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머신 - 바다는 어떻게 세계를 만들고 생명과 에너지를 지배하는가
헬렌 체르스키 저자, 김주희 역자, 남성현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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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우주 탐사를 하면서 가장 많은 기대와 궁금증을 갖는 항목 중의 하나가 '생명체'의 존재일 것이다.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어떤 선까지 있을 수 있을지 많은 기대를 한다. 그런데 그런 생명체가 존재하는 근거의 첫 조건은 '물'이 있나 없나 이다.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가장 기본 전제가 물의 유무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물이 중요하다.


우리 지구를 봐도 탄생 이후 무한하게 오랜 시간을 거쳐서 생명체가 태어난 곳은 물 속 이었다. 거기부터 조금씩 진화해서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면 그때의 물 속은 어디였을까. 바로 바다다. 지구의 생명은 바다에서 시작했고 인류는 그 바다에서 나서 바다의 혜택으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바다는 지구의 생명체에게 삶의 원천이자 기반인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바다가 어떻게 세계를 만들고 생명과 에너지를 지배하는 가를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 하는 책이다. 바다가 이토록 중요한데 우리는 바다에 대해서 사실 잘 모른다. 그저 바다 낚시나 해수욕 같은 레저 활동에 관심이 있을 뿐 근본적인 바다의 본질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 바다를 그만큼 연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들어와서 바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했지 그전까지는 어떻게 보면 바다는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바다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기술의 발달로 튼튼한 배를 만들고 멀리 항해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비로소 바다가 인간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다는 사실 너무나 엄청나서 우리가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바다가 인간과 생명체에게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막대하기에 연구와 관찰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책은 첫 장에서 바다의 본질에 대해서 여러 방면으로 이야기한다. 기본적으로 바다는 거대한 에너지의 저장고이면서 발전소다. 책 제목이 '블루 머신' 이라고 한 것은 적절하다. 이 엄청난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여러 가지 에너지가 지구라는 기계를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책에서는 바다의 온도를 이야기한다. 말 그대로 따뜻한 바다와 찬 바다의 온도 차에서 일어나는 막대한 에너지는 여러 방향으로 분출하는데 그 하나가 한류와 난류다. 이 다른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페루 멸치를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한류에 사는 페루 멸치는 수 백 만 마리이고 이와 관련한 정교한 먹이 사슬이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바다의 에너지 순환을 말해주는 것이다. 책에서는 페루 멸치의 생존과 활동 메커니즘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한편 페루 멸치는 인간에게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인간은 페루 멸치를 즐겨 먹지 않지만 인간이 즐겨 먹는 돼지의 중요한 단백질이 되고 있다. 돼지는 풀만 먹는 소에 비해 단백질을 필수적으로 공급해야 생산량이 늘 수 있다. 그러나 돼지 농장에 공급할 단백질은 한계가 있었고 여기에 페루 멸치를 이용한 어분 생산은 큰 효과를 발휘했다. 이 어분 생산 산업이 결국 돼지나 닭의 생산을 늘리게 되었고 이것은 우리의 식탁을 풍요롭게 했다. 하지만 지나친 남획은 결국 끝이 보이는 법. 페루 멸치의 어획량 감소는 어분 공급의 중단으로 이어지고 돼지 생산량의 감소로 베이컨 가격이 폭등하는 결과를 낳게 했다. 


페루 멸치가 인간에게 어떻게 작용하는 지를 알게 되었지만 바다가 보다 직접적으로 인간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날씨다. 한류와 난류의 이동에 따라서 엄청난 날씨의 변화를 보이고 이것은 인류에게 큰 보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생명과 직결된 문제로 작동하기도 한다. 바다에 저장된 에너지가 대기에 영향을 끼쳐서 날씨를 움직이는데 여름에는 태풍 같은 재해를 일으키기도 하고 겨울에는 강추위로 삶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책은 이런 식으로 바다가 지구 생태계에 얼마나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지를 여러 방향에서 고찰하고 있다. 인간이 지구를 지배한다고 하지만 결국 이 지구라는 행성을 움직이고 돌아가게 하는 것은 바다라는 것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 바다 엔진이 어떻게 작용하고 다양한 요소가 어떻게 맞물려 있는 지를 이해하게 한다. 이 푸른 기계가 작동하는 것을 이해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지구와 인간을 보는 관점을 바꾸게 한다. 바다에 대한 무관심과 무식을 관심과 이해로 돌려서 정말 중요하게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바다는 중요하다고 말은 한다. 역사에서도 바다를 제패한 나라가 세계를 제패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바다를 얼만큼 인식하고 있는지 바다의 본질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바다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인식 시키고 세상을 보는 눈을 지구 전체에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가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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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 - 불완전한 진화 아래 숨겨진 놀라운 자연의 질서
앤디 돕슨 지음, 정미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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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인간은 물론 지구의 많은 생물이 진화에 의해서 더 나은 쪽으로 발전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방향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하면서 결국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진화라는 것이 꼭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일까? 불완전하게 더 발전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이 책은 그런 것에 대한 답을 하는 책인데 결론을 말하면 진화는 모든 것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그 상태에서 그대로 계속 머물러 있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른 부분이 나아가는데 어느 부분이 나아가지 않는 다면 그것은 진화가 아니라 퇴보일 것이다. 책에서는 불완전한 진화라고 이야기 한다.


사실 책 제목처럼 고래는 물에서 숨을 쉬지 않는다. 왜냐하면 포유류이기 때문이다. 포유류는 허파로 호흡하고 새끼를 낫는데 대부분 육상 동물이다. 그런데 우리는 별 생각 없이 고래가 포유류라고 배우고 익혔다. 왜 그런가 하는 물음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고래가 과거에는 육상에서도 살았기에 포유류였지만 이제는 주 생활 근거지가 바다인 만큼 어류와 같이 진화가 되었어야 하는데 많은 부분에서 어류의 습성을 가진다고 해도 이 부분은 그대로 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진화라는 부분에서 고래는 진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좀 더 깊숙하게 들어가면 나름의 진화를 이루었다고 볼 수도 있다. 고래가 완전히 바다로 들어갔을 때는 물에 익숙하지 않아서 호흡하기가 어려웠다. 이미 아가미를 발달 시키지 못했기에 좀 더 편안한 호흡 방법이 지금같이 중간 중간 바다 위로 올라와서 호흡을 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바다에서 사는 생물로는 상당히 비효율적이지만 그래도 바다에서 못 사는 것 보다는 낫기에 불완전하지만 나름의 진화라면 진화라고 하겠다. 


가젤은 많은 육식 동물의 사냥감이다. 그 중에서 특히 치타가 가장 큰 적이다. 치타는 가젤 못지 않게 빨리 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타의 가젤 사냥 성공률은 반도 안된다. 대부분 굶다가 어쩌다 한 마리 잡아서 또 며칠을 견디는 식이다. 여기 서도 불완전한 진화를 보게 된다. 치타가 살기 위해서 더 나은 달리기의 진화를 이룬다면 가젤 또한 살기 위해서 더 빠르게 달리는 진화를 이루는 것이다. 어느 진화가 더 빠르고 강한가. 치타는 자신보다 더 강한 육식 동물로부터 도망을 쳐야 하는데 그렇다고 달리기가 더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진화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상대적인 속도 조절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은 이런 식으로 여러 각도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진화와는 결이 다른 진화라는 것에 대해 설명하는데 후반부에 나오는 유전자에서 지구 생물의 진화라는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실마리를 잡는 듯 하다. 즉 각 개체가 살아가고 진화를 하는 것은 유전자 보전을 위한 것. 유전자를 잘 보호하고 후대에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 진화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만일 유전자가 유전되는데 큰 무리가 없다면 큰 진화도 없다는 것이고 어떤 장애물이 있다면 그것을 넘기 위해서 유전이 되는 것이다. 어디에서나 유전자가 있을 수만 있다면 굳이 오랫동안 살 필요도, 영원히 살 필요도 없게 되는 것이다.


책은 진화라는 것이 다양하고도 복잡한 성질을 가지고 있고 꼭 좋은 쪽으로 발달하는 것은 아니란 것을 알려주고 있다. 때로는 가만 있기도 하고 때로는 후퇴하기도 하면서 불완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자연의 진화 모습이고 이것은 어떤 계획성을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잘 말해 준다. 이 책은 다양한 진화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기이한 진화의 흐름 속에서 인간'종'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 남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하게 한다. 


책 내용은 쉽지 않다. 하지만 단순히 알았던 진화를 더 넓게 보게 한다. 인간과 진화에 대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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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만든 세계 - 세계사적 텍스트들의 위대한 이야기
마틴 푸크너 지음, 최파일 옮김 / 까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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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 대전 시기 독일에 점령 당했던 프랑스가 전후 배신자를 처단하는 과정에서 큰 벌을 내린 직업군이 있으니 바로 기자나 작가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글로써 적들에게 힘을 주고 우리 편에게는 사기를 떨어지게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의 군인에 준하는 급으로 처벌을 했다고 한다. 우리 나라도 일제에 해방되고 난 뒤에 친일파 청산이 있었는데 비록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일제에 협력한 문인들에 대해서 많은 비난이 있었다.


지금은 영상물의 시대다. 짧고 길고 관계없이 엄청난 양의 영상물이 제작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보느라고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활자로 된 책은 갈수록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비단 책 뿐만이 아니라 글 자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어떠한가. 최종 단계에서는 글이 등장한다. 문서로 된 것이 법적인 효력을 발생하게 하기 때문에 결국 글이 있어야 한다. 공적이던 사적이던 글로 된 종이가 중요한 것이다. 영상물로 어떤 지위를 나타내는 것은 글에 비해서는 제한적이다. 그만큼 아직 까지 글은 우리 삶에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


영화나 다큐 같은 영상물을 보고 감동을 받아서 인생의 진로를 정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수 세기 동안 인간의 정신에 큰 영향력을 준 것은 글이다. 글 자체가 힘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글을 아는 것이 곧 지식이고 그것이 권력과 돈을 주었었다. 그리고 글로 사람들을 모으고 힘을 내게 하고 흥분하게 했다. 좋은 쪽이던 나쁜 쪽이던 그만큼 막강한 힘을 발휘했던 것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글이 만든 세계' 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도 많이 아는 위대한 책들의 텍스트들이 그것을 읽은 사람들에 의해서 어떻게 영향력을 펼치게 되는 지를 실제 책들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위대한 인물이나 정치가들을 보면 평소에 잘 읽는 책들이나 영향을 받은 책들을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우리도 많이 아는 고전 등이 나오는데 실제로 그런 책을 읽고 행동을 옮기게 될 정도로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글에서 나오는 힘이란 것이 어떠한 것 인가를 가늠하게 한다.


책은 처음에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리는 막연히 그가 아시아와 유럽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했던 사람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가 그 유명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어찌보면 그도 철학가가 될 수 있었는데 정복자와 철학자란 얼핏 어울리지 않는 신분을 그는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전장에서도 갖고 있었다는 책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였다. 이 책은 신화라고 하지만 그 유명한 트로이 전쟁에 관한 내용이다. 알렉산드로스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신화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끼고 전쟁을 치루었는 것 같다. 전쟁은 여러 요인에 의해서 일어나고 여러 목적으로 이어지지만 알렉산드로스의 전쟁 목적에 이 책이 큰 영향을 끼친 것을 잘 이야기 하고 있다. 


'공산당 선언'은 그야말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글 중의 하나라고 할 만하다. 이 글은 그전에 없었던 사상을 새롭게 선언 한 것인데 처음에는 별 볼일 없었던 실현 가능성 없던 것이 열성 독자들 때문에 실제로 일어나게 되었다. 바로 공산주의의 등장이다. 이 공산당 선언을 실제화 한 인물들은 레닌, 마오쩌둥, 호치민, 카스트로 등이 있다. 이들은 인간 본연의 사상을 구체화 함으로써 이후 수 백 만 명을 죽게 하는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 사실 공산당 선언은 당시 시대적인 산물이었다. 농업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급속이 이행되면서 나타난 많은 모순들이 혁명의 기운을 키우고 있었고 이 글이 그것에 불을 댕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공산 사상은 결국 몰락하고 말았지만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고 우리는 그 찌꺼기 위에 나라가 분단 되어 있다. 


책은 그 밖에도 논어, 금강경, 성서, 95개조 반박문 등 쓰여진 글들이 당대는 물론 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을 잘 살펴 보고 있다. 글들은 지은이 자체가 쓴 것도 있지만 그 제자나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 쓰여진 것도 있고 지은이 미상도 있지만 누가 썼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 본질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이 책이나 글들을 보면 진짜 우리 인류의 가장 핵심적인 역사를 훑어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새삼 글의 위대함을 느끼게 한다.


사실 펜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당연히 칼이 더 무섭다. 그러나 그 칼을 조종하는 것이 펜이라면? 펜이 최후의 실력자라면? 글이 좋은 쪽이던 나쁜 쪽이던 그만큼 큰 영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위대한 글들이 인류와 역사를 어떻게 변화시켜 왔는지를 잘 알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 책 내용이 깊이 있고 묵직해서 공들여 읽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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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과학 - 우리가 세상을 읽을 때 필요한 21가지
마커스 초운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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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세상은 과학의 시대다. 과학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된다. '과학적' 이라는 말은 공평하고 합리적이라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 지금 어떤 판단을 할 때 모든 사람이 수긍을 하게 하는 기준은 과학밖에 없다.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면 거기에 대해서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만큼 과학은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가 과학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과학이 판단의 기준이 되고 신뢰할 수 있는 인자가 되는 것은 알지만 정작 과학 자체에 대해서는 그리 많이 알지 못한다. 과학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어야 과학에 의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과학이 수단이 되어야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되기에 과학을 알아야 하는데 보통 사람들은 과학을 깊이 알 필요는 없다. 그냥 과학적인 사실이 어떤 것이고 과학적 사고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알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알아두면 좋을 21가지의 과학 이론에 대한 해설을 하고 있다. 지은이가 판단하기에 이 정도는 기본적으로 알면 좋겠다고 정한 내용인데 대부분 '낱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내용을 설명하라면 어렵지만 대략적인 개념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인데 책을 보면 이 개념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로 따로 처럼 보이지만 책을 읽다 보면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느끼게 된다.

  

책은 처음에 중력에 관해 이야기 한다. 사실 중력은 지구와 우리를 설명할 때 가장 기본이 되면서 중요한 개념이다. 중력은 우주에도 적용되는데 이것에 의해 세상은 서로를 끌어당긴다. 모든 물체 사이에는 그 무게와 부피와 관련 없이 중력이 작용한다. 하지만 중력은 지극히 약하기 때문에 존재를 느끼진 못한다. 우리가 지구와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의 상황이지만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다. 책은 중력의 기본적인 개념과 그 특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흥미 있는 장은 판구조론이었다. 하나의 거대한 대륙이었던 지구는 억겁의 세월을 걸쳐서 조금식 분리되어 현재와 같은 분리된 대륙 체제가 되었다. 이것이 어떻게 갈라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판구조론이다. 지구의 표면은 8개의 큰 지각판과 10개의 작은 지각판으로 갈라져 있는데 이 지각판들이 서로 미끄러지고 충돌하고 밑으로 파고 들어가고 하면서 전체적으로 지각판에 변동을 생기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각판이 이렇게 움직이면 결국 지진이 일어나는데 어긋난 지각판의 위치에 있는 나라들이 주기적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인간의 진화편은 우리 인간의 본질적인 존재에 대한 물음에 답하고 있다. 7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오늘날의 인간으로 이어진 진화 계통과 침팬지와 보노보로 이어진 계통이 분리되었다고 한다. 그후 또 수백만 년에 걸쳐 여러 종의 조상들이 수차례의 이주를 하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현생 인류는 약 30만년 전에 등장했고 이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원인들과 교합을 통해서 점점 진화가 이루어졌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이주다.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좀 더 이동이 자유로와졌고 생존을 위해 더 멀리 이주하면서 여러가지가 발달하고 결국 오늘날의 인류가 된 것이다. 책은 그 과정을 흥미롭게 들려주고 있다.


이밖에 여러 중력파, 힉스장, 반물질, 중성미자, 빅뱅, 특수- 일반 상대성 이론 등 이름 정도는 들어 본 적이 있는 여러 과학 개념들을 잘 설명하고 있다. 사실 이 개념들은 과학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그래도 개념 자체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정도만 알아도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이 책이 거기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들어 본 여러 개념들을 단독으로 설명하면서도 읽다 보면 서로 연결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게 글을 쓴 점이 좋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용 자체가 그리 쉬운 편은 아니다. 개념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있어야 이 내용을 잘 받아들일 수 있다. 과학 개념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읽기에는 좀 어렵다. 그래서 물리 수학적인 설명도 있어서 어느 정도 과학적인 이해도가 있는 사람이 읽으면 좋다. 그래도 이 정도 지식을 알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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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녹취록 스토리콜렉터 112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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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호러 공포 작가들이 있지만 '미쓰다 신조' 만큼 하나의 '일가'를 이룬 작가가 또 있을까 싶다. 그야말로 공포 장르에 특화된 작가라고 할 수 있는데 스릴러 추리 장르에 비해서 공포 장르쪽의 작가는 상대적으로 적어서 더 이름이 알려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대부분의 작품이 장르의 성격에 충실하고 잘 쓰여졌기에 유명한 것이다.


이른마 '미쓰다 월드' 라는 수식어가 생길 정도로 이 작가는 하나의 스타일을 확립한 사람이다. 말 그대로 미쓰다 식 글쓰기인데 딱 읽어 보면 이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른 사람이 흉내 내기 힘든. 대놓고 피가 낭자 하는 그런 공포 보다는 약간 기묘한 이야기 같은 느낌을 주면서 뒤끝이 오래 가는 이야기를 많이 쓴다. 읽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가 끝나 있는데 뭐지 하면서 내용을 곱씹어 보면 은근한 공포가 밀려 오는 것이다. 이 작가의 글은 대부분 현실 속에서 일어나기에 비교적 현실감이 있다. 진짜 일어 났을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그 공포의 느낌이 은근하게 오래 가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나온 작품도 첫장부터 끝장까지 현실 속의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듯한 형식을 취하면서 실제성의 느낌을 주면서 더 은근하게 무엇인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책에 실린 여섯 편의 괴담 이야기를 살펴 보면 기본적으로 우리 주위의 흔한 배경에 흔한 설정이 나온다. 그러니 별로 무서울 것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나 하나 전개시키면서 어떤 장치를 심고 있는데 이것이 조금씩 작동하기 시작하면 전체적인 이야기의 분위기를 으스스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섯 편 작품 중에서 제일 인상적인 것은 '빈집을 지키던 밤' 과 '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 였다. 빈집을 지키던 밤은 주위에서 볼 법한 아르바이트다. 나이든 노인이 집에 혼자 있는 것이 신경 쓰인 의뢰자가 그냥 집에 있어달라는 것이었다. 돌봐달라는 것이 아니라 노인이 사는 집에 하루 있다가 별 일 없으면 고액의 사례금을 준다는 것인데 서로 마주 칠 일도 없다고 한다. 진짜 쉽고 어렵지 않게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런데 그 노인의 정체가 애매하다. 보지 못해서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점점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일이 터진다는 전개인데 진짜 평범한 일에서 뭔가 으스스한 느낌이 들게 했다. 마지막 장면을 상상해보면 진짜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칠 것 같다.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는 제목처럼 노란 우비의 여자라는 존재로 일어나는 일이다. 그녀는 비도 내리니 않는데 노란 색의 우비를 입고 딱 정해진 위치에 고정해서 서 있다. 주인공의 남자 친구가 자주 목격하면서 주인공도 알게 되는데 이상하다고 느끼긴 해도 별 다른 피해는 없었기에 그려려니 했지만 나중에 남자 친구가 거기에 휘말리게 되면서 큰 일이 일어난다는 내용인데 이야기를 상상해보면 내가 자주 지나가는 길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느낌이 이상할 듯 하겠다. 미친 사람인지 아니면 치매에 걸린 노인인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눈이 마주치거나 나한테 말을 걸기라도 하면 오싹할 것 같다.


이렇듯 이 책은 실제 흔히 있는 주위의 소재와 배경을 통해 현실성을 높여서 더 큰 공포의 느낌을 느끼게 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내용이지만 다시 생각하면 오묘한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다. 도시괴담 같은 은근한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내용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미쓰다 신조는 기억할 만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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