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인문학 서재 -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이현우 지음 / 산책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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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옛날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엔 다르다. 10년이 아니라 1년만 지나도 세상이 확확확 바뀌는게 느껴진다.
이른바 IT산업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기술이 계속 나오고 거기에 맞춰 사람들의 삶도 변해가다보니깐 1년이란 세월이 요즘엔 아주 많은 것들이 이루어지는 시간인것이다.

그전에는 없던 책 출판형태가 나타나는 것도 그런 일환이다.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 적은 글들이, 종이에 인쇄되어 책으로 나오는 출판의 형태로 나오는게 그 하나이다.
어떻게보면 남에게 보이는 '일기'를 쓰는 셈인데 블로그라는 글쓰는 공간이 큰 촉매제가 되었다고 볼수있다. 자신이 가진 여러가지 지식을 그냥 풀어놓거나, 아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소박한 목적에서 시작했을수도 있는 것들이 수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면서 나름 막중한 임무를 띄게 되는 경우도 많다.

여러 분야의 많은 글잘쓰는 고수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나 사진을 바탕으로 책을 낸 가운데 여기 또 한명의 글쓰기 스타가 책을 냈으니 이번엔 인문학자다.
'로쟈'라는 필명을 쓰는 러시아문학전공자라고 하는데 지은이 스스로의 말에 의하면 '하는
일에 비해서  좀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인문학쪽의 책을 곧잘 읽기는 해도 블로그를 일일이 찾아갈만큼 열성적이진 않은 나도 언뜻 들어본 닉넴이니 유명하긴 유명한 모양이다.

사실 지은이가 주로 서식하면서 글을 풀어놓는다는 인터넷 서점에 나도 블로그를 갖고 있긴 해도 서평을 저장한다는 의미로만 활용할뿐, 소통의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기에 다른 블로그에도 그리 관심이 없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처음 방문을 해봤는데 유명인이 된  이유를 알았다. 보기 좋게 정렬된 여러 분야의 논리정연한 글들을 보니 과연이다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보는걸로 끝이었다. 눈 아프게 인터넷으로 긴 글을 보는게 불편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나에게 이런 책은 참 반갑다. 물론 올린 글을 전부 책으로 낸 것도 아니고 책으로 펴내면서 고친 부분도 있지만 일단 편한 자세로 내가 읽고 싶은 부분을 눈 아픔 없이 읽을수있다는게 좋았던 것이다.

나와는 다른, 전문적인 인문학자의 책읽기는 어떠한가에 대해서 기대를 한건 좋았지만 책을 펴는 순간 살짝 한숨이 나왔다. 그 옛날 책만 봐도 한숨이 나왔던 '수학의 정석'이라는 책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풀어도 풀어도 다 못풀 수학문제로 가득찼던 그 책을 보고 느꼈던 느낌이 이 책에서도 느낀 이유는 두꺼운 책에 글자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많은 내용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분권을 하지 않고 한권에 넣은 그 뜻은 알겠으나 기본적으로 머리 아팠는것은 어쩔수 없었다.

책은 크게 5가지 부분으로 나눈다. 지은이가 러시아 문학 전공자답게 러시아 문학과 책읽기, 문체등에 관한 이야기가 한 꼭지를 이루고 두번째로는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그리고 철학, 지젝, 번역에 관한 이야기가 뒤를 잇는 형식으로 책 내용을 이루고 있다.

사실 내용 자체는 크게 기억에 남는것이 없는게 지은이가 언급한 책들중에 읽어본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가 그렇게 읽었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읽었다고 할수는 없지 않은가.
지젝같은 경우에는 이름만 들어본 경우라서 잘 읽히지도 않았다. 제일 편하게 읽었던 부분은 영화를 이야기한 예술쪽이다. 거기서 이야기한 영화를 거의 다 본 탓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인문학자가 생각했던 부분을 비교하면서 읽으니 흥미로왔다.

이책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번역에 관한 문제다. 우리나라의 번역부분이 문제가 많은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러시아어 전공자로써 이른바 외국어를 다루는 입장에서 번역을 잘해야한다는 그의 주장에 적극 공감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쓴 글로만 지식을 축적할수는 없기에 외국인이 쓴 책들이 적극 들어와야하는데 그만큼 번역이 중요한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것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것이 문제일것이다. 지은이같이 번역에 대해서 깐깐한 사람이 많아져야 우리나라의 번역 문학도 좋아지려나.

글은 전체적으로 그리 쉽게도, 그리 어렵게도 쓰여지진 않았다. 인문학에 관한 기본 소양이 없다면 어렵게 느껴질수도 있는 내용인데 찬찬히 읽는다면 나름의 재미도 느낄수 있는 책이었다. 다만, 많은 내용을 한권에 넣으려고 한건지 아니면 편집상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활자로 가득찬 책을 보는게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글자가 빽빽한 책을 잘 안 읽은 탓이려니 하긴 해도 선뜻 완독하고 싶은 마음이 들진 않았다.

어쨌던 이런 책은 많이 나와야한다. 아무리 첨단과학의 기술이긴 해도 그것을 만들고 발현하는것은 인간이다. 그리고 그런 기술의 밑바탕에는 인문지리적인 것이 기본이 되어야 제대로된 것이 나올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에게 멀어진 인문학을 가깝게 다가가게 하는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누구나 인문학을 편하게 읊을수 있을때까지는 지은이에게 인문학 전파의 소임을 부탁할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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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프루프
에릭 윌슨 지음, 김진선 옮김, 알렉스 켄드릭.스티븐 켄드릭 원작 / 살림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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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사람에게 있어서 그 인생을 가장 크게 바뀌게 되는 일이 어떤것일까. 그건 다름아닌 결혼이 아닐까싶다.
전혀 다른 상황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가는것이니 기존의 삶과는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위해주고 아껴주며 서로에게 책임과 의무를 가지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더 행복해질수도, 더 불행해질수도 있는것이 결혼인것이다.

그런데 단독으로 자기 마음대로 살다가 다른 사람과 함께 산다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서로의 가치관과 취미등이 다른 상태에서 두 사람이 함께 사는것의 전제 조건은 '존중'일텐데 그것이 안되면 믿음이 떨어지고 결국 같이 살수가 없게 되는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오늘날 많은 부부가 겪고 있는 이혼의 문제를 되짚어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를 마련하는 책이라고 할수있다.

주인공인 캘럽은 소방관이다. 그것도 소방서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베테랑중에 베테랑이다. 그런데 부인인 케서린과는 요즘 사이가 안 좋다. 처음에 한눈에 반해서 결혼했을때까지만해도 그들의 사랑이 영원할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 둘 사이엔 커다란 벽이 있다.
그들 사이엔 사랑의 언사 대신에 침묵만이 흐른다. 결국 두 사람은 오랜 기간 함께 했던 세월을 뒤로 둔채 이혼이라는 과정에 돌입하려고 한다. 이미 결혼생활의 동력을 잃어버린 캘럽도 큰 이견을 가지지 않고 동의를 한다.
그런데 캘럽의 아버지가 책 한권을 주면서 두 사람의 이혼을 잠시 유보할것을 제안한다. 그 책에는 멀어진 두 사람이 서로 가깝게 되게 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거기에 있는 내용을 하나씩 실천해가면서 두 사람사이의 벽도 조금씩 무너져간다.

책은 두사람의 이야기지만 또다른 축은 캘럽의 직업인 소방관에 대한 이야기다. 제목의 뜻은 '불에 타지 않는' 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소방쪽의 개념으로는 혼자서 가지 않고 파트너와 함께 간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바로 결혼생활도 마찬가지다. 혼자서 결혼생활을 하는것이 아니지 않는가. 배우자와 함께 존중하면서 같이 살아간다는 뜻이 될것이다.
책에서 캘럽은 소방관으로써 그 누구보다 능력있고 투철한 직업 의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집에 들어오면 다른 사람이 되버린다. 밖에서 그렇게 힘들게 일하니 안에서 좀 대우받고 안락하게 지내고 싶다는 의식이 있었던 탓일까. 캘럽은 아내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부족했던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다른데 그 차이를 이해하지 않고 배려하지 못한 것이 그들 사이의 애정에 금이 가게 했던 것이리라.

결혼 생활에서는 '틀린'것은 없다. 다만 '다른'것이 있을뿐이다. 그 다른것을 얼마나 존중하고 이해하느냐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중요한 척도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기독교 소설이라고 해서 교리적인 내용이 들어간 이야기가 아닐까했는데 굳이 기독교 소설이라고 하지 않아도 기독교 신자와 관련없이 읽을수있는 책이었다. 중간중간에 기독교적인 내용이 나오긴 하지만 크게 의식할 필요없이 읽으면 될듯하다. 이 책에서 보내주는 의미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중, 배려가 굳은 사랑으로 온다는것이 아니겠는가.
아직 미혼인 나로써는 100% 와 닿는다고 할수는 없겠지만 꼭 배우자가 아니라해도 상대를 대하는 태도나 생각이라는 면에서 좋은 교훈을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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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 어느 날 갑자기 가십의 주인공이 돼 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
세라 자르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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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솔직히 좀 답답하긴 했다. 이 책 주인공인 디에나의 행동이. 대체 뭐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을까.
그렇게 나쁜 가정 환경도 아닌거 같은데.
하지만, 문제는 그 일을 저지른게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의 일이다. 도움을 청할때 누가 과연 손을 잡아주었는가. 그 실수가 그 아이의 인생전체를 따라다녀야 하는가등에 관한 문제다.

책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왕따아닌 왕따인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고등학교졸업을 앞둔 디에나는 학교에서 아니, 지역에서 유명한 소녀이다. 좋은일이 아닌 안 좋은일로. 실수를 했는데 그 실수가 사람을 거치는 과정에서 소문이 이상하게 나서 사람들이 안 좋게 보게 된것이다.
하지만 디에나는 씩씩하다. 아니 다른 사람들을 그냥 무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일이 대응하고 화내기엔 너무 커져버렸을테니깐.

그러나 다른 모든 사람들이 디에나를 안 좋게 본다고 해도 괜찮지만 한 사람의 외면에 그녀는 큰 아픔을 느낀다.
바로 그녀의 아빠. 어릴적 그렇게도 자신을 이뻐했던 아빠의 외면은 디에나에게 깊은 상처로 남는다. 차라리 화를 내고 야단을 쳤으면 나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빠는 아예 고개를 돌리고 말조차 걸지 않는다. 거기에서 디에나는 슬픔을 느끼는 것이다. 맞벌이로 바쁜 엄마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빠조차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런 그녀에게 힘을 주는 사람은 소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친하게 지내는 제이슨과 리였다. 이제 디에나는 돈을 모아서 집을 나갈 생각을 한다. 오빠 내외가 집을 구할때 돈을 보태서 같이 살려고 하는것이다. 과연 그녀는 그 꿈을 이룰수 있을까.

사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실수후에 그 실수를 어떻게 만회하는가가 중요한데 여기에서 가장 큰 힘이 되는것이 바로 가족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사랑속에서 그 잘못을 딛고 일어나서 더 성숙한 사람이 되는것이다. 하지만 디에나는 그것이 부족했기에 오랜 시간을 외롭게, 힘들게 스스로 일어나야했던것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아빠의 모습은 일면 이해도 간다. 끔찍히 아끼던 딸이 성적으로 있을수 없는 일을 벌인것을 알게 되었을때의 마음이란 실망과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것이다.
어느 일정 시간동안 그러는것은 이해할수도 있다. 하지만 그뒤로 계속해서 그런 모습을 보인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다. 비록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도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있고 아직 어린 나이인데 도와줘야는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화를 내는 대신에 아예 침묵을 선택하고 만다. 이것이 더 큰 상처로 다가오는것이다. 엄마는 아빠와는 달리 디에나를 감싸주려고 하지만 소극적이고 오빠는 그저 다시는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게 동생을 단속할 마음뿐이다. 아빠보다는 낫지만.

디에나가 잘못한것은 맞다. 하지만 조선시대처럼 여성의 수절을 강요하는 시대도 아니고 자유로운 이성교제가 허락되면서 여러가지 자극적인 것을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자신을 좀더 성스럽게 여기도록 가르치지 않는 부모의 잘못도 있는것이다. 디에나는 그냥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고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기울어졌을뿐이다. 마음이 기울어졌다고 몸까지 주는것은 아니란것을 몰랐을뿐인것이다. 일은 일어났고 이젠 그것을 탓하기 보다 상처입은 마음을 추스리면서 더 성숙한 사람이 되기위한 기회로 만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디에나는 생각보다 강인한 아이였다. 스스로 조금씩 힘들지만 나아간것이다. 누가 알려주지도 않는데 스스로.
그리고 끝내 희미하지만 분명한 희망의 끈을 잡았다. 이제 그녀는 저 기나긴 성장통을 끝내가는 것이었다. 

사실 디에나의 경우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볼수 있는 일이다.  그녀처럼 됐을때 과연 디에나처럼 성장하게 도와줄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히 손을 내밀것인데 누가 그 손을 잡아줄껀지, 그것도 늦지 않게 말이다. 실수는 누구나 저지를수 있다. 그 실수를 잘못이라고 여기고 반성하고 고칠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한다. 한번의 잘못으로 많은 시간을 힘들게 살아가게 해서는 안된다. 힘을 주고 손을 잡아줘야한다. 

우리에게도 어렵지 않게 볼수 있는 일을 겪은 한 소녀의 성장이야기. 쉽고도 재미있게,  어렵지않으면서도 가볍지 않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다. 청소년과 함께 아이들 둔 어른들도 함께 읽으면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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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엘리베이터 살림 펀픽션 1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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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엘리베이터라...엘리베이터 사고가 나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와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는 우리 일상에서 아주 익숙한 존재가 되어 있다. 그런데 그 엘리베이터가 고장도 잘나서 일년에 몇번씩 큰 사고로 발전하는 경우도 심심치않게 봐왔다. 기본적으로 엘리베이터라는것이 아주 높은곳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낙하의 공포란것도 있을수 있고 좁은 밀폐된 공간이기에 그런 곳에 대한 공포도 있을수가 있다. 이런 엘리베이터에서 무슨일이?

이야기는 주인공인 오가와는 회사회식후 술취한 여직원을 집에 데려다주기위해 그 직원의 아파트로 간다. 분명 나왔다고 여겼는데 눈을 떠보니 엘리베이터 안이다. 언제 내가 엘리베이터에서 쓰러졌었는지? 그런데 엘리베이터는 멈춘 상태다. 그리고 첨보는 사람들이 있다. 2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 그런데 이들도 좀 이상하다. 한 사람은 부동산업자라는데 좀 이상하고 한 사람은 일안하고 노는 니트족이라는데 영 남자같지가 않다. 또 한명은 자살할라고 한다는 어떤 여자인데 검은옷을 입고 있는게 영 기분 나쁘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다. 빨리 여기서 나가야한다. 아내가 곧 아기를 나을려고 한단 말이다! 근데 이상한 사람들이랑 여기서 뭐하는거지? 게다가 이 사람들은 비밀을 말하라는둥 이상한 요구나 하고. 아 여기서 나갈수 있을까?

가장 주인공은 엘리베이터에 갖히는 오가와다. 그런데 같이 엘리베이터에 탔던 나머지 3명의도 주인공이라고 할수있는게 이들이 엘리베이터에 타게 되는 과정이 나오기 때문이다. 오가와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는 과정. 그들 한명 한명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서술된다.

책은 쉽게 잘 읽힌다. 처음에는 좀 느릿하게 전개되는듯하다가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하게 속도감있게 진행된다. 예상할만한 결과를 예측할때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그리고 뒤에 가서 밝혀지는 반전. 엘리베이터라는 다소 특이한 공간을 소재로 한 이야기인데 진행이 참 깔끔하게 이루어진다. 아주 단순한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복잡한것도 아니고. 첨엔 그저 그런거 같았는데 갈수록 긴장감이 늘어난다. 미스터리 요소도 조금 있고 스릴러도 조금 있다. 중간 중간에서는 간간히 웃음도 나올 요소도 있고. 마지막엔 비록 강력하지는 않지만 반전도 있다. 마치 이런저런 양념을 적절하게 버무려서 맛난 소식을 만들어놓은거 같다. 간단한 소재로 이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지은이의 능력, 분명 이야기꾼 소질이 있다 하겠다.

아주 무서운 하드코어 공포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치밀하고 복잡한 미스터리도 아니지만 뭔가 감칠맛나는 책이었다. 흔치 않은 공간을 이야기 소재로 쓴것도 흥미롭고 그것을 재미나게 잘 이끌어간 솜씨가 좋은 소설이었다. 악몽씨리즈라고 하는데 나머지 책들도 얼른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이 작가의 이야기 만들어 내는 능력을 확인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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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아름다운 판타 빌리지
리처드 매드슨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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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참 무엇일까.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이다. 대체 사랑이란것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처절하게 행동하게 할까. 그것도 죽어서까지. 무엇이 그런 행동을 하게 했는가하는 생각이 오래간 책이었다.

이 소설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정말 사랑스런 아내와 자식들을 남겨놓고 어떤 남자가 사고로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믿으려하지 않지만 곧 인정을 하고 천국에 가게 된다. 주인공인 '나'가 경험하는 천국은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자신이 살던 곳과 똑같을수도있고 더 나은걸 만들수도 있고. 고통은 없고 기쁨만 있는 곳.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인다. 먼저 천국에 와 있던 사촌형인 앨버트가 아무리 좋게 이야기해줘도 가라앉지 않는 마음. 결국 그 느낌은 적중하게 되는데 바로 아내인 앤이 자살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살을 하면 원래 살아야 하는 만큼 천국에 오지 못하고 지옥에 떨어진다는것이었다. 앤을 너무나 사랑하는 나는 그것을 견딜수가 없어서 자신의 천국을 떠나서 앤을 찾아가게 된다. 앤을 거기서 꺼내주기 위해서. 그러나 앤을 찾아가는 그 길부터가 험난한데 과연 앤을 찾을수 있을까. 찾아서 그녀를 지옥에서 꺼내줄수 있을까.

이 책은 '죽은 이후'의 사랑에 관한 소설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사후 세계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소설이다. 그래서 사후 세계에 대해서 자세히 묘사하고 있는데 동양적인 사후관이 많이 반영된 듯한 느낌이 든다. 옮긴이의 후기에서도 보면 원래책의 뒤에 보면 지은이가 사후 세계에 관한 여러가지 많은 책들을 읽고 쓴 소설이란다. 아마 그중에서 많은 책들이 동양의 사후관과 관계된 것들일것이다. 나중에는 환생할 장소로 인도가 나오는걸로봐서 여러 종교에서 말하는 죽음과 삶에 관한 내용을 잘 혼합한거 같다.
물론 이 책을 통괄하는 주제는 사랑이다. 죽음도 통과한 사랑.
주인공이 나중에 절망의 순간에서 아내에게 한 말이 생각난다. 당신이 없는 천국은 천국이 아니라고. 당신이 있는 지옥을 우리들의 천국으로 만들자고.
맞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함께 하는 곳이 바로 천국이 아니겠는가. 사랑을 잃었을때 그것이 가장 큰 고통일것이고.

한편 여기서는 자살에 대해서 안 좋게 보고 있다. 자살하지 않았으면 살았을 시간동안 어두운곳에 갇혀 지내게 되는것이다. 자살을 금하는 기독교쪽의 개념이 들어간거 같다. 뭐 기독교가 아니라고 해도 자살에 대해서 관대한 종교는 없을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런 나날이라고 하더라도 현세에서 견디고 살아나가야한다는것을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야 훗날 더 나은 삶을 살게 된다고. 물론 지금 당장 쉽진 않겠지만 그런 의지를 갖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 세상이 어려워서 목숨을 스스로 끊는 사람이 많다. 물론 힘들고 참기 힘들어서 그렇다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겠는가. 그 사람들을 고통속에 빠지게 하고 혼자 먼저 가는건 비겁한 일이다. 이 책을 읽고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해보면 좋을꺼란 생각도 들었다.

그나저나 제일 부러운건 주인공인 크리스와 앤 사이였다. 말그대로 보자말자 전기가 탁 통하는 천생연분이었다지 않는가. 크리스가 그렇게 애절하게 앤을 보고싶어한 이유도 알꺼 같았다. 그런 사람이라면 나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기도.

다양한 장르에서 수준급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는 지은이인 리처드 매드슨은 이 책에서도 그의 장기인 판타지적인 요소를 어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띠지에 있는 '나는 전설이다'라는 책의 지은이답게 풍부한 상상력으로 재미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작가의 책은 기본적으로 읽을만한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신뢰감이 있는 작가이다.

어떻게 보면 무거운 주제인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사랑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책. 따뜻한 봄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읽으면 좋을듯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상상하면서 읽어도 좋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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