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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4 - 태평천국 Downfall ㅣ 본격 한중일 세계사 4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2월
평점 :
우리가 일제에 의해서 36년간 치욕을 겪은 까닭은 우리 스스로의 힘이 약했기도 하지만 격변하는 세계 정세에 어두운 나머지 적절한 대처를 못한 까닭도 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100년전의 상황에 비해서 결코 안심할 처지가 못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국과 일본은 막강한 국력을 바탕으로 알게 모르게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데 그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나름의 대처를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다행인것은 구한말에 비해서 지금의 우리는 스스로를 방비하기에 나쁘지 않은 국력을 갖고 있어서 우물안 개구리 같은 조선에 비해서 운신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그래도 늘 주위를 둘러보고 경계를 해야 우리 스스로를 지킬수가 있는데 국제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시절 우리를 둘러싼 열강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그 당시에 조선 정부가 안일하고 어리석은 대처를 했기에 결국 나라가 망하지 않았는가. 당시 한중일은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를 아는 이 시리즈의 장점이 여기에 있다. 이때 중국이나 일본은 어떻게 발전하고 실패해서 우리에게 영향을 끼쳤는가를 아는 것은 지금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번 편에서는 중국의 태평천국의 난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태평천국의 난은 청이 쇠망의 길로 들어서는데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이다. 이 난으로 인해서 힘을 소진한 청이 결국 망하게 되고 그 와중에서 동아시아의 질서가 흐트러지게 됨으로써 결국 조선의 운명도 달라지게 된 것이다. 산업혁명으로 동양을 능가하는 힘을 갖게 된 서양 세력의 침투에 대항할 시간을 잃어버리게 된 것도 결국 이 태평천국의 난 때문이다. 그래서 이 난을 아는게 중요한 것이다.
지난 편에서 허약해진 청을 무너뜨릴 기세로 일어난 태평천국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집단지도체제에서 단일체제로 만들기 위해서 친위쿠데타격인 천경사변이 일어나면서 힘을 크게 잃고 만다. 여전히 청군은 크게 잘 싸우지 못했지만 민병대겪인 상군이 태평천국군을 크게 무찌르면서 상황은 점점 태평천국군에게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때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서양 세력은 자신들의 이권을 확대하기 위해서 사태를 주시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태평천국에 호의를 보였지만 결국 청이 무너지는것을 원하지는 않게 된다. 청이 무너지면 자신들이 중국에서 가지고 있는 이권을 보장해줄 세력이 무너지는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었다. 마침 청이 난을 진압하기 위해서 군대를 요청하자 기다린듯이 청과 함께 태평천국군을공격한다. 청을 겁박해 이권을 뜯어내면서도 완전히 망하기는 바라지 않는 모순적인 서양 세력에 대해서 청은 제대로 대처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아직 청의 힘은 남아있어서 결국 이 난을 평정하게 되지만 속의 힘은 꺼져가고 있었다.
이 태평천국의 난은 조선에도 사신들을 통해서 알려졌지만 그들은 단순히 작은 지방 민란 정도로 파악했다고 한다. 당시 조선의 정세 판단이 그 정도 능력밖에 없었다고 할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제한된 정보로 전체적인 판단을 하기는 쉽지 않았으리란 생각도 든다. 난은 10년 넘게 이어졌지만 사신이 그렇게 머물러있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난이 일어난 시기 조선은 세도 정치로 국가의 동력을 잃고 있어서 뒤에 올 거센 파고를 짐작도 못했을 것이다.
책은 아주 흥미롭다. 이 책이 시리즈가 다 그렇지만 역사를 좀 더 쉽게 재미있게 알기 위해서 만화의 형식을 취한것이 이해력을 높이게 한다. 하지만 읽다보면 그림이 눈에 들어오는게 아니라 그림에 딸린 글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미 역사 이야기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역사란 것이 세세하게 알려면 복잡하기도하고 집중력도 떨어지는데 이 책은 딱 중요한 부분을 잘 엄선해서 이야기를 잘 엮어냈다. 그래서 책을 찬찬히 읽다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태평천국이 그냥 단순히 청말의 민란 정도로 알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이 난이 얼마나 중요한 사건이었는가를 흥미롭게 잘 보여주고 있어서 좋은 책이다.
세계사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아는 눈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 처음 1권부터 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