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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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딱 읽으면 아~ 하는 감탄사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글솜씨. 바로 지은이인 '유홍준표' 글이다. 딱딱한 주제를 쉽고 재미나게 풀어내면서 듣는이로 하여금 지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좋은 글쓰기의 모범적인 그 글 말이다. 

어쩌면 지은이 최대의 역작이라고 할수있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새로운 권이 나왔다. 그동안 학자외의 생활을 하느라 이 시리즈의 후속작이 언제 나올까했는데 이번에 그 새로운 결실을 내게 된것이다. 20여년전에 이 책이 나왔을때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문화 유산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들은 알것이다. 가장 히트한 말인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건 그때나 지금이나 유효한 말이다. 생각은 갖고 있으나 선뜻 다가가기 힘들었던 문화재들을 그야말로 쉽게 보이게 하고 친근하게 다가서게 한건 이 책의 가장 큰 공이 아닐까. 

보통때라면 그냥 무심코 지나쳤을 유물, 유적이 지은이의 청산유수같은 설명을 듣고나면 그때부터는 살아있는 보물처럼 느껴진다. 진짜 말그대로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책의 설명을 듣고 봐도 그렇지만 실제로 가지 않아도 실제로 간것처럼 편하게 읽을수 있다.  

책은 이번에 나왔지만 글 자체는 다른 매체에 이미 실었던것을 다시 다듬고 새로이 보강하여 펴냈는데 첫주자가 경복궁이다. 사실 이 시리즈에 나온 많은 문화재와 유적지가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많았다. 그런데 경복궁은 그야말로 우리가 '안다'라고 할만한 곳이 아닌가. 그런데 무엇을 알까? 경복궁에 대해서 뭘 아냐고 묻는다면 그 또한 속시원하게 대답할 사람 잘 없을것이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있는 가장 큰 옛궁궐이면서 쉽게 찾아갈수 있고 누구나 알만한 곳이긴한데 정작 깊이있게 알지는 못한것이다. 그런 경복궁에 대한 참맛을 이 책에서 느끼게 해준다. 

경복궁편에서 지은이는 왜 우리나라에는 중국이나 이집트같은 큰 규모의 건축물이 없는가에 대해서, 또 외국의 것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초라한것처럼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한 제대로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참으로 공감한다. 사람들은 '어떻게'라는 과정은 생각하지 않고 결과물로만 이야기하기 좋아하는데 사실을 알지도 못하면서 입만 살아있는거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아는척하는것처럼 꼴불견도 없다.  

경복궁이야기중에서 인상깊었던것은 박석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이 그냥 단순한 돌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나중에 경복궁에 가면 박석부터 어루만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거기 나와있는것처럼 비오는날 박석 구경도 하고 싶다. 비오는날에 때맞춰서 경복궁에서 박석 구경하기가 그리 쉬운건 아니겠지만 정말 그렇게 빛이 날까 궁금해진다. 책을 읽으면서 직접 행동하게 꼬시는(?) 글솜씨는 여전하다. 

이 책에 실린 모든 글이 참으로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달성의 도동서원에 관한 글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글 속에 나오는 장소들 중 가본 곳이 여러곳 있는데 도동서원이 그중에서 가장 최근에 가본 곳이기도 하고 고향의 이야기이기도 해서인데 내가 가본곳을 기억하면서 읽을수 있었기 때문에 좀더 집중력있게 읽었던거 같다. 사실 도동서원을 처음 갔을때는 책을 읽었을때만큼 큰 감흠이 없었다. 보통 서원이랑 뭐가 다르겠노 하는 생각으로 대충 훑어봤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하나하나 짚어가니까 그게 보통 서원이란 얼마나 크게 다른가를 새삼 알게 되었었다. 이 책을 읽고 거기를 갔었으면 더 좋았을껄 하는 생각도 든다. 아마 그쪽의 문화유산해설사분도 이 책 읽고 책속의 내용을 언급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이 책의 미덕은 역시 '쉬운 글'이다. 문화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사람도 흥미있게 어렵지 않게 읽을수 있게 잘 쓰여졌다. 사실 글이란게 어렵게 글 쓰기는 쉬워도 쉽게 쓰기는 어려운 법이다. 쉽게 쓰자면 그만큼 그 분야에 정통하고 이해하고 있어야 쉽게 쓸수 있는것이다. 그런점에서 지은이의 글쓰기에 대한 내공은 뭐 벌써 검증이 되었다고 볼수 있겠다. 단순한 유물 유적 소개가 아니라 거기에 얽힌 에피소드도 적절하게 넣어서 자칫 지루하게 될 부분도 흥미있게 진행되게 썼고 그전에 나온 책에 비해서 컬러사진을 실어서 좀더 사실감있게 읽을 수 있게 된게 좋았다.  

6편을 내면서 그전에 나온 책들도 새롭게 보강해서 개정판으로 냈다고 한다. 시리즈를 다 읽진 못했고 앞쪽 시리즈만 읽었는데 그것도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번에 사진도 새롭게 수록하고 글도 가다듬어 냈다니깐 새책 보는 느낌으로 다시 읽고 싶다. 책읽고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위험성은 있겠지만. 

간만에 마음 울렁이게 하는 책. 날 좋은 이때 읽기 딱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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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난 유령들 펠릭스 캐스터 3
마이크 캐리 지음, 김양희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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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시! 책을 다 읽고 나서 외친 한마디 감탄사.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재미를 선사한 책이라는 뜻이겠다. 대체 작가의 이야기 생산력은 어디까지일까를 상상하게 된다랄까. 이미 이 시리즈가 주는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있었지만 그 기억이 사그라질때쯤 나온 후속작이라니. 아무튼 기대하는 만큼의 맛을 보여준거에 대해서 대만족이다.  

주인공인 펠릭스 캐스터는 퇴마사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도 퇴마사라는게 존재하지만 진짜 퇴마를 해야할 유령이나 귀신이 있는가는 공식적으로 인정된바가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유령이 존재하고 그 존재를 퇴마하는 퇴마사도 당당한 직업인으로 활동하는걸로 배경이 그려진다. 유령이 활보하는 세상이라니. 게다가 좀비까지 있단다. 조금 으스스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령은 온순(?)하고 자신의 묘에서만 있을뿐이고 소수의 문제있는 유령이 있는데 그들을 잠재우는 역할을 하는게 우리 주인공의 할일이다. 그런데 캐스터는 특이하게도 틴휘슬이라는 악기를 이용해서 음악을 연주함으로써 퇴마를 한다. 음악이 일종의 레이저광선총쯤 된다고나 할까. 퇴마의식에서 음악이 중요한 장치로 쓰이는 독특한 설정이 흥미를 끌게 하는데 이번편에서는 틴휘슬뿐만 아니라 드럼과 북등의 악기까지 등장해서 좀더 이야기가 확장되고 있다. 

이야기는 두개의 사건을 큰축으로 돌아간다. 우선 동료 퇴마사인 존 기팅스의 장례식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매장을 하는 장례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존의 변호사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존은 화장을 유언으로 남겼다면서 매장이 불법임을 알린다. 하지만 존의 아내는 존이 매장을 원했는데 죽기전 병으로 정상적인 의사표시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주장을 하면서 캐스터에게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건은 한 여자가 남편의 누명을 벗겨달라고 찾아온다. 살인 혐의로 잡혀있는 자신의 남편이 범죄를 저지른게 아니라 어떤 유령이 살인을 하고 자신의 남편에게 죄를 뒤짚어 씌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유령이 무려 40년전에 사망한 한 여자의 유령이란다. 

이 두개의 사건을 추적해가면서 과거의 일들, 현재의 일들이 얽히고 섥히면서 거기에 여러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반목, 그리고 협력등이 버무려져서 이야기가 전개되는것이 전체적인 이야기 골격인데 그 조화가 참 절묘하게 잘 이루어져서 재미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 시리즈를 읽을때 늘 생각나는게 유령이 실존하고 그것을 퇴치하는 퇴마사가 정식 직업으로 살아간다는 배경설정이 참 독특하다는것이다. 그 존재를 특이하게 보는게 아니라 일상화되어서 자연스럽게 인간과 유령과 좀비가 공존하고 있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책을 읽다보면 현실과 상상이 잠깐 혼동이 와서 실제 영국에서는 그런것처럼 느껴질때가 있다. 그만큼 책에서 보이는 묘사력이 사실적이고 자연스럽게 잘 표현되고 있다고 할수 있겠다. 유령이나 좀비라는 설정 이외에는 진짜 존재하는 도시를 잘 그리고 있어서 그런것이 아니겠는가.                                                         

실제로 지은이인 '마이크 캐리'가 장면 묘사를 위해서 장소도 답사하고 여러 사건이나 뉴스 같은것도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꾸몄다고 하니까 더 마음에 와 닿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은 기본적으로 '판타지'소설이지만 미스터리 소설, 탐정 소설로도 읽을수 있다. 유령이 기본으로 등장하니까 판타지가 맞지만 그 유령이 일상속에서 살아가고 유령을 매개체로 사건이 벌어지며 그 사건을 추적해가기에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볼수도 있는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인 펠릭스 캐스터가 퇴마사이긴 하지만 유령과 관련된 '사건'을 추적해가는터라 탐정이라고 볼수도 있을것이다. 하나의 책에서 여러 장르의 모습을 볼수 있게 이야기를 잘 풀어가는 것이 이 시리즈의 큰 장점이라고 하겠다. 이번 편에서도 그런 장점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고.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이 시리즈의 매력 원동력은 살아있는 듯이 생생하고 개성적인 캐릭터들이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그때그때 등장하는 조연들이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이고 각각 특화된 성격들을 가지고 있어서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기억에 오래 남게 한다. 보통 주인공만 기억에 남고 다른  조연들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이 책의 캐릭터들은 기억력을 연장시켜준다랄까. 

좀 냉소적이고 복잡한일에 휘말리기 싫어하는듯한 주인공 캐스터지만 속정이 있고 마음 여리며 나름 의리가 있는 인물이 잘 그려진다. 주인공이라서 그렇겠지만 이 책의 매력 제 1 공신이 이 펠릭스 캐스터라는 캐릭터에 있다고 할 정도다. 진짜로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하니까.               

그외에도 많은 다채로운 조연이 등장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흥미있는 인물은 '악마' 줄리엣이다. 모든 남자의 몸과 마음을 다 빨아들일 정도로 초절정 유혹미녀인 그녀가 악마답게 행동하는게 아니라 캐스터와 같이 퇴마사로 활동하면서 '나쁘지 않게'행동하는 그녀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 책에서 캐스터와 함께 투톱을 형성하는 캐릭터가 아닐까싶다. 나중에 이 매력적인 악마 줄리엣을 주인공으로 한 또다른 시리즈가 나오지말란법도 없을꺼 같다. 

전체적으로 참 재미나게 잘 읽은 책이다. 시리즈가 더해질수록 이야기 구조도 탄탄해지고 속도도 빠르다. 600쪽이 넘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잘 읽히는것은 그만큼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말 아니겠는가. 만화 스토리 작가,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친 지은이의 약력을 살펴보건데 그 능력이 소설로도 잘 발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도 이쁘게 참 잘 나왔다. 이번이 3번째 시리즈인데 각권마다 겉표지 색깔을 다르게 해서 같이 모아놓으면 구분도 되고 이쁘게 보인다. 번역도 괜찮고 편집도 잘 된거 같다. 1권부터 3권까지 한 사람이 번역하고 있는것도 좋다. 옮긴이가 달라지면 그 특유의 뉘앙스가 달라지는 법인데 적어도 이 시리즈에서는 그런 불상사가 없으니 좋다. 앞으로 나올 후속작도 같은 분이 계속 맡아서 옮겨주셨으면 좋겠다.

다만 이 재미난 시리즈를 많은 사람이 접하지 못하는게 아쉽다. 옮긴이 후기에 보면 1,2권의 판매가 그리 좋은건 아니었다고 하는데 은근 걱정스럽다. 이 시리즈가 총 6부작으로 마지막권이 올해 연말에 출간될 예정이라는데 그럼 우리나라판은 아직도 4,5,6부가 남았다는 말인데 잘 팔리지 않으면 나머지 권들의 출간도 불투명해지는게 아닌가. 재미 보장한다. 많이들 읽으시길. 계절에 관계없이 재미나게 잘 읽을수 있는 책이다. 장담컨데 아마 펠릭스 캐스터란 인물의 매력을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을것이다.  

많은 분들이 읽으셨으면 해서 왠만해선 잘 안주는 별 5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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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 교감 완역
이순신 지음, 노승석 옮김 / 민음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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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장군. 이 뭔가 위엄스러우면서도 있어보이는 호칭. 옛날에 비해서 흔해진 호칭이지만 이 호칭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따라서 정말 그에게 딱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다.

역사상 수많은 장군이 있어왔고 그 호칭에 부끄러움이 없는 많은 영웅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을 말할때만큼 그의 업적뿐만이 아니라 그 인간적인 매력에 더욱더 존경스러운 마음이 드는 인물도 잘 없을것이다.
그것은 장군이 단순히 작은 병력으로 큰 적을 맞써 싸워 이긴 사실뿐만 아니라 사람 냄새가 아는 진정한 인물이었기에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이다.

임진왜란이라는 국란을 맞아서 나라가 망하는 그 끝자락에서 홀로 왜군의 북상을 저지한것은 참으로 큰 공이라고 할수가 있다. 그 하나만으로도 사실 존경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순신 장군이라고 부를때의 그 존경심은 이런 전공도 전공이지만 백성을 살랑하는 그의 마음, 부모와 가족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 같이 전장을 누비는 부하들을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그의 마음이 참으로 절절하게 진실되게 전해오기 때문에 더욱더 가깝게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는것이다. 이런 장군의 마음이 잘 드러난 것이 바로 이 난중일기다. 이 일기를 통해서 아 장군은 이러셨구나 하는 마음이 저절로 우러난것이다.

난중일기는 말그대로 전란중에 일어난 일을 중심으로 적은 일기다. 7년 전쟁의 소용돌이속에서 장군의 솔직하고도 정감있고 때론 격분하기도 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가득 담긴 자료이다. 물론 전쟁중에 일어난 여러일들도 기록하고 있어서 임진왜란을 연구하는 자료로서도 훌륭한 가치를 지닌다.

난중일기는 실제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몇달전부터 쓰여졌다고 한다. 그것은 장군이 이미 왜군의 침략을 예견하고 준비하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일기에도 군사를 훈련시키고 배를 수리하는등의 전쟁준비태세를 확립하고 있는 내용이 나온다. 전쟁전에 조선 조정이 행한 일중 제일 잘한 일이라고 하는 이순신장군의 전라좌수사 임명에서 장군은 그 소임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일기를 보면 왜란 내내 전투를 하던 하지않던 스스로를 연마하고 전투 준비를 철저히 시키고 그러면서도 백성을 위무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 중에 가족에 대한 그리움, 부모님에 대한 걱정등의 인간적인 면도 나오는데 그런것이 더욱더 이 영웅에 대해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거 같다. 중간 중간에 어디가 아파서 고통스럽다는 내용도 나오는데 그럴땐 내가 아픈것처럼 마음이 아려오기도 했다.

비록 400년전에 한 인간의 고뇌에 찬 일기이지만 그 속에 기쁨과 눈물과 슬픔과 분노가 함께 있어서 그 절절함이 참으로 마음에 와 닿았다. 이 일기를 통해서 우리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느낄수 있는것이다.

장군은 일기를 정자로 꼬박꼬박 쓴것이 아니다. 그 급박한 전쟁중에 편안하게 한가로운 망음으로 글을 쓸수는 없었을것이다. 그래서 흘림체인 초서체로 썼는데 이것을 해독하는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장군의 충절을 높이 평가한 정조대왕이 특별히 장군의 글들을 모두 모은 '이충무공전서'를 펴낼때도조차 일기를 완벽하게 정자체로 옮기지 못한것이다.
그래서 여러 난중일기가 있어도 탈락되거나 잘못 해석된 글자가 참 많았다.

그것을 이번에 새롭게 거의 복원한, 지금까지의 가장 완벽한 번역본이 나왔으니 바로 이 책 교감 완역본 난중일기다.
크게 세부분으로 되어있는데 첫번째 부분은 한글로 빠짐없이 번역한 부분이고 두번째 부분은 틀린부분과 누락된 부분을 고친 교감본이다. 한자정체로 쓰여져있다. 그리고 세번째 부분은 새롭게 번역하면서 어떻게 잘못해석되거나 빠진것을 고쳤는지에 대한 교감기가 있다.
전문학자가 아니므로 두번째 부분은 넘어가도 난중일기 우리말본이랑 교감기는 읽어보면 그전의 난중일기와는 확연히 다름을 느낄수가 있을 것이다.

그전에 다른 번역본을 어렴풋이 읽어서 차이점이 뭔지 잘 기억이 안난다고 해도 이번 완역본은 확실히 내용의 이어짐과 완결성등이 훨씬 정교해졌다. 그만큼 많은 이본과의 대조를 통해서 이순신 장군이 본래 쓴 글에 거의 다가간거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물론 직접 글을 쓴 당사자가 아니라서 100% 같다라고 하진 못하겠지만 전에 나왔던 책들에  비해서 완성도가 대단한 책이라고 느꼈다. 이순신 장군의 '팬'인 나로서는 이렇게 어려운 작업을 해준 지은이에게 큰 감사를 느낄 정도였다.

좋은 책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읽을만한 고전도 많다. 하지만 난중일기야말로 읽을 목록중에서 상위에 들어가야할 책이 아닌가 한다. 한명의 거대한 인물의 모습을 이 일기를 통해서 마음 가득히 느낄수 있기 때문이다. 장군의 진면목을 더욱더 잘 느낄수 있게 꼼꼼히 잘 번역된 '교감 완역본 난중일기'를 통해서 400년이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서 한 인간의 위대한 향기를 느낄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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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 민음사 모던 클래식 38
율리 체 지음, 이재금.이준서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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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서평 쓰기도 애매한 책을 만난지도 오랫만인거 같다. 대체 뭐라고 써야 하지? 책 자체도 쉽게 읽는게 아니지만 읽은 내용 자체가 기억이 잘 안 났기 때문이다. 뭔가 잘 쓰여진 책이라고 느끼긴 했지만 내용이 좀 복합적인 형식인탓인지 금방 마음에 와 닿은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 특색있고 흥미로운 책이긴 한거 같은 생각이 든게 다시 읽어보고 싶게 하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책 내용은 그리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추리적인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추리소설'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배경은 독일의 한 도시다. 그런데 석연치 않은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그리고 물리학자 제바스티안은 어느날 아들 리암을 캠프에 데려다주다가 납치되는 사건을 당한다. 곧이어 “다벨링은 제거되어야만 한다.”라는 의문의 전화를 받게 된다. 고민끝에 다벨링을 살해하는 제바스티안. 그러나 리암은 납치된적이 없다고 밝혀지고 제바스티안은 대혼란에 빠진다. 그런 중에 실프라는 노련한 형사가 나타나서 사건을 추리해가는것이 이야기의 축이다. 

언뜻보면 아이의 납치를 빌미삼아 살인을 조장하고 그 뒤에 큰 음모가 숨은 그런 줄거리를 연상케한다. 게다가 주인공이 물리학자니까 뭔가 큰 과학상의 비밀과 관련된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런 사건 이야기는 이 책에서 추구하는 면이 아니다. 그저 지은이가 원하는 주제에 하나의 끌어내기위한 장치로써 기능하는 것이다. 그래서 추리소설은 아닌것이다. 기본적으로 이 책에서 지은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것은 철학적이고도 물리학적인 인간의 삶에 대한 것이다. 인간의 삶은 어떠한가, 그리고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하는것인가에 대한 지은의 생각이 담긴 책이라고 이해하면 될꺼 같다.(나만 그렇게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이 책에 나오는 평행 우주론이나 양자 역학 이런것이 쉬운 개념은 아니다. 물리학과 동떨어져서 물리학의 용어 하나도 잘 접하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런 용어 자체가 책에 대한 거리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사실 이 책은 물리학적인 이론이 잔뜩 나오는 책은 아니다. 간단하지만 의문의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있다. 그러나 진짜로 이 책에 어렵다고 여기게 하는것은 서술형식이다. 사건에 대한 진술보다는 곁가지에 많은 내용을 서술한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간다고나 할까. 그래서 글 내용 자체가 좀 산만한편이다. 한 주제를 이야기하다가 그 주제에 관련한 다른 이야기로 또 다른 샛길로 빠지는 형국이랄까.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땐 그런 서술 구조가 어떻게보면 많은 정보를 주고 있는것이다. 바로 코앞에 어떤 이야기를 던져주는것이 아니라 이쪽 저쪽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주면서 전체적인 맥락에서 바라보게 하는것이 이 책의 서술 형식인거 같다. 따로 생각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유기적인 관계속에서 이해해야한다는...확실히 다른 책들보다는 읽기가 수월한 건 아니다.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큰 끈기와 노력을 요구한다. 

쉽지 않은 책이지만 그렇다고 재미없어! 하고 막 던질말한 책은 아니었다. 이야기 서술이나 내용이 기존에 접했던 스타일과는 다른 신선한 감이 있다. 빠른 전개와 재미난 내용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없을것이다. 추리적인 내용이 나오지만 추리소설은 아니니 추리소설팬들은 접근하지 않는것이 좋겠다. 하지만 편안하진 않지만 뭔가 영양가 있는 듯한 책을 원한다면 이 책이 맞을것이다. 그냥 목에 넘기기 보다는 몇번 씹으면 맛이 나는 음식처럼 이 책도 되새김질을 하면 참 특색있고 재미난 책이 될거 같은 느낌이 든다. 오랫만에 서평쓰기가 애매할 정도로 생각을 깊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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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가의 살인 - 셜록 홈스의 또 다른 이야기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자음과모음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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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랫동안 책을 많이 읽었지만 나이들어 어른이 되서 읽었던 책보다 어렸을때 읽었던 책들이 훨씬 많은거 같다. 그래서 읽은 책들을 기억해봐도 어렸을때 읽었던 책들이 더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 어렸을때 읽었던 추리 소설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쪽 장르를 기웃거리게 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할수있는데 나에게 가장 큰, 어쩌면 더 나이들어도 영향을 미칠 책은 바로 '셜록 홈즈' 이다.  

어렸을때 읽었던 셜록 홈즈는 그야말로 나한테는 우상중의 우상이었다. 간단한 사건은 흥미도 없어하고 복잡하고 교묘한 사건에 흥미를 보이는 홈즈. 범죄 사건이 없다면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기에 기뻐해야하지만 홈즈는 사건 해결이 유일한 삶의 목적인양 지루해하고 의욕 없어한다. 참 재미있는 성격이지 않은가. 그리고 담백하면서도 침착하고 논리적이며 그러면서 은근한 속정도 있는 홈즈가 정말 좋았다. 어쩌면 어렸을때 접해본 최초의 탐정이기도 해서 가장 뇌리에 남아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도 추리소설에서는 가장 애정이 깊은 작품이다. 

셜록 홈즈가 출간된지는 꽤 되는데 나같은 팬들이 많아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홈즈를 기리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이 책과 같은 패스티슈 작품집이다. 셜혹 홈즈를 사랑하는 여러 작가들이 셜록 홈즈 작가인 코넌 도일의 문체에 가깝게 또 다른 셜록 홈즈이야기를 쓴 것들의 모음집이다. 등장인물이나 배경은 원래 셜록 홈즈 시리즈와 같으면서 원작에 없는 다른 사건들을 해결하는 이야기들인데 그만큼 셜록 홈즈의 활약을 기대하는 독자가 많다는 뜻이겠다. 

여러 종류의 패스티슈 작품들이 있는데 이 책은 비교적 짧은 이야기인 단편들을 수록하고 있다. 작가들은 아는 작가도 있고 모르는 작가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재미난 것도 있고 좀 밋밋한 것도 있는 편이다. 그래도 그중에서 인상적인 작품은 몇개 있었는데 첫번째로 수록된 '케이프타운에서 온 남자' 는 마지막 부분에서의 반전이 돋보였고 마부의 시각에서 본 셜록 홈즈 이야기인 '홈스를 태운 마차'도 괜찮았다. 그리고 '아라비아 기사의 모험'이나 '쳬셔 치즈 사건'도 흥미있게 읽을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다시 볼수 없는 홈즈 이야기라고 해서 반갑게 읽기는 했으나 역시 구관이 명관인듯 코넌 도일이 창조해낸 원판에는 못미치는게 사실이다. 원작 특유의 감칠맛이 나지 않는다고나 할까. 각 단편의 지은이가 다 다르고 그 지은이들의 글솜씨 또한 다 달라서 그런지 각 사건에 그냥 홈즈만 억지로 끼워넣은듯한 느낌도 들긴 했다. 주인공이 홈즈가 아니라고 해도 그냥 잘 이어질 이야기일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셜록 홈즈 이야기를 볼 수 없는 지금 상황에서 이런 작품집이 주는 가치는 무시못한다. 나같은 '셜록키언'은 물론이고 셜록 홈즈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셜록 홈즈'라는 탐정이 얼마나 멋진 존재였는지 얼마나 사랑스러운 인물이었는지를 새삼 확인하게 하기 때문이다. 

책은 출간된지가 몇년이 지나서 그런지 번역이 그리 깔끔한거 같지는 않다. 뭔가 걸리는게 있다고나 할까. 추리소설쪽에서 좋은 번역으로 이름이 높은 번역자인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책 디자인이나 편집등도 지금이라면 좀 더 세련되지 않았을까도 싶은것이 별 특징적인 것도 없고 전체적으로 밋밋한 느낌이었다. 
 

사실 패스티슈 작품은 많다고 한다. 셜록 홈즈 뿐만 아니라 원작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것도 있다고 한다. 과연 얼만큼 코넌 도일이 창조해낸 셜록 홈즈 이야기와 잘 화합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작품들도 많이 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 모든것이 어떻게 보면 셜혹 홈즈 이야기를 더욱 더 풍성하게 하는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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