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굿바이
이시다 이라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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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시라 이라. 이 일본작가를 주목하게 된것은 '이케부쿠로 웨스트게이트 파크'라는 추리소설을 읽고서였다.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이책을 읽으면서 아 이사람 글쓰는 재능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추리작가로써 명성을 얻을줄 알았던 이 작가가 확 다른 스타일의 소설들도 쓰고 있는게 아닌가. 알고봤더니 추리소설만 쓰는게 아니라 기업소설, 청춘소설, 연애소설, 가족 소설등도 쓰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하나 하나의 작품들이 묘한 재미를 주고 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이 책 '슬로 굿바이'는 청춘들의 사랑이야기를 모은 단편집이다. 그런데 이 짧은 이야기들의 내공, 장난아니다.
띠지에 있는 광고 문구처럼 '이야기의 귀재'라고 할만하다. 어떻게 보면 사랑이야기는 진부하다. 인간이 있는 한 끝까지 이어질 이야기고 새삼스러울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단순하고 진부한 사랑이야기를 이시라 이라는 참 맛깔스럽게 잘 포장해서 만들어냈다. 사랑이란게 참으로 다양한 빛깔을 띄는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제목은 슬로 굿바이. 뭐 천천히 이별한다는 그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지만 10편의 이야기들이 다 이별이야기는 아니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도 있고 이별을 하는 이야기도 있고 이별을 했다가 다시 이루어지는 것도 있고 사랑을 확인하는 이야기도 있고 여러가지 형태의 사랑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이 아주 특별난건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있을수 있는 이야기들인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을 지은이는 참 천연덕스럽게 잘 이야기하고 있다. 마음에 참 잘 와닿아서 얄밉게 글을 쓴다고 할 정도다.

첫 이야기인 '울지 않아'는 이별을 한 어떤 여성이 진정으로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얻는다는 이야기이다. 편하게 알던 친구인데 이별을 하고 나중에 봤더니 괜찮은 사람이더라 이런 이야기는 그리 새로울꺼도 없고 주위에서 제법 봤을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시라는 그 과정을 참 깔끔하면서도 담백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울지 않던 사람이 결국 울음으로써 마음을 정리하게 되는 장면이 참 인상깊었다.

'15분'은 참으로 도발적인 이야기다. 그리 친하지 않은 남녀가 어느 순간 섹스를 하게 되고 불꽃같은 사랑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여름의 한 기간을 참으로 강렬하게 그려내었다. 요즘말로 '쿨'하게 헤어지게 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참으로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될것이다. 어떻게 보면 야한 소설인데 그것이 묘하게도 귀엽게 느껴지게 잘 그렸다.

오래된 연인의 이야기를 그린 '꿈의 파수꾼'은 믿음이란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다. 여자친구가 몇번의 고배끝에 인기작가로 발돋음하게 되는 순간 혹시나 자신을 버리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는 남자.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고 멋지게 청혼을 받아들이는 여자. 뒷바라지 열심히 했는데 사법고시 합격하고 다른 여자에게 가버린 남자이야기 같은 소설인지 현실인지 구분안가는 것들을 많이 들어서인지 이런 소설을 보니 더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거 같았다. 사랑은 곧 믿음일것이다.
그 믿음이 깊지 않으면 결국 사랑도 한때의 불장난이 되고 마는것이 아니겠는가.

이 책의 제목인 '슬로 굿바이'라는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이별이야기이다. 그런데 좀 독특한게 그냥 이별이 아니라 이별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전에 그들이 연애를 했던 장소를 다시 가보면서 이별여행을 하는건데 두사람이 헤어지게 되는것이 서로가 원해서라기보다 남자의 무성의로 인해서 여자가 떠나주는 상황이랄까.
얼마든지 남자가 좋게 잘 해서 헤어지지 않을수 있었는데 그렇게 헤어지게 된것이 좀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의 사랑이 없어진건 아닌것 같았다. 사랑하므로 헤어진다랄까. 아무튼 그런 사랑도 있을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제일 맘에 들었던 단편은 '진주 컵'이었다. 돈을 주고 몸을 사고 몸을 파는 관계에 있던 어떤 두 남녀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면서 결국 서로에게 마음을 주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인데 비현실적이 아니냐고 할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남자가 여자에게, 여자가 남자에게 마음을 쓰는 것들이 참 기분이 좋게 했다.
비현실적이라도 실제로 일어났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고. 내가 과연 저 남자의 처지라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과연 그 남자처럼 마음 넓게 사랑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밖에 다른 단편들도 흔한 소재지만 독특하게 잘 가공을 해서 세련되고 달콤한 사랑이야기를 보여주었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것이 일본이라서 우리와는 정서상 좀 어색하게 여겨질만한 대목도 있긴 했다. 성의식면에서 우리나라와 일본과는 또 다른게 사실일것이다. 대놓고 섹스 이야기를 다룬 '15분'뿐만 아니라 다른 이야기들에서도 많이 표현이 되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야한듯하면서도 적나라한것같은 이야기이지만 그리 외설적으로 느껴지지 않은것은 그 속에 흐르는 '진정성'과 '따뜻함' 때문이었다. 참으로 따뜻한 사랑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외적으로 표현되어지는 것들보다 그 내면의 마음이 편하게 전해져서 우리와는 낯선 나라의 사랑이야기라도 해도 재미있고 기분 좋게 읽을수있었다. 역시 사랑이란건 나라가 달라도 보편적인 어떤것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솔로들은 옆구리시릴 계절이라서 이런 이야기 읽기 싫을지도 모르겠다. 뭐 사실 좀 그런면이 있는건 사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따뜻한'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에 옆구리를 더 시리게 하진 않을것이다. 오히려 마음을 데우면서 흐뭇한 느낌을 들게 할것이다. 물론 커플들은 읽으면 더 좋고.
이야기꾼인 이시라 이라의 솜씨가 잘 발휘된 이책은 오랫만에 보는 따뜻한 연애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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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사고치다
공성수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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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해동안 수능시험에서 수능의 변별력논란이 있어왔지만 중요성이 떨어지지 않은 전형요소가 있다면 바로 논술이다.객관식문제를 주로 푸는 수능시험과는 달리 학생의 사고력과 추리력 논리력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게 논술인데 사실 논술이란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수능에 투자하고 그담에 내신을 신경쓰기 때문에 논술공부를 따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게다가 논술이란것이 암기과목 공부하듯 짧은 시간에 뚝딱하고 해치울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평소때 꾸준히 관리해놓지 않으면 결코 좋은 성적을 얻을수 없는것이 이 논술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그 사실을 간과하고 수능끝나자말자 고액논술과외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래봐야 무슨 소용이 있으랴. 짧은 시간에 할수있는것이라곤 또다시 암기식 글쓰기일뿐이다.그리고 그런 특정 패턴의 글을 암기해서 쓴 논술은 입시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다는 사실도 다들 알것이다.

하지만 이 논술이란걸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할것인가라는 문제에 봉착한다. 수능시험의 많은 과목들처럼 정해진 교과서가 있는것도 아니고 뜬구름잡는 식의 가이드들만 난무하고 있으니 무엇을 보고 공부를 해야할것인가.
그래서 수많은 논술 관련 책들이 나오고 있다. 논술 시험을 처음 도입되던 해에 비해서 좋은 논술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긴 하다. 그러나 너무 부담되는 내용을 담은 책들도 많고 논술이란 것 자체를 어렵게 생각하게해서 결과적으로 쉽게 포기하게 하는 책들도 많다.
적절한 수준에서 논술이란것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해주고 논술에 대한 접근을 쉽게 이끌어주는 책이 필요할것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논술,사고치다'라는 책은 그런면에서 논술이라는 바다에서 길잡이가 될만한 책인거 같다.논술이란것이 무엇인가에서 부터 차근히 설명하고 있고 어려운 논술을 조금이나마 접근하기 쉽게 잘 이끌어가고 있다.
전체가 4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실전은 2,3,4 파트에서 다루어진다. 하지만 1장을 읽어보는게 더 좋을것이다. 논술이란것이 어떤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논술공부의 본질을 알고 덤비더라도 덤벼야하지 않겠나.
지은이는 거기에서 현재의 논술 교육의 난맥상을 이야기하고 있고 수능후의 논술 과외라는게 별 소용이 없다는것등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수긍하지 않을수 없는 내용이었다. 지은이도 적어놨듯이 학부모가 보면 좋은 내용이었다. 논술 공부라는것이 어떤것인지 미리 알고 일찍 대처한다면 고3이 되어서도 허둥거리지 않을것이다.

2장부터는 본격적인 논술이야기가 시작된다. 논술 공부의 기본 방향이나 여러가지 갖추어야 할 것들을 10가지 계명으로 정리해서 소개하고 있다.
책상위를 점검하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등의 기본적인 이야기와 함께 논술과 내신과 수능은 함께 간다는 어쩌면 쉽고도 어려운 명제를 이야기 하고 있는데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고1때부터 논술 준비를 해도 늦다라는 명제는 뒤에 이은 이야기와는 좀 동떨어진 제목같다.
솔직히 고1때부터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절대로 늦지도 않거니와 그 뒤에 나오는 내용도 체계적이고 꾸준한 공부를 하라는 말이지 고1때 해도 늦는다는 좌절스런 이야기는 없다. 그것외에는 대체로 논술에 대해서 그리 어렵지 않게 접근하게 하는 이야기들로 되어있다.

3장은 말그대로 실전코스다. 글을 써가는 기본적인 형식을 실제의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구상하기, 개요 만들기, 단락 만들기, 제시문 분석하기등으로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는데 이런 뼈대로 글쓰기 연습을 한다면 나름의 성과가 있을꺼 같았다. 특히 다른 사람의 잘못된 글을 제시하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려주는데 비슷한 실수를 저지를수 있는 입장에서 도움이 될것이다. 그밖에 글씨는 어떻게 해야하고 퇴고는 어떻게 해야하는등 세세한 부분까지 잘 알려주고 있다.

4장은 실제 논술 시험에 나올만한 책들을 요약해놓고 같이 생각해보는 순서로 진행된다. 소개되는 책들이 어른들이 읽기에도 좀 어려운 책들이 있긴 한데 실제로 논술 시험에 그런 책들의 지문이 나오니 어쩔수 없이 봐야할꺼 같다. 그래도 좀 쉬운 지문으로 나올테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수능치고 후다닥 하기보단 전부터 시간을 내서 꾸준히 한다면 좀 어려운 지문도 그리 어렵지 않게 소화해낼것이다.

사실 이 책 한권으로 논술이 정리되지는 않을것이다. 다른 많은 논술 관련 책도 읽어야하고 책도 많이 읽어야한다. 하지만 논술이란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공부해야하는것인가에 대해서 기본적인 개념을 잘 숙지하고 공부를 한다면 훨씬 수월하게 학습에 임할수있다.
이 책은 논술 쪽집게 과외책도 아니고 공부 시간이 없을때 벼락치기로 볼수있는 책도 아니다. 책에서 언급된 것들을 따라할려면 좀더 시간을 가지고 꾸준히 해야할것이지만 적어도 논술에 대해 큰 어려움이 없이 다가갈수 있게 해준다.

책은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다. 오자탈자도 거의 없고 너무 요란하지 않은 색으로 편집한것은 좋게 보인다. 논술 공부로 들어가는 많은 학생들에게 이 책은 괜찮은 길잡이로써 좋은 도움이 될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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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어수첩을 공개합니다
오자키 데쓰오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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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잘하게 한다는 수만가지 방법이 있다. 하지만 어느것도 모든 사람에게 광범위하게 추천할수 있는것이 없다.
사람마다 공부 방법이 다르고 또 같은 공부 방법이라고 해도 이해력이나 습득력이 다를수 있기 때문이다. 노래를 이용한 영어공부 방법이 좋은 사람도 있고 효과 없는 사람도 있는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한다고 해도 가장 기본이 되고 기초가 되는게 있을것이다. 영어라는 언어가 우리말과는 달리 주어와 동사의 위치가 다르고 몇가지 형식이 있다 뭐 그런것들말이다. 그래서 그런것은 뭐라고 해도 공통적으로 공부를 해줘야할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영어 숙어외우기는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공부 방법이다. 수십년전에 영어 공부 방법이 참 단순했던 시절에도 영어
단어보다는 숙어를 외우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지금처럼 영어 공부 방법이 많은 이때에도 영어 숙어의 중요성은 여전한 모양이다. 아직도 많은 영어 숙어와 관련된 책들이 출간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황매의 '내 영어수첩을 공개합니다'는 제목과는 달리 영어숙어를 모아놓은 책이다. 전작인 '내 영어단어장을 소개합니다'의 자매편인거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영단어장 보다는 이 영숙어장을 공부하는게 더 효율적인거 같다.

어차피 영어라는것이 말이니 만큼 단어 몇개만으로만 말을 할수는 없을것이다. 말하자면 '덩어리'로 말을 해야하는데 그것의 기본이 되는것이 영어숙어이다. 단어가 하나의 뜻만 가진것이 아니라 다른 단어와 연결되어서 그때 그때 쓰임새가 다르므로 숙어로 덩어리채 외우면 더 생동감있게 영어를 공부할수 있다.

처음에 한 50개 정도까지는 자주 쓰이는 단어를 중심으로 여러 용례와 함께 자세한 설명을 해놓았다. 그리고는 일상생활에 쓰이는 실제 단어들을 중심으로 다시 같은 형식으로 설명을 해놓았고 마지막에는 컴퓨터나 생활상의 약어들을 풀이해 놓아서 실제 대화에서도 유익하게 쓸수 있도록 편집을 했다. 이런식으로 100개 정도의 영숙어를 소개하고 있고 간판이나 표지판의 내용을 소개해서 실생활의 용어를 이해할수있게 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이나 사회,경제 등에서 쓰이는 단어같은 숙어나 일상적인 단어들을 모아놓아서 다른 영숙어장과는 차별화했는거 같다.

숙어장인만큼 편집도 잘해야하는데 나름 구성이 잘 된거 같다. 밑줄이나 화살표 별표 등을 적재적소에 적용하여 이해하기 쉽도록 했고 적긴하지만 그림도 간간이 삽입해서 숙어를 이해하기에 도움을 주고 있다. 뒤쪽은 전체 분량의 5분의 2 정도는 미국에서 실제로 쓰이는 단어들을 설명하고 있어서 나름의 실제성도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산뜻한 숙어장이고 제본이나 번역도 나쁘지 않다. 다만 기존의 영어숙어장에 비해서 크게 차별화될만큼 눈에 띄는 내용이나 구성은 아닌거 같다. 그리고 보통 책보다는 작긴 하지만 손에 들고 다니기에는 좀 애매한 크기인거 같은데 좀더 작게 하던지 아니면 아예 크기를 키워서 가독성을 넓히는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게 쉬운일은 아닐것이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것을 익히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꾸준히 공부해나간다면 좋은 성과를 이룰수 있을꺼 같다. 그 기본적인 방법중에서 숙어익히기가 있으니 이 책을 기본으로 삼아서 나름의 공부방법을 첨가한다면 좋을꺼 같다. 책을 읽어본다고 영어 실력이 느는건 아닐것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는 달라질것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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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 영어 Sense English - 영어울렁증 완전극복처방전
조영민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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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 있어서 영어란 그야말로 전쟁이다. 영어를 잘하냐 못하냐에 따라서 봉급은 물론이요 권력이 왔다갔다할 정도다.
그런판이니 영어에 관한 수많은 책과 수많은 이론이 난무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런데 사실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이상 한국인이 영어를 쉽게 할수 있는 절대적인 방법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마다 학습방법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므로 어느것이 옳다고 할수가 없는것이다.
하지만 원칙하나는 있다. 그건 영어에 대해서 공포를 느끼지 말라는 것이다. 편한 마음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놀이하듯이 재미있게 영어를 대한다면 영어를 좀더 빨리 쉽게 익힐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영어를 좀더 쉽고 자신감있게 접하는 '생각'을 할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고 할만하다.
무조건 단어 외우고 문법 외우고 하는 식의 영어방법은 그것이 들어맞는 소수의 사람에게나 할 방법이지 누구에게나 권할만한 방법은 아니다. 물론 암기라는 수단이 공부의 중요한 방법중에 하나이긴 하지만 그것이 주가 된다면 쉽게 지치고 공부에 대한 흥미 자체를 잃게 하는것이다.
이 책에서는 몇가지 예를 들면서 영어를 접하게 해준다. 요지는 '즐기라'는 것이다. 암기의 늪에 빠진 사람들이 영어를 즐기지 못하고 억지로 공부하는데 그러지 말라는 것이다.
'이해'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천천히 그 단어와 낱말의 근본에 대해서 알아나간다면 처음에 시간은 더 걸릴지 몰라도 결국 영어를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될수있을꺼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무슨무슨 기본 영어같은 문법서같은 책을 기대한 사람들은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지은이가 어떤 '이론'을 가지고 기승전결식으로 논리를 설파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서른개 남짓의 여러 단어들을 실례로 들어서 우리가 문법서에서 배웠던 딱 고정되어 있는 영어가 아니라 살아숨쉬는, 여기서는 이렇게 저기서는 저렇게 여러모로 달리 쓰이는 영어의 모습을 쉽고 자세하게 이야기 해주고 있다. 이 책 자체로 영어의 어떤것을 기대하지는 마시라. 다만 영어를 어떻게 접해야할지, 어떤식으로 이해하고 공부를 해야할지에 대한 개략적인 길잡이라고 생각하면 될것이다. 여기에서 제시한 일부의 예들을 나름대로 잘 소화해서 공부 방향을 정한다면 좀더 즐겁고 재미나게 영어를 할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맨마지막에 자신의 영어 발음을 녹음해서 들어보라는 것은 이 책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듣기 공부를 많이 하긴 해도 스스로의 발음이 어떤지에 관해 연구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스스로의 발음에 대해서 어색하기도 할꺼지만 부끄럽기도 할것이다. 어차피 영어 공부를 하는 목적이 대화가 가능할 수준까지 하는것이니만큼 평소때 자신의 발음 관리를 한다면 그것도 좋을꺼 같다. 그리고 공부 방법을 다양화 한다는 면에서도 좋을것이다.

책을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다. 각 소제목의 내용마다 다른 색깔으로 편집해서 구분짓기 쉽게 했을뿐만 아니라 작은 삽화들을 적절히 이용해서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오탈자도 거의 없는 편이고 제본도 괜찮다. 다만, 여는 영어책들과같이 구태의연한 과대광고를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이 책의 방법이 영어의 왕도도 아니고 이 책을 본다고 해서 주장하는 바를 다 습득할수도 없는데 완전극복이니 전설이니 하는 문구는 오히려 책의 신뢰감을 떨어뜨리게 한다. 그 광고문구를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이 없다고 할지라도 불필요한 문구를 싣는건 지면 낭비일것이다. 그것을 제외한다면 영어를 접하는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보면 도움이 될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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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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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더위를 잊기 위해 액션이나 스릴러, 공포 장르의 영화나 소설들이 많이 나온다. 특히 공포물은 인간의 심연에 있는 무서움을 일깨움으로써 더위를 잊게 하는 건데 어설픈 공포는 오히려 짜증을 불러일으키지만 제대로 된 공포는 짜릿함과 함께 청량감까지 느끼게 해준다.
이런 여름에 독특하고 기발한 발상으로 글쓰기의 새로운 면을 불러온 오츠이치의 신작이 나왔으니 바로 이 책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라는 책이다.

전작인 ZOO를 통해서 공포라는 감정을 특이하게 창조해낸 작가인데 그 작가의 처녀작이라고 한다. 비록 단편이지만 공포물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던 터에 과연 그의 첫 작품은 어떤 스타일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 작품을 쓴 나이가 17살!. 남들은 대학 들어갈 공부를 열심히 할 나인데 이런 작품을 쓰다니.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수없을듯했다.
장르소설의 특성이라면 물흐르듯 잘 이어지는 줄거리라인이 생명이라면 생명인데 그런면에서 이 작가의 글쓰기는 탁월한 면이 있다고 할수있었다.

책 제목인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와 함께 '유코'라는 중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비록 끔찍하고 적나라한 공포이야기는 아니지만 은근한 무서움과 함께 책읽기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 작품들이었다.

우선 처녀작인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는 화자가 죽은 사람인, 독특한 발상의 이야기다. 9살짜리 여자아이인 사쓰키는 야요이랑은 아주 절친한 사이다. 그런데 야요이에게는 참 좋은 오빠인 켄이 있는데 어느날 사쓰키가 야요이에게 오빠를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같이 있던 나무위에서 밀어버린 야요이. 그것을 알게된 오빠 켄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여러가지를 시행한다. 시체가 발견될듯 발견될듯하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모면하는 남매. 결국 성공하는듯하지만 새로운 반전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야기 전개가 죽은 사쓰키의 말로 이루어지는 만큼 어디를 엿보는듯한 느낌도 들고 켄 남매의 행동에 객관적으로 볼수 있는 면도 있어서 흥미로왔다. 드러나게 무서운건 아니지만 아이들이 천연덕스럽게 살인을 하고 그 살인을 은폐한다는 점에서 은근히 무서운 느낌도 들긴 했다.
결말에 이르면서 그리 강하진 않지만 사실이 밝혀지는 반전이 있는것도 재미있는 느낌을 들게 했다. 다만 아무리 침착하고 의젓하다고 해도 초등학생에 불과한 켄이 그 모든 상황을 주도한다는게 그리 사실적이진 않은거 같았다. 오히려 동생인 야요이의 반응이 더 현실적이라고 할까.
그래도 이야기 구조가 짜임새있고 이야기 전개가 매끄럽게 잘 이루어지는게 참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두번째 이야기인 요코는 묘한 분위기의 소설이다. 주인공인 키요네는 주인인 마사요시의 집에서 일하는 하녀이다. 마땅히 갈곳도 없는 키요네를 마사요시가 거둔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그집에는 주인말고도 마님이 있는데 한번도 본적이 없다. 늘 마사요시의 방안에만 있고 밥도 거기서 먹고 나오지를 않는다. 마님의 존재를 의심하는 키요네. 결국 그 방을 엿보기로 한 그녀는 주인이 외출한 틈을 타서 방안에 들어가보게 되지만 거기서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되고...과연 마샤요시가 이상한것일까 키요네가 이상한 것일까. 끝부분에서 묘한 헷갈림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이 책은
호기심과 엿보기라는 인간 특유의 심리를 잘 이용해서 만든 작품이었다. 키요네가 가진 궁금증은 누구나 갖을수 있는거지만 그 자체로 덮어두고 간섭하지 않아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도 들게 했다. 앞의 작품보다 분량은 작지만 좀더 촘촘하고 꽉 짜인듯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호러장르가 활성화된 일본의 전통을 이어서인지 오츠이치라는 작가의 내공이 심상치않다. 우리와는 좀 다른 문화라서 이해하기가 애매한 면도 없잖아 있지만 인간의 심리를 잘 이용해서 공포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실력이 탄탄한거 같았다. 이때까지 중편과 단편만 맛봤는데 앞으로 나올 장편은 또 어떤 긴장감을 불러일으킬지 자못 기대가 된다.

책은 아담한게 잘 만들어졌다. 제본이나 인쇄도 좋고 오자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표지 디자인은 무난하긴 하나 제목이나 내용에 비해선 이미지가 좀 약한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제목에서 '사체'라는 표현보다는 좀더 알아듣기 쉬운 '시체'라는 단어를 쓰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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