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의 강렬한 인상으로 인해 2편이 빨리 나오길 학수고개 했는데 드디어 2편이 나왔다. 조금만 읽다가 할일을 해야지 하면서도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해서 결국 하룻만에 읽었던 1편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야말로 진짜 조금만 읽고 할일 하겠다고 했던 그 굳은 결심도 허물어지는데 몇분이 걸리지 않았던 책이었다. 그야말로 한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읽지 않고서는 고개를 들수 없도록 매력적인 책이 바로 이 테메레스 씨리즈이다. 인간과 비슷한 이성을 지닌 용이 있다는 설정아래 18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는 실제 역사적인 사건과 실제 역사적인 인물을 배경삼아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 시리즈는 이미 1편에서 주인공용인 테메레르의 등장을 정말 재미있고 유쾌하게 그려냈었다. 영국 공군 소속으로써 나폴레옹의 영국 침공을 막아낸 테메레르는 계속해서 영국 공군에 복무하거나 파트너인 로렌스와 평화롭게 살아갈줄 알았는데 뜻밖의 일이 벌어지면서 2부가 시작된다. 바로 중국의 테메레르 반환 요구였던것이다. 프랑스에세 보낸 선물이었던 테메레르가 영국군의 일원으로써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중국에서는 사절단을 보내면서까지 반환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절대로 원하지 않았던 일이지만 명령에 복종해야하는 군인으로써의 처지와 함께 당시 영국이 처한 미묘한 정치적인 상황때문에 할수없이 로렌스는 테메레르와 함께 중국으로 떠나게 된다. 중국에 가서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던것이다. 당시에는 유럽에서 중국으로 배로 갈려면 멀리 아프리카 대륙을 지나서 인도양을 거쳐서 수개월에 걸쳐서 가야했다. 그래서 거대한 수송선이 필요했는데 영국 군함으로도 쓰일수 있는 제일 큰 함선을 타고 로렌조와 테메레르 일행은 중국으로 대항해를 하게 된다. 그런데 영국으로 왔던 사절단의 우두머리인 용싱은 함께 돌아가면서 눈에 가시같던 로젠조를 회유하기도 하고 협박하기도 하며 목숨을 노리는 일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테메레르를 뺐으려고 안감힘을 쓴다. 우여곡절끝에 중국에 도착한 일행. 테메레르와 로렌스를 떼어내려는 중국측에 단호히 맞서면서 결국 로렌스는 테메레르와 함께 동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도착하는 테메레르 일행. 이미 배안에서 중국 사절단인 용싱에게서 중국 문화에 대한 것을 많이 알게된 테메레르는 자신의 뿌리가 중국황실용이란것을 확실하게 알게되고 여러가지 문화적인 충격에 빠지게 된다. 용싱의 음모는 계속되고 거대한 중국땅에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던 로렌스 일행은 강한 용기와 지혜로 그들의 야욕에서 벗어나게 되고 영국과 중국과의 사이도 좋게 만드는 외교적인 승리를 거두게 된다. 이제 남은것은 테메레르의 결심뿐. 자신이 태어난 곳이고 어머니와 형제들, 그리고 좋아하는 암컷용이 있으며 영국과는 달리 용에 대한 대우가 훨씬 자연스럽고 좋았던 중국에 남을것인가 아니면 전쟁의 암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영국으로 돌아가게 될것인가.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지만 테메레르는 결국 의리를 택했다. 친구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그 자신만 편하게 살수없다는 거였다. 역시 테메레르다운 답이 아닐수 없었다. 그의 성품으로 보아 그런 대답을 할껄로 예상했었는데 그대로 적중했다. 그래서 중국으로의 대항해는 거기서 일단 마무리가 되었다. 거의 550쪽에 이르는, 보통 책같으면 2권분량에 해당하는 긴 이야기이지만 정말 시간가는줄 모르게 읽었던 책이었다. 다른 재미있는 책도 물론 있었지만 최근에 이렇게 한번에 다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책은 없었었다. 그것은 소재의 참신성과 내용의 독창성 그리고 재미난 이야기 구조 등이 한 이유이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테메레르라는 케릭터가 주는 사랑스러움때문이었다. 정말 사랑스럽다는 표현을 쓸수밖에 없는 존재가 테메레르이다. 여기서 주인공은 용인 테메레르와 파트너 인간인 로렌스이지만 누구나 감탄하고 끌리는 존재는 테메레르일것이다. 힘이 쎄고 하늘을 나는 존재라서 그런것이 아니라 로렌스를 아끼고 생각하는 마음과 그의 공군 동료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내내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절대로 배신하지 않고 언제나 그들을 지켜주고 사랑하는 테메레르의 마음이 생생하게 느껴지는듯했다. 더불어 테메레르가 보여주는 귀여움도 무시 못할 요인이었다. 덩치 큰 동물이긴 해도 아직은 어린용인 테메레르가 작은 일에 투덜거리거나 어떤것을 해달라고 로렌스를 조르는 장면등에선 정말 옆에 있으면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애정있게 느껴졌다. 결국 캐릭터 구축이 기가 막히게 잘 되었다는 말일것이다. 인간도 아닌 창조된 존재인 테메레르의 그 인간미가 결국 이 책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밖에 지은이는 로렌스를 비롯한 다른 등장인물들도 선명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잘 만들어서 이야기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어떻게 보면 1편보다는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그 많은 분량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게 때론 긴장감을, 때론 평화로움을 불러일으키면서 끝까지 리듬감있게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었다. 이야기가 처음의 시작할때의 그 힘이 끝까지 갔던 것이다. 그래서 긴 책을 끝냈어도 지루한줄 몰랐고 오히려 더 이어지지 않는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테메레르의 신분이 영국 공군이라서 군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미 1편에서도 군에 관한 제도나 성격, 사건등에서 치밀하고도 사실적인 묘사를 보여줬던 지은이는 2편에서도 그 정확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테메레르가 중국까지 날아가는것이 아니라 배를 타고 가는건데 그 배를 모는 것은 해군이고 테메레르와 함께 가는 것은 공군인데 사실 테메레르의 존재만 빼면 거기서 묘사되는 해,공군 간의 싸움이나 기질, 스타일등은 현실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지은이가 여자인데 어떻게 그렇게 군대에 대해서 잘 서술 하는지 자료조사를 참 꼼꼼히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모험 환타지답게 이 책에서는 당대 중국의 역사적인 부분이 나온다. 비록 1편처럼 좀 복잡한 이야기가 나오는건 아니지만 중국 황제나 황태자등의 실제 인물들과 동인도 회사라는 당시의 실제적인 상황들이 묘사되어서 더욱더 생동감있게 읽게 했다. 당시 중국의 모습도 세밀하게 잘 그려냈고 로렌스를 비롯한 영국 사람들이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들도 흥미있게 묘사해서 어떨땐 기행문을 보는듯한 느낌까지 들게 했다. 영국,프랑스를 무대로 했던 1편에 이어서 대서양과 인도양을 가로질러 중국에 이르는 장대한 스케일의 테메레르 씨리즈는 다음번에는 이스탐불로 무대가 이어진다. 그당시 이스탐불이라면 오스만투르크 제국이었을텐데 거기서는 어떤 재미난 모험을 할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1편을 덮고 나서 2편이 왜 빨리 안나오냐고 했던 것이 이번에는 3편이 왜 빨리 안나오냐는 소리로 바뀌었다. 아마 마지막 시리즈를 볼때까지 매번 그걸꺼 같다. 테메레르의 사랑스러움과 다정함의 여운이 아직도 짙게 남아있을정도로 올해 읽은 판타지 소설중에서는 최고로 매력적이고 재미나고 흠입력 높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