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한동훈 옮김 / 하늘연못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인간이 동물과 대비되는 여러가지 특징들이 있겠지만 가장 인간답다는것중에 하나는 바로 호기심이 아닐까싶다. 호기심이야말로 발전의 원동력이고 문명을 건설하게 된 동인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그 호기심을 잘 발휘한 문학장르가 미스터리 추리 소설일것이다.
쫓고 쫓기고 살인하고 그것을 추적하고...어쩌면 바로 우리의 일상사를 잘 묘사했기에 우리 속에서 일어난 일들을 소설로 만든것이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추리문학을 가깝게 여기는게 아닐까 생각도 든다.

최근에 이른바 장르문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많은 책들이 발간되고 있는데 그 핵을 이루는 추리소설도 당연히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역사가 깊고 저변이 넓으며 여러가지 상황상 번역하기에도 유리한 일본쪽 소설이 많이 나오고 미국쪽의 소설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비교적 최신작품들이 주를 이루는거 같다.
하지만 추리소설의 초기작들은 어땠는가에 대한 것을 보여주는 책은 별로 없었는데 여기 새로 나온 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을 통해서 개척기의 추리소설들의 맛을 느낄수가 있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담백하면서도 소박하지만 정성이 가득한 정식 밥상을 배부르게 먹은 느낌이랄까. 추리문학이 발달하면서 추리력의 정교함이나 기술등이 과거와는 크게 다르겠지만 개척기의 소설들을 오늘날에 읽는다고 해서 전혀 뒤쳐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것은 소설의 기본기가 탄탄하면서 문학 특유의 정신이 잘 구현되어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것을 강조한 소설은 한두번 읽으면 질리지만 이런 기본이 잘되어있는 소설은 언제 읽어도 새롭고 몇변이나 읽어도 지루하지 않은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개척기이면서 황금기의 소설들 중에서 추리의 참맛을 느낄수 있는 5편의 중편소설을 선보이고 있다. 아주 긴 장편소설이 주를 이루는 요즘에 이런 중편이나 단편소설을 통해서 미스터리 문학의 참맛을 느낄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단편이나 중편의 분량으로 정교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기는 더 어렵다. 짧은 분량안에 압축해서 추리와 반전 미스터리 스릴등 여러 요소를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대가는 대가답게 여기 소개된 책들의 지은이는 비교적 짧은 분량이지만 긴 소설에 못지 않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첫번째 작품인 '3층 살인사건'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영국의 하숙집이라는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무대를 감칠맛나게 잘 묘사하면서 여러 등장인물들의 심리나 행동등을 눈에 보이듯 잘 그려내고 있다.이른바 영국식유머를 잠깐잠깐 느낄수도 있는 재미난 작품이었다. 결말부분의 반전은 현대물에 비해서도 손색없는 잘 짜여진 구조였다.

'데드얼라이브'는 법정스릴러 소설인데 유명한 존 그리샴의 소설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현실감있고 긴장감이 넘치는 내용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더 실제적인 느낌이 들었다.그리고 그 당시 재판 제도도 흥미로왔는데 요즘보다는 열악한 수사를 할수밖에 없는 시절이었지만 그 해결과정이나 배심원 제도같은 내용이 설득력있게 그려진 작품이었다.

'안개속에서'는 영국하면 떠오르는 안개라는 자연적 현상을 배경으로 그럴싸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영국의 클럽제도의 묘사나 당시 영국이 처한 시대적인 배경을 그린 부분도 재미있었다. 클럽안에서 모여서 이야기하는 풍경은 다른 미스터리 소설에서도 많이 보였던 장면인만큼 익숙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부분의 반전도 좋았다.

'버클핸드백'은 영국의 애거서 크리스티와도 견줄만한 미국의 작가인 라인하트의 작품인데 간호사탐정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하고 있다. 그 자신이 간호사였기에 그런 설정을 했겠지만 책 내용을 읽어보면 간호사라는 직업이 탐정을 하기에 유리한 점도 많다는걸 느낄수 있다. 주인공인 간호사가 처음으로 탐정의 길을 걸어가게 되는 작품인데 살인이 일어나고 복잡한 사건이 일어나는건 아니지만 잔잔하면서도 잘 짜여진 추리의 참맛을 느낄수있게하는 기부 좋은 작품이었다.

마지막 작품인 '세미라미스 호텔 사건'은 주인공인 아노탐정과 그의 충실한 조력가인
리카르도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인데 마치 셜롬홈즈시리즈에서 홈즈와 조수인 와트슨의 관계를 보는듯해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 작품은 다른 위에 작품들에 비해서 조금 심심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아노탐정이라는 케릭터를 알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된 작품이었다.

단것은 몇번 먹다보면 질린다. 순간적으로는 달고 맛있는것이 좋지만 결국 영양의 대부분을 보충하는것은 밥이다. 밥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지 않는가.
빠른 전개와 장면 전환, 자극적이고 충동적인 내용의 요즘 일부 미스터리 소설들에 비해서 금방 마음을 끄는 흡입력은 부족하다고 해도 매일 먹는 밥처럼 추리의 참맛을 느낄수 있는 고전추리소설을 읽어보기 바란다. 배가 불러짐을 느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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