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사랑 - 다섯 영혼의 몽환적 사랑 이야기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섬뜻함.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떠오르는 낱말이었다.
아니 책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호러적인 면이 있다는 정보를 갖고
책을 읽었지만 상상밖의 이야기에 오싹한 생각까지 들었다.
역시 일본작가의 작품이다란 생각이 들었는데 기괴하면서도 미스테리한 느낌도 들고
무서운 느낌도 들면서 상상력이 참 탁월하단 생각도 들었던 책이었다.
 
총 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제목에서 느껴지는것처럼 평범한 사랑이기보다는
뭔가 특이하고 보통에서는 볼수없는 그런 사랑들을 이야기해주는데 몽환적이면서도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첫번째 이야기인 <영혼을 찍는 사진사>부터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처음에는 평범하게 시작하지만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것처럼 급속 공포를 느끼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은 그 마음으로 간직해야지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것에 대해서 욕심을 내면 안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고나 할까. 산 사람은 살아야 할것이다.그 사람이 잘 못산다면 저세상에 간 사람도 편하게 가지 못할것인데 남은 사람은 그런 생각을 못하는 것이다. 평범함에서 갑작스런 공포감이 독특한 작품이었지만 결말은
왠지 급하게 끝낸거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유령소녀 쥬리>는 제목에서부터 어떤 내용일지 짐작하게 하는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투명인간이랑 비슷하다고도 할수있지만 차이는 '살아있는것'과 '죽은것'이다. 작지만 엄청난 차이일것이다. 그저 바라볼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느끼는 처절감은 책을 읽는 나도 느껴질 정도였다. 어떻게 생각하면 현실에서도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 바로 이런 사랑이 아닐까도 싶다. 가까이 다가 가고 싶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그런 상황이라면 유령의 처지와 뭐가 다를까.
 
<레이니 엘렌>과 <내 이름은 프렌시스>도 참 묘한 이야기였다. 사람이 가지는 성욕이란게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랄까. 성에 대한 생각이 우리나라와는 색다른 일본의 문화를 엿보는 면도 되었다. 밑바탕에 깔린 기본적인 흐름이 있어야 나올만한 이야기라고 생각이 되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고요의 바다에>는 제일 작은 분량의 작품인데 sf적인 내용인거 같으면서도 묘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다. 우리가 낭만적으로 생각했던 달이 여기서는 기묘하면서도 중요한 배경이자 수단으로 등장한다.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긴 한데 이 역시 끝이 좀 밋밋한 감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참 특이하면서도 섬뜩하기도 하고 묘한 여운을 주는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받아들이기가 좀 거북한 내용도 분명히 있다. 좀 감동적이고 흐뭇한 사랑이야기도 아니니 그런 스타일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리 권할만하지 않다.
좀 기괴하고 특이한 호러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재미있게 읽어볼만한 책이라 할수 있겠다.
 
책은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다. 번역도 괜찮고 장정도 튼튼하게 잘되었다.
무엇보다 겉표지가 이야기의 방향을 매력적으로 잘 표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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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커처로 본 여성 풍속사
에두아르트 푹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리더스 가이드에서 이벤트 도서로 받아서 쓴 서평입니다.]

솔직히 고백컨데 책이 오기전까진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수 있을줄 알았다. 캐리커처로 본다는 말에 그림이 많을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책을 받자 그건 오판이란걸 깨달았다. 목침에 가까운 두꺼운 책은 둘째치고 그림이 대부분을 차지할꺼란 생각이 여지없이 깨졌던 것이다.
하기야 이런 종류의 책중에서 그림이 대부분 차지하는 두꺼운 책이 어디 있긴 하랴.

가벼운 한숨을 내쉬면서 책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과연 그 내용도 방대하고 묵직했다.
이 책은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서양 여성들의 삶을 캐리커처라는 그림속에서 찾아내 역사적인 고찰을 한 책이다.
캐리커쳐라는 것은 사전적 의미로 "주제가 되는 개인, 전형적인 인물, 행위 등을 풍자하거나 비웃기 위해 희극적으로 왜곡시켜 그리는 드로잉이나 초상화" 를 뜻한다.
사실적으로 보이는 그림이 아니라 비꼬기도 하고 풍자하기도 하면서 특정 부위를 확대 과장하는 면을 보이는것이캐리커쳐인데 서양에서는 그런류의 그림들이 많이 그려졌다고 한다.
그중에서 여성들과 관련된 그림들을 뽑아서 그속에서 여성들의 삶을 끄집어냈는데 많은 자료가 있었기에 가능한일이었을것이다.

전체적으로는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1장의 소제목에서 보여지듯 '바지' 즉 남성을 차지하기 위해서 어떤 투쟁을 했고 어떤 치장을 했는지를 여러 그림들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지은이는 여성이 오랫동안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남성에게 억압받고 사회의 모습이 바뀌더라도 여전히 그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걸로 주장하고 있다.다만 그 상황에 맞게 이들의 겉의 옷차림도 바뀌고 있는것을 그림을 통해서 보여준다.
사실 지난 시대 서양의 역사속에서 여성의 역할이라는것은 그저 아이낳고 남성의 시중을 드는 존재로밖에 인식되지 못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세상을 지배하는 남성을 사로잡기 위한 여성의 삶은 투쟁 그 자체였을것이다.
그런 남성을 차지 하기 위한 방편으로 '성'이라는 무기가 동원이 되었고 그 무기를 더욱 매혹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각종 '치장'이 동원되었던 것이다. 그시대 남성들의 시선을 끌기위한 여러가지 옷들, 가슴깊게 패인 옷이나 코르셋등의 옷에서 그 치열함을 엿볼수 있다.
그리고 옷이 아니라 태도면에서도 여러가지 모습으로 남자들의 마음을 이끌려고 했는데 교태나 내숭들의 모습들이 그것이다. 이 책에서는 교태를 어떻게 부리는지, 그 모습이 어떻게 그림속에서 표현되는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어찌보면 시대만 다를뿐이지 지금도 그 비슷한 모습들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2부에서는 여성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지금으로 보면 노동착취에 해당될 정도로 쉴틈없이 강도높은 노동을 요구받았던것이 지난 세월 서양 여성들의 삶이었다. 일의 종류라고 해봐야 하녀나 공장노동자, 그리고 유모같은 것이었지만 그 억압된 여성상속에서도 성적인 착취의 모습도 여전히 노출되고 있었다.
다른 모습으로는 지금도 공공연한 매춘, 가수나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여기서도 어김없이 성적인 대상으로서의 여성의 모습이 빠지지 않는다.
그렇게 낮은 지위로서의 여성의 모습은 그러나, 시대가 가면서 여성해방운동의 수위에 이르면 캐리커쳐도 좀더 높은 지위의 사람까지 확대된다. 이것은 시민사회의 성숙과 함께 확실히 역사의 발전이라고 할수도 있을것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낱말을 들자면 '성'일것이다. 지난 세기 서양 여성들의 삶은 남성의 눈에 띄기 위한 노력의 세월이었다는 결론을 낼수도 있을것이다. 물론 그렇게 보는것만이 진정한 여성의 삶이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여성의 삶에서 '성'을 떼어놓고 말하김 힘들것이다.

이 책을 지은 에두아르트 푹스는 독일의 사회주의 예술역사가이다.
이책이 지어진 1900년대 초에 문화사적,예술사적으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캐리커처에 관심을 두고 그 그림을 많이 수집해서 결국에 이런 역작을 만들어 냈다.
캐리커쳐가 시대를 반영한다고 했을때 분명 의미있는 일이긴 했으나 본디 사실적인거보다는 풍자와 은유,그리고 과장과 확대의 속성이 있는 케리커처를 가지고 어떤 정형화된 결론을 내기는 좀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크게 보면 사회주의적인 시각에서 본 여성의 삶이라는것을 감안하고 읽는다면 좀더 균형있는 시각으로 볼수있을것이다.

지은이가 글을 쓸 당시에는 서양의 역사가 곧 세상사였으므로 제목이 그냥 여성 풍속사이지만 사실은 서양 여성 풍속사라고 해야 맞을것이다.
책은 일단 잘 만들어졌다.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제본도 튼튼한거 같고 종이질이나 인쇄상태도 양호하다.
다만 100년전에 지어진 글이라 다소 딱딱한 문체이고 케리커쳐가 주가 되고 거기에 대한 글이 되는터라 글이 다소 산만하고 정돈되지 못한 면이 있긴 하다.
무엇보다 방대한 양의 책 분량이 책에 몰입하기에 두려움을 주는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에 관심있는, 혹은 여성의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간다면 색다르게 읽을수 있는 책이다.
지난 세월에 여성을 표현한 많은 캐리커쳐를 보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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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즈의 전쟁 -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1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2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아 재미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딱 든 생각이다.
소설의 종류와 관계없이 이런책만 읽고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히 든 책이었다.

대체 무슨 책이길래 그렇게 재미있다고 하나?
이 책은 어떤 한 사람의 모험담을 그린 활극이다. 그런데 그 시대적인 배경이 미래고 우주이다.
이쯤에서 하품 하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엥 sf 잖아? 하고 말이다.
맞다. sf다. 과학소설이다.
물론 과학소설중에서 하품 나오기 딱 좋은 책들, 있다. 문학적인 가치와는 관련없이 책속에 나오는
무수한 과학적인 이론과 용어들때문에 정작 내용자체에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과학소설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건 이른바 '본격소설'에서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잘쓰여진 본격소설과 잘 안쓰여진 본격소설이 있는것처럼 과학소설도 잘쓰고 못쓰고의 차이일뿐이다.
미래에 대한 인간의 생각을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대중의 지지를 획득할수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때
이 책 마일즈의 전쟁은 그 모범정답이라고 할수도 있을것이다.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미래 세계를 그리면서도 현재에서 그려지는것처럼 익숙하게 글을
전개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모험,스릴러,추리 등의 요소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책에 몰입하게 하는 글 솜씨가
여간 아니다.
특별히 과학소설 장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독자를 책에서 손 놓지 못하게 할 정도다.

이 책은 마일즈라는 한 사람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는 연작소설이다.
시리즈물이라는 뜻이다. 마일즈가 주인공인 소설로써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단다.
그 첫번째 시작이 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어떻게 보면 성장소설이라고도 볼수가 있을것이다. 소년이었을때부터 나이가 들어가면서 겪게되는 여러가지 일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좀더 친밀감이 들게 하는게 주인공인 마일즈의 처해진 상황때문이었다.
흔히 보이는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가 아니라 지금으로 치면 장애인의 몸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마일즈는 태아기일때 독가스테러와 관련된 사건으로 뼈가 잘 부러지고 몸이 보통사람처럼 건강한 상태가 아닌 채로 성장하게 된다.

여러가지 치료와 보조기구에도 불구하고 20살이 가까와지도록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상태에도 불구하고 사관생도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노력을 했으나 아깝게 탈락하게 되는 와중에 어머니 대신으로 외할머니를 뵈러 가게 된다.
어릴때부터의 친구인 엘레나의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주겠다는 소박한 꿈을 실현하기도 전에 예기치않은 전쟁을 겪게 되면서 목숨이 위태한 투쟁을 벌이게 된다.
그러면서 아직 어렸던 마일즈지만 점차 성장하게 되고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바램이었던 '군인' 마일즈의 모습으로 성숙해간다는것이 전체적인 줄거리이다.

이 책의 장르가 스페이스 오페라 우리말로는 우주활극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꺼도 없이 그냥 멋진 모험극이라고 생각하는것이 편할것이다. 단지 배경만 우주일뿐이고 말이다.
사실 전쟁이 배경이긴 하지만 끔찍하고 피냄새나는 그런 본격 전쟁 소설은 아니다. 인간이 중심에 있고 전쟁은 그 인간을 표현해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러 역경을 뚫고 헤쳐나가는 마일즈의 모험이 읽는 독자로 하여금 책을 한번 잡으면 바로 놓지 못하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분명 과학소설일진데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톰소여의 모험같은 모험담도 담겨있으며,
음모의 냄새도 나면서 한 소년이 성장하는 성장소설의 성격도 들어있다.

한마디로 잘차려진 한정식이라고나 할까.
그렇지만 어느 한편에 치우침이 없이 전체적으로 고르게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와 함께 돋보이는것은 주인공인 마일즈를 통해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다.
이미 장애인인 마일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것에서부터 작가의 스타일을 짐작할수있을꺼 같은데 다른 등장인물들의 묘사를 봐도 참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장대한 스케일의 우주서사극이지만 섬세하고 세밀한 표현도 전혀 어색함이 없이 잘 조화되는 완성도 높은 소설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이 책은 지은이는 군대와는 전혀 관련없는 여성작가라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군대와 전쟁에 대해서 농밀한 묘사를 했는지 참 놀라울뿐이다. 여성작가 특유의 세세하고 정밀한 서술도 이 책을 더욱더 돋보이게 하는거 같았다.

뭐 이 시리즈가 주는 뜻이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겠는가.
제일 중요한건, 정말 재미있다는 것이다. 영화 스타워즈를 볼때 그 속에 품은 어떤 상징이나 뜻을 생각하면서 보는가. 그냥 재미있으니깐 일단 보는것이 아니겠는가.
이 책도 마찬가지다. 그냥 일단 보시라. 재미있다는 표현에 반론을 제기하기 힘들것이다.
그속에 품은 뜻들은 그냥 다 보고 나서 편한 시간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이런책은 그냥 복잡하게 생각하는거 없이 그냥 봐줘야 하는책이다.

그렇다고 대중적인 재미만은 있는 책은 결코 아니다. 우리가 철학책을 읽는것이 아닌 소설을 읽는것이기에 재미를 강조했을뿐 작품성또한 뛰어나다. 문무를 겸비한 책이라고나 할까.
과학소설이라고 넘어가기엔 너무나 아까운 책이니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을 펴낸 행복한 책읽기 출판사는 과학소설을 전문으로 펴내는 출판사이다.
그래서 기획도 참신하고 재미와 문학성을 함께 갖춘 과학소설을 펴내기로 유명하다. 출판사를 믿고 읽어도 될것이다.
책 자체는 장정도 튼튼하고 활자상태도 좋다. 번역도 과학소설 전문가가 번역해서 괜찮고 오자탈자도 별로 눈에 보이지 않게 잘 만들었다.

마일즈가 주인공인 마일즈 시리즈는 현재 17권인가 까지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계속 쓰여지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끝이 어떻게 될지 궁금한 마음도 생긴다.
하지만 그전에 2권이 언제 나오나 하는 조급함이 생긴다. 더욱더 성장해가면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마일즈의 모험담이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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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도 미야베, 저기도 미야베 온통 미야베 이야기만 들었었다. 얼마나 글을 잘 쓰길래 그러나. 하지만 그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아! 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왜냐. 아주 재미나게 글을 잘 쓰기 때문이다.
가벼운듯하면서도 무거운면도 있고 인간의 심리를 그리 어렵지 않게 잘 포착해서 그리는 작가다. 이미 일본에서는 왠만한 상은 탔다고 할 정도로 인기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장르도 추리소설,과학소설, 사회소설 등 여러 분야에 걸쳐서 쓰는데 분량도 적은게 아니라 방대하다. 그런데도 그 많은 분량을 지루하지 않게 읽는건 전적으로 작가의 힘이리라.

이 지은이가 주로 쓴게 사회파 소설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비한다면 이 책은 좀 심심한 감이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작가의 책 쓰는 스타일상 그리 흔하지 않는 인물시리즈의 첫권이기도 하다.

내용은 그리 복잡한것이 아니다. 주인공인 스기무라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성격이나 능력이나 그냥 주위에서 흔히 볼수 있는 그런 보통 사람. 살짝 특이하다면 그의 부인이 대기업 회장의 막내딸이란 정도. 그도 사실 그의 장인인 회장님 회사의 홍보부에서 근무하는 처지다.
그러던 중에 장인의 전속 운전기사가 자전거에 치여서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는데 스기무라는 장인으로부터 그 운전기사의 전기를 편찬하라는 명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 일을 하면서 운전기사와 그의 딸들의 삶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그들에게 감춰진 비밀들을 알게되면서 이야기가 전개 된다.

사실 정통 추리소설이라고 하기도 좀 약한 면이 있다.
플롯이 아주 정교한건 아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봤을때 심심한 감도 있다. 미야베의 기존 저작들에서 보여준 방대하고 정교한 스토리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덜 재미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미야베는 새로운 성향의 책을 쓰고 있다고 볼수도 있다. 기존에 잘 보이지 않는 인물 시리즈를 쓰는것도 그렇거니와 전혀 탐정같지 않은 탐정을 내새우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스기무라는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탐정을 한다는게 어떻게 보면 익숙하지 않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동안 보여온 특출나거나 특이난 케릭터의 탐정보다 이런 평범한 스타일의 탐정이 더 현실감있게 나타날수도 있을꺼란 생각이 든다. 평범한 사람을 보기가 더 쉬운게 우리네 삶이니깐.

어찌보면 그리 자극적이지도 않고 평범한 사건인데 그것을 풀어가는 솜씨가 역시 미야베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세하게 표현하면서도 그리 지루하지 않게 400여쪽의 책을 채우고 있다.느린듯하면서도 속도감이 느껴지게 잘 쓰여진거 같다.

결말은 어떻게 보면 좀 심심한거 같기도 하다. 미야베의 기존저작이나 유명한 추리소설에 비추어보면 싱거운 생각도 들수가 있다. 하지만 그 결말을 내기위한 과정이 즐거운 항해였으니 크게 서운한 정도는 아니다.
전체적으로 평범한 사건이지만 그곳에서 다채로운 물결을 느낄수있는 책이었다.

책은 반양장의 크기인데 제본도 단단하고 장정도 깔끔하게 좋다.번역도 괜찮은거 같고 활자도 보기 좋다.

주인공인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는 이 책이 처음인데 다음의 책은 더 재미가 있다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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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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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에 한번씩 음식물 쓰레기 수거비라는 것을 낸다.
말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가는데 드는 비용을 내는것이다.
그런게 그 음식물 쓰레기가 그냥 쓰레기가 아니다.
음식조리중의 나오는 부스러기가 아니라 명백히 먹을수있는 음식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한쪽에선 먹고도 남는 쓰레기가 넘치는 반면에 어느 한쪽에선 쌀 한톨도 먹을것이 없어서 굵어죽는 사람이 산을 이룰정도로 많다.
이 어찌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니겠는가.
남아서 버리는 그 음식만 해도 굵어죽는 사람들에게 주어진다면 죽음에서 구할수있을껀데 그러질 못하고 있는 상황인것이다.

이 책은 그런 어이없는 지구의 상황을 가감없이 적나라하게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보배로운 책이다.
지금 지구의 인구는 대략 60억 정도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인구가 생산해내는 식량은 그 두배인 120억을 먹일수있는 분량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생산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자원의 분배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세계 인구의 7분의 1인
8억 5천만명이상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도대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것인가.
이책은 그런 물음에 충실히 답변해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적나라하고 너무 절망적이라서 차라리 외면해버리고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이다.
그런 상황이 한두가지 이유로 그렇게 된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서 어디서 어떻게 손쓸수있을지 암담한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세계의 기아문제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나타낼수있는 가장 추악한 면모가 어김없이 드러난 것이라고 할수있다.
탐욕과 무지, 그리고 포악한 인간의 모습말이다.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죽어가는 사람들의 상황따윈 아랑곳않는 거대 다국적 기업들, 그리고 구호물품마져 자신들의 호주머니에 채워넣는 지배층들, 그리고 자국의 이해에 따라서 가난한 나라의 정부를 마음대로 할려는 미국이나 프랑스같은 부자 나라의 횡포 등에서 인간이란 존재가 나타낼수 있는 모든 추악한 것들을 볼수가 있는것이다.

물론 기아란것이 인간의 손을 떠나서 자연적인 이유로 생기는것들도 있다. 수년간의 가뭄이나 홍수, 냉해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인간의 힘으로 극복할수도 있는거고 또 그런 피해를 입더라도 이미 생산해놓은 것으로 어떻게든 살릴수가 있을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기아를 방치,방조하는것은 그 누가 손을 쓸수가 있겠는가. 가진 자들이 못가진 자들을 더욱더 목을 죄는 형국이 아닐까.

이 책은 어찌보면 냉정하리만큼 현실을 드러내보이고 있다. 세계식량기구나 적십자 같은 구호단체들도 결국 한계가 있다는 지은이의 말에선 힘이 빠지면서 대체 어디서 희망을 가져야할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희망이 아주 없는건 아니었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부르키나파소의 개혁이 그 좋은 본보기가 될것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곳에서 그들은 개혁을 통해서 결국 성공을 이루어내었던것이다.
지금 당장은 그런 실험이 확산되긴 어렵겠지만 어쨌던 한가지 희망의 불씨를 우린 가지고 있는것일런지도 모른다.

지은이는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이란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정확하고 실제적인 이야기를 썼다.
어찌보면 전문적인 이야기 같지만 아이한테 설명해주는 형식을 취하면서 누구나 읽기 쉽게 잘 쓰여졌다.
꼭 어른이 아니라도 어린 아이부터 읽혀져야할 필요성이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쪽에선 너무 많이 먹어서 죽고, 또 한쪽에선 하나도 못먹어서 죽고...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인지,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은 대체 어디까지인지 그런것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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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22:00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다가 알라딘 리뷰 선발 대회 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인데,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내 관심분야가 달라져감을 느낀다. 총평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기아의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못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