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타의 딸들 - 사라 처칠, 애나 루스벨트, 캐슬린 해리먼의 이야기
캐서린 그레이스 카츠 지음, 허승철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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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한 사람의 눈으로만 읽으면 사실이 왜곡 될 수가 있다. 한쪽 방향이 아닌 여러 방향에서 봐야 좀 더 사실에 가깝게 알 수가 있다. 입체적으로 봐야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나온 책은 얄타 회담을 좀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회담의 공식적인 주인공들이 아닌 그 주인공들의 딸들이 보는 얄타의 모습이 잘 그려지고 있다. 이들은 공식적인 사절단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주된 지도자들의 가까운 혈육이기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까지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다.


얄타 회담은 2차 세계 대전의 막바지인 1945년 2월 4일부터 11일까지 8일동안 전후 세계 질서를 논의 한 중요한 회담이다. 미국 영국 소련의 각각 수뇌부가 다 모인 이 회담은 여러 나라들의 전후 문제를 정했는데 우리에게는 분단이 불씨를 안게 한 회담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결정된 신탁 통치안이 좌와 우를 극렬하게 갈라놓았고 그것은 훗날 분단의 단초가 되었다. 


사실 얄타 회담에서 당시 조선의 위치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우선 순위에 들만큼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우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기에 그냥 하나의 방법으로 신탁 통치안을 제안한 수준밖에 안되었다. 지금에서야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그리 받아들이지 못할 것은 아닌데 당시에는 일제의 침략을 수십년 받은 그때 또 다른 침략을 받는걸로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신탁 찬반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던 당시 우익 세력의 선동이 컸긴 했지만 남들에게 지배받는 것을 더 하고 싶지 않았던 국민들의 열망이 컸기도 하다.


우리의 염원과는 달리 조선의 독립은 얄타의 주요 의제가 아니었고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태평양 지역에서 일본과의 전쟁에 소련의 참전을 바라는 미국의 입장이었다. 유럽과 아시아 두 곳에서 동시 전쟁을 치르던 미국은 적지 않은 희생이 나던 일본전에 소련이 참전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면 소련과의 협력이 필수라고 여기고 있어서 소련의 요구 사항을 될수 있으면 들어주면서 소련을 대일전에 참전시킨다. 하지만 당시 영국 수상 처칠은 소련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고 소련 주재 미국 대사 해리먼은 소련의 본모습을 끊임없이 경고를 했다.


당시의 주역인 미국 루스벨트, 영국 처칠, 소련 스탈린의 이야기는 여러 책과 매체를 통해서 알려져 있어서 얄타 회담 자체가 비밀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회담의 밑바탕에 어떤 기류가 르흐고 있었고 회담장 분위기가 어떠했는지 전체적으로 조망 할 수 있는 것은 아무나 할 수가 없다. 이것을 한 것이 루스벨트와 처질 그리고 해리먼의 딸들인 것이다. 공식적인 회담 이외에서 이들이 보고 겪은 것은 훗날 여러 방법으로 공개되어 역사적 사실을 더 풍성하게 하고 있다.


이들은 회담장 안팎의 분위기를 빠짐없이 전하고 있고 회담의 실제 내용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잘 전달하고 있다. 결과만 아는 우리로써는 그 복잡한 과정을 알게 될 기회가 된 것이다. 회담은 요즘 유명한 소련 크림 반도의 얄타에서 열렸는데 이곳은 러시아 황실의 별장 같은 곳이었다. 스탈린은 최대한 자신의 영토에서 열기를 바랐고 그 고집에 미국과 영국은 동의하고 말았다. 소련 주재 미국 대사였던 해리먼은 이 역사적인 회담을 위해서 큰 노력을 해야 했는데 그의 딸인 캐슬린이 그 준비를 하는데 온 힘을 쏟게 된다. 해리먼에게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 그의 딸이었고 캐슬린은 회담 준비에 철저하게 임한다.


한편 미국 루스벨트는 그 때쯤 죽어가고 있었다. 안 그래도 전쟁 때문에 격무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얄타까지 오는데 또 힘을 소비하고 있었다. 그의 부족한 체력을 보충하고 그것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한 것이 그의 딸 애나였다. 사실 루스벨트는 이미 뇌경색이 왔었고 그 이후라서 얼굴이 편하게 보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애나에게 부친의 건강에 대해서 염려했고 애나는 별 일 없다고 답했다. 국가 최고 지도자의 건강은 그때나 지금이나 1급 비밀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애나는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책은 이 세 명의 딸들을 통해서 당시 얄타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여러 논쟁과 겨루기, 그리고 분위기등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이 어떤 목적이 있어서 임무를 부여받고 갔던 것이 아니기에 그때의 일을 적은 내용이 더 객관적이고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겉으로 나왔던 여러 회담 결과들이 속으로는 큰 암투가 자리잡고 있었고 이런 여러가지 사정들이 모여서 하나의 결과가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책은 어떻게 보면 그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논문처럼 딱딱한 것이 아닌 관찰자의 입장에서 쓰고 있어서 술술 잘 읽힌다. 얄타 회담의 주 동선에서 약간 비껴서 봄으로써 현장감이 더 잘 느껴져서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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