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 - 불완전한 진화 아래 숨겨진 놀라운 자연의 질서
앤디 돕슨 지음, 정미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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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인간은 물론 지구의 많은 생물이 진화에 의해서 더 나은 쪽으로 발전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방향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하면서 결국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진화라는 것이 꼭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일까? 불완전하게 더 발전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이 책은 그런 것에 대한 답을 하는 책인데 결론을 말하면 진화는 모든 것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그 상태에서 그대로 계속 머물러 있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른 부분이 나아가는데 어느 부분이 나아가지 않는 다면 그것은 진화가 아니라 퇴보일 것이다. 책에서는 불완전한 진화라고 이야기 한다.


사실 책 제목처럼 고래는 물에서 숨을 쉬지 않는다. 왜냐하면 포유류이기 때문이다. 포유류는 허파로 호흡하고 새끼를 낫는데 대부분 육상 동물이다. 그런데 우리는 별 생각 없이 고래가 포유류라고 배우고 익혔다. 왜 그런가 하는 물음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고래가 과거에는 육상에서도 살았기에 포유류였지만 이제는 주 생활 근거지가 바다인 만큼 어류와 같이 진화가 되었어야 하는데 많은 부분에서 어류의 습성을 가진다고 해도 이 부분은 그대로 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진화라는 부분에서 고래는 진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좀 더 깊숙하게 들어가면 나름의 진화를 이루었다고 볼 수도 있다. 고래가 완전히 바다로 들어갔을 때는 물에 익숙하지 않아서 호흡하기가 어려웠다. 이미 아가미를 발달 시키지 못했기에 좀 더 편안한 호흡 방법이 지금같이 중간 중간 바다 위로 올라와서 호흡을 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바다에서 사는 생물로는 상당히 비효율적이지만 그래도 바다에서 못 사는 것 보다는 낫기에 불완전하지만 나름의 진화라면 진화라고 하겠다. 


가젤은 많은 육식 동물의 사냥감이다. 그 중에서 특히 치타가 가장 큰 적이다. 치타는 가젤 못지 않게 빨리 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타의 가젤 사냥 성공률은 반도 안된다. 대부분 굶다가 어쩌다 한 마리 잡아서 또 며칠을 견디는 식이다. 여기 서도 불완전한 진화를 보게 된다. 치타가 살기 위해서 더 나은 달리기의 진화를 이룬다면 가젤 또한 살기 위해서 더 빠르게 달리는 진화를 이루는 것이다. 어느 진화가 더 빠르고 강한가. 치타는 자신보다 더 강한 육식 동물로부터 도망을 쳐야 하는데 그렇다고 달리기가 더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진화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상대적인 속도 조절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은 이런 식으로 여러 각도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진화와는 결이 다른 진화라는 것에 대해 설명하는데 후반부에 나오는 유전자에서 지구 생물의 진화라는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실마리를 잡는 듯 하다. 즉 각 개체가 살아가고 진화를 하는 것은 유전자 보전을 위한 것. 유전자를 잘 보호하고 후대에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 진화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만일 유전자가 유전되는데 큰 무리가 없다면 큰 진화도 없다는 것이고 어떤 장애물이 있다면 그것을 넘기 위해서 유전이 되는 것이다. 어디에서나 유전자가 있을 수만 있다면 굳이 오랫동안 살 필요도, 영원히 살 필요도 없게 되는 것이다.


책은 진화라는 것이 다양하고도 복잡한 성질을 가지고 있고 꼭 좋은 쪽으로 발달하는 것은 아니란 것을 알려주고 있다. 때로는 가만 있기도 하고 때로는 후퇴하기도 하면서 불완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자연의 진화 모습이고 이것은 어떤 계획성을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잘 말해 준다. 이 책은 다양한 진화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기이한 진화의 흐름 속에서 인간'종'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 남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하게 한다. 


책 내용은 쉽지 않다. 하지만 단순히 알았던 진화를 더 넓게 보게 한다. 인간과 진화에 대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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