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심장 스토리콜렉터 100
크리스 카터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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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윤리 시간에 처음 배운 성선설과 성악설. 사람은 선천적으로 선하게 태어난다는 주장과 사람은 선천적으로 악하게 태어나기 때문에 끊임없이 반성하고 교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 아기를 보면 천사 같은 느낌이 들어서 늘 성선설을 믿었다. 살아가면서 여러 상황에 따라서 악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지 처음부터 악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에서는 사실 무엇이 맞는지 모르겠다.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연쇄 살인마의 소식을 들으면 성악설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연쇄 살인마까지 갈 것도 없다.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 저런 일을 벌일까 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툭하면 나오는 세상이라서 이제는 성선설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다.


약자를 돕는 선량한 사람들은 보면 그래도 인간은 인간이지 그런 생각이 들다 가도 가끔 나오는 끔찍한 살인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할 말이 없어진다.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 대체 무엇이 그에게 그런 짓을 하게 만들었을까. 분노와 함께 근원적인 의문이 생긴다. 과연 인간은 악한 존재인가.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는 천재적인 머리를 가진 살인마가 나온다. 그의 수법은 보통 사람을 그야말로 농락하면서 자신의 의도대로 이끈다. 그때도 정말 무서울만큼 잔인했었는데 이번에 나온 책은 그냥 인간이 아닌듯하다. 그야말로 나쁜 의미로 '초인류' 다. 보통 인간의 사고를 벗어 낫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강력한 악당에게는 강력한 선인이 있어서 그에 맞서게 된다.


이야기는 어느 시골 마을의 식당에서 시작된다. 트럭을 몰던 운전자가 갑작스러운 심장 발작으로 식당으로 돌진한다. 식당과 정면으로 충돌하진 않았지만 식당 밖의 어느 차량과 크게 부딪힌다. 처음에는 이 사고 차량이 어떤 사연이 있을까 했는데 허를 찔렸다. 피해 차의 트렁크에서 시신의 일부가 발견된 것이다. 그 자리에서 바로 체포된 범인은 FBI에 수감되어서 아무 말도 없다가 한 사람을 지목한다. 바로 LA 경찰청의 '헌터'다. 그가 왜 헌터를 불렀을까. 알고 봤더니 헌터와 대학교 때 아주 친했던 동기 동창이었다. 범인의 이름은 '루시엔'.


대학을 졸업하고 수 년 동안 서로 연락이 안됐던 두 사람은 피의자와 경찰의 반대되는 신분으로 만나게 된다. 반가움은 잠시 루시엔은 이윽고 자신이 연쇄 살인범인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한다. 게임에서 이기면 자신이 죽인 이들의 시체가 묻힌 곳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초반에 그가 알려준 단서에서 여러 명의 시신이 발견이 되면서 이 사건은 단순 살인이 아니라 엄청난 사건임이 밝혀진다. 루시엔은 능수능란하게 자신의 의도대로 이끌어간다. 하지만 그의 상대는 '헌터다'. 두 사람 모두 천재적인 머리를 가졌는데 대학 다닐 때 '범죄 심리학'을 비롯해서 인간 심리와 범죄에 대한 여러 학문을 공부했고 둘이서 토론도 많이 했다. 그러기에 서로가 누구 보다도 아는 사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그런 사이였던 것이 사건 해결에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른다. 


이미 살인은 저질러졌고 범인은 잡혔다. 남은 것은 그의 여죄를 추궁해서 희생자의 시신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루시엔은 헌터와 하나씩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고 한다. 정신적으로 잘 무장된 헌터조차 생각도 못한 루시엔의 행적에 이성이 흔들릴 때가 있을 정도로 루시엔은 악마보다 더한 악행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거대한 음모. 이 모든 것이 그가 계획한 것이라고? 


책은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잡힌 범인과 치열한 심리 싸움을 하는 심리 스릴러다. 막 쫓고 쫓기는 그런 장면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 않은 속도감과 스릴감을 느낄 수 있다. 악인도 천재고 그에 맛서는 경찰도 천재인 만큼 둘의 피튀기는 두뇌 싸움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사건의 실체에 점점 다가 가는 과정이 상당히 속도감 있고 흥미롭게 전개가 된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사건들을 세세히 알려주는데 소름이 끼칠 정도로 끔찍하다.


루시엔은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 사실 많은 범죄자들이 평범하지 않고 안 좋은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도 열심히 살아서 결국 성공에 이른 사람도 많다. 그러기에 안 좋은 환경에서 자란다고 해서 나쁜 길로 간다고 쉽게 판단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환경과 관련 없이 태어나기를 악마의 성격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아마 루시엔은 좋은 환경에서 자랐어도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 것이다. 그랬다면 더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겉으로는 평범하면서 착하게 보였을테니까. 


사실 책에 나온 내용은 픽션이지만 그 바탕에 깔린 내용은 실제의 범죄들에서 기초한다. 그래서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경중의 차이가 있겠지만 이런 연쇄 살인범들의 범죄를 보면 대체 인간은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근원적인 존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책은 재미있다. 추적 스릴러도 재미있지만 심리 스릴러도 아주 재미있을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아마 영화로도 제작이 될 것 같은데 내용이 너무 잔인하고 강렬해서 그대로 나오지는 않고 좀 순화되서 나올 것 같은데 주인공 두 명의 팽팽한 심리전을 어떻게 연출할지가 궁금해진다. 어떤 아주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 보고 '와 악마다 악마!' 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악마도 울고 갈 악행의 끝판왕이다. 읽는 재미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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