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 헌터스 1 : 뼈의 도시
카산드라 클레어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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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 아마 판타지 소설에서 이 소재만큼 단골인 것은 없을것이다. 선과 악을 대표하는 그들은 뭔가 이야기를 이끌어내기에 매력적인 요소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많이 쓰여진 관계로 새로울것이 없게 느껴져서 자칫하면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나온 섀도우 헌터스는 좀더 그 관계를 확장한 존재가 나온다.

 

바로 악마사냥군 셰도우 헌터스. 분명 선의 입장에 있긴 하지만 무지막지하게 악마와 악마의 영향을 받은 존재를 죽이는 이들. 어찌보면 선과 악의 두가지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존재라고 할수 있는데 여기에 좀더 극단적인 그룹도 나오게 된다. 선과 악이 어지럽게 충돌한다고나 할까.

 

이야기의 주인공은 16살 소녀 클라리다. 평범하게 그녀는 어느날 클럽에서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볼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클라라뿐이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클라리. 하지만 이어지는 사건들에서 클라리는 자신이 보통 인간과 다르다는것을 깨닫게 된다.

 

한편 악마를 소탕할 목적으로 존재해온 섀도우 헌터들은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띄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임무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묵는곳은 일종의 피신처 같은 곳으로 인스시튜트라고 불렸고 걱기에는 제이스와 알렉 이사벨이 살고 있었고 그들은 인솔선생인 호지의 보살핌아래 있었다. 거기에 간 클라리는 자신의 존재와 섀도우 헌터스의 비밀을 알게되고 시간이 지나가면서 점점 더 큰 충격적인 사실들에 직면하게 된다.

 

내용은 위에서도 말했듯이 악마 사냥군들이 주인공인데 악마를 잡는것이 천사가 아닌 악마 사냥군 즉 셰도우 헌터스를 따로 둔것이 이채롭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띄고 있는데 우리가 사는 차원과는 다른 3차원의 세계도 함께 갖고 있는게 흥미로왔다. 주인공인 클라리는 전형적인 10대 소녀였는데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보이는 욕망과 두려움, 질투, 슬픔등이 잘 표현되어 있는거 같다. 그래서 어른들 입장에서 보면 좀 답답한면도 없지않아 있지만 그렇게 다 알면 10대가 아니지않겠는가.

그밖에 같이 나오는 섀도우 헌터스도 비슷한 나이로 설정되어 있어서 10대들에게 재미나게 읽힐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춘것같다. 특히 남자 헌터들의 외적인 면은 요즘 나오는 환타지 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꽃미남 스타일이어서 또래 아이들의 판타지 요소를 충족시키고 있다.

 

1편은 섀도우 헌터스라는 존재에 대한 설명과 각 인물들간의 관계, 그리고 전체적인 세계관을 두루 이야기 하고 있어서 생각보다 본격적인 활약이 나오진 않는다. 하지만 어렵지 않게 흡입력있는 문장으로 600페이지 가까운 두께에도 술술 잘 읽혔다. 마법과 마법사, 요정, 천사와 악마등이 어우러져서 재미난 이야기로 발전해나갈꺼 같다.

 

2,3편에는 또 어떤 캐릭터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1편에 나오는 인물들의 캐릭터구축도 잘 되어 있는거 같고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탄탄해지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들이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어떤 성장을 보일지를 지켜보는것도 흥미로울꺼 같다.

 

전체가 6부작으로 기획된 섀도우 헌터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을 그리는 것이 1편이다면 본격적인 전개를 그리는것은 2편부터일꺼같다.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선에서 활약하는 그들의 모습이 어떻게 나타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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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해부
앤드루 테일러 지음, 김하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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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인지 가늠이 안되는 책이었다. 제목 그대로 유령을 잡아서 해부하는 내용인지 아니면 유령으로 느껴지는 어떤 존재를 추적해간다는 말인지 알수없었다. 결과적으로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지만.

'아메리칸 보이'에서 유려하고 신선한 이야기 솜씨를 보인 앤드루 테일러가 이번에 들고 나온 소재는 바로 유령이다. 유령이 막 휙휙 날아다니고 그런 공포 소설이 아니라 유령이란 소재 자체가 극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것이다. 배경이 되는 시대가 18세기라서 등장인물들이 더 잘 빠져들수도 있겠다.

 

무대는 18세기 영국 런던 캠브리지의 예루살렘 칼리지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예루살렘 대학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거기에서 사건이 일어난다. 한 여자가 알수없는 이유로 죽은 상태로 발견이 되었고 그녀와 관련되어 대학의 학생인 프랭크가 유령을 봤다면서 미쳐버렸다.

 

프랭크의 어머니는 아들의 상태를 살피고 집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한 사람을 고용한다. 홀즈워스.

그는 서적상이었는데 사고로 아들을 잃고 연이어 아내까지 잃고 삶의 낙도 없이 그냥 그냥 살아가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고용이 된 이유는 유령이란 환상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쓴 '유령의 해부'라는 책을 썼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유령을 가장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추적(?) 할수 있으므로 자신의 아들도 구할수 있다고 여겼기에 고용이 된 것이었다.

 

예루살렘 대학으로 향한 홀즈워스는 환대를 받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면서도 뭔가 감추어진듯한 공기를 느끼게 되고 대학내의 구성원들도 평범하지는 않다. 프랭크는 과연 정신병인가 아니면 진짜 유령을 본것인가를 찬찬히 살펴가는 홀즈워스. 작은 실마리에서 드디어 예루살렘 대학을 둘러싸고 있는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게 된다.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존재할꺼같은 18세기 영국 대학을 세밀하게 그린 덕분에 그 당시 영국의 사회상의 한 단면을 알수 있었다. 그때도 지금과 여전히 돈과 권력을 위한 암투가 있었고 고상함 속에 감추어진 어두움이 있었다. 흥미로왔던것은 대학내의 비밀클럽에 관한 것이다. 아마 실제로 있었을것으로 추정되는 클럽이기에 소설상에 표현이 된거 같은데 이 클럽의 '행사'가 극의 사건을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

 

소재 자체는 흥미로왔지만 내용 자체는 초반에 좀 지루했다. 뭔가 스릴있고 아기자기한 사건을 기대했다면 이 책은 아니다.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이나 시대적인 상황 묘사에 초반부가 세밀하게 그려져서 진도가 잘 나가는건 아니다. 중반을 지나가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해서 종반쯤에는 가속도가 붙는 형국이다. 하지만 초반의 내용도 비록 좀 느린 전개긴 했지만 잘 읽는다면 뒷부분의 내용을 뒷바침하는 여러 장치가 있음을 알게 된다. 책을 다 읽고 난뒤에 처음 부분을 다시 좀 읽어보니 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랄까.

 

지은이가 팩션 추리 즉 사실을 결합한 이야기에 강점이 있어서 그런지 18세기 영국 대학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거기에 나오는 각 계층의 사람들과 그들의 삶도 주인공의 삶과 결부해서 세밀하게 잘 드러내고 있어서 그 당시를 편안히 느낄수 있다. 다만 제목에서 풍기듯이 진짜 유령을 잡으러 스릴있게 간다던가 하는 그런 전개는 없어서 좀 심심하게 느낄수 있겠다. 끝에가서 약간의 반전이 있지만 그조차도 먼가 여백의 미로 남겨놓는듯한 느낌이다.

 

오랫만에 보는 '느린' 이야기였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작다면 작은 사건이고 별 특색있는 소재라고 볼수도 없는데도 긴 장편으로 이야기를 꾸려가고 등장 인물 마다 나름의 입체성을 부여하여 실체감있게 묘사한것도 재미나게 볼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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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텀 스쿨 어페어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2
토머스 H. 쿡 지음, 최필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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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것이 다 좋은건 아니다. 때론 느린것이 더 깊게 울림을 줄때도 많다. 빠르기도하면서 느리기도 한 그 균형을 잘 맞춘다면 참 멋질텐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빠른 전개와 치밀하고도 사실적인 묘사등으로 흡입력있게 쓴 스릴러가 재미있기는 하다. 하지만 반대로 느린 전개와 뭔가 알듯말듯한 이야기구조가 주는 묘미도 잘만 음미하면 더 큰 재미로 다가갈수 있다.

 

기존에 보던 재미난 미스터리 소설과는 달리 이 책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아주 악랄하거나 괴이한 사건도 있지 않다. 빠른 전개도 아니도 특이한 소재도 아니다. 몇장 읽다보면 그냥 놓아버릴꺼 같은 느낌도 든다. 그런데 한장 읽다가 두장 읽고 세장 읽다가 그냥 읽게 된다. 뭐지? 하면서 다음장이 궁금해져서 그런것도 아닌 읽어야할 의무감이 있는것도 아닌, 그냥 자연스럽게 읽게 되는 책.

채텀 스쿨 어페어는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에 관한 이야기,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거기에 미스터리 요소가 가미된듯한 구조랄까.

 

내용은 간단하다. 주인공인 헨리는 아버지가 교장인 채텀 스쿨에 다니는 학생이다. 따분하고 뭔가 답답한 삶을 살고 있던 그에게 새로 미술선생님으로 온 채닝선생님의 등장은 그야말로 신세계를 접한거나 마찬가지였다. 세계 여러곳을 여행했던 채닝선생님의 이야기는 그에게 꿈과 자유에 관한 희망을 키워주었고 그녀의 지도로 헨리의 미술 실력도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또 한명의 존재 리드 선생님. 넒은 세상으로 나가가기 위한 보트 제작을 도우면서 그와도 가까와진다. 좋아하는 두 선생님이 사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란걸 알게되면서 그 둘의 사랑이 꽃피우길 빌게 되는 헨리. 하지만 뜻밖의 일이 생겨나고 모두에게 충격적인 결말로 치닫게 된다.

 

배경인 채텀이란 지역은 밝고 명랑한 곳은 아닌거 같다. 숲도 있고 연못도 많은곳인데 그 중에서 중심이 되는 검은 연못은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라 할수 있다. 뭔가 을씨년스러우면서 어두운듯한 분위기. 군데군데 따뜻한 기운이 있긴 하지만 뭔가 답답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어우러지는 느낌을 들게 한다.

 

1920년대의 미국이 무대인데 그 당시의 사회상을 예견해본다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보수적인 분위기였을것이다. 그런 가운데 채닝 선생님과 리드 선생님의 사랑이 과연 좋은 결실을 맺을수 있었을까. 헨리의 시각에서 서술된 이야기지만 결국 그 일에서 중점적인 요소는 헨리 자신이었다. 어린 소년의 치기어린 욕망과 순수가 큰 파멸로 이끌줄은 그 자신도 몰랐을것이다.

 

책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헨리의 입장에서 서술되고 있는데 어렸을때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또 어떻게 성장해갔는지 그리고 그의 행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외의 등장인물인 채텀 스쿨의 교장인 헨리의 아버지, 채닝 선생님, 리드 선생님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평면적인 글 속에서 참으로 입체적으로 총체를 잘 그려내고 있다.

 

끝부분에 가서 반전이 나오긴 한데 아주 강력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일이었는데 그 부분을 통해서 이 책이 미스터리물이었나고 뒤늣게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은 미스터리물이라기보다는 미스터리라는 수단을 통해서 멜로를 풀어낸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죽었는가를 다루는 면에서는 추리극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는 멜로고 헨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다룬면에서는 성장이야기라고 할수도 있겠다.

 

장르의 규정이 어떻든 어렵지 않은 글 속에서 인간의 내면의 어두운 모습을 참 서정적으로 잘 표현한 고품격 소설인건 틀림없는 것 같다. 책의 지은이인 '토머스 H. 쿡'특유의 문체가 이 책에서도 잘 드러났단 생각이 든다. 노년에 접어든 한 남자의 일생중 가장 중요했던,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게 했던 그 시절을 참 처연하고 슬프면서도 아름답게 잘 쓴 수작이었다.

 

빠른 전개의 책들에 비해선 느린 이야기였지만 그속에서 격정적이면서도 담담하면서도 긴장감있는 요소가 두루 숨어있는 작품이어서 참 쉽게도 어렵게도 읽었던 책이다. 한번 읽기보다는 두번 세번 보면 그 속에 숨은 또다른 묘미를 느낄수 있을듯한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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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1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1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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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익숙해지면 이게 현실인지 허구인지 잠깐 구분이 안 될때가 있다. 감정몰입이라고 해야하나 뭐 암튼 그런 친숙한 감정에 휩싸여서 말이다. 시리즈물에서 그런면이 보이는데 시대가 변함에 따라서 주인공의 활약도 달라지고 또 주인공 자체가 나이가 든 게 묘사가 된다. 아마 작가의 나이듦에 대한 투영일것이다. 그것을 읽는 독자들도 나이가 드는건 마찬가지고.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가 거기에 맞는 시리즈 같다. 경찰의 초반의 모습부터 시작해서 노련한 형사가되고 또 경찰을 그만뒀다가 다시 경찰이 되기도 하는 그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마치 해리 보슈가 우리 일상 어딘가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는건 그만큼 책 내용에 공감하고 느끼는 바가 많아서 일것이다. 보슈가 나이먹어가는만큼 독자들도 함께 성장하고 있는다랄까.

 

시리즈 11번째로 나온 이 책은 전작에서 탐정으로 변신했던 보슈가 다시 경찰로 돌아온것으로 시작된다. 명탐정 보슈의 모습도 나름 좋았긴한데 아쉽게 한편으로 그치고 그전처럼 형사로서의 활약을 보여준다. 사실 전작에서 탐정도 좋았지만 그래도 공권력을 적절히 이용하는 경찰의 모습이 더 어울리긴 했다. 다시 돌아와서 새롭게 맡은 보직은 '미해결 사전 전담반' 이었다. 한마디로 사건의 실체를 해결하지 못하고 미해결로 남아있는 사건중에서 새롭게 단서가 발견되거나 실마리가 나타나서 사건을 새롭게 추적해가는 일이다.

 

이번에 맡게된 사건은 '레베가 벌로런' 사건이다. 어린 여학생의 피살사건이었는데 그 사건의 증거중 일부가 수십년이 지난 이 시점에 현대 과학의 데이터베이스에 딱 걸린것이다. 20년이나 지난 사건이라서 정말 실낱같은 가능성을 가지고 재수사에 임하게 되는데 보슈가 누구인가. 집요함과 직관력은 그 누구보다 대단한 사람 아닌가. 밑바닥에서부터 하나하나 다시 점검해가던 그는 아주 작은 것에서 빛을 발견하고 맹렬하게 달려든다. 그런데 뜻밖에 단순 살인 사건인거 같았던 이것이 정치적인 배경이 깔린 미묘한 사건인걸로 밝혀지고 사건은 애매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위기에 쳐한다.

 

제목인 클로저는 야구 경기에서 경기를 끝내버리는 끝판왕을 뜻한다. 최고의 구원 투수. 그가 나오면 왠만해선 경기가 지지 않는다. 그냥 쓸어버리는것이다. 사건이 생겨서 끝내 해결하지 못하고 남겨진 것들을 모아 재수사를 하는 미해결 사건 전담반이야말로 그 클로저에 합당한 호칭같다. 그리고 보슈는 그 성향상 이 직책에 딱 어울린다. 늘 죽은이의 목소리에 귀귀울여왔던 그가 아직도 헤메는 죽은 자들의 노랫소리를 멈추게 하는게 그답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해리 보슈 시리즈는 복잡하지도 않다. 사건의 결과에 대해서 의외성이 있긴 해도 큰 반전이라고 여기기도 어렵고 사건 자체가 아주 복잡하고 기괴한건 아니다. 하지만 그 단순함에도 우리가 끌리는 이유는 단순하지만 진실성이 있기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진실성. 그 바탕위에 보슈가 사건 해결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 그려지니까 독자들이 가깝게 여기는것이 아닐까. 이번 책에서도 비록 죽었지만 그 망자에 대한 도리로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이 설득력있게 잘 그려졌다.

 

금방 일어난 사건을 추격하는게 아니라 오래된 사건을 다시 들추어 보는 내용이라서 자칫 지루해질수도 있는 내용을 지은이는 뚝심있게 잘 그려냈다. 소소한 실수나 에피소드를 펼쳐내고 단순한 사건이 아닌 경찰 내부와도 관련된 정치적인 면의 사건인걸로 적당한 긴장감을 조성해서 책에 대한 호기심을 잘 이끌어낸거 같다.

 

다음책에도 보슈가 계속해서 이 전담반에 있을까. 워낙 출중한 형사라서 원래 형사반으로 가게 되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이 벌써부터 든다. 늘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해리 보슈 시리즈.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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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탐하다 - 판타스틱 픽션 BLACK 14-3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4
마이클 코리타 지음, 최필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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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작인 '오늘 밤 안녕을' 이란 작품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젊은 작가 마이클 코리타의 새로운 신작이 나왔다. 원래 쓰고 있는 시리즈 작품과 차별되는 독립적인 작품인데 역시 젊은 세대답게 빠른 전개와 장면전환으로 시선을 이끄는데는 성공한듯하다.

 

내용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마을의 보안관이었지만 악의 무리에 발을 담궜다가 결국 FBI에 체포되고 이윽고 죽음에 이르게 됐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늘 경찰의 주시를 받으면서 전국을 떠돌던 프랭크는 아버지를 배신했던 원수가 고향에 돌아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인과응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기위해서 애써 외면했던 고향으로 향하게 되는 프랭크.

 

그런데 일이 꼬여서 배신자라고 여겼던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 밝혀지고 그 사람또한 정체가 모호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의 떠돌이 생활에 한가닥 동선을 그리게 되는 한 여인과의 만남.

결국 배신자를 만나게 되고 그의 유랑 생활의 끝이 보이게 되는데...

 

전체적으로 흡입력있게 잘 읽히는 소설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전개가 빠르고 플롯도 그리 복잡하지 않고 쉽게 읽을수 있다. 하지만 뭔가 아쉬운것도 사실이다. 빽빽하면서도 치밀하게 계산된 장면이나 복선같은건 없고 그냥 무난한 수준이랄까. 등장인물들의 개연성이나 인물 묘사도 좀 부족한듯이 느껴졌다.

 

프랭크의 아버지는 유능하고 괜찮은 보안관이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살인 청부업자이기도 했다. 경찰이 청부업자라..뭔가 이색적인 스토리가 만들어질법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 설정은 그냥 그렇게 묻혀버렸다. 왜 그가 그런 상황에 직면했는지 이야기가 없다. 결국 그의 아버지는 나쁜놈이 아니겠나.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밀고한 배신자도 또한 나쁜놈이고. 나쁜놈을 밀고한 베신자를 처단하려는 주인공은 그럼 나쁜놈인가 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착한 사람인가. 뭔가 설정이 애매모호한 느낌이 든다. 주인공을 절대 지지할수도 없게 만드는 그 무엇.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는 대략 영화에서 볼수있는 전형성이 보인다. 멋지고 만능적이고 남자다우면서 세심한 주인공과 뭔가 강인한듯하면서도 여린듯하며 이쁜 여주인공. 그리고 전형적인 악당들. 그래도 그 전형성에 다양한 각도의 인물상을 그려낸건 작가의 역량이 아닐까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완전 나쁜놈도 아니고 선한 사람도 아닌 아버지와 복수를 안하려다가 복수를 하게되는 주인공. 그리고 복수의 대상자인 그 배신자도 또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영상세대에 책을 낸 작가여서 그런지 몰라도 이 책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도든다. 영상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으니 말이다. 스릴러 액션 장르가 꼭 어둡고 무거울꺼까지는 없을것이다. 치밀하지만 너무 복잡하고 너무 반전이 있는 내용은 오히려 장르의 진입을 방해할수도 있다. 그냥 이 책 처럼 너무 복잡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단순하지도 않으면서 속도감있게 읽힐수 있는 작품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 하겠다.

여름철 편안하게 휴가지에서 힘쓰지않게 읽을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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