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난 유령들 펠릭스 캐스터 3
마이크 캐리 지음, 김양희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역시! 책을 다 읽고 나서 외친 한마디 감탄사.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재미를 선사한 책이라는 뜻이겠다. 대체 작가의 이야기 생산력은 어디까지일까를 상상하게 된다랄까. 이미 이 시리즈가 주는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있었지만 그 기억이 사그라질때쯤 나온 후속작이라니. 아무튼 기대하는 만큼의 맛을 보여준거에 대해서 대만족이다.  

주인공인 펠릭스 캐스터는 퇴마사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도 퇴마사라는게 존재하지만 진짜 퇴마를 해야할 유령이나 귀신이 있는가는 공식적으로 인정된바가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유령이 존재하고 그 존재를 퇴마하는 퇴마사도 당당한 직업인으로 활동하는걸로 배경이 그려진다. 유령이 활보하는 세상이라니. 게다가 좀비까지 있단다. 조금 으스스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령은 온순(?)하고 자신의 묘에서만 있을뿐이고 소수의 문제있는 유령이 있는데 그들을 잠재우는 역할을 하는게 우리 주인공의 할일이다. 그런데 캐스터는 특이하게도 틴휘슬이라는 악기를 이용해서 음악을 연주함으로써 퇴마를 한다. 음악이 일종의 레이저광선총쯤 된다고나 할까. 퇴마의식에서 음악이 중요한 장치로 쓰이는 독특한 설정이 흥미를 끌게 하는데 이번편에서는 틴휘슬뿐만 아니라 드럼과 북등의 악기까지 등장해서 좀더 이야기가 확장되고 있다. 

이야기는 두개의 사건을 큰축으로 돌아간다. 우선 동료 퇴마사인 존 기팅스의 장례식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매장을 하는 장례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존의 변호사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존은 화장을 유언으로 남겼다면서 매장이 불법임을 알린다. 하지만 존의 아내는 존이 매장을 원했는데 죽기전 병으로 정상적인 의사표시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주장을 하면서 캐스터에게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건은 한 여자가 남편의 누명을 벗겨달라고 찾아온다. 살인 혐의로 잡혀있는 자신의 남편이 범죄를 저지른게 아니라 어떤 유령이 살인을 하고 자신의 남편에게 죄를 뒤짚어 씌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유령이 무려 40년전에 사망한 한 여자의 유령이란다. 

이 두개의 사건을 추적해가면서 과거의 일들, 현재의 일들이 얽히고 섥히면서 거기에 여러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반목, 그리고 협력등이 버무려져서 이야기가 전개되는것이 전체적인 이야기 골격인데 그 조화가 참 절묘하게 잘 이루어져서 재미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 시리즈를 읽을때 늘 생각나는게 유령이 실존하고 그것을 퇴치하는 퇴마사가 정식 직업으로 살아간다는 배경설정이 참 독특하다는것이다. 그 존재를 특이하게 보는게 아니라 일상화되어서 자연스럽게 인간과 유령과 좀비가 공존하고 있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책을 읽다보면 현실과 상상이 잠깐 혼동이 와서 실제 영국에서는 그런것처럼 느껴질때가 있다. 그만큼 책에서 보이는 묘사력이 사실적이고 자연스럽게 잘 표현되고 있다고 할수 있겠다. 유령이나 좀비라는 설정 이외에는 진짜 존재하는 도시를 잘 그리고 있어서 그런것이 아니겠는가.                                                         

실제로 지은이인 '마이크 캐리'가 장면 묘사를 위해서 장소도 답사하고 여러 사건이나 뉴스 같은것도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꾸몄다고 하니까 더 마음에 와 닿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은 기본적으로 '판타지'소설이지만 미스터리 소설, 탐정 소설로도 읽을수 있다. 유령이 기본으로 등장하니까 판타지가 맞지만 그 유령이 일상속에서 살아가고 유령을 매개체로 사건이 벌어지며 그 사건을 추적해가기에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볼수도 있는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인 펠릭스 캐스터가 퇴마사이긴 하지만 유령과 관련된 '사건'을 추적해가는터라 탐정이라고 볼수도 있을것이다. 하나의 책에서 여러 장르의 모습을 볼수 있게 이야기를 잘 풀어가는 것이 이 시리즈의 큰 장점이라고 하겠다. 이번 편에서도 그런 장점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고.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이 시리즈의 매력 원동력은 살아있는 듯이 생생하고 개성적인 캐릭터들이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그때그때 등장하는 조연들이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이고 각각 특화된 성격들을 가지고 있어서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기억에 오래 남게 한다. 보통 주인공만 기억에 남고 다른  조연들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이 책의 캐릭터들은 기억력을 연장시켜준다랄까. 

좀 냉소적이고 복잡한일에 휘말리기 싫어하는듯한 주인공 캐스터지만 속정이 있고 마음 여리며 나름 의리가 있는 인물이 잘 그려진다. 주인공이라서 그렇겠지만 이 책의 매력 제 1 공신이 이 펠릭스 캐스터라는 캐릭터에 있다고 할 정도다. 진짜로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하니까.               

그외에도 많은 다채로운 조연이 등장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흥미있는 인물은 '악마' 줄리엣이다. 모든 남자의 몸과 마음을 다 빨아들일 정도로 초절정 유혹미녀인 그녀가 악마답게 행동하는게 아니라 캐스터와 같이 퇴마사로 활동하면서 '나쁘지 않게'행동하는 그녀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 책에서 캐스터와 함께 투톱을 형성하는 캐릭터가 아닐까싶다. 나중에 이 매력적인 악마 줄리엣을 주인공으로 한 또다른 시리즈가 나오지말란법도 없을꺼 같다. 

전체적으로 참 재미나게 잘 읽은 책이다. 시리즈가 더해질수록 이야기 구조도 탄탄해지고 속도도 빠르다. 600쪽이 넘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잘 읽히는것은 그만큼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말 아니겠는가. 만화 스토리 작가,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친 지은이의 약력을 살펴보건데 그 능력이 소설로도 잘 발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도 이쁘게 참 잘 나왔다. 이번이 3번째 시리즈인데 각권마다 겉표지 색깔을 다르게 해서 같이 모아놓으면 구분도 되고 이쁘게 보인다. 번역도 괜찮고 편집도 잘 된거 같다. 1권부터 3권까지 한 사람이 번역하고 있는것도 좋다. 옮긴이가 달라지면 그 특유의 뉘앙스가 달라지는 법인데 적어도 이 시리즈에서는 그런 불상사가 없으니 좋다. 앞으로 나올 후속작도 같은 분이 계속 맡아서 옮겨주셨으면 좋겠다.

다만 이 재미난 시리즈를 많은 사람이 접하지 못하는게 아쉽다. 옮긴이 후기에 보면 1,2권의 판매가 그리 좋은건 아니었다고 하는데 은근 걱정스럽다. 이 시리즈가 총 6부작으로 마지막권이 올해 연말에 출간될 예정이라는데 그럼 우리나라판은 아직도 4,5,6부가 남았다는 말인데 잘 팔리지 않으면 나머지 권들의 출간도 불투명해지는게 아닌가. 재미 보장한다. 많이들 읽으시길. 계절에 관계없이 재미나게 잘 읽을수 있는 책이다. 장담컨데 아마 펠릭스 캐스터란 인물의 매력을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을것이다.  

많은 분들이 읽으셨으면 해서 왠만해선 잘 안주는 별 5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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