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워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마이클 커닝햄 지음, 정명진 옮김 / 비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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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미즘의 화두인 요즘 세상에 시간을 뛰어넘어 '부인'으로 살았던 세 여인의 삶을 통해서 그 시간들을 되새겨보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책 '디 아워스'다. 전에 세월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었는데 좀더 산뜻한 책으로 돌아왔다.

 

여기는 세 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버지니아 울프, 로라, 진 클라리서. 그런데 이들은 같은 시간에 있던 것이 아니라 모두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 있었다. 책은 이 세명의 이야기를 서로 교차해서 전개함으로써 다른 시대지만 같은 시대의 이야기를 하는것처럼 느끼게 한다.

 

이들에게 공통된 점이 있다면 '댈러웨이 부인'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댈러웨이 부인'을 썼고 그 '댈러웨이 부인'을 로라가 읽는다. 그리고 클러리서는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버지니아 울프는 댈러웨이 부인을 쓰면서 내면의 괴로움을 달래려고 하지만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고 만다. 시대적 배경이 1932년으로 나와있는데 아직도 여성의 지위가 불안정한 지금에 비해서 그때는 정말 답답하던 시절이었다. 그랬기에 울프는 다른 선택을 할 수가 없었지 않았을까.

 

로라는 평범한 주부다. 남편과 아들이 있고 또 다른 둘째 아이를 출산할 계획이다. 어느날 남편의 생일날이 되어서 아들과 생일 케익을 만들다가 책 한권만을 들고 호텔로 간다. 바로 그 '댈러웨이 부인'을 들고. 평범한 삶을 살던 그녀가 문득 자신의 삶을 다시 깨닫고 자신만의 삶을 살고 싶어한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도피를 했던 것인가.

 

진 클라리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여성의 지위가 올라간 1990년대를 살고 있지만 그녀 자신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뭔가에 잡혀서 살아가고 있다. 친구인 리처드에 의해 속박당해 살고 있다. 인공수정을 통해서 낳은 딸이 있는데 그녀는 동성애자다. 여성의 차별에 대한 적극적인 대항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난의 시선을 받지만 그럴수로 그녀는 더욱 리처드에 빠져 든다. 마치 리처드가 도피의 수단인 것 처럼.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도피일까 현실을 외면한 회피일까.

 

이야기는 세 명의 여성을 중심으로 하루에 일어난 났으나 다른 시대 다른 장소의 시공간을 교차로 보여줌으로써 서로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잇고 있다. 이야기의 주된 얼개는 시간의 해석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그리고 매일의 반복되는 일상을 어떻게 생각할것인가. 그것에 함몰되어 나 자신을 잃어버리것인지 새로운 것을 통해서 나 자신을 찾을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남성에 비해서 여러모로 제약된 환경의 여성이라는 구조를 통해서 시간의 흐름에 대한 여러 시선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었는데 한번 읽기 보다 두 번 읽다보면 그 여운이 길게 갈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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