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 어느 날 갑자기 가십의 주인공이 돼 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
세라 자르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솔직히 좀 답답하긴 했다. 이 책 주인공인 디에나의 행동이. 대체 뭐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을까.
그렇게 나쁜 가정 환경도 아닌거 같은데.
하지만, 문제는 그 일을 저지른게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의 일이다. 도움을 청할때 누가 과연 손을 잡아주었는가. 그 실수가 그 아이의 인생전체를 따라다녀야 하는가등에 관한 문제다.

책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왕따아닌 왕따인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고등학교졸업을 앞둔 디에나는 학교에서 아니, 지역에서 유명한 소녀이다. 좋은일이 아닌 안 좋은일로. 실수를 했는데 그 실수가 사람을 거치는 과정에서 소문이 이상하게 나서 사람들이 안 좋게 보게 된것이다.
하지만 디에나는 씩씩하다. 아니 다른 사람들을 그냥 무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일이 대응하고 화내기엔 너무 커져버렸을테니깐.

그러나 다른 모든 사람들이 디에나를 안 좋게 본다고 해도 괜찮지만 한 사람의 외면에 그녀는 큰 아픔을 느낀다.
바로 그녀의 아빠. 어릴적 그렇게도 자신을 이뻐했던 아빠의 외면은 디에나에게 깊은 상처로 남는다. 차라리 화를 내고 야단을 쳤으면 나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빠는 아예 고개를 돌리고 말조차 걸지 않는다. 거기에서 디에나는 슬픔을 느끼는 것이다. 맞벌이로 바쁜 엄마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빠조차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런 그녀에게 힘을 주는 사람은 소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친하게 지내는 제이슨과 리였다. 이제 디에나는 돈을 모아서 집을 나갈 생각을 한다. 오빠 내외가 집을 구할때 돈을 보태서 같이 살려고 하는것이다. 과연 그녀는 그 꿈을 이룰수 있을까.

사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실수후에 그 실수를 어떻게 만회하는가가 중요한데 여기에서 가장 큰 힘이 되는것이 바로 가족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사랑속에서 그 잘못을 딛고 일어나서 더 성숙한 사람이 되는것이다. 하지만 디에나는 그것이 부족했기에 오랜 시간을 외롭게, 힘들게 스스로 일어나야했던것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아빠의 모습은 일면 이해도 간다. 끔찍히 아끼던 딸이 성적으로 있을수 없는 일을 벌인것을 알게 되었을때의 마음이란 실망과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것이다.
어느 일정 시간동안 그러는것은 이해할수도 있다. 하지만 그뒤로 계속해서 그런 모습을 보인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다. 비록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도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있고 아직 어린 나이인데 도와줘야는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화를 내는 대신에 아예 침묵을 선택하고 만다. 이것이 더 큰 상처로 다가오는것이다. 엄마는 아빠와는 달리 디에나를 감싸주려고 하지만 소극적이고 오빠는 그저 다시는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게 동생을 단속할 마음뿐이다. 아빠보다는 낫지만.

디에나가 잘못한것은 맞다. 하지만 조선시대처럼 여성의 수절을 강요하는 시대도 아니고 자유로운 이성교제가 허락되면서 여러가지 자극적인 것을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자신을 좀더 성스럽게 여기도록 가르치지 않는 부모의 잘못도 있는것이다. 디에나는 그냥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고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기울어졌을뿐이다. 마음이 기울어졌다고 몸까지 주는것은 아니란것을 몰랐을뿐인것이다. 일은 일어났고 이젠 그것을 탓하기 보다 상처입은 마음을 추스리면서 더 성숙한 사람이 되기위한 기회로 만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디에나는 생각보다 강인한 아이였다. 스스로 조금씩 힘들지만 나아간것이다. 누가 알려주지도 않는데 스스로.
그리고 끝내 희미하지만 분명한 희망의 끈을 잡았다. 이제 그녀는 저 기나긴 성장통을 끝내가는 것이었다. 

사실 디에나의 경우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볼수 있는 일이다.  그녀처럼 됐을때 과연 디에나처럼 성장하게 도와줄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히 손을 내밀것인데 누가 그 손을 잡아줄껀지, 그것도 늦지 않게 말이다. 실수는 누구나 저지를수 있다. 그 실수를 잘못이라고 여기고 반성하고 고칠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한다. 한번의 잘못으로 많은 시간을 힘들게 살아가게 해서는 안된다. 힘을 주고 손을 잡아줘야한다. 

우리에게도 어렵지 않게 볼수 있는 일을 겪은 한 소녀의 성장이야기. 쉽고도 재미있게,  어렵지않으면서도 가볍지 않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다. 청소년과 함께 아이들 둔 어른들도 함께 읽으면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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