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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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폼페이라는 도시가 있다. 전설상의 도시였지만 발굴을 통해서 결국 그 실체가 드러난 고대 로마의 정수였던 곳. 그냥 멸망한것이 아니라 화산의 폭발로 인해서 순식간에 도시 전체가 사라진 비극의 도시.이미 영화나 소설로 그 이름이라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것이다. 그런데 여기 또하나의 폼페이를 그린 소설이 나왔으니 팩션소설의 대가인 로버트 해리스의 '폼페이'이다.

물이 안나와서 수도교를 수리하러 온 수도기사 아틸리우스에 의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전에도 수도가 끊기는 일이 있었지만 이번 경우에는 무엇인가 좀 다른게 있었다. 일단 전임 수도기사가 아무말도 없이 실종이 되었고 물길이 끊긴 곳이 최초의 지점에서 좀 떨어진 폼페이이고 물에서 유황냄새까지 나는것이었다. 아주 특별나게 이상한건 아니지만 그런 소소한 것들에서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는 아틸리우스.

한편 노예의 신분에서 벗어나 부를 걸머쥔 암플리아투스. 남보다 앞서는 지략으로 돈을 번 암플리아투스는 돈으로 도시의 지도자들을 움직여서 막후에서 실질적인 지배자가 된다. 그리고 수도를 고치러 가는 아틸리우스도 그만의 방법으로 매수할려고 한다. 그의 존재는 수도를 고치는데 크나큰 암초로 작용하게 되고...
하지만 아틸리우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도 있으니 해군을 관할하는 제독 플리니우스다. 그는 아틸리우스의 열정과 용기를 높이사서 여러가지 도움을 준다.

드디어 폼페이에 도착한 아틸리우스는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수도관을 고치게 되지만 단순히 물이 안 나오는것보다 더 큰 무엇인가를 찾아서 가게되는데...

폼페이가 존재했던 시대가 기원후 80년대라고 하니 거의 2000년전의 일이다. 고대 로마가 흥성했던 시대를 대표하는 도시였던 폼페이는 화산재로 덮이면서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지워졌던 곳이다. 그런데 그 화산재로 덮였던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수천년이 흐른 지금 그때의 모습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용암이 덮쳐서 석고화함으로써 도시 자체가 온전히 보존된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때의 모습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는데 이 책은 그때의 모습을 손에 잡힐듯 잘 그려내고 있다. 수도관이 이상있었다는 소재는 사실 그리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그 단순한 소재를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으로 손에서 책을 떼지 못하게 한다.

이 책에서는 로마의 수도 시설에 대해서 자세한 묘사가 나온다. 펙션소설이기에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진건데 정말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수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로마시에는 1985년의 뉴욕시보다 훨씬 많은 물이 공급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수도관도 정교하고 세밀하게 잘 만들어졌고 그것을 관리하는데도 여러가지로 체계적이었다. 몇년전도 아니고 2000년전에 그런 시설이 있었다니 놀라울뿐이었다. 지은이는 그 당시의 수도 시설에 관한 묘사를 사실적으로 잘 그려내었다. 소설로 읽는거라서 금방 상상이 되진 않았지만 대규모였던 그 당시 수도 시설을 미루어 짐작할수 있었다.

폼페이에서 보여지는 수도 시설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현대적의미에서의 상하수도 시설을 의미할까. 청결과 보건과 필수적인 의미인 현대와는 달리 그 당시는 쾌락과 향락을 위한 목적이 더 강했다. 이미 로마의 향락문화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는데 그런 문화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바로 물이었고 그 물을 안전하고 쉽게 받기 위해서 수도 시설이 개발되고 설치되었던 것이다. 물론 로마 시민에 대한 수혜적인 의미도 있겠지만 많은 물이 향락시설에 쏟아부어진건 사실이다. 어쩌면 폼페이는 화산 폭발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붕괴되었을것이다. 향락에 빠진 도시가 망하는것은 정해진 수순이니깐. 화산에 의해서 후세에 자신들의 모습을 남겨놓았을 뿐이랄까.

여기서 보여지는 모습들은 오늘날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여러가지 재해가 일어나고 있지만 끊임없이 인재 논란이 일어나는것을 보면 그 당시나 지금이나 책임진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아서 결국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피해를 입게 되는것이다. 아틸리우스의 조사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아니 그전에 전임 수도 기사가 제대로만 책임을 다 했다면 도시를 구하지는 못했어도 수많은 시민의 목숨을 구할수 있었을것이다. 역사가 반복된다고 하는데 이것을 보면 고개가 끄덕끄덕거리게 된다.

지은이인 로버트 해리스는 역사 펙션 소설에서는 묘한 존재이다. 어떤 특정한 장르나 소재를 가지고 그것만 쓰기도 힘든데 이 작가는 손대는 것마다 다른 분야이다. 역사 팩션 소설 전문인것은 변함이 없지만 그 분야는 그때 그때 다르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팩션 소설을 쓰기도 하고(이니그마) 미스터리한 대체 역사 소설을 쓰기도 했다(당신들이 조국). 완전 다른 분야를 다루면서도 허술하게 보이지 않고 깊이있고 짜임새있게 잘 쓰는거 같다. 물론 철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한것이겠지만 글쓰기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이제는 로버트 해리스가 지은 책이라고 하면 재미가 있겠구나 하는 어떤 신뢰감이 생길 정도로 그 이름에 믿음이 있게 하는 작가이다.

책은 잘 만들어졌다. 장중한 스케일의 작품답게 표지 디자인이 참 인상적이고 번역도 깔끔하다. 양장본으로 만들어졌는데 제본도 잘 되어있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게 책정된거 같다.

폼페이가 사라진 것을 수도 시설의 측면에서 바라본 이 책은 손에 잡힐듯 세세하게 묘사되어 재미있게 잘 읽을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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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끌기
제임스 모로 지음, 김보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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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에 제목만 봤을때는 이것이 어떤 내용인지 짐작을 할수가 없었다. 하느님 끌기라...말 그대로 하느님을 끈다는 말인데 여기의 하느님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그 하느님이라기 보다는 어떤 비유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을 펼치고 보니 왠걸, 바로 그 하느님인것이다! 그런데 그 하느님이 끌려가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하느님이 죽었다라.

어떻게 보면 참 황당한 설정이다. 기독교에서 하느님은 삶과 죽음을 초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죽었다는 표현도 성립이 안되는것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하느님의 '사망'이라는 초유의 설정을 해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사망해서 바다에 떠 있는 하나님을 '끌어'서 매장시키는 과정을 그린 소설인데 설정의 기발함도 대단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처음부터 끝까지 쳐지지 않고 잘 쓰여진 멋진 소설이다.

내용은 앤서니라는 유조선 선장에게서 시작한다. 그에게 갑자기 대천사 라파엘이 나타난다. 그러고는 다짜고짜 하느님이 사망했으니 그 시신을 끌고 북극에 묻으라고 한다. 그 황당한 요구를 반신반의하면서 받아들이는 앤서니. 이런 사실이 이 사람에게만 전해졌을리는 없는 법! 하느님의 사업을 하는 바티칸 교황청에서도 천사의 출현에 이은 그 놀라운 사실을 알게되고 이 작업을 총지휘할 사람으로 물리학을 가르치는 토머스신부를 함께 보낸다.

우여곡절끝에 하느님시신이 있는 곳까지 다다른 일행. 하지만 이 작업이 결코 쉽지 않다는걸 알게되는데 그것은 시신의 크기가 무려 3200미터에 이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큰 유조선이라고 해도 그렇게 큰 물체를 견인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자칫 잘못하면 자신들이 탄 유조선이 가라앉을수도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그들의 일정은 캐시라는 무신론자에 의해서 큰 위험에 빠지게 된다. 폭풍으로 조난당했다가 구조받은 캐시는 그 유조선이 자신들이 끔찍하게 여겼던 그 하느님의 시신을 끄는 임무를 갖고 있다는것을 알고 경악한다. 그리고 그 시신을 없애버릴 계획을 세우고 자신이 속해있는 무신론자단체에 연락을 취하게 되고 시신을 둘러싼 선원들과 무신론자들, 그리고 교황청등의 엎치락 뒤치락하는 대소동이 벌어진다.
과연 하느님의 시신은 무사히 목적지까지 갈수있을까? 무신론자들의 계략은 성공하게 될까?

신의 죽음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그에 대해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여러 반응을 그렸다고 할수 있는 이 소설은 굳이 기독교를 믿고 안 믿고 상관없이 유쾌하고 즐겁게 읽을수 있는 소설이다. 어떻게 보면 큰 화물을 싣고 가는 과정을 그린 단순한 전개인데 짜임새가 촘촘하게 잘 짜여져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한다.

기독교인의 입장에선 이 설정 자체가 불경이라고 할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신을 긍정적으로 그리는 책이다. 소설 중간에 굶주림에 시달리는 선원들을 위해서 성경말씀대로 기꺼이 자신의 육체와 피를 내어주는 하느님을 보면 알수가 있다. 과연 하느님은 자신의 죽음으로 인간들에게 어떤것을 전하려 했을까? 그리고 진짜로 죽음을 맞이했을까? 사실 하느님의 '시신'이라는것은 허구일지도 모른다. 하느님이 죽는것을 본 존재는 아무도 없다. 인간은 물론이고 천사들까지! 어찌보면 하느님의 시신이란걸 만들어서 놔둔건 하느님 자신일지도 모른다. 인간을 창조한 존재이니 그쯤 못하겠는가. 자신의 몸을 통해서라도 자신이 창조한 인간들에 대한 사랑을 나타낸건 아닐까.

설정은 비현실적이라고 해도 유조선 항해는 실제적이므로 이 책은 해양소설 내지는 항해소설이라고도 볼수있고 모험소설로도 볼수있겠다. 거기에 '하나님 사망후 인류'라는 철학적인 면도 깃들어 있고 현실을 풍자한 면도 있는 종합적인 환상 소설이라고 할수있다. 뭐 깊게 생각할꺼도 없이 그냥 재미나게 읽으면 된다. 엉뚱하고 기발한 소재이기에 힘이 쳐지지 않을까했는데 긴장감있고 속도감있게 잘 읽었던 책이었다. 

책은 550쪽에 다다르는 두꺼운 분량이다. 책표지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지만 번역도 괜찮고 제본도 튼튼한 편이다. 그런데 양장본이 아닌 이상 이런스타일의 책은 아래위쪽에 풀칠이 제대로 되지 않을수가 있는데 이책도 그점에서 좀 아쉬웠다. 양장본으로 만들지 않아서 분량에 비해 책값을 그리 높지 않게 책정한것은 참 좋아보였다.

하느님 시신 끌기라는 희안한 소재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이 책, 분명 기분을 유쾌하게 만드는 재미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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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9-2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느님의 시신 끌기라~~~ 정말 새로운 소재, 황당한 발상이군요. 관심이 쏠려 추천함!
 
슬로 굿바이
이시다 이라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시라 이라. 이 일본작가를 주목하게 된것은 '이케부쿠로 웨스트게이트 파크'라는 추리소설을 읽고서였다.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이책을 읽으면서 아 이사람 글쓰는 재능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추리작가로써 명성을 얻을줄 알았던 이 작가가 확 다른 스타일의 소설들도 쓰고 있는게 아닌가. 알고봤더니 추리소설만 쓰는게 아니라 기업소설, 청춘소설, 연애소설, 가족 소설등도 쓰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하나 하나의 작품들이 묘한 재미를 주고 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이 책 '슬로 굿바이'는 청춘들의 사랑이야기를 모은 단편집이다. 그런데 이 짧은 이야기들의 내공, 장난아니다.
띠지에 있는 광고 문구처럼 '이야기의 귀재'라고 할만하다. 어떻게 보면 사랑이야기는 진부하다. 인간이 있는 한 끝까지 이어질 이야기고 새삼스러울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단순하고 진부한 사랑이야기를 이시라 이라는 참 맛깔스럽게 잘 포장해서 만들어냈다. 사랑이란게 참으로 다양한 빛깔을 띄는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제목은 슬로 굿바이. 뭐 천천히 이별한다는 그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지만 10편의 이야기들이 다 이별이야기는 아니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도 있고 이별을 하는 이야기도 있고 이별을 했다가 다시 이루어지는 것도 있고 사랑을 확인하는 이야기도 있고 여러가지 형태의 사랑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이 아주 특별난건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있을수 있는 이야기들인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을 지은이는 참 천연덕스럽게 잘 이야기하고 있다. 마음에 참 잘 와닿아서 얄밉게 글을 쓴다고 할 정도다.

첫 이야기인 '울지 않아'는 이별을 한 어떤 여성이 진정으로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얻는다는 이야기이다. 편하게 알던 친구인데 이별을 하고 나중에 봤더니 괜찮은 사람이더라 이런 이야기는 그리 새로울꺼도 없고 주위에서 제법 봤을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시라는 그 과정을 참 깔끔하면서도 담백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울지 않던 사람이 결국 울음으로써 마음을 정리하게 되는 장면이 참 인상깊었다.

'15분'은 참으로 도발적인 이야기다. 그리 친하지 않은 남녀가 어느 순간 섹스를 하게 되고 불꽃같은 사랑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여름의 한 기간을 참으로 강렬하게 그려내었다. 요즘말로 '쿨'하게 헤어지게 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참으로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될것이다. 어떻게 보면 야한 소설인데 그것이 묘하게도 귀엽게 느껴지게 잘 그렸다.

오래된 연인의 이야기를 그린 '꿈의 파수꾼'은 믿음이란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다. 여자친구가 몇번의 고배끝에 인기작가로 발돋음하게 되는 순간 혹시나 자신을 버리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는 남자.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고 멋지게 청혼을 받아들이는 여자. 뒷바라지 열심히 했는데 사법고시 합격하고 다른 여자에게 가버린 남자이야기 같은 소설인지 현실인지 구분안가는 것들을 많이 들어서인지 이런 소설을 보니 더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거 같았다. 사랑은 곧 믿음일것이다.
그 믿음이 깊지 않으면 결국 사랑도 한때의 불장난이 되고 마는것이 아니겠는가.

이 책의 제목인 '슬로 굿바이'라는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이별이야기이다. 그런데 좀 독특한게 그냥 이별이 아니라 이별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전에 그들이 연애를 했던 장소를 다시 가보면서 이별여행을 하는건데 두사람이 헤어지게 되는것이 서로가 원해서라기보다 남자의 무성의로 인해서 여자가 떠나주는 상황이랄까.
얼마든지 남자가 좋게 잘 해서 헤어지지 않을수 있었는데 그렇게 헤어지게 된것이 좀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의 사랑이 없어진건 아닌것 같았다. 사랑하므로 헤어진다랄까. 아무튼 그런 사랑도 있을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제일 맘에 들었던 단편은 '진주 컵'이었다. 돈을 주고 몸을 사고 몸을 파는 관계에 있던 어떤 두 남녀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면서 결국 서로에게 마음을 주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인데 비현실적이 아니냐고 할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남자가 여자에게, 여자가 남자에게 마음을 쓰는 것들이 참 기분이 좋게 했다.
비현실적이라도 실제로 일어났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고. 내가 과연 저 남자의 처지라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과연 그 남자처럼 마음 넓게 사랑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밖에 다른 단편들도 흔한 소재지만 독특하게 잘 가공을 해서 세련되고 달콤한 사랑이야기를 보여주었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것이 일본이라서 우리와는 정서상 좀 어색하게 여겨질만한 대목도 있긴 했다. 성의식면에서 우리나라와 일본과는 또 다른게 사실일것이다. 대놓고 섹스 이야기를 다룬 '15분'뿐만 아니라 다른 이야기들에서도 많이 표현이 되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야한듯하면서도 적나라한것같은 이야기이지만 그리 외설적으로 느껴지지 않은것은 그 속에 흐르는 '진정성'과 '따뜻함' 때문이었다. 참으로 따뜻한 사랑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외적으로 표현되어지는 것들보다 그 내면의 마음이 편하게 전해져서 우리와는 낯선 나라의 사랑이야기라도 해도 재미있고 기분 좋게 읽을수있었다. 역시 사랑이란건 나라가 달라도 보편적인 어떤것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솔로들은 옆구리시릴 계절이라서 이런 이야기 읽기 싫을지도 모르겠다. 뭐 사실 좀 그런면이 있는건 사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따뜻한'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에 옆구리를 더 시리게 하진 않을것이다. 오히려 마음을 데우면서 흐뭇한 느낌을 들게 할것이다. 물론 커플들은 읽으면 더 좋고.
이야기꾼인 이시라 이라의 솜씨가 잘 발휘된 이책은 오랫만에 보는 따뜻한 연애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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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사고치다
공성수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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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러해동안 수능시험에서 수능의 변별력논란이 있어왔지만 중요성이 떨어지지 않은 전형요소가 있다면 바로 논술이다.객관식문제를 주로 푸는 수능시험과는 달리 학생의 사고력과 추리력 논리력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게 논술인데 사실 논술이란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수능에 투자하고 그담에 내신을 신경쓰기 때문에 논술공부를 따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게다가 논술이란것이 암기과목 공부하듯 짧은 시간에 뚝딱하고 해치울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평소때 꾸준히 관리해놓지 않으면 결코 좋은 성적을 얻을수 없는것이 이 논술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그 사실을 간과하고 수능끝나자말자 고액논술과외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래봐야 무슨 소용이 있으랴. 짧은 시간에 할수있는것이라곤 또다시 암기식 글쓰기일뿐이다.그리고 그런 특정 패턴의 글을 암기해서 쓴 논술은 입시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다는 사실도 다들 알것이다.

하지만 이 논술이란걸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할것인가라는 문제에 봉착한다. 수능시험의 많은 과목들처럼 정해진 교과서가 있는것도 아니고 뜬구름잡는 식의 가이드들만 난무하고 있으니 무엇을 보고 공부를 해야할것인가.
그래서 수많은 논술 관련 책들이 나오고 있다. 논술 시험을 처음 도입되던 해에 비해서 좋은 논술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긴 하다. 그러나 너무 부담되는 내용을 담은 책들도 많고 논술이란 것 자체를 어렵게 생각하게해서 결과적으로 쉽게 포기하게 하는 책들도 많다.
적절한 수준에서 논술이란것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해주고 논술에 대한 접근을 쉽게 이끌어주는 책이 필요할것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논술,사고치다'라는 책은 그런면에서 논술이라는 바다에서 길잡이가 될만한 책인거 같다.논술이란것이 무엇인가에서 부터 차근히 설명하고 있고 어려운 논술을 조금이나마 접근하기 쉽게 잘 이끌어가고 있다.
전체가 4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실전은 2,3,4 파트에서 다루어진다. 하지만 1장을 읽어보는게 더 좋을것이다. 논술이란것이 어떤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논술공부의 본질을 알고 덤비더라도 덤벼야하지 않겠나.
지은이는 거기에서 현재의 논술 교육의 난맥상을 이야기하고 있고 수능후의 논술 과외라는게 별 소용이 없다는것등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수긍하지 않을수 없는 내용이었다. 지은이도 적어놨듯이 학부모가 보면 좋은 내용이었다. 논술 공부라는것이 어떤것인지 미리 알고 일찍 대처한다면 고3이 되어서도 허둥거리지 않을것이다.

2장부터는 본격적인 논술이야기가 시작된다. 논술 공부의 기본 방향이나 여러가지 갖추어야 할 것들을 10가지 계명으로 정리해서 소개하고 있다.
책상위를 점검하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등의 기본적인 이야기와 함께 논술과 내신과 수능은 함께 간다는 어쩌면 쉽고도 어려운 명제를 이야기 하고 있는데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고1때부터 논술 준비를 해도 늦다라는 명제는 뒤에 이은 이야기와는 좀 동떨어진 제목같다.
솔직히 고1때부터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절대로 늦지도 않거니와 그 뒤에 나오는 내용도 체계적이고 꾸준한 공부를 하라는 말이지 고1때 해도 늦는다는 좌절스런 이야기는 없다. 그것외에는 대체로 논술에 대해서 그리 어렵지 않게 접근하게 하는 이야기들로 되어있다.

3장은 말그대로 실전코스다. 글을 써가는 기본적인 형식을 실제의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구상하기, 개요 만들기, 단락 만들기, 제시문 분석하기등으로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는데 이런 뼈대로 글쓰기 연습을 한다면 나름의 성과가 있을꺼 같았다. 특히 다른 사람의 잘못된 글을 제시하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려주는데 비슷한 실수를 저지를수 있는 입장에서 도움이 될것이다. 그밖에 글씨는 어떻게 해야하고 퇴고는 어떻게 해야하는등 세세한 부분까지 잘 알려주고 있다.

4장은 실제 논술 시험에 나올만한 책들을 요약해놓고 같이 생각해보는 순서로 진행된다. 소개되는 책들이 어른들이 읽기에도 좀 어려운 책들이 있긴 한데 실제로 논술 시험에 그런 책들의 지문이 나오니 어쩔수 없이 봐야할꺼 같다. 그래도 좀 쉬운 지문으로 나올테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수능치고 후다닥 하기보단 전부터 시간을 내서 꾸준히 한다면 좀 어려운 지문도 그리 어렵지 않게 소화해낼것이다.

사실 이 책 한권으로 논술이 정리되지는 않을것이다. 다른 많은 논술 관련 책도 읽어야하고 책도 많이 읽어야한다. 하지만 논술이란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공부해야하는것인가에 대해서 기본적인 개념을 잘 숙지하고 공부를 한다면 훨씬 수월하게 학습에 임할수있다.
이 책은 논술 쪽집게 과외책도 아니고 공부 시간이 없을때 벼락치기로 볼수있는 책도 아니다. 책에서 언급된 것들을 따라할려면 좀더 시간을 가지고 꾸준히 해야할것이지만 적어도 논술에 대해 큰 어려움이 없이 다가갈수 있게 해준다.

책은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다. 오자탈자도 거의 없고 너무 요란하지 않은 색으로 편집한것은 좋게 보인다. 논술 공부로 들어가는 많은 학생들에게 이 책은 괜찮은 길잡이로써 좋은 도움이 될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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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어수첩을 공개합니다
오자키 데쓰오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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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잘하게 한다는 수만가지 방법이 있다. 하지만 어느것도 모든 사람에게 광범위하게 추천할수 있는것이 없다.
사람마다 공부 방법이 다르고 또 같은 공부 방법이라고 해도 이해력이나 습득력이 다를수 있기 때문이다. 노래를 이용한 영어공부 방법이 좋은 사람도 있고 효과 없는 사람도 있는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한다고 해도 가장 기본이 되고 기초가 되는게 있을것이다. 영어라는 언어가 우리말과는 달리 주어와 동사의 위치가 다르고 몇가지 형식이 있다 뭐 그런것들말이다. 그래서 그런것은 뭐라고 해도 공통적으로 공부를 해줘야할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영어 숙어외우기는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공부 방법이다. 수십년전에 영어 공부 방법이 참 단순했던 시절에도 영어
단어보다는 숙어를 외우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지금처럼 영어 공부 방법이 많은 이때에도 영어 숙어의 중요성은 여전한 모양이다. 아직도 많은 영어 숙어와 관련된 책들이 출간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황매의 '내 영어수첩을 공개합니다'는 제목과는 달리 영어숙어를 모아놓은 책이다. 전작인 '내 영어단어장을 소개합니다'의 자매편인거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영단어장 보다는 이 영숙어장을 공부하는게 더 효율적인거 같다.

어차피 영어라는것이 말이니 만큼 단어 몇개만으로만 말을 할수는 없을것이다. 말하자면 '덩어리'로 말을 해야하는데 그것의 기본이 되는것이 영어숙어이다. 단어가 하나의 뜻만 가진것이 아니라 다른 단어와 연결되어서 그때 그때 쓰임새가 다르므로 숙어로 덩어리채 외우면 더 생동감있게 영어를 공부할수 있다.

처음에 한 50개 정도까지는 자주 쓰이는 단어를 중심으로 여러 용례와 함께 자세한 설명을 해놓았다. 그리고는 일상생활에 쓰이는 실제 단어들을 중심으로 다시 같은 형식으로 설명을 해놓았고 마지막에는 컴퓨터나 생활상의 약어들을 풀이해 놓아서 실제 대화에서도 유익하게 쓸수 있도록 편집을 했다. 이런식으로 100개 정도의 영숙어를 소개하고 있고 간판이나 표지판의 내용을 소개해서 실생활의 용어를 이해할수있게 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이나 사회,경제 등에서 쓰이는 단어같은 숙어나 일상적인 단어들을 모아놓아서 다른 영숙어장과는 차별화했는거 같다.

숙어장인만큼 편집도 잘해야하는데 나름 구성이 잘 된거 같다. 밑줄이나 화살표 별표 등을 적재적소에 적용하여 이해하기 쉽도록 했고 적긴하지만 그림도 간간이 삽입해서 숙어를 이해하기에 도움을 주고 있다. 뒤쪽은 전체 분량의 5분의 2 정도는 미국에서 실제로 쓰이는 단어들을 설명하고 있어서 나름의 실제성도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산뜻한 숙어장이고 제본이나 번역도 나쁘지 않다. 다만 기존의 영어숙어장에 비해서 크게 차별화될만큼 눈에 띄는 내용이나 구성은 아닌거 같다. 그리고 보통 책보다는 작긴 하지만 손에 들고 다니기에는 좀 애매한 크기인거 같은데 좀더 작게 하던지 아니면 아예 크기를 키워서 가독성을 넓히는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게 쉬운일은 아닐것이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것을 익히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꾸준히 공부해나간다면 좋은 성과를 이룰수 있을꺼 같다. 그 기본적인 방법중에서 숙어익히기가 있으니 이 책을 기본으로 삼아서 나름의 공부방법을 첨가한다면 좋을꺼 같다. 책을 읽어본다고 영어 실력이 느는건 아닐것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는 달라질것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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