제 나폴레옹 전쟁의 막바지에 이르러서 프랑스를 물리치기 위해 연합군을 결성해서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한 여정을 하는 것이 마지막의 대체적인 이야기다.

 

나폴레옹은 어쨌든 대단한 능력자임에는 틀림없다. 프랑스를 단합시켜서 유럽을 거의 통일할뻔한 인물이 아닌가. 그런 나폴레옹이 이 시리즈에서는 능력은 있지만 뭔가 좀 권모술수가 능한 어찌보면 좀 치졸한 느낌마져 들게 묘사가 된다. 영국입장에서는 아마 그보다 더한 악마로 느껴졌으리라. 이번 마지막편에서는 수세에 몰린 나폴레옹이 수년간 계획해온 무시무시한 작전을 개시할려고 한다. 바로  수천개의 용알을 부화시켜서 거대한 용 부대를 결성, 그야말로 하늘을 프랑스용들로 까맣게 물들여서 적들을 격파할려는 것이다. 이것에 대항해서 테메레르와 로렌스가 마지막다운 고생을 하면서 끝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낸다.

 

이야기는 술술 잘 읽힌다. 오랜 시간동안 띄엄띄엄 발간이 되고 연속적으로 책을 읽지 않은 탓에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할까했는데 워낙 이야기의 흡입력이 좋아서 기본적인 줄거리를 알고 있으면 금방 잘 따라가게 된다. 지은이인 나오미 노빅의 글쓰는 재주가 바로 여기에서 발현되는데 이 긴 시리즈를 펼쳐오면서 이야기가 처지지 않으면서도 이야기가 어렵지않게 쉽게 읽히게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그래서 각 시리즈가 제법 책 분량이 있는데도 진도는 잘 나간다. 이야기에 쉽게 잘 빠져들어서 몰입해서 읽기에 그런것이 아니겠는가.

 

이번 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테메레르가 자식이 생겼다는 것이다. 꼬마용이었던 테메레르가 어느새 아버지가 된다니. 그렇다고 해도 늘 우리 귀여운 테메레르겠지만. 그런데 닝이라는 이름의 이 용이 보통내기가 아니다. 자기 아버지가 똑똑하면서 가끔 삐딱선을 타기는 하지만 순진하면서 착한편인데 이 아기용은 아주 영악하다. 천하의 테메레르도 어찌하지 못할 정도로 당찬면이 있다. 이게 우리편이니깐 망정이지 적국이었으면 어이쿠야. 이게 다 테메레르 니가 어렸을때 장난을 많이 친탓이려니 하면서 읽으니 웃음이 나왔다. 닝이 등장하는 장면 모두가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면서 흥미를 더 돋구었다.

 

처음에 6권으로 계획되었던 시리즈가 중간에 9권으로 늘어났다고 할때는 괜히 이야기가 늘어져서 지루한거 아닌가했는데 이제 마지막 9권을 다 읽고 나니 시리즈가 더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이 귀여운 테메레르와 의리있는 로렌스의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단 말인가. 오랜 시간이 걸려서 맞이한 완결판에 회한과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용을 주제로한 문학작품이 많은데 실제의 역사를 주된 배경으로 장난꾸러기면서 다정하면서 매력적인 용이 주인공인 판타지 역사 소설은 드물다. 테메레르뿐만 아니라 공동 주인공인 로렌스, 그리고 다른 용들과 인간들의 캐릭터가 감각적이고 입체적으로 잘 구축이 되어있어서 더 이야기에 빠져들수밖에 없었던거 같다. 그래서 분명히 용이란 존재가 없는걸 알면서 읽었지만 어느새 '아 진짜로 테메레르 어디에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건 이 시리즈가 유일하다. 진짜로 있으면 와...

 

사랑스러운 책. 이 책을 정의한다면 바로 그말이 아닐까. 이 시리즈를 읽은 모든 사람들이 테메레르를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나의 꿈의 용'이라고 느낄꺼 같다. 테메레르야 잘가.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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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스위트 패키지 - 전2권 - 스위트 리커버 한글판 + 영문판
메리 셸리 지음, 이미선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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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중의 하나인 프랑캔슈타인을 좀더 부드럽고 가까운 존재로 느끼게 하는 리버버네요.그림이 산뜻해서 내용도 더 정감있게 받아들일수있을꺼 같아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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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중국의 역사다 1 - 고대부터 위진남북조 시대까지 이것이 중국의 역사다 1
홍이 지음, 정우석 옮김, 김진우 감수 / 애플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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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우리와 뗄려야 뗄수가 없는 나라다. 수천년 우리의 역사속에서 중국은 우리를 침략하기도 하고 때론 도와주기도 하면서 마냥 좋아할수도 마냥 미워할수도 없는 나라로 존재해왔다. 아마 하루도 중국과 관련이 없는 날이 없었을것이다. 국경을 접하고 있는 우리보다 역사가 더 오래된, 그리고 더 큰 땅과 더 많은 인구를 가진 거대한 나라 중국. 공산화가 된 '중공' 시절에 한때 우리가 더 잘 살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 정도로 중국은 거대해졌고 세계 제일의 국가였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진행중이다.

 

문제는 중국의 그런 도약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다. 이미 동북공정이라는 것에서 드러났듯이 중국의 팽창주의는 역사의 왜곡을 낳고 있고 사드 문제에서 보듯 경제적인 면에서도 우리에게 큰 타격을 입힐수 있다. 최근의 미중 경제 전쟁에서는 어떤식으로 우리가 휘말리게 될지 가늠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이렇듯 중국은 그 세력이 약해지지 않는 이상 우리에게는 큰 영향을 끼칠 나라다. 그러나 무엇이든 상대를 잘 알면 대처할 방법도 있을터. 중국을 아는 것은 우리 자신을 아는것만큼 중요하다고 할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히 중국의 역사를 아는것이 아니라 현재 중국의 '마음'을 알수있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 중국 통사는 이 책이 아니라고 해도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서 편찬이 되어왔다. 세세하게 한것도 있고 중요한 지점을 찝어서 편집한것도 있다. 그런데 기존의 책들은 과거에 나온 역사책이랑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닌데 이 책은 그것을 탈피해서 최신 고고학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증거를 분석해서 기존의 역사를 더 확장시키고 더 나아가서 이 시대 중국이 지향하는 역사관을잘 전개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워낙에 중국이란 나라가 역사도 오래되고 관련되는 역사적인 유물 유적도 많은 곳인데 그것을 좀더 당당하게 '잘난 척' 하겠다는 이야기다.

사실 중국이 역사적으로 잘난 척 해도 될만한 나라긴 하지만 이 책은 그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책은 전체가 두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권에서는 고대부터 위진남북조 시대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자신들의 역사에 대해서 당당하고 자신감있는 태도로 긍정적으로 서술하고 있는것이 특징인데 과도하게 찬양하는것은 아니다. 우선 중국의 고대사에 대해서 시작한다. 중국의 고대사는 이른바 문자가 있기 전이라서 그 시절을 기록한 내용에 대해서 중국 사학자들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고고학적인 발견이 잇다르고 그것이 고대 문명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어서 책에서는 이 시대를 실제라는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다.

 

이른바 요순 하상 시대. 역사적으로는 주나라부터 확실하게 중국의 역사라고 여겨졌고 그전의 역사는 사료나 문물이 불분명해서 전설상의 이야기라고 치부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은나라의 유적인 은허가 발견이 되고 여러 고고학적인 발견에 의해서 이 시기도 분명한 역사로 편입이 되기에 이른다. 책에서는 이 삼황오제 시대가 어떤 역사적 의미가 있고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를 잘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하상주 삼대 봉건제 국가 시대가 도래한다. 하와 상나라가 어떻게 건국되고 어떤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그동안 확실하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서 여러 고고학의 성과를 반영해서 각각 독립된 역사적 시기로 설명하고 있다.

이 시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것은 역시 주나라다. 은의 부패한 왕으로부터 새롭게 나라를 창건한 주는 그 뒤에 나오는 춘추 전국시대를 관통해서 마지막 봉건제 국가가 된다. 우리가 아는 춘추 전국시대는 수많은 국가가 명멸하면서 중국 전역에 수많은 유물과 유적을 남기게 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기존의 한족단일국가에서 수백년의 쟁투를 거쳐서 중국 문화에 동화한 여러 민족들이 다 같이 중국인이 되는 시기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것이다. 당시 인종적으로 많이 다른 국가였지만 중국 문화를 받아들여서 중국화함으로써 오늘날의 다민족국가 중국을 이루게 되는 하나의 단초가 된 시대가 바로 이 봉건제 국가 시대다.

 

마지막으로 제국시대를 설명한다. 수백년의 분열된 중국을 통일한것은 진나라였다. 여러 군주들이 하나씩 하나씩 내부적으로 진을 성장시켰고 마지막으로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진시황이 역시 하나씩 남은 국가들을 통합해가기 시작한것이다. 진의 융성에 비해서 다른 국가들은 내부를 결속시키지도 않았고 자신들이 가진 자산을 더 효율적으로 키우지도 못해서 결국 진에 의해 중국은 통일된다. 역사상 최초의 제국 시대가 열린것이다. 그러나 너무 경직된 사회구조와 시황제에 이은 2세황제의 무능으로 반란이 일어나고 결국 진은 곧 무너지고 유방과 항우의 경쟁속에 한나라가 탄생한다. 수백년간 지속된 한의 오늘날 중국인의 정체성을 확립한 시대고 또 국제적으로 중국이란 나라의 존재를 알리게 된 시대였다. 그러나 합쳐지면 떨어지는 날이 오는지 한의 영광도 우리가 잘 아는 삼국지의 그 삼국시대를 거쳐 결국 남북조 시대로 갈라지게 된다.

 

이야기는 재미있다. 중국 역사를 아는 사람에게도 흥미로울 구석이 많다. 전체적으로 중국 역사를 통괄하려는 사람에게는 괜찮은 내용이었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최신 고고학적인 성과를 잘 반영해서 설득력도 있었고 각 시대별 맥락을 잘 잡아주는 내용이었다. 자신들의 역사의 위대성을 그래도 선을 지키면서 서술했지만 중간 중간 일본과의 비교를 통해 일본을 폄하하는 듯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은 꼭 필요했나싶다. 그 비교도 다르게 보면 사실이 아닐수도 있는데. 아마 일본을 대하는 현대 중국의 속마음을 표현했는게 아닌가 싶다.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괜찮았던거 같다.

전체가 2권인 이 책은 중국 5천년사를 지금 시점 즉 시진핑 시대에 읽는다는 기본 설정이 있다. 중국 굴기의 대장정을 시작한 중국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이 책을 읽어야할꺼 같다. 그래서 부정적인 서술이 많이 없고 이른바 중화주의적인 면을 보이는게 사실이다. 그것이 그전부터 이어온 중국인의 기본적인 면이란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해준다. 오늘날 중국인의 근간을 이루는것이 무엇인지 이 중국의 역사를 통해서 느낄수 있을꺼 같아서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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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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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참 독특한 소재의 글을 잘 쓰는거 같다. 전작인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에서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흥미로운 로맨스를 보여주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스타일의 작품이 나왔다. 게으름을 마냥 피우고 싶은 사람이 주인공인 책이다. 제목처럼 게으름뱅이가 어떤 모험을 한다는 말인데 대체 게으름뱅이가 뭔 모험을 한다는 말인지.

 

주인공인 고와다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평일에는 그저 열심히 회사를 다니고 주말에는 기숙사에서 꼼짝도 안한다. 그냥 방에서 왔다갔다 뒹굴뒹굴 거리는게 다인 사람이다. 요즘말로 '방콕족'이라고나 할까. 하긴 집에서 할꺼가 많긴 하다. 영화를 봐도 되고 텔레비젼을 봐도 되고 게임, 책 등등 집에서도 충분히 즐길수 있는것들이 많다. 물론 주인공은 이것을 다 한거 같진 않고 그냥 말그대로 집에서 빈둥거리기만 한거 같지만.

 

또하나의 주인공인 '폼포코 가면' 폼포코는 일본어로 북을 둥둥 두드리는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라고 하는데 너구리가 자기의 둥그런 배를 두드린다고 해서 보통 폼포코 너구리라는 말을 쓴다고 한다. 한마디로 너구리 가면이라고 하면 될꺼 같다. 그런데 이 폼포코 가면은 정체가 누군인지 모른다. 그저 이 가면을 쓰고 정의러운 일을 한다고 해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그가 이제 후계자를 만들려고 한다. 그 대상은 바로 게으름뱅이 고와다. 그저 빈둥거리고 싶은 고와다가 그 제의를 수락할리가 없다. 게으름 피우느라 바쁘다는 걸로 간단히 거절.

 

그러나 우리 의지의 폼포코 가면이 그렇다고 가만있지는 만무할터. 계속해서 고와다를 정의의 사도길로 이끌려고 한다. 그러던중에 폼포코 가면의 정체가 누구인지를 밝히기 위해서 여러사람들이 뒤쫓는다. 대표적인 사람이 우라모토 탐정. 고와다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게으른 탐정인데 늘 대부분 특이한 사건을 맡아서 일을 처리하는 좀 묘한 탐정이다. 이번에도 이 폼포코 가면을 잡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그를 맹렬히 쫓는다.

 

토요일 하루사이에 벌어지는 게으름뱅이의 대모험! 이 아니라 대소동. 쫓고 쫓기는 그 사이에 고와다가 휘말리게 되고 그는 자신의 주말 시간을 게으름이 아닌 이상한 일로 소비하게 된다. 아 내 아까운 시간들. 그는 이 일을 기화로 폼포코 가면이 될수 있을런지 아니면 그대로 여유있는 게으름뱅이가 될수 있을런지.

 

하루하루가 전쟁 같고 주말은 가뭄끝의 비 같이 휴식과 함께 또다른 재충전의 시간이라고 할수있는 사람들에게 게으름뱅이의 생활은 이해가 가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게으름이 왜 나쁜가. 밖에 나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것만이 가치있는건 아니다. 평일 내내 힘들게 일하고 주말에 내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는것이 뭐가 나쁘랴. 평소 주인공 고와다와 비슷하게 주말에 뒹굴거리는 나로서는 그의 일상에 감정이입이 되었다. 나보고 폼포코 가면을 하라고 하면 귀찮으니 꺼지라고 할꺼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작은 모험도 나쁘다는것은 아니다. 아마 고와다도 이런 정도의 노동(?)이라면 겪어봐도 된다고 생각할런지도. 이야기는 작가 특유의 독특하고 환상적인 구조속에서 흥미롭게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 짦은 시간동안 움직이는 공간도 넓지 않다. 돌아다니는 양은 훨씬 많은 지역같지만 실제로는 조금 넓은 동네정도랄까. 책 맨 앞쪽에 관련된 지도가 있는데 한 도시도 아니고 일정한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일임을 알수가 있었다.

 

지은이는 교토라는 일본의 고풍스런 옛도시를 배경으로 쓰는 작품이 많은데 배경이 되는 교토의 옛스러움에 어울리는 묘한 환상적인 이야기를 잘 이끌어내는거 같다. 현실같은데 뭔가 판타지적인면도 있고 특별한 뭔가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있을수 있는 이야기로 참 특이하면서도 맛깔스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거 같다.

 

게으름뱅이 고다와가 말한 맘에 드는 문구가 있다.

“지루함의 바닥까지 느껴져야 진정한 여름휴가지!” 이런 휴가 언제 한번 해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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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스의 검 와타세 경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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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 시리즈와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로 유명한 나카야마 시치리가 새롭게 펴낸 경찰 시리즈가 나왔으니 바로 이 책 와타세 경부 시리즈다. 이 작가도 은근 다작에다가 시리즈로 펴내는게 많은데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이어진다는 면에서 추리소설팬들에게는 좋은 작가다.

이번에 나온 와타세 경부 시리즈의 주인공 와타세는 다른 작품에서도 간혹 나오는 사람이다. 이 와타세가 어떻게 그 악명아닌 악명을 날리면서 범죄 해결의 1등 공로자가 되는가가 이 책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폭우가 내리던 어느 날에 한 사람이 살해된다. 부동산 업을 하는 사람.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속에서 용의자가 검거 되고 그는 여러가지 과정을 거쳐서 결국 범인으로 판결받는다. 그것도 사형. 당시 일본은 사형미집행국이었기 때문에 언제 사형될지 모르는 상태였는데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다가 어느날 자살을 하고 만다. 그렇게 잊혀지는듯한 사건이 다시 나온것은 5년뒤 다른 살인 사건을 수사하다가 뜻밖에 진범을 만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의 수사가 엉터리였고 강압수사에 끼워맞추기식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와타세. 그는 이제 이것을 덮기 원하는 경찰 내부의 압력으로부터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결국 조직을 고발하게 되고 그 조직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지만 정작 그 자신은 살아남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건의 진실. 또 이어지는 반전. 진실은 결코 숨겨질수 없는 일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바로 생각난것은 최근 재심을 통해서 무죄로 판명난 '삼례 나라슈퍼 살인사건'이었다. 나라슈퍼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3명의 청년을 검거해서 대대적인 보도를 했던 사건이었는데 결국 이것이 강압 조작 사건이었고 그 용의자들의 지적능력이 떨어지는것을 이용한 당시 경찰의 허위 사건이었던 것이다. 이것도 나중에 다른곳에서 잡은 범인의 여죄를 캐는 과정에서 진범이 밝혀진 경우다. 이 책에서나 그 사건이나 공통된점은 공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하지 않고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몰아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고 한 부패한 경찰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경찰은 다른 공무원과는 달리 일반 시민에게 엄청난 위압을 합법적으로 가할수 있는 존재다. 나름의 권력을 갖고 있는 건데 이것을 함부로 쓰면 얼마나 큰 일이 일어날수있는가를 여실히 말해주는 것이다. 책에서도 용의자가 범행을 부인하고 딱히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는데도 심증적으로 범인으로 지목해서 그것을 계속 몰고가는것을 보여주고 있다. 윽박지르고 위협을 가하는것은 기본이고 신체적인 폭력도 불사한다. 그리고 최후의 수단으로 증거조작까지. 옛날 우리 경찰이 하던짓과 똑같다. 물론 모든 경찰이 이러지는 않았을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 그 시대에는 행해질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는것만으로 얼마나 어처구니없던 시절이었던가.

 

와타세는 그 사건의 주심 경찰이었다. 비록 증거조작이나 폭력등은 자신의 선배가 주도했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그런것에 눈감고 넘어간것은 그 자체로 공범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여전히 그 사건은 잘 해결된거라고 믿는 이미 은퇴한 그 선배에 비해서 억울한 범인으로 몰려서 결국 자살하고만 그 사람에 대한 씻을수없는 원죄로 괴로워한 와타세가 그로부터 철두철미한 진짜 경찰이 된것은 그나마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사실 그런 경우에 경찰 직위를 유지하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자신의 허물을 스스로 밝혔고 조직의 어두운면을 고발했으니 그렇게 직위가 날아가지 않았을수도 있긴 하다.

 

책은 진실을 밝히는것이 얼마나 어려운일인가도 잘 느끼게 해준다. 이미 끝난거 그냥 넘어가는게 어떤가 대충 좋게좋게 넘어가자 그런말들을 우리는 참 많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조직을 더욱더 썩게 만드는것임을 왜 모를까. 와타세가 진실을 밝히면서 조직 전체가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기지만 결국에 그 모든것을 견디고 만다. 그것이 괴팍하지만 진짜 경찰이 되는 그의 원동력이 되는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참 잘 읽힌다. 작가 특유의 쉬우면서도 물흐르듯 잘 이어지는 이야기체가 평범한듯하면서도 빠져들게 한다. 각 등장인물들도 흥미롭게 잘 묘사되고 있으며 이야기 구조 자체가 튼튼해서 이야기들이 딱딱 맞게 이어진다. 여러 시리즈들을 통해서 작가의 역량을 알고 있긴 했지만 새삼 새롭게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나카야마 시치리. 앞으로의 작품들도 무조건 기대할만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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