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알면 못 고치는 위장병은 없다
강신용 지음 / 내몸사랑연구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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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위암 수술 성공률이 세계 최고라고 한다. 그 의미는 그만큼 위장병에 걸리는 사람이 많아서 그 임상이 쌓이고 쌓여서 그만큼 치료률도 좋은 것이다. 여기에서 알듯이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위장병이 많은 나라도 드물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음식 중에서 맵고 짠 음식이 많다. 특히 요즘에는 매운 맛이 유행이라서 더더욱 그런 음식들이 많이 팔리는데 사실 이런 자극적인 음식이 위장에는 안 좋은 것이다. 


그리고 빨리빨리 문화는 밥 먹는 것에도 적용이 되어서 천천히 먹는 것이 아니라 빨리 먹게 되어 있다. 사실 각 직장의 점심 시간이 대부분 1시간인데 실질적으로 밥 먹는 시간은 그중에서 20분 남짓이다. 적은 양의 음식을 먹기에는 적당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리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그러니 빠르게 먹게 되고 그것이 위에 부담이 되어서 결국 위장병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위장병의 가장 큰 적은 스트레스다. 경쟁이 심한 우리나라 사회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스트레스가 많다. 스트레스가 없는 사회는 없겠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경쟁이 심한 편이고 빨리빨리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강박이 있기에 스트레스가 많은데 이것이 또 위장에 안 좋은 것이다. 사실 스트레스는 위장뿐만 아니라 만병의 근원이라고 할 만큼 우리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이런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은 위장병을 달고 살면서 포기해야 하는가? 아니다. 환경을 바꿀 수가 없다면 그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가야 하는 법인데 위장 질환에 대해서 기초부터 잘 알아간다면 위장병을 대부분 막을 수 있다. 이 책은 위장 질환을 막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렵지 않게 잘 설명하고 있다.


사실 위장병의 원인은 쉽게 진단 내리기 힘들다. 위장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의사는 수십가지 원인이 있다고 하니 제대로 처방 내리기가 그만큼 어렵다. 책에서는 다른 곳이 아닌 '소장'을 주목하고 있다. 소장은 위와 대장 사이의 길이 6~7m 에 이르는 소화관으로 소화 운동을 하면서 영양분을 소화 흡수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 소장을 잘 살펴야 이유 없이 아픈 위를 잘 다스릴수 있다고 하는데 일리있는 말이다.


책에서는 위장 질환으로 크게 세가지로 정리하고 있는데 역류성 식도염, 담적, 과민성장증후군을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 저하, 소장내세균과다증식, 위산 과다에 의해서 발생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위산인 것이다. 위산이 적게 나와도 여러가지 속쓰린 증상이 나올 수 있고 많이 나와도 속이 아픈 것이다. 위산분비 저하는 역류성 식도염만 유발하는게 아니라 다른 2차 질환도 이어진다. 우울증, 두통, 만성피로, 생리통등의 증상이 이어지는 것이다. 말 그대로 위장이 아픈데 다른 곳까지 아프게 되는 것이니까 이것을 잘 알아야 한다. 


담적은 위가 뻣뻣하게 굳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것은 위 근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위장 운동이 잘  안되어서 생기는 것이다. 담적은 근육 기능의 이상이나 신경 기능의 이상, 질병의 문제, 영양의 문제, 염증 문제, 담즙분비 저하에 의해서 생길 수 있다. 특히 이 담적 환자의 95%가 소장내세균과다증식을 가지고 있고 일부는 과민성장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과민성장증후군은 설사나 변비, 복통, 가스, 팽만감, 배변 후 잔변감, 구토등의 증상을 보이는데 사실 쉽게 낫는 병은 아니다. 긴장을 하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바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 병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한다. 책에서는 이 과민성장증후군이 어떻게 나타나고 여러가지 요인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책은 전체적으로 위장병을 낫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위장병 자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여러가지 원인들에 의해서 여러가지 증상이 나타나고 전체적으로 어떻게 나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평소 위장병에 잘 걸리는 사람이나 한번 걸리면 잘 낫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읽어보면서 자신의 생활에서 어떤 점이 요인이 되는 것인가를 알 수 있게 한다. 위장병을 낫기 위해서는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자신의 상황을 스스로 잘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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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심장 스토리콜렉터 100
크리스 카터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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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윤리 시간에 처음 배운 성선설과 성악설. 사람은 선천적으로 선하게 태어난다는 주장과 사람은 선천적으로 악하게 태어나기 때문에 끊임없이 반성하고 교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 아기를 보면 천사 같은 느낌이 들어서 늘 성선설을 믿었다. 살아가면서 여러 상황에 따라서 악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지 처음부터 악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에서는 사실 무엇이 맞는지 모르겠다.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연쇄 살인마의 소식을 들으면 성악설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연쇄 살인마까지 갈 것도 없다.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 저런 일을 벌일까 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툭하면 나오는 세상이라서 이제는 성선설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다.


약자를 돕는 선량한 사람들은 보면 그래도 인간은 인간이지 그런 생각이 들다 가도 가끔 나오는 끔찍한 살인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할 말이 없어진다.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 대체 무엇이 그에게 그런 짓을 하게 만들었을까. 분노와 함께 근원적인 의문이 생긴다. 과연 인간은 악한 존재인가.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는 천재적인 머리를 가진 살인마가 나온다. 그의 수법은 보통 사람을 그야말로 농락하면서 자신의 의도대로 이끈다. 그때도 정말 무서울만큼 잔인했었는데 이번에 나온 책은 그냥 인간이 아닌듯하다. 그야말로 나쁜 의미로 '초인류' 다. 보통 인간의 사고를 벗어 낫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강력한 악당에게는 강력한 선인이 있어서 그에 맞서게 된다.


이야기는 어느 시골 마을의 식당에서 시작된다. 트럭을 몰던 운전자가 갑작스러운 심장 발작으로 식당으로 돌진한다. 식당과 정면으로 충돌하진 않았지만 식당 밖의 어느 차량과 크게 부딪힌다. 처음에는 이 사고 차량이 어떤 사연이 있을까 했는데 허를 찔렸다. 피해 차의 트렁크에서 시신의 일부가 발견된 것이다. 그 자리에서 바로 체포된 범인은 FBI에 수감되어서 아무 말도 없다가 한 사람을 지목한다. 바로 LA 경찰청의 '헌터'다. 그가 왜 헌터를 불렀을까. 알고 봤더니 헌터와 대학교 때 아주 친했던 동기 동창이었다. 범인의 이름은 '루시엔'.


대학을 졸업하고 수 년 동안 서로 연락이 안됐던 두 사람은 피의자와 경찰의 반대되는 신분으로 만나게 된다. 반가움은 잠시 루시엔은 이윽고 자신이 연쇄 살인범인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한다. 게임에서 이기면 자신이 죽인 이들의 시체가 묻힌 곳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초반에 그가 알려준 단서에서 여러 명의 시신이 발견이 되면서 이 사건은 단순 살인이 아니라 엄청난 사건임이 밝혀진다. 루시엔은 능수능란하게 자신의 의도대로 이끌어간다. 하지만 그의 상대는 '헌터다'. 두 사람 모두 천재적인 머리를 가졌는데 대학 다닐 때 '범죄 심리학'을 비롯해서 인간 심리와 범죄에 대한 여러 학문을 공부했고 둘이서 토론도 많이 했다. 그러기에 서로가 누구 보다도 아는 사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그런 사이였던 것이 사건 해결에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른다. 


이미 살인은 저질러졌고 범인은 잡혔다. 남은 것은 그의 여죄를 추궁해서 희생자의 시신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루시엔은 헌터와 하나씩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고 한다. 정신적으로 잘 무장된 헌터조차 생각도 못한 루시엔의 행적에 이성이 흔들릴 때가 있을 정도로 루시엔은 악마보다 더한 악행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거대한 음모. 이 모든 것이 그가 계획한 것이라고? 


책은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잡힌 범인과 치열한 심리 싸움을 하는 심리 스릴러다. 막 쫓고 쫓기는 그런 장면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 않은 속도감과 스릴감을 느낄 수 있다. 악인도 천재고 그에 맛서는 경찰도 천재인 만큼 둘의 피튀기는 두뇌 싸움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사건의 실체에 점점 다가 가는 과정이 상당히 속도감 있고 흥미롭게 전개가 된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사건들을 세세히 알려주는데 소름이 끼칠 정도로 끔찍하다.


루시엔은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 사실 많은 범죄자들이 평범하지 않고 안 좋은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도 열심히 살아서 결국 성공에 이른 사람도 많다. 그러기에 안 좋은 환경에서 자란다고 해서 나쁜 길로 간다고 쉽게 판단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환경과 관련 없이 태어나기를 악마의 성격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아마 루시엔은 좋은 환경에서 자랐어도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 것이다. 그랬다면 더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겉으로는 평범하면서 착하게 보였을테니까. 


사실 책에 나온 내용은 픽션이지만 그 바탕에 깔린 내용은 실제의 범죄들에서 기초한다. 그래서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경중의 차이가 있겠지만 이런 연쇄 살인범들의 범죄를 보면 대체 인간은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근원적인 존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책은 재미있다. 추적 스릴러도 재미있지만 심리 스릴러도 아주 재미있을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아마 영화로도 제작이 될 것 같은데 내용이 너무 잔인하고 강렬해서 그대로 나오지는 않고 좀 순화되서 나올 것 같은데 주인공 두 명의 팽팽한 심리전을 어떻게 연출할지가 궁금해진다. 어떤 아주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 보고 '와 악마다 악마!' 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악마도 울고 갈 악행의 끝판왕이다. 읽는 재미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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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를 지켜주는 말 - 1일 1페이지 일상의 쉼표
호다 코트비.제인 로렌치니 지음, 양소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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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좋은 말이 내 마음을 움직히게 하지는 않지만 그중에 하나라도 내 마음을 움직인다면 인생을 사는데 좀 더 힘을 낼수있다는 의미에서 이 책은 하루하루 좋은글들을 읽으면서 마음의 위안을 가지게 하네요. 편하게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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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평전 - 호랑이를 탄 군주
박현모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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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에 대해서 많이 모르는 사람도 '이방원' 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많다. 그동안  많은 문학 작품이나 방송 작품의 주요 인물로 나왔고 그 드라마틱한 일생이 흥미롭게 진행이 되었기에 이름이 잘 알려진 위인에 속한다. 그런데 이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이 더 우세하지 않나 싶다. 그것은 방송 드라마에서 고려말부터 조선초까지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인물로 그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조선이 세워지는 과정에서 악역을 담당했다. 시대의 위인인 정몽주와 정도전의 그의 손에서 죽었고 왕자의 난을 통해서 이복 동생들까지 죽였다. 조선의 건국 과정에서 아마 가장 손에 피를 많이 묻힌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누가 하더라도 해야 할 일이었다. 새로운 왕조를 개창하는데 평화롭게 얻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꼭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개국 군주인 태조는 오히려 소극적이었고 이방원이 적극적으로 나섰기에 조선이 태어날 수 있었다.


태조 이성계와 더불어 창업 군주라고 할 중요한 인물이 태종인데 위에서 말한대로 드라마상의 잔혹한 인물로 그려진 것이 다이다. 이 중요 인물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가 많지가 않다. 어쩌면 그의 아들인 세종의 그늘에 가려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종에 버금가는 인물인 태종을 알아야 이후 조선의 치세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 나온 책은 시의적절 하다고 보겠다.


사실 고려 최후의 충신인 정몽주를 죽인 장본인이 이방원인데 유교적인 사상으로 보면 나쁜놈이긴 하다. 이성계도 정몽주를 죽이는 것을 반대했는데 이방원이 단독으로 결행한 것이다. 정몽주는 고려의 마지막 남은 힘이라고 할 수 있었기에 그의 죽음으로 고려는 끝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몽주를 죽이지 않고 조선을 건국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긴 든다. 민심을 수습하는데 정몽주만한 인물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몽주를 죽임으로써 고려는 망하게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인 가족이었던 이성계 가문에서 과거에 급제한 인물은 의외로 이방원이다. 아버지의 무인 기질을 물려받았던 그가 머리도 쓸 줄 알았던 것이다. 당대의 석학인 정몽주와 정도전 모두에게 사숙을 한 그는 이성계 형제들 중에서 가장 냉정하면서도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랬기에 혼란한 고려말 아버지를 새로운 왕조의 왕으로 옹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왕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했다. 사실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이기도 했으니 그가 왕이 된다고 해도 어쩔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세자는 아직 어린 이복 동생이었던 방석이었다.만일 태조가 가장 맏이를 세자로 삼았더라면 이방원이 왕이 되는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계 형제들이 배제된 것에 분노한 그는 왕자의 난을 일으켜 세자와 함께 그의 후견인인 정도전까지 제거한다. 그리고 2차 왕자의 난을 거쳐서 명실상부한 국왕의 위치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가 '거사'를 일으킬때는 나름의 위기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지 망설이고 있을때 그는 과감하게 상대를 죽임으로써 아예 분란의 씨앗을 자라지 못하게 했다. 그의 방식이 비난을 받을수는 있겠지만 새 왕조 개창이라는 엄청난 상화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도 볼 수가 있다.


드디어 왕의 자리에 오른 태종 이방원. 태종의 능력은 왕이었을때 빛을 발한다. 그는 우선 약간 느슨해진 왕권을 강화한다. 육조직계제를 통해서 권부을 직접 통제하면서 국정을 장악했다. 그리고 왕권을 약화시킬 외척을 제거한다. 태종이 왕위에 오르는데 큰 공을 세운 민씨 형제를 유배보내고 그 세력을 꺾는다. 나중에는 세종의 장인 집안까지 박살을 내버린다. 이로써 왕권에 위협이 되는 세력은 없어졌고 그 바탕위에서 태종과 세종의 치세가 이어질수 있었던 것이다.


태종은 왕권 강화에만 그친것이 아니라 내치도 탄탄하게 운영했다. 양전을 실시하여 전국의 곳간을 튼튼하게 채워놨고 각종 제도를 정비해서 합리적으로 운영되게 했다. 오늘날 조선의 제도라는 것이 이때에 확립된 것이 많다. 그리고 명나라와의 외교문제도 처해진 상황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포착해서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고 우호적으로 이어지게 했다. 세워진지 얼마 안되는 신생 왕조로써 명과의 관계는 큰 문제였는데 이것을 잘 해결한 것이다.


태종의 업적은 많지만 가장 큰 업적은 세자를 바꾼 것이다. 장자승계라는 대원칙은 건국이래 지켜지지 않았는데 태종 자신도 다섯번째 왕자로에서 왕이 된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대에서는 장자 승계를 하고 싶었는데 세자도 능력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갈수록 세자의 치부가 드러나고 여러가지 일들을 저지르는 등 세자의 위치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다른 왕이었다면 그냥 그렇게 왕권을 물려줬을지도 모르지만 태종은 세자를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바로 오늘날의 세종 이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글자는 한글이고 이 한글을 만든 사람은 세종 대왕이다. 태종의 셋째 아들이었던 세종은 원래대로라면 왕위와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세종의 능력을 꿰뚫어보고 조선의 미래를 생각한 태종은 세종에게 보위를 물려준다. 한글이 탄생하게 한 원초적인 기초를 태종이 마련해 준 것이다. 그거 한 가지만으로도 태종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책은 어렵지 않게 태종의 치세를 이야기하고 있다. 드라마에 나온 냉혹한 이방원의 모습이 아닌 다채로운 모습의 태종을 잘 설명하고 있다. 세종 못지 않게 나라를 튼튼하게 하고 여러 업적을 세운 중요한 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종의 엄청난 업적도 태종이 밑바탕을 세밀하면서도 튼튼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만일 세종이 태종이 한 여러가지 기초 작업을 하면서 다른 일을 했다면 오늘날에 알려진 그 많은 업적의 반은 없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별로 티도 안 나고 지루한 기초 작업을 잘 해놨기에 맘 편하게 여러 사업을 벌일 수 있었고 그것이 조선 왕조 500년을 반석에 올려놓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다면 세종의 뒷편에는 태종이 있었고 여러가지 냉정한 면도 있었지만 결국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준 태종 대왕의 진면목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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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타의 딸들 - 사라 처칠, 애나 루스벨트, 캐슬린 해리먼의 이야기
캐서린 그레이스 카츠 지음, 허승철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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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한 사람의 눈으로만 읽으면 사실이 왜곡 될 수가 있다. 한쪽 방향이 아닌 여러 방향에서 봐야 좀 더 사실에 가깝게 알 수가 있다. 입체적으로 봐야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나온 책은 얄타 회담을 좀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회담의 공식적인 주인공들이 아닌 그 주인공들의 딸들이 보는 얄타의 모습이 잘 그려지고 있다. 이들은 공식적인 사절단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주된 지도자들의 가까운 혈육이기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까지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다.


얄타 회담은 2차 세계 대전의 막바지인 1945년 2월 4일부터 11일까지 8일동안 전후 세계 질서를 논의 한 중요한 회담이다. 미국 영국 소련의 각각 수뇌부가 다 모인 이 회담은 여러 나라들의 전후 문제를 정했는데 우리에게는 분단이 불씨를 안게 한 회담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결정된 신탁 통치안이 좌와 우를 극렬하게 갈라놓았고 그것은 훗날 분단의 단초가 되었다. 


사실 얄타 회담에서 당시 조선의 위치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우선 순위에 들만큼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우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기에 그냥 하나의 방법으로 신탁 통치안을 제안한 수준밖에 안되었다. 지금에서야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그리 받아들이지 못할 것은 아닌데 당시에는 일제의 침략을 수십년 받은 그때 또 다른 침략을 받는걸로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신탁 찬반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던 당시 우익 세력의 선동이 컸긴 했지만 남들에게 지배받는 것을 더 하고 싶지 않았던 국민들의 열망이 컸기도 하다.


우리의 염원과는 달리 조선의 독립은 얄타의 주요 의제가 아니었고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태평양 지역에서 일본과의 전쟁에 소련의 참전을 바라는 미국의 입장이었다. 유럽과 아시아 두 곳에서 동시 전쟁을 치르던 미국은 적지 않은 희생이 나던 일본전에 소련이 참전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면 소련과의 협력이 필수라고 여기고 있어서 소련의 요구 사항을 될수 있으면 들어주면서 소련을 대일전에 참전시킨다. 하지만 당시 영국 수상 처칠은 소련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고 소련 주재 미국 대사 해리먼은 소련의 본모습을 끊임없이 경고를 했다.


당시의 주역인 미국 루스벨트, 영국 처칠, 소련 스탈린의 이야기는 여러 책과 매체를 통해서 알려져 있어서 얄타 회담 자체가 비밀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회담의 밑바탕에 어떤 기류가 르흐고 있었고 회담장 분위기가 어떠했는지 전체적으로 조망 할 수 있는 것은 아무나 할 수가 없다. 이것을 한 것이 루스벨트와 처질 그리고 해리먼의 딸들인 것이다. 공식적인 회담 이외에서 이들이 보고 겪은 것은 훗날 여러 방법으로 공개되어 역사적 사실을 더 풍성하게 하고 있다.


이들은 회담장 안팎의 분위기를 빠짐없이 전하고 있고 회담의 실제 내용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잘 전달하고 있다. 결과만 아는 우리로써는 그 복잡한 과정을 알게 될 기회가 된 것이다. 회담은 요즘 유명한 소련 크림 반도의 얄타에서 열렸는데 이곳은 러시아 황실의 별장 같은 곳이었다. 스탈린은 최대한 자신의 영토에서 열기를 바랐고 그 고집에 미국과 영국은 동의하고 말았다. 소련 주재 미국 대사였던 해리먼은 이 역사적인 회담을 위해서 큰 노력을 해야 했는데 그의 딸인 캐슬린이 그 준비를 하는데 온 힘을 쏟게 된다. 해리먼에게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 그의 딸이었고 캐슬린은 회담 준비에 철저하게 임한다.


한편 미국 루스벨트는 그 때쯤 죽어가고 있었다. 안 그래도 전쟁 때문에 격무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얄타까지 오는데 또 힘을 소비하고 있었다. 그의 부족한 체력을 보충하고 그것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한 것이 그의 딸 애나였다. 사실 루스벨트는 이미 뇌경색이 왔었고 그 이후라서 얼굴이 편하게 보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애나에게 부친의 건강에 대해서 염려했고 애나는 별 일 없다고 답했다. 국가 최고 지도자의 건강은 그때나 지금이나 1급 비밀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애나는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책은 이 세 명의 딸들을 통해서 당시 얄타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여러 논쟁과 겨루기, 그리고 분위기등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이 어떤 목적이 있어서 임무를 부여받고 갔던 것이 아니기에 그때의 일을 적은 내용이 더 객관적이고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겉으로 나왔던 여러 회담 결과들이 속으로는 큰 암투가 자리잡고 있었고 이런 여러가지 사정들이 모여서 하나의 결과가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책은 어떻게 보면 그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논문처럼 딱딱한 것이 아닌 관찰자의 입장에서 쓰고 있어서 술술 잘 읽힌다. 얄타 회담의 주 동선에서 약간 비껴서 봄으로써 현장감이 더 잘 느껴져서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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