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페리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4 로마사 트릴로지 1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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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야기꾼이긴 이야기꾼이다.
바로 이 책의 지은이인 로버트 해리스 말이다. 대체 어떤 필력을 갖고있기에 이렇게 글을 쓰는지 모르겠다. 사실 아주 명작가라고 할 정도로 명문을 줄줄 쓰는건 아니다. 하지만 뭔가 완전치는 않다는 느낌을 들게 하면서도 한번 책을 잡으면 손을 놓게 하질 않는다.
그것도 작은 분량도 아니고 매번 두툼한 분량의 책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다름아닌 '이야기의 힘'이다.
철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사실과 허구를 절묘하게 배치시켜서 그만의 '펙션'을 만들어내기에 그의 이야기는 살아 있다.
마치 요즘에 일어난 일을 그린 르포다큐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로마로 갔다.
2000년전 기원전의 로마로 가서 제정이 되기전 그 시대를 그린 책이 바로 이책이다. 사실은 로마 3부작의 첫번째에 해당하는 책인데 이 책을 다 읽자말자 2부 3부는 언제 나오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흡입력이 있는 책이었다.

배경은 로마의 공화정 말기. 이민족의 침입과 노예들의 반란등으로 변방이 어수선해지고 공화정의 그늘이 심각해지면서 새로운 인물에 대한 갈망이 심해지고 있던 시기에 한 남자가 등장한다.
바로 키케로. 로마사를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이 사람의 이름을 잘 알것이다. 웅변술의 시조이며 철학가 정치가 문인이면서 현대 변론의 시초라고 불리우는 인물이다. 여기서는 젊은 변호사로써 귀족이 아닌 민중의 편에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더 나아가서 정치에 반영하고자 했던 인물로 그려진다.
전체적으로 2부로 나누어지는데 1부에서는 승산없는 싸움에 뛰어들어서 갖은 고생끝에 결국 진실을 밝혀내어 로마 최고의 인기 변호사가 되는 과정을 그렸고 2부에서는 그런 인기와 실력을 바탕으로 정치에 뛰어들어서 최고 관직인 집정관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사실 키케로가 살았던 시기는 격동의 시기였다. 이미 공화정의 모순과 위기는 벌써부터 잉태되어 있었다고 볼수 있다. 나라가 커지면서 거기에 맞추어서 공화정도 개혁이 되었어야 했으나 공고한 귀족 세력에 의해서 실패했던 것이다. 그 결과 나라의 위기를 구실로 절대 권력을 탐하는 인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바로 훗날 제정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시기였던 것이다.
그런 시기였기에 키케로를 비롯하여 로마사에 빛나는 이름을 올리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폼베이우스와 크라수스는 물론이요 그 유명한 카이사르도 나오는데 그 인물들에 대한 묘사력이 참 탁월하다.
영웅이라고 일컬었던 카이사르의 경우 한편으론 능글능글하면서도 한편으론 활발하고 대범함과 교활함을 함께 갖춘 인물로 묘사하고 있고 비슷한 권력을 누렸던 폼베이우스 경우는 좀 무뚝뚝하고 지략이 부족한 인물로 느끼게 그려진다. 워낙 카이사르의 능수능란함이 두드러져서 그렇게 보일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부분이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졌기에 사건이 어떻게 풀리고 줄거리가 어떻게 될지는 책을 안봐도 잘 알지 모른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원래 알았던 사실은 잊고 그냥 책에 빠지게 될것이다. 그냥 그런 사실과 무관하게 픽션을 썼는것처럼 이야기에 따라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요 인물에 대한 캐릭터 구축이 잘 되었다고 볼수도 있겠다.
2천년전의 인물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적은 책이 없기에 어설프게 그린다면 이야기 자체가 흥미를 잃을수가 있는데 여기서는 그런 생각은 전혀 안 들정도로 진짜 그랬을꺼란 생각마져 들게 한다.

그밖에 그 당시 로마의 풍습이나 생활상, 관습, 제도 등을 바로 전시대에 있었던 사실처럼 아주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2천년전에 지금같은 변호사도 있었고 법정에서 변론을 하고 배심원이 판결을 내린다는 사실이 참 흥미로왔다. 몇십년전도 아니고 무려 2천년전에!
그런것이 인물들의 사실성을 더 커보이게 하고 이야기의 구조를 탄탄하게 한것이 아닌가 한다.

500여쪽에 이르는 긴 분량이지만 한번의 호흡으로 다 읽어버릴만큼 흡입력이 있는 책이었다. 그러기에 이야기꾼이라는 말을 하게 된것이다. 이 책에 이어서 2부, 3부에서는 어떻게 키케로가 성장하고 위기를 맞고 최후를 맞게 될지 다른 인물들은 어떻게 그려질지 참 기대가 된다. 딱딱한 역사책에서나 보는 지루한 로마사가 아니라 눈에 보이듯 다채롭고 흥미롭게 그려진 재미난 로마사 이야기라고 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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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사랑 판타 빌리지
리처드 매드슨 지음, 김민혜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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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남자가 있다. 한창 열심히 인생을 살아갈 나이인 36살.
그런데 그 인생을 마칠려고 한다. 큰 병에 걸려서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막바지에 다다른 그. 자포자기하다시피 한 그에게 어떤 한 여자가 다가온다.
일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을 하게 된 남자.
그런데 그 여자는 현재의 여자가 아니었다. 무려 70여년전의 인물.
과거의 여자를 사랑하게 된것이었다.
그는 과연 그 사랑을 만나게 될까. 만나서 사랑을 이루게 될까..

과거의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는 설정 자체가 참 흥미로운 사랑이야기였다. 처음에는 시간 여행을 하게 된 사람이 시간 여행한 시대의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 사랑을 하기 위해서 시간을 여행하게 된것이었다.

과거에 존재했던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는것도 처음에는 좀 비현실적인건 아닌가했지만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 것이, 어쩌면 그에게는 그녀가 운명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선 시간 여행이 중요한 장치로 나온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 여행을 하는 묘사한 부분은 그리 정밀하지 못한거 같다. 워낙 시간 여행과 관련된 소설들을 많이 접해서 그런건진 몰라도 좀 밋밋한거 같았다. 하지만 사실 이 책에서 중요한건 시간 여행이 아니지 않는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 사랑이야기가 그 아쉬움을 뛰어넘고도 남는다.

주인공인 리처드와 엘리스는 서로 만나기 위해서 삶을 살았는거 같았다. 그들에게는 서로가 유일한 이성이었고 사랑이었을것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한눈에 사랑하게 되었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 사랑을 잊지 않은 것이다.
비록 그들이 사랑을 나눈 시간은 짧디 짧은 찰라에 불과했지만 그들의 마음속에서 그 사랑은 영원히 이어졌으리라.

사실 이야기 자체는 그리 복잡하고 대단한건 아닌 소설이다. 과거로 돌아가서 한 여자를 만나서 사랑하는게 다이다. 하지만 그 단순한 소재로 참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만들어낸거 같다.
대체 어떤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냈나 하니 바로 '리처드 매드슨'이다. 최근 영화 '나는 전설이다'의 원작자이기도 한데 지은이의 이름을 보는 순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이 작가는 수많은 장르에서 참 독특하고도 멋진 글을 쓰기로 유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른 작품에서 보여준 느낌과는 다르게 이 책에서는 참 따뜻하고 절실한 느낌을 준다. 역시 리처드 매드슨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쉽게 잘 읽히고 좋은 느낌을 준 책이었다.

책을 읽은 며칠 뒤 운 좋게도 텔레비젼에서 이 책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를 보게 되었다. 원래 알고 있었던 영화인데 한번도 본적이 없었고 특히 그 원작이 이 책이었는지는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책 해설에서도 나오지만 원작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긴 해도 대부분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린 영화였다. 우리 귀에 익숙한 영화음악이 배경에 깔리니 더 좋았던거 같다. 하지만 책으로 읽는다면 좀더 그 순수하고 절실한 사랑의 느낌이 더 와닿을꺼 같다. 영상보다는 생각으로, 마음으로 느낄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죽어가지만 인생의 진짜 사랑을 만난 리처드. 어떤면에서는 그는 행운아다. 짧은 순간만을 사랑했지만 그런 사랑을 만나보지도못한 사람이 많기에 그는 진정 운 좋은 남자다.

엘리스가 리처드를 처음 봤을때 했던 말이 생각난다.
"당신인가요?"
아....이 가을, 참 마음 아련하게 하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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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던 조선의 바다 - 서양과 조선의 만남
박천홍 지음 / 현실문화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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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모방송국에서 세종대왕의 치적을 그린 드라마를 하고 있다. 사실 이당시 이룩한 문화적 성과는 그뒤 수백년간 조선의 기준이 됨음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봐도 상당히 앞서나간 문화였다.

하지만 한명의 세종만을 가졌던것이 조선의 행운이자 불운이었다. 세종조에 이루었던 그 많은 성취들이 더욱더 발전되고 이어진것이 아니라 그대로 고정되거나 오히려 후퇴하고 만다. 그에 비해서 문화적으로 후진적이었던 서양은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결국 조선을 포함한 동양을 압도하고 만다.
그리고 그 결과로 동양에 대한 야만적인 호기심을 드러내게 되는데 그것은 바다를 통한 이른바 '이양선'의 출현이었다. 그리고 그 호기심은 흑심품은 통상의 요구로 이어지게 되는데 우월한 이양선의 무력시위앞에 중국도 일본도 결국 개항을 하게 된다.
하지만 조선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가게 되는데 그것은 중국이나 일본같이 알려진 나라가 아니고 어떤 이득을 취할만한 산물이 있는 곳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은둔의 왕국도 서양세력의 밥상에 서서히 오르게 된다.
그 중요한 시절, 과연 조선은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바로 이 질문에 속시원히 대답해줄 책이 바로 이 책 '악령이 출몰하던 조선의 바다'이다.
왠 악령이라고 하겠지만 그것은 조선의 입장에서 봤을때 서양세력을 일컫는 말이다. 조선에게는 처음보는 괴물같은 존재였을것이다. 먼바다에서 펑펑쏘는 대포는 기울어져가는 조선에겐 큰 공포이자 위협이었고 결국 그 대포에 개항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과정, 즉 이양선으로 대표되는 서양과 조선이 만나게 되는 사건들을 시대순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흔히 19세기말쯤에 서양의 배가 출몰한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조선의 존재는 그 이전부터 알고 있었고 비록 소극적이지만 접촉을 시도했던것도 사실이다.
임진왜란때는 서양인 신부가 왜군을 따라서 조선에 들어왔다는 사실도 있고 그 이후 16세기 17세기에 제법 많은 이양선이 출몰했다. 물론, 19세기 그 힘든시기에 많은 이양선이 나타나서 많은 사건이 일어난것도 사실이다.

그때 조선이 보인 행동은 무엇이었을까.단 한가지 대답뿐이다. 바로 쇄국.
배가 난파당해서 표류한 외국인은 의식주를 제공해주는 친절함을 보였지만 국내인과의 접촉을 엄격히 금지했고 서둘러 중국이나 일본을 통해서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게 했다. 그리고 통상이나 무역에는 절대 응하지 않았고 그렇게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갈때까지 우물안 개구리처럼 밖에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반면 비슷한 처지의 중국과 일본은 사정이 좀 달랐다.
이들도 쇄국을 기본적인 정책으로 삼고있었지만 완전히 문을 걸어잠은 조선과는 달랐던 것이다.
중국이야 원래 조공의 차원에서 오래전부터 외국과 무역이나 통상을 해온 나라고 일본은 난학으로 대표되는 네덜란드와의 통상으로 적어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개항의 충격도 적었던것이고 역시 불평등한 개항이었지만 국력을 키워서 이웃 조선을 침략하기까지 한 것이었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과정을 재미나게 잘 그리고 있다.
이양선이 나타났을때의 조선인의 행동들. 허둥지둥하면서도 처음보는 파란눈의 외국인과 괴물같이 생긴 시커먼 배에 대한 호기심을 보이는 조선인들. 그러면서도 국법에 걸릴까봐 소극적으로 대하는 사람들. 비록 쇄국을 정책으로 삼긴 했지만 서양세력의 존재에 대해선 조선도 인식하고 있었고 그 대비책도 논의되긴 했다.
중국이 서양세력의 힘에 굴복했다는 소식에는 공포로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뿐. 어쩌면 그런 사태를 능동적으로 타개할만한 힘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조선은 정조사후 망국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조선의 위정자들은 알고 있었으면서도 끝까지 세상을 향해 눈을 감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후손이 어떤 참혹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지 정녕 상상이 안 되었을까?

책은 800쪽에 이르는 긴 분량이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관련 화보도 실어서 이해를 돕고 있고 물흐르듯이 잘 읽힐 정도로 쉽게 잘 쓰여져서 천천히 읽어본다면 흥미롭게 접할수 있는 책이다. 당시에 외국의 상황도 잘 설명하고 있어서 바다를 통한 서양과 조선의 만남을 잘 읽을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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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고리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4
제롬 들라포스 지음, 이승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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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날 문득 눈을 뜬다.
그런데 내가 살아있는건지 죽었는건지 알수가 없다.
살아있다고 여기는 순간, 내가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떻게 여기 있는건지 왜 그러고 있는건지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만 인식할뿐.

나탕. 자신을 잃어버린 한 남자. 병원에서 눈을 뜬 그는 사고에 의해서 자신의 과거를 잃어버렸다. 빙하에서 난파된 배의 카드뮴을 찾다가 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오게 되었다는데 그는 전혀 기억나는것이 없다. 단순한 잠수부였다고 하는데 병원을 나서는 순간 위험을 느끼게 되면서 일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무엇인가 엄청나게 큰것에 관여된것이 아닐까.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세상에 나아가는 나탕.
하지만 점점 엄청난 사실앞에 맞닥뜨리게 되는 그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거대한 세력앞에 자신을 내던지게 된다. 과연 그는 자신과 세상을 구할수 있을까...

요즘 새롭게 뜨고 있는 프랑스 스릴러의 한 작품인 이 책은 지은이가 다큐제작자에 르포기자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래서 허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지만 기본적인 골격은 사실을 깔고 있고 세계를 누빈 작가답게 유럽과 아프리카를 종횡무진 연결한다.
빠르게 이어지는 장면을 통해서 사실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점점 흥미를 더해간다. 쫓고 쫓기는 상황에서 스릴러 특유의 긴박감도 잘 표현된 작품이었다.

기억을 잃는다는 설정은 소설에서 참으로 흔하게 쓰이는 거지만 그만큼 이야기를 확장시킬수 있다는 점에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다. 나탕의 기억상실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다. 그렇게 될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가 바로 사건의 시초였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기억상실로 인해 거대한 음모를 파헤칠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무식한게 용감하다(?)고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더욱더 파고들었으니 말이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구분 못하게 정교하고 빠른 서술로 긴장감과 긴박감을 잘 느끼게 해준 소설이었다.
미국식의 스릴러와는 또 다른, 뭔가 자유스러운 느낌이 나는 스릴러였다고나 할까.
아무튼 속도감과 재미를 흠껏 느낄수 있는 잘 만들어진 소설이었다. 두꺼운 책을 언제 다 읽었나했을 정도로 몰입감이 좋았다.
다만 아쉬운것이 있다면 빠른 전개는 좋았으나 그것에 수반되는 개연성은 좀 매끄럽지 못한 점이 있었고 뭔가 크게 한방 터트리는 점이 없고 잔잔한 연타가 주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강한 이미지가 남은것은 아니었다.
이렇다할 반전이랄것도 없었던것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게 한것도 사실이다.

책은 잘 만들어졌다. 분량이 많다고 분책한것도 아니고 번역도 오자가 거의 없을정도고 가독성도 좋다.
다음에 나올 시리즈를 벌써부터 기다리게 할 정도로 재미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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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한동훈 옮김 / 하늘연못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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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간이 동물과 대비되는 여러가지 특징들이 있겠지만 가장 인간답다는것중에 하나는 바로 호기심이 아닐까싶다. 호기심이야말로 발전의 원동력이고 문명을 건설하게 된 동인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그 호기심을 잘 발휘한 문학장르가 미스터리 추리 소설일것이다.
쫓고 쫓기고 살인하고 그것을 추적하고...어쩌면 바로 우리의 일상사를 잘 묘사했기에 우리 속에서 일어난 일들을 소설로 만든것이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추리문학을 가깝게 여기는게 아닐까 생각도 든다.

최근에 이른바 장르문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많은 책들이 발간되고 있는데 그 핵을 이루는 추리소설도 당연히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역사가 깊고 저변이 넓으며 여러가지 상황상 번역하기에도 유리한 일본쪽 소설이 많이 나오고 미국쪽의 소설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비교적 최신작품들이 주를 이루는거 같다.
하지만 추리소설의 초기작들은 어땠는가에 대한 것을 보여주는 책은 별로 없었는데 여기 새로 나온 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을 통해서 개척기의 추리소설들의 맛을 느낄수가 있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담백하면서도 소박하지만 정성이 가득한 정식 밥상을 배부르게 먹은 느낌이랄까. 추리문학이 발달하면서 추리력의 정교함이나 기술등이 과거와는 크게 다르겠지만 개척기의 소설들을 오늘날에 읽는다고 해서 전혀 뒤쳐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것은 소설의 기본기가 탄탄하면서 문학 특유의 정신이 잘 구현되어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것을 강조한 소설은 한두번 읽으면 질리지만 이런 기본이 잘되어있는 소설은 언제 읽어도 새롭고 몇변이나 읽어도 지루하지 않은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개척기이면서 황금기의 소설들 중에서 추리의 참맛을 느낄수 있는 5편의 중편소설을 선보이고 있다. 아주 긴 장편소설이 주를 이루는 요즘에 이런 중편이나 단편소설을 통해서 미스터리 문학의 참맛을 느낄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단편이나 중편의 분량으로 정교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기는 더 어렵다. 짧은 분량안에 압축해서 추리와 반전 미스터리 스릴등 여러 요소를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대가는 대가답게 여기 소개된 책들의 지은이는 비교적 짧은 분량이지만 긴 소설에 못지 않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첫번째 작품인 '3층 살인사건'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영국의 하숙집이라는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무대를 감칠맛나게 잘 묘사하면서 여러 등장인물들의 심리나 행동등을 눈에 보이듯 잘 그려내고 있다.이른바 영국식유머를 잠깐잠깐 느낄수도 있는 재미난 작품이었다. 결말부분의 반전은 현대물에 비해서도 손색없는 잘 짜여진 구조였다.

'데드얼라이브'는 법정스릴러 소설인데 유명한 존 그리샴의 소설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현실감있고 긴장감이 넘치는 내용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더 실제적인 느낌이 들었다.그리고 그 당시 재판 제도도 흥미로왔는데 요즘보다는 열악한 수사를 할수밖에 없는 시절이었지만 그 해결과정이나 배심원 제도같은 내용이 설득력있게 그려진 작품이었다.

'안개속에서'는 영국하면 떠오르는 안개라는 자연적 현상을 배경으로 그럴싸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영국의 클럽제도의 묘사나 당시 영국이 처한 시대적인 배경을 그린 부분도 재미있었다. 클럽안에서 모여서 이야기하는 풍경은 다른 미스터리 소설에서도 많이 보였던 장면인만큼 익숙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부분의 반전도 좋았다.

'버클핸드백'은 영국의 애거서 크리스티와도 견줄만한 미국의 작가인 라인하트의 작품인데 간호사탐정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하고 있다. 그 자신이 간호사였기에 그런 설정을 했겠지만 책 내용을 읽어보면 간호사라는 직업이 탐정을 하기에 유리한 점도 많다는걸 느낄수 있다. 주인공인 간호사가 처음으로 탐정의 길을 걸어가게 되는 작품인데 살인이 일어나고 복잡한 사건이 일어나는건 아니지만 잔잔하면서도 잘 짜여진 추리의 참맛을 느낄수있게하는 기부 좋은 작품이었다.

마지막 작품인 '세미라미스 호텔 사건'은 주인공인 아노탐정과 그의 충실한 조력가인
리카르도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인데 마치 셜롬홈즈시리즈에서 홈즈와 조수인 와트슨의 관계를 보는듯해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 작품은 다른 위에 작품들에 비해서 조금 심심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아노탐정이라는 케릭터를 알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된 작품이었다.

단것은 몇번 먹다보면 질린다. 순간적으로는 달고 맛있는것이 좋지만 결국 영양의 대부분을 보충하는것은 밥이다. 밥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지 않는가.
빠른 전개와 장면 전환, 자극적이고 충동적인 내용의 요즘 일부 미스터리 소설들에 비해서 금방 마음을 끄는 흡입력은 부족하다고 해도 매일 먹는 밥처럼 추리의 참맛을 느낄수 있는 고전추리소설을 읽어보기 바란다. 배가 불러짐을 느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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