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그네스 선생님 푸른동산 6
커크패트릭 힐 지음, 신상호 옮김 / 동산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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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알래스카. 어릴적 배운 기억으로 무지 추운곳이다. 물론 그곳에도 얼음이 녹는 계절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춥고 먹을꺼도 부족한 지역. 그러나 이런곳에도 분명 사람이 살고 자연과 더불어 자연을 이용해서 먹고 살것이다. 거기에도 문명세계와 마찬가지의 시설과 제도가 있을껀데 학교도 그중에 하나이다.
이 이야기는 그 추운 고장에서의 한 선생님 이야기이다.

알래스카라는곳을 가보진 않았지만 우리의 산간벽지 학교를 생각하면 될듯하다. 인구수도 별로 없고 교통이나 다른 시설도 부족하고 학생수도 적은 그런곳인데 교사라는 직업도 엄연히 하나의 직업이다보니 근무환경이 열악한곳은 기피하기 마련이다.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곳도 알래스카의 작은 오지 마을로 여러가지 편의시설도 부족하고 날씨도 추운데다가 생선냄새가 진동하는 터라 어떤 교사던지 오래 버티지를 못한다.

그런곳에 새로 선생님이 오게되는데 이름은 아그네스.
그런데 다른 선생님과는 달리 오자말자 청소부터 하고 아이들과 서스럼없이 어울린다. 그리고 비록 낡았지만 그동안 배웠던 교과서를 모두 치우고 색다른 방법으로 가르치는데 그것은 학생 한명 한명의 눈높이에서 알기쉽게 가르치는 것이었다. 배움에 목말라있던 아이던 학교를 싫어했던 아이던 점차 학교에 더 많은 재미를 느끼게 되고 진정한 배움에 눈뜨게 된다.
장애인이라서 배우지 못했던 보코에게 수화를 통한 지식을 전하는 아그네스 선생님.
거기에다가 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한 학부모의 마음까지 돌리게 된다.

아이들에게 진정한 배움은 물론 앞으로의 꿈도 심어주던 그녀는 약속했던 기한을 지나서 영국으로 떠나게 되는데..

교육이라는 것이 사람에 의해서 어떻게 행해질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같은 것을 가르쳐도 그 방법에 따라서 크나큰 결과의 차이가 있을수있는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이 아이들에게 아그네스 선생님 같은 선생님을 만나게 된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참된 교육이라는것은 무엇인지 선생님과 학부모,아이들 모두가 읽어보면 좋을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끝무렵 아그네스 선생님의 행동은 코끝이 찡하면서 기분이 참 좋아지게 했다.

흐뭇한 이야기였지만 한편으론 그런 오지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에 대한 여러가지 지원이나 혜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에 대한 열정만으로 힘든 곳에서 근무하라고 하는건 너무 가혹한것이 아닐까. 사실 아그네스같은 선생님은 어찌보면 소수일것이다. 비록 오지라고 해도 이런저런 혜택과 가르칠 의욕을 일으킬 여러가지 제도적인 뒷받침이 선행되어야 할것이다. 그래야 이것이 '환상'속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의 이야기가 될터니깐.

내가 어렸을때 이런 선생님을 만났으면 어땠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게 만든 흐뭇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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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븐 블랙 블랙 캣(Black Cat) 14
앤 클리브스 지음, 이주혜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옆집 숫가락까지 알 정도로 서로 친밀하고 가까운 좁은 사회라고 해서 범죄가 적은것도 아니고 범죄가 일어난다고 해서 경범죄만 일어나는것도 아니다. 오히려 중범죄가 일어나도 그 사실이 은폐되고 쉬쉬하며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가까운 사이이기에 서로의 단점같은것도 잘 알고 그동안 알고 지내온 세월때문에 매몰차게 신고하지 못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가깝다고 생각한것이 어쩌면 실질적인 것은 모르고 있었다고 볼수도 있다.

여기 한 섬이 있다. 영국 최북단의 고립된 섬 셰틀랜드. 황량하고 쓸쓸한 분위기의 그곳에 어느날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외지에서 와서 조금은 낯설다고 할수 있는 그곳을 활기차게 돌아다녔던 소녀 캐서린. 그런데 8년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캐서린보다 나이만 조금 어릴뿐 성격도 비슷했고 이름이  C로 시작되는 점도 같았고 무엇보다 같은 집에 살았던 아이들이었다. 8년전의 그 사건은 결국 미제로 끝났지만 세월이 그 사건을 뭍어놓았었다. 그러나 다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주민들은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매그너스 노인. 지능이 약간 떨어지고 용모가 단정치못해서 마을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있었다. 8년전의 사건에서도 용의자로 지목되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던 매그너스는 캐서린이 죽기전에 서로 만나는걸 본 사람들의 증언이 나오면서 또다시 용의자가 된다.

하지만 사건을 담당한 페레즈는 전체적인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본다. 매그너스를 용의선상에서 지운것은 아니지만 범인이 다른 사람일 가능성을 면밀히 조사하기 시작한것이다. 그 자신이 섬 출신이었던 페레즈는 고립된 마을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을 꿰뚫고 하나씩 하나씩 작은것부터 조각을 맞춰나간다.
캐서린의 주변인물과 사건이 일어나기전의 행동들을 조사하던 페레즈는 이것이 단순한 사건이 아님을 알아가게 되고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듯한 순간에 시체도 못찾았던 8년전 사건의 캐시의 시체가 갑자기 또 발견하게 되면서 사건은 또다른 국면으로 빠져들게 된다.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캐시를 죽인 범인이 캐서린도 죽였을까? 아니면 각각의 사건의 범인이 다 다를가? 매그너스는 이 사건에서 어떤 관련이 있을까?...

사건이 전개되면서 느끼는것은 원인없는 결과가 없다는것이다. 겉으로는 친하고 다정하게 보이던 사람들의 관계가 실제로는 믿음이나 사랑이 부족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모자란것을 알수 있었다. 사건이 일어나게 된것도 결국 그런 연장선상에서 벌어진거라고 생각할수도 있는것이다.

이 책은 후더닛 스타일의 추리소설이라고 한다. 후더닛은 작가가 모든 증거를 독자에게 제공하면서 누가 범인인가 알아내는데 중점을 주는 소설방식인데 읽는 사람이 직접 추리를 해가면서 책을 읽게 하는것이다. 지은이와 함께 범인이 누구일까 생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모든 증거를 제공하기때문에 사건은 천천히 진행된다. 캐서린의 아버지는 물론 캐서린과 단짝이었던 샐리, 그리고 그를 좋아했던 남자들, 캐서린의 시체를 발견했던 프랜등 주변인물들의 심리 상태와 그들이 처해진
상황등이 세밀화를 보듯이 자세히 묘사된다.

자칫 지루해질수 있는 전개지만 그리 지겹게 느껴지지 않는것은 주변인물의 관계가 하나씩 밝혀지면서 또다른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그리 엽기적인 살인도 아니고 살인마가 돌아다니는 무시무시한 상황도 아닌 단순한 살인사건인데 400쪽에 이르도록 팽팽한 긴장감을 내내 유지하고 있다.
한번 책을 잡으면 끝까지 읽게 하는 은근한 흡입력을 보이고 있는것이다.
내용이 정교하고 짜임새있게 잘 쓰여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말이 좀 심심한 감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읽을수 있었고 후더닛 스타일대로 천천히 범인을 알아내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화려하고 깜짝 놀랄 기교나 반전은 없었지만 오히려 이런 우직하고 고전적인 수법의 추리소설이 여운이 오래가는 면도 있다고 하겠다.

재미나고 작품성있는 소설만을 펴내는 블랙 앤 캣 시리즈인만큼 기본적인 책내용은 보장된다고 할수 있었고 책 장정 또한 괜찮았다. 제본도 튼튼하고 표지 디자인도 무난한거 같다. 오탈자도 잘 없고 번역도 괜찮았고 책 가격도 적당하다.

복잡하고 정신없는 스릴러는 분명 아니지만 기교가 없는 고졸미를 느낄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추리소설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오랫만에 즐거운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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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인단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종말의 바보',' 마왕' 에서 참 재미나고 기발하다는 느낌을 받은 이사카 코타로의 신작이어서 기대를 갖은 이 책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문학상까지 탔다고 하니 더욱더 관심이 갔는 책이었다.
읽어보니 과연 이 작가 참 능력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내용이었다. 형식면에서도 현재와 과거를 정교하게 교차하면서 그리 복잡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용을 이어내려가는 솜씨가 여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용은 크게 별다른것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장르소설이 아닌 이상 일상의 일들을 솜씨있게 버무리는것이 진짜 글 잘쓰는 작가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면에서 보면 이사카 코타로의 글솜씨를 짐작하게 할것이다.
새로이 대학에 입학하게 된 시나. 그런데 이사 온 첫날 묘한 인연들을 만나게 된다. 첫번째는 도둑고양이. 여느 고양이와는 다르게 느껴진 것도 잠시, 잘 생긴 한 남자, 가와사키와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제 처음 본 사람한테 황당한 제안을 받게되는데 서점을 털러가자는 것이다. 서점강탈작전의 정당성을 따져보기도 전에 어느새 서점 뒷문을 지켜서고 있는 시나.
이 책은 이렇게 맹한 시나와 특이한 가와사키와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하나님을 가둘수 있다고 맹랑하게 외치는 고토미와 부탄에서온 도르지. 그들의 재미난 이야기가 이어지는가 했더니 애완동물 살해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의 범인들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 끼어드는 가와사키. 그리고 팻숍의 묘한 분위기의 레이코. 무엇인가 크게 일어날듯 날듯한 분위기에서 또다른 이야기가 이어진다.

시나의 시점에서의 현재와 고토미의 시점에서의 과거의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전개되는데 사실 대충 읽다보면 시점을 잃어버리게 되고 헷갈릴수도 있을것이다. 매장마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기 때문에 그 규칙만 잘 헤아리면 어렵지 않게 따라갈수 있겠지만 바로 읽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하는 수고를 끼쳐야 할것이다. 단순한 구조이지만 과거와 현재를 정교하게 이어지게 하는 능력이 이 책의 매력이라면 매력이었다.

후반부로 넘어가면 반전이 나온다. 뜻밖의 사람에게서 뜻밖의 진실이 밝혀지는데 대체 이것이 진짜 진실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작할때 추리소설이란 느낌이 들지 않았지만 어느새 추리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밝혀진 것에 대한 당혹한 느낌도 들게한 것이다. 이 책이 추리소설이었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헷갈릴수도 있는 책의 구조에 어쩌면 신선한 자극제의 역할을 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제목은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다. 대체 집오리와 들오리가 왜 나올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도 계속 들었다. 추상적인 뜻인가 아니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까. 중반쯤을 읽어가면서 아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오리가 안을 상징한다면 들오리는 밖을 상징한다고 볼수 있을것이다. 가와사키와 시나, 고토미와 도르지의 사이가 바로 집오리와 들오리를 가리키는것은 아닐까. 이 상징을 이해한다면 이 책이 주는 묘미를 좀더 기분 좋게 이해할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 쉽게 읽혀지는 듯했던 이 책은 어느정도 읽어내려가자 과거와 현재의 교차하는 그 규칙을 헤아리지 못해서 헷갈리기도 했다. 내용이 잘 연결되지 않고 내용파악이 잘 안되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중반부 정도를 읽어내려가다 보니 지은이의 교묘한 글솜씨에 찬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마치 독자가 헷갈릴껄 예상하고 쓴것처럼 능수능란한 느낌이 들었다. 그뒤에 이어지는 여러 저작들에서 보이는 독특함과 기발함이 바로 이 책에서 출발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노란 색깔의 책표지가 인상적인 이 책은 장정도 깔끔하고 제본도 튼튼하다. 번역도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책이었다.
평범하면서도 독특한 소설. 이사카 코타로라는 작가의 진면목을 진하게 느낄수 있는 이 책, 이 여름을 나는데 틀림없이 도움을 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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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잔다르크
이시자키 히로시 지음, 김수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여기 한 여고생 소녀가 있다. 공부도 보통, 얼굴도 보통, 몸매도 보통, 집에서나 학교에서도 특별날꺼 없는 평범한 학생.
흔히 볼수있는 그런 아이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까지 평범하지는 않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어떤 열정이 있는데 어느날 그것을 위한 탈출을 감행한다. 과연 그녀의 결심이 성공을 할까?

중고생 소녀들의 섬세한 심리를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로 표현해낸 독특한 소설인 이 책은 전작인 <체인 메일>에서 맹활약 했던 소녀들이 그대로 다시 등장한다. '도쿄 잔다르크'라는 소녀 탐정대로 말이다.
유키,사키,마이 이 3총사는 몇가지 일들을 해결해준 뒤로 아예 친구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사례비를 받는 탐정단을 조직하게 되는데 그 이름이 '도쿄 잔다르크'이다. 성녀 잔다르크를 생각해서 지은 이름인데 단순하면서도 발랄한 여고생을 보는듯해서 웃음이 나왔다. 그네들 또래라면 고개를 끄덕일 작명일꺼기 때문이었다.

이 소녀 탐정대에 어느날 같은 학교의 신이치라는 남학생이 찾아온다. 자신의 돈을 빌려간채로 가출해버린 구미코를 찾아달라는 것이다. 같은 학교에 다니긴 했어도 이름만 들어본 친구였다. 그만큼 평범했다고나 할까.
어쨌던 그 요청을 받아들여서 구미코를 찾으러 가는 유키. 곧바로 도쿄 잔다르크를 가동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단순한 가출인줄 알았던 것이 뭔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구미코의 집 근처에 야쿠자 같은 사람들이 어슬렁거리고 구미코의 부모님은 아이가 가출한것을 쉬쉬하며 숨긴다. 거기다가 구미코를 찾는 유키를 미행까지 하게 되는데..

원인없는 결과가 없다고 가출을 감행한 구미코는 부모와의 소통이 제대로 할수없었던 아이였다. 겉의 행동이 평범하다고 해서 속까지 평범할수는 없는 법.  록에 관심있던 구미코는 평범함을 강요하던 아버지를 피해서 결국 가출이라는 수단을 행하고 만다. 단순한 가출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꿈을 찾아서 나서게 된것이다. 참 안타까운것이 그것이 왜 가출을 통해서만이 행해질까 하는것이었다. 조금만 더 자녀에 관심을 쏟았다면, 평범함 속의 불안과 슬픔을 알았다면 가출을 하지 않고서라도 구미코가 꿈을 향해 달려갈수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성장소설이다. 10대 여고생들에게 있을법한 일들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그녀들이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추리라는 기법을 통해서 잘 표현하고 있다. 일본의 여고생을 일상을 그린것이라서 우리와는 좀 다른 면이 있긴 했지만 부모의 무관심과 가출, 좋아하는 가수를 찾아가는 것등은 우리네 일상에서도 그리 낯선것은 아니었기에 좀더 현실감이 있었다. 일본 사회의 모습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것이기에 우리와는 다른 모습들, 학생이나 직장인의 모습등을 엿볼수 있었는것도 가외의 소득이었다.

제목은 소녀 탐정대인 '도쿄 잔다르크' 이고 주인공 또한 리더인 유키지만 어쩌면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은 가출했던 구미코일지도 모른다.
비슷하게 평범하면서 부모님과의 사이도 그리 원만하지 못하지만 집을 떠나지는 않는 유키와는 달리 자신의 꿈을 향해 과감히 가출을 한 구미코는 그 성격으로 봤을때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처음에는 어떤 치밀한 계획을 세운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생각을 구체화시켜 나가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그 마음이 한때의 치기가 아니라 굳건한 신념이었음을 보여준다.

물론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신념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가출을 하라는 뜻은 아닐것이다. 그것보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그 마음을 느끼라는 것일것이다. 상황에 맞춰서, 현실에 굴복하지 말고 굳건한 마음으로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이 책은 전해주고 있다.

중고생이 주인공인 청소년 성장소설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성인이 읽어도 흥미롭게 읽을수 있는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현실감있는 묘사와 속도감 있는 문체가 쉽게 잘 읽혔기 때문이었다. 본격적인 추리물로는 조금 약한 면이 있어서 그것을 기대한 사람한테는 조금 실망일지도 모르겠지만 깔끔한 '탐정 성장 소설'이라고 할만하다.

분홍색의 아담한 책이 깔끔한 책 내용과 잘 어울렸고 제본도 튼튼했다. 번역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고 특히 지은이와 옮긴이의 글이 끝에 나란히 붙어있어서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꿈을 찾아 가는 길...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나이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을 들게 한, 봄날의 싱그런 바람을 맞는것처럼 개운한 느낌을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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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1 밀리언셀러 클럽 6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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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뜻인데, 적당한것을 지나쳐서 원래의 가치도 떨어지게 하는것을 보고 흔히 하는 말일것이다.
요즘 출판계가 그리 사정이 안 좋아서 그런지 책을 팔기위한 온갖 미사여구들이 동원되고 있다. 책의 성격에 딱 맞는 광고를 한다면 수긍하겠지만 과도한 칭찬을 늘어놓은 책광고를 보면 오히려 그 책의 가치가 의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이책도 그런의미에서 처음에 솔직히 조금 반감이 생겼다.
세계가 주목하고 무슨 무슨 문학상을 수상하고 어디서 1등을 하고..책 내용이 좋다는 소리는 없고 대단한 책인듯한 광고 문구가 요란해서 별 내용없는건 아닌가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그런 화려한 광고글 저리가라고 할 정도로 재미있다. 광고에 나온 숱한 상들이 그저 받은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여전히 저런 광고글은 책의 진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만은 그 광고글에 수긍할수밖에 없을정도로 잘 쓰여진 책이다.

여기 4명의 한 평범한 여자들이 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수있는 사람들. 하지만 나름의 궁박한 처지에 몰려있는 처지들이다. 여자와 도박에 미쳐서 폭행만을 일삼는 남편밑에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는 야요이, 시어머니와 딸의 뒤치닥거리에 하루하루가 고역인 요시에, 명품사재기로 카드빚에 몰려있는 구니코, 위태위태한 가정을 억지로 견디고 있는 마사코. 마치 태풍이 오기전의 고요함처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래도 살아가느라 아둥바둥 애쓰는 그녀들. 절망스런 상황속에 내몰린 이 여자들에게 희망이란건 정녕 사치일까싶을 정도다.

그런데 예기치않은 어떤 일로 이들의 운명이 또다른 수레바퀴를 돌리게 되는데 남편의 말에 충동적으로 야요이가남편을 살해하면서 그들의 인생이 급격히 달라지게 되는것이다. 남편을 살해했으나 어찌할바 모르던 야요이는 마사코에게, 마사코는 요시에를 끌어들이게 되고 결국에는 구니코까지 살인을 숨기기 위한 또다른 범죄에 공모를 하게 된다.하지만 구니코의 실수로 사실이 밝혀지고 사채업자에 야쿠자 출신의 사람까지 등장하면서 사건은 걷잡을수없을만큼 커지면서 네명의 운명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넘어가버린다. 과연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것인지...

아웃이라는 영어는 여러가지 뜻이 있겠지만 끝난다는 뜻이 아닐까한다. 이들에게는 사건이 일어나기전에도 이미 아웃타이밍이었다. 어떻게 손 써볼 방법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던 그들이기에 그 사건은 어쩌면 그들에게는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지루한 일상을 탈출할 기회. 하지만 얼떨결에 일어난 일이니만큼 그들에게 목적의식이 있었을리 만무하다.
처음의 사건을 숨기고 나서 돈도 생기고 인생이 펴졌다고생각한것도 잠시, 곧 그들 사이에 작은 균열이 생기고 그것이 결국 아웃에서 탈출한줄 알았던 그녀들을 다시 아웃하게 하는 빌미로 작용하게 된다. 아웃은 결국 그들의 운명이었을까. 다시 좋게 될 가능성은 없었을까.
그들의 절망과 희망이 현실에 없는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옆에서 일어날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이기에 더욱 몰입할수있었고 그 과정과 결말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볼수 있었다.

어찌보면 그리 복잡할꺼도 없는 사건들인데 두권이나 될 정도의 분량으로 소설내내 긴장감과 몰입감을 불러일으키게 한것은 지은이의 탁월한 재능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절망적이라는 공통적인 상황 빼고는 별로 닮은것도 없는 4명의 캐릭터를 참 얄미울정도로 잘 구축하고 묘사해 내고 있어서 마치 바로 이웃집 사람들 보는것처럼 현실감이 있었다. 그리고 사건들과 그 사건에 얽혀들어가는 여러 인물 군상들의 표현이 자극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고 흥미롭게 잘 표현되어서 아!하는 감탄사를 불러일으켰다.
우울하면서도 기괴한 느낌도 들게 하고 스릴러와 추리적인 면이 아주 적절하게 잘 표현되었고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할 정도로 드라마의 힘이 대단한 작가였다.
과연 이 책이 지은이인 기리노 나쓰오의 대표작인지 충분히 느낄수 있었고 그 많은 상들, 받을만했다.

추리,스릴러 장르를 특화해서 펴내는 출판사의 책인만큼 책도 잘 만들어졌다. 제본도 튼튼하고 번역도 나쁘지 않다. 분책을 하지 말고 한권에 넣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으나 책의 분량상으로 봐서 분책한것도 이해할 만했다.

단순한 일상에서의 무섭고 잔혹한 탈출을 그린 이책, 더운 여름을 함께 나기에 충분히 멋진 소설이다.
지금 바로 책을 집어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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