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웨어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재미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서 딱 들었던 생각이었다. 책을 처음 봤을땐 언제 다 읽나 할 정도로 두꺼운 분량이었는데 정말 정신없이 읽었다. 최근에 이렇게 정신없이 읽은 책이 드물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책은 영화 '스타더스트'의 원작소설을 쓴 닐 게이먼의 처녀작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스타더스트보다 더 재미나고 더 활기차고 더 흠입력이 있었다. 대체 이 작가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의 구성이나 전개가 독창적이고 발랄하며 재미가 있다. 만화 작가로도 이미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니 재미있게 글쓰는것에 대해선 어느정도 경지에 이른 사람이 아닌가하기도 하다.

이 책의 무대는 영국 런던. 하지만 그 도시 위에서 벌어지는것이 아니라 그 아래, 지하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리처드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곧 약혼할 여자친구와 함께 거리를 지나가다가 쓰러져 있는 한 여자를 발견한다. 그냥 가자고 재촉하는 여자친구를 뒤로한채 쓰러진 여자를 도와주는 리처드. 하지만 그의 그 소박한 선행이 그의 인셍에서 커다란 전기가 될줄은 상상도 못한다. 도와준 여자의 이름은 도어. 알수없는 몇마디를 남기고 떠난 그녀 뒤로 음험한 기운을 풍기는 두 남자가 리처드를 찾아오고 그는 곧 새로운 모험의 세계로 빠지게 되는데 그가 가게 된 곳은 다름아닌 런던의 지하세계. 거기는 지상세계와는 또다른 런던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공존하고 끝없이 이어진 미로같은 지하터널. 거기에는 절대선도 절대악도 없는 독특한 공간이었다. 갈곳없이 홀로 남겨진 리처드는 곧 도어일행과 만나게 되고 그녀를 따라서 어쩔수없이 새로운 모험을 떠나게 되고 우여곡절끝에 목적한 바에 이른다. 하지만 곧 반전이 일어나고 그의 운명은 새로운 결단을 요구하게 되는데...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런던이라는 공간을 이용해서 지은이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했다. 바로 지하세게인 것이다. 지상의 세계와 비슷하것처럼 보이면서도 상상할수 없는 여러가지 것들을 보이는것이 바로 지하세계였다. 현재 운행되고 있는 런던지하철과는 다른 지하세계만의 지하철이 있는걸로 설정을 했는데 지하철이 서는 역이 실제 존재했다가 폐쇄되었다는 설정으로 그럴싸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지하세계의 주요 이동 수단이 지하철인 탓에 지하철이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는데 실제 런던에 살면서 지하철을 탄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나서 묘한 느낌을 들게 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별 생각없이 탔던 지하철이 그런 환타지의 무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지하철을 생각하면 좀더 느끼기 쉬울것이다.

주인공인 리처드는 어떻게 보면 참 맹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상상도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그 머리는 지상세계에서 하는것과 같이 돌아가는 장면이 나왔을때는 한대 쥐어박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착하지만 평범하고 단순하며 나약한 그가 모험을 떠나게 되면서 점점 더 강인하고 결단성있는 사람으로 변해갈땐 그의 용기에 박수를 치고 싶기도 했다. 나중에는 결국 그가 큰 공을 세우게 되고 지하세계를 빠져 나갈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 그치만 이미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는데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것인지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따분하고 재미없지만 안정적인 지상의 삶과, 다이나믹하고 여러가지 모험이 기다리지만 목숨을 보장받지도 못하는 지하의 삶중에서 어느 삶을 선택하게 될까? 소설에서는 어떤 결정을 하게 되긴 하지만 과연 나라면 어떤 삶을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반지의 제왕과 헤리포터 같은 환상소설의 지적인 유산을 잘 물려받은 영국 태생 답게 환타지를 엮어가는 솜씨가 여간 보통이 아니다. 이미 많은 만화를 통해서 스토리를 어떻게 구성하고 어떻게 이어갈까에 대한 훈련이 되어 있겠지만 소설은 만화와는 말하는 호흡이 또 다른 장르가 아닌가.그렇지만 그는 처녀작이라는 이 책에서 그의 재능을 유감없이 보이고 있는거 같다. 현재에 존재하지않는 전혀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면서도 그리 낯설지 않은 것은 전통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부여했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지하철을 그대로 가져와서 새롭게 꾸미고 등장인물들의 모습들도 지상의 것을 가져와서 성격이나 설정을 달리 하는 정도로 배경과 캐릭터를 구축했기에 더욱 가깝게 책 내용에 몰입할수 있었던거 같다.
그 결과 근 500여 페이지의 많은 분량의 내용이었지만 빠르게 잘 읽을수 있었고 재미있게 잘 읽을수 있었다.

책은 여러면에서 잘 만들어졌다. 번역도 나쁘지 않았고 제본도 튼튼했고 가격도 적당한거 같았다. 다만 표지는 내용의 몰입도에 비하면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던게 아쉽다. 옮긴이의 후기도 있어서 좋았는데 읽기 쉬운 내용이지만 분량이 긴 만큼 주요 등장인물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앞부분에 실었음 더욱 멋진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TV시리즈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 네버웨어. 거대 대도시의 지하세계를 현실감있고도 활기차게 그려내서 오랫만에 한순간에 읽어버린 책이었다. 닐 게이먼의 이 매혹적이면서 뛰어난 상상력의 글솜씨를 앞으도로 기대할꺼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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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누구나 졸업을 한다.학교를 입학하면 졸업하게 되고 군대를 들어가도 졸업하게 되고 직장인이 되어도 계속 해서 있는것이 아니라 나오게 되는 일도 생긴다. 이렇듯 무엇인가 끝낸다는 의미, 한 단계를 벗어난다는 의미의 졸업이란것은 사람의 일생에 거쳐서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끝낸다는 의미만 가진것이 졸업의 의미가 다가 아닐것이다. 졸업과 동시에 새로운 것에 '입학'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졸업이란것은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하나의 관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인생에서의 졸업을 통해서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총 4년의 중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인데 보통 말하는 학교 졸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의 졸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 일상에서 일어날수 있는 일들을 담담하면서도 사실적으로 우리가 직접 겪어가는 것처럼 농밀하게 서술하고 있다.

첫번째 표제작인 '졸업'은 친구의 딸과의 이야기인데 그 친구는 이미 저세상사림이고 그 딸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나를 찾아온다. 하지만 나는 그 친구와 연락을 안한지가 오래되었고 그 자신이 삶의 위기에 봉착해 있는 처지다.그러나 결국 아이에게 친구의 이야기를 해주는 주인공. 그 아이나 주인공이나 어쩌면 넘어야할 문턱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넘을 용기를, 서로에게 주고 있는것이다. 결국 그 아이는 그 아버지를 졸업하게 되고 주인공은 그 친구와 자신을 졸업하게 되는것이다.40대 가장의 고단한 삶과 일본사회의 모습등이 잔잔하게 잘 서술이 된 작품이었다.

두번째인 '행진곡'은 역시 40대 가장인 주인공이 어머니의 임종을 앞두고 과거에 있었던 가족의 일들 특히 보통아이와는 달라던 여동생과이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이다. 여기서 어머니는 인생을 '졸업'하는 순간에 있고 그와 그의 여동생은 또다른 졸업의 순간에 잇다. 오랜 세월 동생과 어머니의 진실을 알지못했던 주인공은 그 마음을 결국 알게되고 자신이 짊어진 졸업을 향해서 새로운 마음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보면 참 특이한 어머니와 여동생이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이상하게 생각했을꺼지만 딸에 대한 믿음과 그 마음을 알아준 딸의 마음도 보통이 아닌거같다. 결국 거기에서 주인공도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지 않겠는가. 어머니는 결국 돌아가셨지만, 자신을 억누르고 힘들게 했던 일들을 졸업하게 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가셨으니 결국 어머니는 그의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났다고도 볼수 있을것이다. 주인공이 힘차게 한발을 내딛는 끝장면이 마음 찡했다.

'아버지의 마지막 수업'은 평생 교직에 있다가 임종을 앞둔 아버지를 간호하는 나의 이야기이다.그 또한 교직에 몸담고 있지만 그의 눈으로 봐도 그의 아버지는 그리 매력적인 교사는 아니었다.병원에 있을때 누구도 병문안을 오지 않았던것이다.그런데 그의 제자중에 한명이 아버지의 간호겸해서 병문안을 오게 되면서 마지막으로 어떤것을 알려준다는 이야기인데 솔직히 글에 소개된 에피소드만으로도 주인공의 아버지가 왜 혼자서 그리 쓸쓸하게 가야하는가를 알게됏따.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선생님'으로써가 아니라 '교사'로써만 교직에 있었던거 같다. 그러니 그런 말년을 보낸게 아니겠는가. 학생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규율만 따지는것은 진정한 선생님이라고 할수없다.그런의미에서 마지막 장면에 누군가가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부른다는 설정은 좀 작위적으로 보여서 그리몸에 와닿지 않았다.

마지막인 '추신'은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였다.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윈 주인공이 새어머니와 수십년만에 결국 화해하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중간 중간 어린 시절의 주인공에 동화되서 나같아도 그렇게 했겠다하고 흥분할정도로 내용에 빠져든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새어머니가 표현력이나 성격이 다정스럽지 못하다고 해서 나쁜 사람은 아니었을것이다. 그의 아버지의 처신도 세련되지 못했다고는 해도 그들이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나쁜마음이었겠는가.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기는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장면, 마음 따뜻해지면서 기분 좋아지는 장면이었다.

이 책의 지은이인 시게마츠 기요시는 우리 주위의 평범한 일들속에서 아픔과 슬픔, 기쁨등의 심리를 잘 표현하는 작품을 많이 쓴다고 한다. 이 책도 그런 성격의 책인데 주인공의 나이가 안되서 완전히 느낄수는 없었으나 상당부분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있는 이야기들을 설득력있고 세밀하게 잘 묘사를 한 작품이었다.

책 디자인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지만 번역도 괜찮고 제본도 좋다.특히 종이질이 좋아서 책넘김이 기분이 좋았다.다만,마지막에 옮긴이의 후기가 있어서 작품해설이나 지은이애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책을 이해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되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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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라 기담문학 고딕총서 8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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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모파상은 단편소설로 유명하다. 세계문학을 소개하는 많은 책들에서 모파상의 작품은 빠지지 않아서 그의 작품을 한편이라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것이다. 단편을 많이 쓰기도 했지만 모파상의 작품이 그리 유명하게 된것은 작품성때문일것이다. 당시 살던 사람들의 심리나 행동등을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고 사실적으로 잘 묘사하면서 인간의 내면을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고 아직까지도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런 모파상의 작품들중에서 공포스럽고 괴기스런 이야기들을 한곳에 모아서 새로운 단편집이 나왔으니 바로 고딕총서시리즈의 '오를라'이다.

사실 모파상은 단편소설을 300여편이나 썼는데 그 전체가 다 우리나라에 소개된건 아니고 유명작품 위주로 알려져서 중복출간된것이 많았다.그래서 그의 소설 성향이 대부분 비슷할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은 그런 생각이 편견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바로 공포스러우면서도 기괴한 기담소설들도 많이 썼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젊은 시절부터 신경질환이 있어서 그런 병때문에 보통 사람보다 좀더 독특한 성품을 갖게 되었을것이고 그런 바탕에서 인간의 내면에 있는 공포와 두려움을 소설로 표현해냈을것이다. 그리고 당시 프랑스의 사실주의 기풍의 유산도 충실히 반영해서 모파상 특유의 프랑스식 공포소설을 창조해냈다. 이 책은 그런 소설들중에 특히 빼어난 소설들을 모은 단편집이다. 

책 제목인 오를라를 비롯해서 총 9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는데 괴물이나 귀신이 나오거나 피가 낭자한 그런면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것은 오히려 덜 무서울것이다. 가장 무서운것이 사람이라는 말도 있는것과 마찬가지로 모파상의 소설에는 인간 내면의 공포와 기괴스러움, 두려움등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내용에 빠지다보면 소설속의 사람이 진짜 미친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그런 기괴스러운 일들이 일어난것인지 스스로 의문이 생기고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게한다.

첫번째 작품인 '박제된 손'은 비교적 짧은편인데 강렬한 인상은 다른 작품에 못지 않다. 시체의 일부를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다가 미쳐서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아무리 나쁜 사람의 육체라고 해도 그것을 좋지 않은 의도로 대하게 된다면 즉 망자의 시신을 훼손하게 된다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것이라는 생각이 반영된것이 아닌가 한다. 

표제작인 '오를라'는 단편치고는 꽤 긴 작품인데 이 작품을 읽다보면 주인공이 미친것인지 진실인지 아리송하게 만들 정도로 구조가 탄탄하고 짜임새가 있다. 인간의 환각에 대해서 그 과정을 그린 작품인데 누구나 그런 환각속에서 자신만이 믿고 싶은것을 믿고 보고싶은 것을 보려고 하는 인간 심리를 잘 포착한 이야기 같았다. 읽다가 보면 인기 미국 드라마였던 엑스파일의 외계인 이야기가 생각났다. 인간이 본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본다는것일까에 대한 모파상의 생각이 담긴 작품같았다.맨 뒤에는 이 단편을 일기형식으로 개작한 '오를라 2판'도 수록되었는데 점점 현실에서 벗어나는 주인공의 심리를 일기라는 형식을 통해서 엿보는것도 흥미로왔다.

'마드무아젤 코코트'는 그리 복잡한 구조는 아니지만 은근하게 소름이 끼치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코코트라는 암컷개를 기르다가 그개를 죽이고 나서 겪게되는 일을 그린 작품인데 누구를 끔찍히, 죽도록 좋아하는 스토커같은 모습이 코코트에서 느꼈다면 너무 확장된 느낌인가. 정이란것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마지막에서 주인공과 코코트가 만나게 되는 장면은 정말이지 소름이 쫙 돋아날 정도로 은근한 공포심이 느껴진 작품이었다.

'산장'은 깊은 산속에 고립된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데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같았다. 말할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괜찮았겠지만 그런 사람도 없이 혼자만 있다면 어떤일이 일어날껀가에 대한 좋은 예가 될수 있을것이다. 역시 사람은 사람속에서 살아야 사람답게 사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런 상황이라고 해도 어쩌면 스스로의 공포심과 두려움에 의해서 미칠수도 있겠구나라는 느낌이 들게 했다.

'자살'은 어떤 특별한 슬픔이나 외로움 같은것이 없어도 자살을 할수 있다는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인간은 추억의 동물이기도 해서 과거의 추억들이 현재에 이루어지지 않을때 우울증에 이르게 되고 그 우울증이 크게 되면 자살에 이르게 된다는 것인데 실제로 현대사회에서의 자살중에서도 그런 원인이 많다고 한다. 우울증이란것이 인간 누구에게나 내면 깊숙한 어느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한순간 방심했다가는 금방이라도 뛰쳐나와서 결국 파멸에 이르게 할꺼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무덤'은 인간의 소유욕과 광기가 어디까지 나타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 작품이었다. 한 유명한 변호사가 무덤을 파헤친 죄로 기소가 되었는데 그 무덤의 주인은 변호사가 아주 깊이 사랑한 여자였던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사랑한 그가 그녀의 체취라도 느끼기 위해서 무덤을 파헤쳐서 썩은 내가 나는 그 시체를 안았다는 것인데 뭐 두고볼꺼도 없이 '미쳤다'고 볼수 있을것이다. 이성으로는 생각할수 없는 행동인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보고싶고 얼마나 사랑했으면 저럴까하는 생각에 측은한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스스로를 변호하는 변호사의 모습에서 인간이 가진 광기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에라클리위스 글로스 박사'는 다른 작품들과는 좀 분위기가 다른 작품이었다. 어떻게보면 담백하면서 냉정한 기조를 유지하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이 이야기는 유머스럽기도 하고 풍자적이기도 하면서 판타지 적인 면도 보였다. 윤회설이 주된 모티브로 작용하는데 인간의 절대적인 진리라는것이 과연 존재하는것인가에 대한 모파상의 의문이 반영된 작품이 아닌가 싶다.소설 후반부에 정신 병원에 갖힌 주인공이 다른 정신병환자들을 자신의 세력으로 포섭해서 새로운 종교의 지도자처럼 되는 장면에선 웃음이 나왔다. 자신이 신이라고 하면서 사람들을 속여서 금품을 갈취하는 사이비종교가 언뜻 생각날 정도였다. 

마지막인 '어린아이'는 어떻게보면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이다. 한 여인이 타고난 성욕으로 인해서 순간의 실수로 아기를 가지게 되어 그 아기를 죽이게 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당시의 사회상으로 봤을때는 그 여인이 그렇게 아기를 가지게 되는것이 용납이 되지 않았을것이다. 우리나라 조선시대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껀데 그런 시대적인 배경아래 어쩌면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이 낳은 친자식을 죽이는 비정을 보이고 있다. 요즘같으면 그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당시의 그런 불합리한 사회상과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억누르는 분위기를 비판했다고 볼수 있을것이다. 더불어 일반적으로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엄마의 모습과 달리 자신이 살기 위해 아이를 죽이는 모습에서 인간이 가진 잔인함도 묘사하고 있다고 볼수도 있는 작품이다.

모파상이 쓴 많은 단편 소설중에서 일부분만 본거지만 그의 작품성을 엿볼수있는 좋은 작품들이었다.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선악의 본성과 두려움, 공포심, 절망감 등을 깔끔하고도 인상깊게 잘 묘사를 했다. 이 소설들에서 보인 여러가지 인간의 마음들이 어쩌면 조금씩 우리들 마음속에도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책은 참 인상깊게 잘 만들어졌다.시리즈인만큼 전체적인 장정의 통일성도 잘 유지하고 있고 번역이나 제본 상태도 좋다. 특히 옮긴이가 모파상과 작품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뒷부분에 수록해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세계의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이야기들을 모아 펴내는 고딕총서의 한 시리즈로 나온 책인데 초기의 시리즈에 비해서 한결 총서 성격에 맞는 작품 선정이 되고 있는거 같다. 초기작은 좀 심심하고 무난한 감이 있었는데 최근작들은 좀더 인상적인 작품들이 많은거 같다. 앞으로 나올 시리즈는 또 어떤 기괴함을 들고 올것인지 자못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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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분만 더
하라다 마하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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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많은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키운다.옛날에는 개나 고양이 종류가 많았었는데 요즘은 그 종류도 다양하고 관련 산업도 많이 발달할정도로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애완동물로 가장 많이 키우는 것은 바로 개다. 오랜시간 인간과 함께 살아온 동물이라서 가장 인간친화적이고 여러가지로 가깝게 지낼만한 동물이기 때문이아닐까 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애완견을 많이 키울까? 그것은 인간과는 다르게 속일줄 모르고 한번 정을 주면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충직성등 변하지 않는 마음때문일것이다.
사람이란 동물이 이성을 가져서 다른 동물보다 우위에 있다곤 하나 그 이성으로 말미암아 많은 욕심을 가지게 되고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우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인간들에 비해서 개는 절대로 배신하는일이 없고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기에 인간에게 실망한 것들을 개에게서 느끼고자 키우는것이 아닐까.

옛날에 집에서 개를 길렀었다. 참 순하고 애교도 잘 떨고 집에 오면 그리 반기고 하는 개였다. 근데 순간의 실수로 잃어버려서 그뒤로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지금은 아마 살아있다고 해도 개나이로 고령이라서 거동을 잘 못하겠지만 가끔 생각하면 잘 지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경험이있기에 이 책도 그냥 단순히 개를 기르는 책이 아니라 바로 내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주인공인 아이가 남자친구인 고스케와 함께 골든 리트리버종인 리라를 키우는 이야기가 큰 줄거리다. 회사일로 바쁜 아이와는 달리 고스케는 집에서 주로 일하는 카피라이터다.그래서 리라를 돌보는것은 주로 고스케의 몫인데 그렇게 셋이서 산지 몇년이 지나고 나서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된다. 리라를 혼자서 키우게 된 아이. 하지만 회사일의 특성상 집에 오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는 아이. 집에서는 절대로 용변을 보지 않은 리라를 산책시키기 위해서 일찍 올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늦게 되고 참다못한 리라는 집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이런일들이 몇번 일어나자 리라에 대해서 귀찮아하는 마음이 생기는 아이. 하지만 자신을 끔찍히 좋아하는 리라의 모습에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그러나 큰 병에 걸리는 리라. 리라를 위해서 회사의 중요한 일도 포기하는 아이지만 결국에는 이별을 고하는 순간이 오게 되는데...

제목의 일분만 더라는 뜻은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었던 아이의 간절하고도 간절한 바램의 표현인데 정말 공감이 갔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가 먼저 떠나는데 그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한다면 그 마음의 아픔이 얼마나 크겠는가. 아등바등하면서 사는게 과연 무엇을 위한것인지를 깨닫게 한다. 바로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 하기 위해서 사는것일텐데 어느샌가 일이 우선이 되는게 현실이기도 하다. 이럴때 한발짝 물러날 용기가 있어야하는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어쩌면 리라는 우리에게 가장 순수하고 편견없는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것일지도 모른다. 이리 재고 저리 재는 사람들에 비해서 자신을 돌봐주는 주인에게 변함없는 애정을 주는 리라의 모습에서 마음 찡한것을 느끼게 한다. 사람에게 기대하지 못하는것을 애완견에게서 찾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단순한 애견이야기라기 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개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책이었다. 등장인물들도 대부분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고 그들과의 관계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아기자기하게 잘 펼쳐지고 있다.
배경이 일본인데 일본에는 개들이 뛰어놀수 있는 일종의 개전용공원이 있어서 거기서 편하게 산책도 시키고 쉬기도 하는 모습이 이채로왔다.
동물을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순수하고 편견없는 사랑이 느껴지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마음 저편에서 따뜻한 무엇인가를 느낄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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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누비스의 문 1 - 털에 뒤덮인 얼굴
팀 파워즈 지음, 이동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흔히 sf소설이라고 하면 어렵지 않을까하는 선입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도 그럴것이 말그대로 과학소설이라서 과학을 바탕으로 한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과학의 지식이 일상화되어있지 않은 보통 사람들로서는 그리 쉽게 읽히지 않는것이 사실이다.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쓴 책은 어떻게보면 대중을 의식하지 않은 안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읽어서 이해할수 있게 쓰는것이 올바르지 않을까. 하지만 과학적인 이론이란것이 내용에 들어가게 되면 그 자체로 이해하기 어려운것이 되버리는수도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지은이만 탓할순 없긴 하다. 좀 쉽게 잘 쓰여진 과학소설을 찾아 읽어볼밖에 없을지도 모르겠고.

여기 어렵지 않게 잘 쓰여진 한편의 과학소설이 나왔는데 '아누비스의 문'이다. 소재도 우리가 흔히 잘 아는 시간 여행을 기본으로 삼아서 현재와 과거를 왔다갔다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과거의 모습을 손안에서 보듯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주인공인 도일은 윌리엄 애쉬블레스를 연구하는 영문학자인데 어느날 대부호인 대로에게 거액을 받는대신 시간여행을 같이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그가 그런 제안을 받은것은 그가 클리지라는 시인의 전기를 썼기 때문인데 시간여행의 목적이 그 클리지의 강의를 듣기 위함이었다. 시간 여행을 해서 과거로 들어간 도일은 그러나 현재로 돌아오지 못하고 과거의 시대에서 살게되는데 이 시간여행을 알게된 닥터 로마니일당에 의해서 여러가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과연 그들의 음모가 성공을 해서 역사가 바뀌게 될것인가. 그렇다면 시간 여행장치는 존재하게 될것인가.

시간 여행이라는 것은 인간의 오래된 꿈일것이다. 그것을 소재로한 많은 작품들이 소설로 영화로 나왔고 나오고 있고 앞으로도 나올것이다. 진부한 소재인긴 하나 과거에 더 잘했었더라면 하고 욕심을 내는 인간의 마음이 있는한 없어지지는 않는 소재일것이다. 사실 시간 여행에 관한 과학적인 진실은 '모른다'이다.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고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무튼 현실에서는 아무도 해보지 않은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시간의 틈이라는 공간을 이용해서 시간 여행을 하는것으로 설정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의 틈을 이용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인간의 전형적인 욕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는 필연적으로 역사의 바뀜이란것이 등장하게 마련이다.여기서도 역사를 바꾸어서 한 나라를 멸망시키려는 악당의 무리가 나온다. 무대가 19세기의 영국 런던을 그리고 있는데 어두침침한 뒷골목의 분위기가 소설에서 나오는 음모등과 어울려서 묘한 울림을 느끼게 했다.

사실 처음 읽으면 조금 헷갈리는 부분도 나온다. 책 제목에서 유추하듯 이집트와 관련된 용어들이 나오고 과거와 현재, 영국과 이집트를 오가면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많은 등장인물이 있어서 앞장을 넘길지도 모르겠다. 정신차려서 안보면 이것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이 안 갈때도 있다. 하지만 처음에만 잘 넘어가면 전체를 통괄하는 느낌이 오면서 이야기가 잘 읽힐것이다. 그런점에서 책의 첫부분에 주요 등장인물들에 대한 설명을 해놓은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어떤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간략한 소개를 해놓아서 이해가 안될때 찾아보면서 이야기에 몰입할수 있었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사람에 있을것이다. 바로 주인공인 도일이다. 별 힘도 못쓸꺼 같은 학자인 그가 과거에 남겨지고 납치된 상태에서도 잘 헤쳐나가면서 사건을 풀어가는 것이 힘이 있어 보였다. 그가 과연 역사를 바꿀 생각은 없었을까하는 생각도 해보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과학소설이긴 하지만 역사이야기가 나오니 역사소설이기도 하고 영국과 이집트를 오가는 모험소설이기도 하겠다. 과학소설을 처음 읽어보는 사람에게는 조금 낯선 면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렵다는 편견을 버리고 찬찬히 읽어내려간다면 지은이인 팀 파인즈가 주는 공포스러우면서도 괴이한 이야기의 세계에 잘 적응하게 될것이다.

책은 꼼꼼하게 잘 만들어졌다. 번역도 괜찮고 제본상태나 표지디자인도 깔끔하다. 책 뒤쪽에 옮긴이의 주를 달아서 관련 용어나 역사적 사실들을 상세히 적어준것이 좋았다. 다만 띠지의 광고 문구는 좀 호들갑스러운 면이 있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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