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이 출몰하던 조선의 바다 - 서양과 조선의 만남
박천홍 지음 / 현실문화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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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모방송국에서 세종대왕의 치적을 그린 드라마를 하고 있다. 사실 이당시 이룩한 문화적 성과는 그뒤 수백년간 조선의 기준이 됨음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봐도 상당히 앞서나간 문화였다.

하지만 한명의 세종만을 가졌던것이 조선의 행운이자 불운이었다. 세종조에 이루었던 그 많은 성취들이 더욱더 발전되고 이어진것이 아니라 그대로 고정되거나 오히려 후퇴하고 만다. 그에 비해서 문화적으로 후진적이었던 서양은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결국 조선을 포함한 동양을 압도하고 만다.
그리고 그 결과로 동양에 대한 야만적인 호기심을 드러내게 되는데 그것은 바다를 통한 이른바 '이양선'의 출현이었다. 그리고 그 호기심은 흑심품은 통상의 요구로 이어지게 되는데 우월한 이양선의 무력시위앞에 중국도 일본도 결국 개항을 하게 된다.
하지만 조선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가게 되는데 그것은 중국이나 일본같이 알려진 나라가 아니고 어떤 이득을 취할만한 산물이 있는 곳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은둔의 왕국도 서양세력의 밥상에 서서히 오르게 된다.
그 중요한 시절, 과연 조선은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바로 이 질문에 속시원히 대답해줄 책이 바로 이 책 '악령이 출몰하던 조선의 바다'이다.
왠 악령이라고 하겠지만 그것은 조선의 입장에서 봤을때 서양세력을 일컫는 말이다. 조선에게는 처음보는 괴물같은 존재였을것이다. 먼바다에서 펑펑쏘는 대포는 기울어져가는 조선에겐 큰 공포이자 위협이었고 결국 그 대포에 개항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과정, 즉 이양선으로 대표되는 서양과 조선이 만나게 되는 사건들을 시대순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흔히 19세기말쯤에 서양의 배가 출몰한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조선의 존재는 그 이전부터 알고 있었고 비록 소극적이지만 접촉을 시도했던것도 사실이다.
임진왜란때는 서양인 신부가 왜군을 따라서 조선에 들어왔다는 사실도 있고 그 이후 16세기 17세기에 제법 많은 이양선이 출몰했다. 물론, 19세기 그 힘든시기에 많은 이양선이 나타나서 많은 사건이 일어난것도 사실이다.

그때 조선이 보인 행동은 무엇이었을까.단 한가지 대답뿐이다. 바로 쇄국.
배가 난파당해서 표류한 외국인은 의식주를 제공해주는 친절함을 보였지만 국내인과의 접촉을 엄격히 금지했고 서둘러 중국이나 일본을 통해서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게 했다. 그리고 통상이나 무역에는 절대 응하지 않았고 그렇게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갈때까지 우물안 개구리처럼 밖에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반면 비슷한 처지의 중국과 일본은 사정이 좀 달랐다.
이들도 쇄국을 기본적인 정책으로 삼고있었지만 완전히 문을 걸어잠은 조선과는 달랐던 것이다.
중국이야 원래 조공의 차원에서 오래전부터 외국과 무역이나 통상을 해온 나라고 일본은 난학으로 대표되는 네덜란드와의 통상으로 적어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개항의 충격도 적었던것이고 역시 불평등한 개항이었지만 국력을 키워서 이웃 조선을 침략하기까지 한 것이었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과정을 재미나게 잘 그리고 있다.
이양선이 나타났을때의 조선인의 행동들. 허둥지둥하면서도 처음보는 파란눈의 외국인과 괴물같이 생긴 시커먼 배에 대한 호기심을 보이는 조선인들. 그러면서도 국법에 걸릴까봐 소극적으로 대하는 사람들. 비록 쇄국을 정책으로 삼긴 했지만 서양세력의 존재에 대해선 조선도 인식하고 있었고 그 대비책도 논의되긴 했다.
중국이 서양세력의 힘에 굴복했다는 소식에는 공포로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뿐. 어쩌면 그런 사태를 능동적으로 타개할만한 힘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조선은 정조사후 망국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조선의 위정자들은 알고 있었으면서도 끝까지 세상을 향해 눈을 감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후손이 어떤 참혹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지 정녕 상상이 안 되었을까?

책은 800쪽에 이르는 긴 분량이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관련 화보도 실어서 이해를 돕고 있고 물흐르듯이 잘 읽힐 정도로 쉽게 잘 쓰여져서 천천히 읽어본다면 흥미롭게 접할수 있는 책이다. 당시에 외국의 상황도 잘 설명하고 있어서 바다를 통한 서양과 조선의 만남을 잘 읽을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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