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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베첸토 ㅣ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레산드로 바리코 지음, 최정윤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평점 :
노베첸토는 20세기를 뜻하는 이탈리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이름으로 쓰인다. 사람의 이름 즉 대니 부드먼 T.D 레몬 노베첸토. 어떻게 이런 긴 기이한 이름을 갖게 되었냐면 그가 항해하는 배 위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발견자이자 그의 대부라고 할 사람의 이름이 대니 부드먼이었기에 이름이 들어갔고 뭔가 독특한 이름을 갖게 하기 위해 마지막에 노베첸토를 넣었다. 그렇게 그 유명한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노베첸토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 책은 연극과 영화로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전설' 의 원작이다. 사실 연극보다는 영화로 본 사람이 많을것이다. 벌써 20년전에 나온 영화인데 영상과 음악이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특히 명작곡가 엔니오 모리꼬네 작곡의 피아노 연주가 인상적이었는데 이 영화의 원작이 있는건 처음 알았다.
내용은 영화와 거의 일치한다. 부푼꿈을 안고 미국으로 가는 여객선에서 한 아이가 발견된다. 어느 누가 놓고 갔는지 아이가 몇살인지 이름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른다. 배의 선원인 대니 부드먼에게 발견되어 소년으로 자라날때가지 보살핌을 받게 된다. 그 몇년을 배 위에서 살게 된것이다.
그러다가 그의 양부라고 할수있는 대니가 사망하자 선장은 이제 이 아이를 육지의 기관에 맡기기로 한다. 그런데 배가 땅에 도착하자 아이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살아진다. 온 배를 뒤져도 나타나지 않고 이윽고 배가 다시 출항할 시간이 되자 사람들은 그가 바다에 빠진걸로 알고 상심에 빠진다.
그렇게 바다에서 태어난 소년이 바다로 돌아갔다고 믿고 배는 다시 망망대해로 떠나가는데 어느 순간 아이가 발견된다. 그것도 피아노를 치면서. 아이가 도대체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또 언제 피아노를 배웠는지도 당최 알수가 없다.
그러나 그 이후로 그의 삶은 오직 배 위에서만 존재했다. 누구도 그가 살아있음을 알수없었지만 배에서는 그는 유명 피아니스트였다. 그리고 살면서 육지에 발을 내딛지 않고 배 안에서만 살았다. 배가 그의 인생이고 바다가 그의 고향이었는 셈이다. 그에게서 삶이란 무엇이었을까. 배의 선원들은 그의 가족이었고 매번 바뀌는 탑승객으로 세상을 알아간다. 그는 육지로 나아가 세상을 만나는 대신 2000명 만큼의 세상을 접하며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 한다.
지금같이 신원이 확실하게 확인되는 시대라면 어림없겠지만 20세기 초 인구조사도 주민등록증도 없던 그 시절에 배 안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사라지는 경우는 그리 별난일이 아니었다. 신원파악이 전혀 안되어도 모를수었었지만 그래도 그 시절에 배 안에서 발견된 아이가 그렇게 배에서만 살수가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가 그를 관계기관에 신고만 안하면 살수는 있었을것이다. 다만 그렇게 살 사람이 누가있을까. 단조롭고 지겨울수있는 그 삶을 노베첸토는 선택했고 음악을 통해서 그 삶을 채워나갔다.
이 책은 1인극을 위한 모놀로그다. 음악과 독백을 통해 그의 삶의 모습과 내면의 고독, 외로움등을 표현하는데 짧은 분량이지만 강렬한 내용을 담았다. 이 희곡을 기본으로 한 음악극이나 영화를 봤다면 이 원작의 꽉찬 느낌을 더 잘 느낄수 있을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