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미야베, 저기도 미야베 온통 미야베 이야기만 들었었다. 얼마나 글을 잘 쓰길래 그러나. 하지만 그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아! 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왜냐. 아주 재미나게 글을 잘 쓰기 때문이다. 가벼운듯하면서도 무거운면도 있고 인간의 심리를 그리 어렵지 않게 잘 포착해서 그리는 작가다. 이미 일본에서는 왠만한 상은 탔다고 할 정도로 인기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장르도 추리소설,과학소설, 사회소설 등 여러 분야에 걸쳐서 쓰는데 분량도 적은게 아니라 방대하다. 그런데도 그 많은 분량을 지루하지 않게 읽는건 전적으로 작가의 힘이리라.
이 지은이가 주로 쓴게 사회파 소설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비한다면 이 책은 좀 심심한 감이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작가의 책 쓰는 스타일상 그리 흔하지 않는 인물시리즈의 첫권이기도 하다.
내용은 그리 복잡한것이 아니다. 주인공인 스기무라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성격이나 능력이나 그냥 주위에서 흔히 볼수 있는 그런 보통 사람. 살짝 특이하다면 그의 부인이 대기업 회장의 막내딸이란 정도. 그도 사실 그의 장인인 회장님 회사의 홍보부에서 근무하는 처지다. 그러던 중에 장인의 전속 운전기사가 자전거에 치여서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는데 스기무라는 장인으로부터 그 운전기사의 전기를 편찬하라는 명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 일을 하면서 운전기사와 그의 딸들의 삶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그들에게 감춰진 비밀들을 알게되면서 이야기가 전개 된다.
사실 정통 추리소설이라고 하기도 좀 약한 면이 있다. 플롯이 아주 정교한건 아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봤을때 심심한 감도 있다. 미야베의 기존 저작들에서 보여준 방대하고 정교한 스토리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덜 재미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미야베는 새로운 성향의 책을 쓰고 있다고 볼수도 있다. 기존에 잘 보이지 않는 인물 시리즈를 쓰는것도 그렇거니와 전혀 탐정같지 않은 탐정을 내새우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스기무라는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탐정을 한다는게 어떻게 보면 익숙하지 않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동안 보여온 특출나거나 특이난 케릭터의 탐정보다 이런 평범한 스타일의 탐정이 더 현실감있게 나타날수도 있을꺼란 생각이 든다. 평범한 사람을 보기가 더 쉬운게 우리네 삶이니깐.
어찌보면 그리 자극적이지도 않고 평범한 사건인데 그것을 풀어가는 솜씨가 역시 미야베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세하게 표현하면서도 그리 지루하지 않게 400여쪽의 책을 채우고 있다.느린듯하면서도 속도감이 느껴지게 잘 쓰여진거 같다.
결말은 어떻게 보면 좀 심심한거 같기도 하다. 미야베의 기존저작이나 유명한 추리소설에 비추어보면 싱거운 생각도 들수가 있다. 하지만 그 결말을 내기위한 과정이 즐거운 항해였으니 크게 서운한 정도는 아니다. 전체적으로 평범한 사건이지만 그곳에서 다채로운 물결을 느낄수있는 책이었다.
책은 반양장의 크기인데 제본도 단단하고 장정도 깔끔하게 좋다.번역도 괜찮은거 같고 활자도 보기 좋다.
주인공인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는 이 책이 처음인데 다음의 책은 더 재미가 있다니 기대가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