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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프루프
에릭 윌슨 지음, 김진선 옮김, 알렉스 켄드릭.스티븐 켄드릭 원작 / 살림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한 사람에게 있어서 그 인생을 가장 크게 바뀌게 되는 일이 어떤것일까. 그건 다름아닌 결혼이 아닐까싶다.
전혀 다른 상황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가는것이니 기존의 삶과는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위해주고 아껴주며 서로에게 책임과 의무를 가지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더 행복해질수도, 더 불행해질수도 있는것이 결혼인것이다.
그런데 단독으로 자기 마음대로 살다가 다른 사람과 함께 산다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서로의 가치관과 취미등이 다른 상태에서 두 사람이 함께 사는것의 전제 조건은 '존중'일텐데 그것이 안되면 믿음이 떨어지고 결국 같이 살수가 없게 되는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오늘날 많은 부부가 겪고 있는 이혼의 문제를 되짚어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를 마련하는 책이라고 할수있다.
주인공인 캘럽은 소방관이다. 그것도 소방서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베테랑중에 베테랑이다. 그런데 부인인 케서린과는 요즘 사이가 안 좋다. 처음에 한눈에 반해서 결혼했을때까지만해도 그들의 사랑이 영원할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 둘 사이엔 커다란 벽이 있다.
그들 사이엔 사랑의 언사 대신에 침묵만이 흐른다. 결국 두 사람은 오랜 기간 함께 했던 세월을 뒤로 둔채 이혼이라는 과정에 돌입하려고 한다. 이미 결혼생활의 동력을 잃어버린 캘럽도 큰 이견을 가지지 않고 동의를 한다.
그런데 캘럽의 아버지가 책 한권을 주면서 두 사람의 이혼을 잠시 유보할것을 제안한다. 그 책에는 멀어진 두 사람이 서로 가깝게 되게 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거기에 있는 내용을 하나씩 실천해가면서 두 사람사이의 벽도 조금씩 무너져간다.
책은 두사람의 이야기지만 또다른 축은 캘럽의 직업인 소방관에 대한 이야기다. 제목의 뜻은 '불에 타지 않는' 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소방쪽의 개념으로는 혼자서 가지 않고 파트너와 함께 간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바로 결혼생활도 마찬가지다. 혼자서 결혼생활을 하는것이 아니지 않는가. 배우자와 함께 존중하면서 같이 살아간다는 뜻이 될것이다.
책에서 캘럽은 소방관으로써 그 누구보다 능력있고 투철한 직업 의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집에 들어오면 다른 사람이 되버린다. 밖에서 그렇게 힘들게 일하니 안에서 좀 대우받고 안락하게 지내고 싶다는 의식이 있었던 탓일까. 캘럽은 아내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부족했던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다른데 그 차이를 이해하지 않고 배려하지 못한 것이 그들 사이의 애정에 금이 가게 했던 것이리라.
결혼 생활에서는 '틀린'것은 없다. 다만 '다른'것이 있을뿐이다. 그 다른것을 얼마나 존중하고 이해하느냐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중요한 척도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기독교 소설이라고 해서 교리적인 내용이 들어간 이야기가 아닐까했는데 굳이 기독교 소설이라고 하지 않아도 기독교 신자와 관련없이 읽을수있는 책이었다. 중간중간에 기독교적인 내용이 나오긴 하지만 크게 의식할 필요없이 읽으면 될듯하다. 이 책에서 보내주는 의미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중, 배려가 굳은 사랑으로 온다는것이 아니겠는가.
아직 미혼인 나로써는 100% 와 닿는다고 할수는 없겠지만 꼭 배우자가 아니라해도 상대를 대하는 태도나 생각이라는 면에서 좋은 교훈을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