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7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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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 되면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 이름은 그냥 글쓰기의 대명사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냥 펜만 쥐면 글이 나오는 글쓰기 대마신. 아니 소설공장 공장장쯤 될려나. 수없이 많은 소설을 썼는데 물론 그 많은 양이 모두 잘 쓴것은 아니다. 뭔가 씹다 만 껌처럼 의아하게 끝나는 것도 있고 그냥 재미없는 것도 있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명작도 있고. 잘 쓰긴 하지만 고르게 쓰지는 못하는. 그래도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쪽이 더 많기에 히가시노 히가시노 하는것이 아니겠는가.

 

이번에 나온 책은 전에 나왔던 책을 새롭게 펴냈는데 그래서 소재가 시의성면에서 약간 떨어지는 면도 있다.아직 도래하지 않은 기술이긴 해도 이미 많은 소재로 다루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미래의 사건을 예측해서 범인을 잡는다는 것. 소재의 제약이 없이 다방면으로 글을 쓰는 히가시노가 이번에는 첨단 과학을 소재로 한 책을 썼는데 그것은 DNA를 이용한 범죄 예방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다.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이 남긴 흔적에서 DNA를 추출한다. 이것을 분석해서 키, 얼굴, 체질, 성격등을 종합적으로 유추해서 범인이 될 확률이 높은 사람을 찾는 시스템이다. 아무 증거도 남지지 않았다고 해도 DNA만 확보된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수많은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서 가장 범인에 가까운 인물을 지목하게 되고 실제로 그것이 진짜 범인일 확률이 높은걸로 판명이 되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많은 사람들의 DNA를 등록해야 더 정교해지는데 일반 국민들을 강제로 등록시킬 방법이 없다. 개인 정보라는 문제도 있지만 어떻게 국민의 사적인 정보를 마음대로 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이 시스템은 결국 한계성이 있었지만 그래도 많은 범인들을 검거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날 시스템에서 범인을 찾을 수 없는 미제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이 시스템으로도 찾기 어려웠지만 반복되는 사건을 통해서 오히려 여러 단서가 규합이 되면서 시스템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윽고 범인일 확률이 높은 사람을 특정해가는데 놀랄 일이 벌어진다. 그것은 이 시스템을 만든 개발자가 살인 용의자로 몰리게 된 것이다. 자신이 만든 기계에 자신이 범인으로 몰리게 된 상황. 주인공은 이 상황을 타개 하기 위해서 분투하기 시작한다. 가깝게는 그를 쫓는 형사로부터 멀게는 국가로부터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건 싸움에 뛰어드는 것이다.

 

아마 이 책을 본 사람들이라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생각이 날 것이다.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미리 예측해서 그 사건의 당사자를 제거한다는 내용.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이 책의 시스템도 결국 미리 예단한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그것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 국민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설사 전 국민의 자료가 있다고 해도 그 작은 DNA 자료로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것을 이용해서 편하게 범인을 잡을려고 한다. 만일 그 범인이 진범이 아니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른 증거나 단서가 없는 상태에서도 그 예측 시스템에 특정이 되었다고 해서 그를 범인이라고 단정지을수 있을까.

 

이 책은 과학을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선하게도 악하게도 쓰일 수 있다는 오래된 진리를 다시끔 상기시켜준다. 이 시스템을 만든 국가는 면목상 범인을 좀 더 빠르고 신속하게 잡기 위해서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결국 속내는 국민의 정보를 한 손에 움켜쥐고 말 그대로 자신들의 통제하에 두겠다는 것이다. 국가에 반항하는 자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서 얼마든지 범죄자로 만들수 있는 것이다. 그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한 협박과 위협이 된다. 단순한 편리함이 아니라 그런 무서운 음모가 자리 잡고 있는것이다.

 

그리고 그런 저의가 없다고 해도 이 시스템만으로 범죄자를 잡을 수가 없다. 기계는 인간 고유의 감성과유동적인 마음을 정확히 잡아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DNA는 하나의 자료일뿐. 인간은 수많은 상황에서 수백가지 다른 행동과 다른 결론을 낸다. 모든 것이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낼 수고 없기에 비슷하다고 해서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스템은 결정적으로 한계를 가지는 것이다.

 

이야기는 재미있다. 작가 특유의 쉬운 문체로 휘몰아치면서 읽게 하는 마력이 있다. 초반의 상황 설명에서는 천천히 가다가 중반부터 속도감 있게 읽힌다. 아쉬운 것은 플롯이 아주 복잡한 것은 아니라서 미스터리가 치밀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도 한편의 SF소설을 보듯 흥미롭게 잘 읽힌 책이었다.

 

과학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과학에는 아무런 가치판단이 없다. 그것이 어떻게 쓰여지는것에 따라서 재앙이 될 수도 있고 축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도덕성과 인간성이 결여된 과학은 그것 자체로 인간을 파멸로 이끌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 혁명은 고도로 발달된 과학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인데 그로 인해 생겨날 수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흥미로운 내용속에서 과학과 인간의 욕망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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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수를 죽이고 - 환몽 컬렉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0
오쓰이치 외 지음, 김선영 옮김, 아다치 히로타카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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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 이치' 작가는 뭔가 좀 독특하면서 공포스럽기도 하고 말이 안되는거 같으면서도 곰곰히 생각하면 그럴싸한 글을 잘 쓰는 작가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작품들중에서 그런쪽의 작품들만 읽었으니까. 그런데 그런쪽의 작품도 쓰지만 편안하고 감동을 주는 책도 썼다고 하니 작가의 능력을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거 같다. 여러 장르에 능한 재능있는 작가를 한쪽면만 본 셈인데 나같은 사람을 위해서 그의 작가적인 역량을 잘 느낄수 있는 책이 바로 이 '메리 수를 죽이고' 다.

 

사실 여러편의 작품을 모은 중단편선집인데 제목이 '환몽 컬렉션'이라고 한다. 원래 알고 있었던 작가 특유의 글쓰기가 나오는가 했는데 전부 다 그런 내용은 아니었다. 기괴하고 특이한 서술을 한 작품도 있긴 했으나 일상적인 내용의 작품도 있어서 '오츠 이츠' 라는 작가의 글쓰기를 전반적으로 맛보기에는 이 책이 제격인거 같다.

 

그런데 특이하게 여기에는 4명의 작가가 나온다. 지은이가 오츠 이치 외 이렇게 되어있어서 4명의 작가의 모음집으로 보였다. 각 작가에 대한 이력도 앞뒤 날개에 소개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트릭이었다. 이름이 다르고 이력도 다른 이 4명의 작가가 실은 오츠 이치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한 사람이 썼지만 여러 사람이 쓴 글을 모은것처럼 느끼게 함으로써 각 이야기의 독립성을 가지게 하려고 한 것 같은데 그거 아니라고 해도 각 이야기가 차별적이고 느낌이 달라서 같은 작가가 쓴 작품들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역시 '염소자리 친구'다. 책에서 제일 분량도 많고 주제 의식도 있으면서 구조 자체가 탄탄하다. 일반적인 이야기지만 중요 소재로 쓰이는 것은 역시 환상적인 것이다. 주인공 집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여러가지가 날아오는데 옷가지는 물론이고 어느날은 강아지까지 날아온다. 이윽고 날아온 날은 미래에 발행된 신문. 거기에는 주인공이 아는 사람의 죽음이 적혀 있었다. 그 죽음을 바꾸기 위해서 주인공이 어떤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 주된 얼개다.

 

이 이야기는 학원 폭력이라는 조금은 상투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그것으로 인해 일어난 사건을 주인공이 추적해가는 추리적인 내용이 흥미롭게 잘 전개가 되었다.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날듯한 현실성을 보여줘서 몰입감이 더 깊었던듯 하다. 이야기의 끝에 가서는 주인공이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결론이 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예측을 했지만 씁쓸한 느낌을 들게 했다.

 

이와는 반대로 좀 재미있고 발랄한 이야기도 있었으니 그것은 '소년 무나카타와 만년필 사건'이다. 만년필 도난 사건이 일어나고 한 학생이 범인으로 지목당하지만 그는 진범이 아니다. 어떻게 사건이 해결될수 있을까 했는데 뜻밖에도 반에서 있는듯 없는듯 했던 존재감없는 무나카타가 해결한다는 이야기인데 아주 큰 사건은 아니지만 사건을 추리하는 내용이 잘 짜여져서 흥미롭게 읽었다. 무나카타 시리즈로 나와도 좋겠는데 이 단편 해설자의 말에 의하면 뒷 이야기는 없다고 하니 아쉽다.

 

표제작인 '메리 수를 죽이고'는 우리 나라 소녀들에게도 익숙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영화등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재가공해서 쓰는 팬픽 같은것이 많은데 그것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은 외적으로 자신이 없어서 다른 사람과도 교류가 거의 없다. 그녀에게 유일한 친구는 판타지 세계의 잘 생긴 금발 소년이다. 그의 포스터를 방에 붙여놓고 그와의 대화를 상상속에서 했는데 그것을 넘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2차창작글을 쓰기 시작한다. 바로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을 투영한 메리 수를 등장시킨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게임 동아리에 가입하게 되고 거기에서 자신의 작품을 연재하기 시작한다. 글을 좀더 잘 쓰고자 하는 욕심으로 책 내용에 관련되는 것들을 조사하고 공부하고 또 직접 실습까지 하면서 점점 세상밖으로 나온다. 책은 일종의 성장 소설로 읽힌다. 주인공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오타쿠적인 삶에서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때까지의 과정을 섬세하게 잘 그리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전체적으로 내용이 흥미롭고 술술 잘 넘어갔다. 미스테리한 내용부터 으스스한 내용도 있고 환상적인 소재에 실제 일어날수 있는 이야기까지 풍성한 내용을 담았다. 여러 장르의 글쓰기를 한다는 작가의 글솜씨를 잘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어서 좋았던거 같다. 이 작가의 확장성은 어디까지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몰랐던 성향의 다른 책을 읽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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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아
오키타 밧카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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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목만 보고 어떤 정보도 없이 책을 읽었다. 아마 어떤 책인가를 알았다면 감정의 변화가 적었을지도 모른다. 처음 봤을때 주인공의 엉뚱하지만 발랄한 모습에 웃음 지었는데 다음에 줄줄이 나오는 일들에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른다.

 

이 책은 아스퍼거증후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학습장애 등 평범하지 않은 장애를 갖고 태어난 작가의 자전적 만화 에세이이다. 만화로 보니 그 이야기가 더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그냥 밝고 상상력이 있는 그런 사람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마음 아픈 이야기였던 것이다. 주인공인 니트로는 다른 아이와 크게 다르지 않게 자랐다. 딱히 이상한적이 없었고 조금 서투른것은 아직 아이니깐 그럴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초등학교를 들어가서 저학년때만 해도 다른 아이와 다른 행동을 하기 시작했지만 그것도 아직 어리기에 있을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고학년이 되면서 그의 행동은 남들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으로 규정이 되었고 특히 담임 선생의 몰지각하고 폭력적인 교육 방법때문에 많은 체벌을 당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니트로는 씩씩했고 자신 나름의 방식으로 대처해나갔다. 조금 이상할지 몰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넘어간 것이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달랐다. 일단 반의 학생수가 많아지면서 담임 선생이 관리해야할것도 많아졌고 여러모로 아이일때와는 대처해야하는 것이 넓어졌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최악은 그 범죄 선생이 저지른 행동이다. 니트로는 자신이 당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몰랐고 그것을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저 그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랬던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른다. 어떻게 인간으로써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그리고 그런 상황을 부모나 주위 사람이 몰랐을까.

 

사실 당시는 발달장애가 병이란 사실을 모를때 였다. 그냥 좀 심하게 착하고 약간 둔한 상태라고 여기거나 남들보다 조금 느린 정도로 여겼지 그것이 어떤 장애가 있다고 여기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부모도 거기에 맞게 대해주지 못했고 그를 거쳐간 선생들도 포용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남들과 조금 다르다고 막 대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게 제대로 된 교육이 될 수는 없다는건 분명하다. 니트로가 중학교에서 마지막으로 만났던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 그것을 잘 알수 있다. 가비라 선생님은 니트로가 나쁜 것이 아닐라고 했고 그의 엉뚱한 행동에도 너그럽게 대했다.무엇보다 차별없이 편견없이 사람들 대했던 것이다. 그 선생님도 니트로에게 여러 발달 장애가 있다는 것을 몰랐지만 다른 선생들과는 다르게 니트로를 인간 그대로 믿어주고 격려해준 것이다.

 

그때를 기점으로 좀 더 마음을 열게 된 니트로는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그림에 소질이 있던것을 살려서 나중에 만화가가 된다. 물론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아마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또 받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장애가 있음을 조금씩 깨닫게 되고 이런 만화까지 그리게 되는데 책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그 과정이 참 험난했으리라 상상이 된다.

 

짧은 내용이었지만 아주 강렬하게 다가온 책이었다. 지금은 저런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책 내용에서와 같은 일들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사실 외적 내적 장애가 없어도 사는 것이나 생긴 것이나 공부 잘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차별이나 편견이 있는게 사실이다. 그런 것들로 사람을 판단하고 차별하면 안되는데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신 장애는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있는게 아니겠는가.

 

자신의 치부라고 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담담히 그려낸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을 듯하다. 남과 좀 다르다고 주류가 아니라고 혹시 배척하고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데 손 잡아주는 것 조차도 거절 하는 건 아닌지 우리안에 있는 편견과 선입관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이다. 분명 우리는 가비라 선생님처럼 손을 내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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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항설백물어 - 하 -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9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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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전국 시대를 겪었고 통일이 되어서도 각 지역별로 특색있게 발달해서그런지 각 지역마다 축제도 많고 이야기꺼리도 많아서 그것이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본 문학에 많은 자양분으로 작용한 여러가지 특별하고도 기묘한, 이상하면서도 그럴싸한 구전 설화나 이야기가 많다. 이 책은 그런 내려오는 여러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기묘하면서도 또 기묘한 그러면서도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지은이인 쿄고쿠 나쓰히코는 특히나 그런쪽의 이야기를 잘 쓰는 작가다.

 

이름하여 항설백물어.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라고 하는데 기괴한 괴물이나 요정등이 등장하면서 미스터리하면서도 공포스러운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전개하는 형식인데 배경이 에도 시대라서 그런지 더 고풍스러우면서도 뭔가 으스스스하면서 믿기 힘든 이야기가 펼쳐질꺼 같다.

 

이번에는 상편에 이은 하편인데 여전히 이야기꾼들로 나오는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여러 이야기들을 물어온다. 그것이 맞다 안 맞다 어떤 의미가 지닌다 진짜다 아니다 그러면서 최종에는 은거야인이라고 할만한 모모스케에게 전체적인 이야기를 듣는 형식이 이어진다.

 

첫번째 이야기인 '산사내'는 산에서 내려온 거대한 괴력의 사내가 주인공인 이야기다. 그는 깊은 산에 있으면서 키는 두 장쯤 되고 생김새는 도깨비 같다고 한다. 산의 사내가 아니라 산의 신이자 산의 정령이며 산의 요괴이기도 한 존재. 사람들에게 무서운 존재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때론 부탁들 들어주기도 한다는데 그의 정체는 불분명하다. 그러는 중에 한 여성이 산에 갔다가 실종되어 3년만에 돌아오는데 한 아이를 안고 온다. 그녀는 산사내에게 납치되어서 그의 아이를 낳았다고 하는데 과연 진실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는 산사내가 진정 있는 것인지에 촛점이 맞춰지는데 산사내가 하나의 상징일뿐 그것을 가리고 본다면 진실이 보인다는 내용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중요 지점이 아닐까 싶다.

 

두번째 이야기인 '오품의 빛'는 백로의 이야기다. 6품의 관등을 가진 관리가 천황의 명으로 백로를 잡으려고 했으나 실패했는데 천황의 명이라는 말에 백로가 순순히 잡혀서 그것에 감화한 천황이 백로에게 5품의 벼슬을 내렸다는 이야기다. 그 백로의 빛는 기괴한 빛이 아닌 고귀한 빛이라는.  이야기는 이 백로로 상징되는 산 속 푸른 빛의 아름다운 여인이 한 아이를 남자에게 주는 것으로 전개되는데 그 여인이 진짜 백로인가 아니면 눈의 속임수인가. 신비하면서도 괴이한 느낌을 주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바람신'은 백 가지 이야기라는 놀이 이야기다. 백 가지 이야기란 백 가지 괴이한 이야기나 무시무시하고 기묘한 이야기를 하룻밤 사이에 다 이야기하는 모임을 말하는건데 특이한 것은 이 이야기가 끝나면 그 자리에서 기이한 일이 일어나고 이상한 존재가 나타난다고 하는 것인데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는 아무도 몰랐다. 아마 다를 무서워서 백 가지 이야기를 다 끝마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호기심쟁이 겐노신 일당은 그것을 실행해보기로 한다. 진짜로 백 가지 이야기가 끝마치고 나서 기이한 일이 일어날것인가.

 

사실 구전 괴담에 나오는 이야기들의 화자는 누군가. 바로 인간이 아닌가. 그 이야기 속에 나오는 괴이한 존재들이 직접 말하는게 아닌 인간들이 말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겉으로는 미스터리하고 무섭기도 하고 꺼려지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사람들의 이야기임을 알 수가 있다.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여러 장치를 통해서 좀 더 확실하게 기억되는 방식으로 전개시키는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야기의 행간을 읽으면 그들이 이야기 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내려오는 여러가지 특이한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엮어서 그 속에 인간 본연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내용이라서 한번 읽으면 그 의미가 오랫동안 기억될만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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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워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마이클 커닝햄 지음, 정명진 옮김 / 비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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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미즘의 화두인 요즘 세상에 시간을 뛰어넘어 '부인'으로 살았던 세 여인의 삶을 통해서 그 시간들을 되새겨보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책 '디 아워스'다. 전에 세월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었는데 좀더 산뜻한 책으로 돌아왔다.

 

여기는 세 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버지니아 울프, 로라, 진 클라리서. 그런데 이들은 같은 시간에 있던 것이 아니라 모두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 있었다. 책은 이 세명의 이야기를 서로 교차해서 전개함으로써 다른 시대지만 같은 시대의 이야기를 하는것처럼 느끼게 한다.

 

이들에게 공통된 점이 있다면 '댈러웨이 부인'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댈러웨이 부인'을 썼고 그 '댈러웨이 부인'을 로라가 읽는다. 그리고 클러리서는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버지니아 울프는 댈러웨이 부인을 쓰면서 내면의 괴로움을 달래려고 하지만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고 만다. 시대적 배경이 1932년으로 나와있는데 아직도 여성의 지위가 불안정한 지금에 비해서 그때는 정말 답답하던 시절이었다. 그랬기에 울프는 다른 선택을 할 수가 없었지 않았을까.

 

로라는 평범한 주부다. 남편과 아들이 있고 또 다른 둘째 아이를 출산할 계획이다. 어느날 남편의 생일날이 되어서 아들과 생일 케익을 만들다가 책 한권만을 들고 호텔로 간다. 바로 그 '댈러웨이 부인'을 들고. 평범한 삶을 살던 그녀가 문득 자신의 삶을 다시 깨닫고 자신만의 삶을 살고 싶어한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도피를 했던 것인가.

 

진 클라리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여성의 지위가 올라간 1990년대를 살고 있지만 그녀 자신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뭔가에 잡혀서 살아가고 있다. 친구인 리처드에 의해 속박당해 살고 있다. 인공수정을 통해서 낳은 딸이 있는데 그녀는 동성애자다. 여성의 차별에 대한 적극적인 대항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난의 시선을 받지만 그럴수로 그녀는 더욱 리처드에 빠져 든다. 마치 리처드가 도피의 수단인 것 처럼.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도피일까 현실을 외면한 회피일까.

 

이야기는 세 명의 여성을 중심으로 하루에 일어난 났으나 다른 시대 다른 장소의 시공간을 교차로 보여줌으로써 서로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잇고 있다. 이야기의 주된 얼개는 시간의 해석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그리고 매일의 반복되는 일상을 어떻게 생각할것인가. 그것에 함몰되어 나 자신을 잃어버리것인지 새로운 것을 통해서 나 자신을 찾을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남성에 비해서 여러모로 제약된 환경의 여성이라는 구조를 통해서 시간의 흐름에 대한 여러 시선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었는데 한번 읽기 보다 두 번 읽다보면 그 여운이 길게 갈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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