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 평전 - 호랑이를 탄 군주
박현모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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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에 대해서 많이 모르는 사람도 '이방원' 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많다. 그동안  많은 문학 작품이나 방송 작품의 주요 인물로 나왔고 그 드라마틱한 일생이 흥미롭게 진행이 되었기에 이름이 잘 알려진 위인에 속한다. 그런데 이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이 더 우세하지 않나 싶다. 그것은 방송 드라마에서 고려말부터 조선초까지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인물로 그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조선이 세워지는 과정에서 악역을 담당했다. 시대의 위인인 정몽주와 정도전의 그의 손에서 죽었고 왕자의 난을 통해서 이복 동생들까지 죽였다. 조선의 건국 과정에서 아마 가장 손에 피를 많이 묻힌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누가 하더라도 해야 할 일이었다. 새로운 왕조를 개창하는데 평화롭게 얻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꼭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개국 군주인 태조는 오히려 소극적이었고 이방원이 적극적으로 나섰기에 조선이 태어날 수 있었다.


태조 이성계와 더불어 창업 군주라고 할 중요한 인물이 태종인데 위에서 말한대로 드라마상의 잔혹한 인물로 그려진 것이 다이다. 이 중요 인물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가 많지가 않다. 어쩌면 그의 아들인 세종의 그늘에 가려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종에 버금가는 인물인 태종을 알아야 이후 조선의 치세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 나온 책은 시의적절 하다고 보겠다.


사실 고려 최후의 충신인 정몽주를 죽인 장본인이 이방원인데 유교적인 사상으로 보면 나쁜놈이긴 하다. 이성계도 정몽주를 죽이는 것을 반대했는데 이방원이 단독으로 결행한 것이다. 정몽주는 고려의 마지막 남은 힘이라고 할 수 있었기에 그의 죽음으로 고려는 끝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몽주를 죽이지 않고 조선을 건국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긴 든다. 민심을 수습하는데 정몽주만한 인물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몽주를 죽임으로써 고려는 망하게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인 가족이었던 이성계 가문에서 과거에 급제한 인물은 의외로 이방원이다. 아버지의 무인 기질을 물려받았던 그가 머리도 쓸 줄 알았던 것이다. 당대의 석학인 정몽주와 정도전 모두에게 사숙을 한 그는 이성계 형제들 중에서 가장 냉정하면서도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랬기에 혼란한 고려말 아버지를 새로운 왕조의 왕으로 옹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왕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했다. 사실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이기도 했으니 그가 왕이 된다고 해도 어쩔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세자는 아직 어린 이복 동생이었던 방석이었다.만일 태조가 가장 맏이를 세자로 삼았더라면 이방원이 왕이 되는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계 형제들이 배제된 것에 분노한 그는 왕자의 난을 일으켜 세자와 함께 그의 후견인인 정도전까지 제거한다. 그리고 2차 왕자의 난을 거쳐서 명실상부한 국왕의 위치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가 '거사'를 일으킬때는 나름의 위기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지 망설이고 있을때 그는 과감하게 상대를 죽임으로써 아예 분란의 씨앗을 자라지 못하게 했다. 그의 방식이 비난을 받을수는 있겠지만 새 왕조 개창이라는 엄청난 상화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도 볼 수가 있다.


드디어 왕의 자리에 오른 태종 이방원. 태종의 능력은 왕이었을때 빛을 발한다. 그는 우선 약간 느슨해진 왕권을 강화한다. 육조직계제를 통해서 권부을 직접 통제하면서 국정을 장악했다. 그리고 왕권을 약화시킬 외척을 제거한다. 태종이 왕위에 오르는데 큰 공을 세운 민씨 형제를 유배보내고 그 세력을 꺾는다. 나중에는 세종의 장인 집안까지 박살을 내버린다. 이로써 왕권에 위협이 되는 세력은 없어졌고 그 바탕위에서 태종과 세종의 치세가 이어질수 있었던 것이다.


태종은 왕권 강화에만 그친것이 아니라 내치도 탄탄하게 운영했다. 양전을 실시하여 전국의 곳간을 튼튼하게 채워놨고 각종 제도를 정비해서 합리적으로 운영되게 했다. 오늘날 조선의 제도라는 것이 이때에 확립된 것이 많다. 그리고 명나라와의 외교문제도 처해진 상황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포착해서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고 우호적으로 이어지게 했다. 세워진지 얼마 안되는 신생 왕조로써 명과의 관계는 큰 문제였는데 이것을 잘 해결한 것이다.


태종의 업적은 많지만 가장 큰 업적은 세자를 바꾼 것이다. 장자승계라는 대원칙은 건국이래 지켜지지 않았는데 태종 자신도 다섯번째 왕자로에서 왕이 된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대에서는 장자 승계를 하고 싶었는데 세자도 능력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갈수록 세자의 치부가 드러나고 여러가지 일들을 저지르는 등 세자의 위치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다른 왕이었다면 그냥 그렇게 왕권을 물려줬을지도 모르지만 태종은 세자를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바로 오늘날의 세종 이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글자는 한글이고 이 한글을 만든 사람은 세종 대왕이다. 태종의 셋째 아들이었던 세종은 원래대로라면 왕위와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세종의 능력을 꿰뚫어보고 조선의 미래를 생각한 태종은 세종에게 보위를 물려준다. 한글이 탄생하게 한 원초적인 기초를 태종이 마련해 준 것이다. 그거 한 가지만으로도 태종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책은 어렵지 않게 태종의 치세를 이야기하고 있다. 드라마에 나온 냉혹한 이방원의 모습이 아닌 다채로운 모습의 태종을 잘 설명하고 있다. 세종 못지 않게 나라를 튼튼하게 하고 여러 업적을 세운 중요한 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종의 엄청난 업적도 태종이 밑바탕을 세밀하면서도 튼튼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만일 세종이 태종이 한 여러가지 기초 작업을 하면서 다른 일을 했다면 오늘날에 알려진 그 많은 업적의 반은 없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별로 티도 안 나고 지루한 기초 작업을 잘 해놨기에 맘 편하게 여러 사업을 벌일 수 있었고 그것이 조선 왕조 500년을 반석에 올려놓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다면 세종의 뒷편에는 태종이 있었고 여러가지 냉정한 면도 있었지만 결국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준 태종 대왕의 진면목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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