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 - 게임에서 문화로, 〈리그 오브 레전드〉를 만든 라이엇 게임즈 인사이드 이야기
오진호 지음 / 골든래빗(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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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게임이 아닌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전설적인 문화가 된 리그 오브 레전드. 이른바 롤이 어떻게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또 여러 나라에서 즐기게 된 것인지 그 처음부터 끝까지의 이야기를 소상하게 들려주고 있는데 어떤 소설보다도 흥미진진하네요. 게임이란 것이 무엇인지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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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노 유목제국사 - 기원전 209~216 유목제국사
정재훈 지음 / 사계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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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스치듯 지나갔던 흉노라는 이름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신라 김씨의 조상이 흉노라는 주장 때문이었다. 흥미를 끌 만한 주장이었으나 입증할 만한 자료가 별로 없어서 신빙성은 낮으나 아무튼 흉노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새삼 일깨우는 계기가 되긴 했다.


사실 흉노는 오래 된 역사속의 국가다. 책의 제목에 기원전 209년 이라고 되어 있으니 고대 국가에 속하는 것이다. 우리와는 직접적인 접촉이 없어서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겠으나 중국사는 물론이고 세계사적인 면에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국가다. 바로 역사상 수 없이 나타난 유목 국가들의 원형에 해당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흉노가 근 400여년 동안 존재하면서 그 자체로도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지만 그 이후 많은 유목 국가들이 흉노의 후예를 자처하면서 세워졌기에 유목 국가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역사상 흉노가 최초로 등장하는 것은 기원전 4세기 말의 전국시대 말이다. 전국 시대의 여러 나라들과 대결을 벌이면서 성장했는데 중국 통일 국가 진에 의해서 위축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 진한 교체기에 감시가 뜸해진 틈을 타서 국력을 키웠고 그 세력은 초한전쟁의 승자인 한을 압박해서 한 고조 유방의 목숨을 노릴 정도로 막강했다. 결과적으로 한과 대등한 관계의 화친을 맺고 많은 물자 지원을 받으면서 세력을 키워 나갔다.


그러나 천하 제일을 자처하는 중국 통일 국가 한이 언제까지나 북방 오랑캐에게 굴복할 수는 없는 법. 결국 한 무제에 이르러 그동안의 수세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대응을 시작했다. 한무제는 외교적으로 수단을 써서 흉노의 협력국이 없도록 했고 고립된 흉노에 대대적인 공세를 취해서 고비 사막 이북, 즉 막북으로 밀어붙이게 되었다. 그 대단했던 흉노가 한 무제 이후에는 다시 그 화려한 영광을 회복하지 못하고 점차 한에 복속하게 된다.


흉노가 힘을 잃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스스로의 문제에 있었다. 바로 분열. 기원전 57년을 전후로 최고 권력자인 대선우의 계승을 둘러싸고 심각한 내전이 일어나서 좌부, 우부로 나누어졌다가 다시 합쳐지는 우여곡절을 겪는다. 이 와중에 흉노의 고립을 조장한 것은 한이었다. 적절한 지원을 통해 내전을 끝내게 하면서 한의 영향력을 확대했던 것이다. 흉노에게는 막북과 막남 모두를 아우러야 힘이 생기는데 한의 입장에서는 흉노를 막북에 고립시켜야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기에 지원을 했지만 흉노가 막남에 돌아오게 하지는 않고 계속 막북에 있게 했다. 이것이 서서히 흉노의 힘을 잃게 만든 것이다.


한의 지원을 받으면서 평화적 관계를 이어오던 흉노는 48년 사촌 간의 계승 분쟁으로 다시 남북 분열이라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되고 끝내 후한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포섭되게 된다. 남흉노는 한의 기미를 받아들이고 번병이 되겠다고 하면서 급속도로 약회되었고 막남을 안정시키고 북흉노를 제압하면서 삼국 시대에 들어와서는 선비라는 새로운 유목 세력이 등장하면서 해체된다.


흉노의 역사에서 주목할만한 나라는 한이다. 한은 오늘날의 중국의 원형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위치인데 당대 최강의 제국이었다. 이 막강한 나라를 상대로 건국자인 유방을 죽일뻔했던 것이 흉노다. 이때 유방이 흉노에 죽었다면 역사는 크게 변했을 것이다. 그만큼 대단했던 흉노는 한의 끊임없는 압박에 결국 힘을 잃게 된다. 흉노의 흥망성쇠는 한과 함께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흉노의 존재로 한 무제때 장건을 서역으로 파견하고 그 때문에 비단길이 개척되면서 동서 교류가 된 것이다. 


책은 흉노가 단순히 초원에서 목축만 하는 국가가 아님을 이야기 한다. 정주 농경 문명 세계인 중국과는 다른 '유목 기마궁사의 나라'를 지향했다. 초원의 유목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계의 주민을 아우르는 '복합적' 성격을 띤 제국이 되고자 했다. 초원 경제는 생산력이 제한적이기에 장성 근처의 '목농복합구역' 을 확보해서 이곳을 무대로 경제적 풍요를 누리면서 군사적인 장점을 유지하려고 했다. 


그리고 서방과의 교역을 통해서 새로운 재원을 마련해서 궁극적인 부를 창출하려고 했다. 중국과 평화 조약을 맺었으면서도 심심치 않게 변경을 공격했던 것이 그런 이유다. 흉노의 이런 다양한 시도는 일부 성공을 거두었지만 오래 가지는 못하고 중국에 제압을 당한다. 어찌보면 흉노가 하는 생각을 중국도 했을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언제라도 자기를 침략할 수 있는 세력을 가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흉노를 와해시키려고 노력했고 끝내는 끌어내리게 된다.


흉노 이후의 유목 국가 중에서 계속해서 초원에 있으면서 세력을 유지한 국가는 없다. 넘치는 국력을 바탕으로 중국을 침략해서 전체나 일부를 점령해서 눌러 앉았기에 세력이 유지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중국 왕조가 된 것이고 초원의 유목 국가는 아닌 것이다. 국력이라는 것은 결국 경제력인데 아무리 '목농복합구역'에서 다양한 세력을 연합한다고 해도 남쪽 농경 지대의 생산력에는 미치지 못하고 그 차이는 역전되기 힘들었다. 게다가 내부의 분열도 힘을 약화시키게 하였고 전체적으로 국가 체제 자체가 불완전해서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흉노는 중국을 위협하고 겨룰 만큼 강력한 유목 제국으로 오랫 동안 존속했고 중국이라는 정주 세계에 대비되는 초원의 유목 세계라는 하나의 '역사 단위'라는 의미를 가진다. 무엇보다 훗날 등장하는 돌궐이나 몽골 같은 더 큰 유목 제국에게 하나의 '원상'이 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나라다. 유목 세계에서는 그야말로 최고의 정통성을 가졌던 것이다.


책은 국내에서 몇 안되는 유목 세계 전문가인 정재훈 교수의 유목 제국사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이미 위구르사와 돌궐사에서 고대 유목 제국들의 모습을 잘 알게 했는데 이 책 또한 국내에 나오는 거의 최초의 통사다. 많은 중국 문헌과 그동안 연구된 고고학적인 성과를 망라해서 그 옛날 유명했던 흉노의 이야기를 재현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단순 초원 국가라고 생각했던 흉노가 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고 중국과의 끊임없는 대립을 통해 끈질긴 존재 의식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관련된 많은 지도와 사진이 실려 있어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글 자체가 어렵다고 하긴 그렇지만 쉬운 편은 아니다. 하지만 참 공이 많이 들었다는 느낌이 드는 내용이고 관련 자료가 거의 없는 국내에서 이만한 성과를 이루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척박한 국내 유라시아 유목 역사학계에서 나온 보물같은 책이다. 오래 전에 나와서 절판된 위구르 유목제국사가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반영해서 새롭게 정리되어 나온다니 무척 기다려진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 https://cafe.naver.com/booheong/222618 )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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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26 - 박병선 편 : 잃어버린 의궤를 찾아서!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26
설민석.스토리박스 지음, 정현희 그림, 강석화 감수 / 단꿈아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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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선 박사는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던 해외의 우리 유물에 대해서 끈질긴 관심을 가지고 세상에 내놓은 분입니다. 이분의 위대한 발걸음이 없었다면 우리의 소중한 보물들이 아직도 어디에선가 먼지를 덮고 있겠지요. 이 시리즈는 아이들에게 더 쉽고 재미있게 역사를 알아가게 해서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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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 인물 역사 논픽션
황윤 지음 / 소동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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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역사상 가장 좋아한 장수는 김유신 장군과 이순신 장군이었다. 두 명 모두 망할 뻔 했던 나라를 기어코 일으켜 세운 최고의 명장이었다. 그리고 척박한 지역의 소국이었던 신라가 주고구려 백제라는 더 큰 나라에 굴하지 않고 끝내 삼국을 통일 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고구려가 망하면서 더 드넓은 요동땅을 상실한 것이 신라 때문이고 신라의 삼국 통일이라는 것도 불완전하고 그 때문에 신라 최고의 무장이었던 김유신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역사라는 것이 결과론적으로만 볼 수 없고 당시의 시대상을 봐야 하는데 너무 단순하게 오늘날의 잣대로 왜곡해서 판단하는 일부의 사람들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사실 이순신 장군은 워낙 유명하고 상대적으로 자료도 풍부해서 수 많은 관련된 책들이 발간되어서 그 진면목을 알기에 그렇게 어렵지가 않다. 그러나 김유신 장군은 1500여년 전 인물인데다가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삼국 시대에 활동한 사람이라서 관련된 책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김유신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그 이름값에 비해서 덜 알려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김유신의 일대기를 이야기 하는 책이 나와서 반갑다. 사실 몇 년 전에 나왔지만 크게 주목 받지 못했는데 내용을 더 보강해서 새롭게 나온 책이다. 초판에 비해서 내용이 더 보강되고 역사적 사실과 빈 공간을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어서 김유신과 삼국 통일 시기를 알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일단 김유신이 위대한 장군이 되기 위한 당시의 상황을 알아야 한다. 원래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하지 않는가. 한반도에 삼국이 정립하기 시작한 이후에 신라는 가장 늦게 발달했기에 늘 다른 나라로부터 군사적인 위협을 받았다. 제일 큰 위협은 백제였지만 가야나 일본에게도 침략을 당했다. 그러던 신라가 진흥왕대에 이르러 백제를 압도하고 한강 유역과 일부 고구려 영토까지 점령하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왕들은 그저 영토를 지키는데만 급급했고 고구려와 백제의 압력은 나날이 커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유신은 가야계 후손으로 태어났다. 김유신의 증조할아버지는 금관가야의 마지막 임금인 구형왕이라고 한다. 그의 할아버지는 김무력. 사실 김유신의 배경은 할아버지가 만들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무력은 진흥왕대에 맹활약한 장수인데 신라가 당과 통교할 수 있는 중요한 지역인 한강 지역을 사수하고 개발했다. 무엇보다 백제 성왕을 죽게 한 관산성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움으로써 그 가문이 신라내에서 입지를 다지는데 역할을 하게 된다. 게다가 김유신의 아버지인 김서현은 신분 높은 여성을 부인으로 삼게 되고 이런 배경들이 김유신이 꿈을 펼치는데 기본적인 토대가 된다.


신라 사회는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다. 사회 지도층은 성골과 진골이라고 불리는 신분들이 장악했는데 김유신도 진골이기는 했지만 가야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있어서 어찌보면 신분 상승에 제약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는 난세. 백제의 압박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신분과 함께 능력도 고려되기 시작했다. 이에 김유신은 신흥 무장 세력이라는 자신의 배경과 함께 자신의 신분을 올려줄 인물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 김춘추.


김춘추는 진골이지만 왕이 될 수 있는 유력한 인물중의 한 명 이었다. 당시 신라의 왕은 성골만이 될 수 있었지만 진평왕 이후에는 성골 남자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성골 여자가 등극하게 되는데 그것이 선덕과 진덕 여왕이다. 그러나 이 왕들에게서 후사가 없었기에 성골 출신의 왕은 끝이 나게 된다. 책은 왕과 출신 성분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하고 있어서 당시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그렇다면 김춘추는 바로 왕이 될 수 있는가. 그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할아버지인 진지왕이 제대로 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폐위 당했기에 정치적인 입지가 단단한 편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유신을 만나게 되고 김유신의 누이를 부인으로 삼게 되어서 가족이 된다. 김유신과 김춘추는 신흥 세력이지만 서로에게 부족한 면을 보완해주는 역할도 하게 되고 점차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해 나가는데 단순히 가족으로만 맺어진 것이 아니라 신라를 위한 서로의 의기가 맞았기 때문에 급속도록 가까운 사이가 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김유신이 신라에서 자신의 위치를 공고하게 한 것은 결국 자신의 능력이었다. 그는 군사적인 재능이 뛰어나서 당시 백제가 쳐들어오면 대부분 그가 막다시피 했다. 게다가 비담 등의 반역도 어려운 상황에서 진압했다. 김유신이 활약할 당시는 내외적으로 신라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때여서 만일 김유신이 없었더라면 신라는 무너졌을지도 모를 정도로 그의 역할이 컸다. 


김유신 생애 최대의 하이라이트는 백제 계백과의 전투가 아닐까 싶다. 너무나 유명한 이 이야기는 결국 김유신의 승리로 끝나고 그 기세로 백제 사비성으로 진군해서 결국 백제를 멸하게 된다. 그 뒤 백제 부흥 운동도 진압하고 당의 요청으로 고구려 정벌을 할때도 일익을 담당했다. 고구려와의 삼국 통일 최후 전쟁과 이후 일어나는 나당 전쟁에서는 나이때문에 거의 참여하지 못했지만 그가 키워 놓은 군대가 승리를 하게 되었으니 결국 김유신의 공이 그 끝에도 펼쳐졌다고 볼 수도 있겠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 할 시기에 아마 평범한 사람들은 고구려, 백제가 있는데 설마 신라가 패권을 차지 할까 했을 것 같다. 그러나 결국 삼한 일통을 이루어낸 것은 가장 약했던 신라였다. 고구려, 백제는 내부에서 단결이 안 되어서 끝내 외침을 극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신라는 김유신과 더불어 김춘추로 이어지는 강력한 단합으로 당과 연합했지만 당마져 축출하고 진정한 통일을 이루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김유신은 정말 더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신라를 구원한 사람이다. 삼한일통의 공의 절반은 김유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유신의 삶은 어찌보면 참 드라마틱하다. 비록 신라 왕가의 일원이 되긴 했지만 가야계 후손이라는 배경이 제약이 되었고 변방을 떠돌면서 이렇다 할 행적도 없던 젊은 시절을 거쳐 김춘추를 만나서 그를 왕으로 만들고 자신 스스로가 신라를 구하는 장군이 되어서 백제를 멸하고 고구려가 약해질때까지 활동을 한 그야말로 종횡무진 대활약을 했다. 우리 역사상에 또 이런 인물이 있을까. 그래서 그 이후로 왕조가 바뀌어도 삼국 시대를 대표하는 영웅으로 첫 손가락에 꼽고 있는 것이다.


책은 재미있다. 부족한 사료를 당대의 상황에 최대한 결합해서 설득력있게 그리고 있는데 왜 그랬을까에 대한 많은 의문에 좋은 답을 해주고 있다. 김유신 후손은 어떻게 됐을까라는 일반 사람들의 질문에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김유신 가문의 힘이 떨어지는 기간은 신라 왕조의 빛이 사그라지고 있을 때였다. 김유신이 곧 신라였기에 신라의 국력이 약해지면서 김유신 가문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김유신에 대한 평은 긍정과 부정이 있다. 부정적인 것도 나름의 일리가 있어서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김유신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했고 그 결과 국가적 위기를 돌파해서 삼한일통의 대업을 이루는데 큰 공을 세운 것은 틀림이 없다. 후세에 많은 사람들이 김유신을 삼국 시대 최고의 영웅으로 손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또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역사서의 부족이다. 삼국시대 당대의 기록은 없고 몇 백 년 후의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삼국 시대의 역사가 나오는데 중요한 기록은 있다고 하지만 그만큼 역사의 빈 공간이 많아서 사실을 판단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마나 김유신이니까 이정도 사료가 있지 다른 사람은 훨씬 더 적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김유신이 살던 시대는 혼돈과 위기의 시대였다. 그런데 지금도 어려운 시기다. 그때의 신라보다 지금의 한국이 더 국력이 쎈 것은 맞지만 주위 강대국은 더 많고 국제적인 정세는 더 복잡하다. 어찌보면 경제적 정치적인 전환점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럴때 김유신 같은 영웅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위기를 끝내 헤쳐나간 김유신과 신라의 모습을 오늘날에 견주어 본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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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사냥 스토리콜렉터 108
크리스 카터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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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수 많은 생물이 있지만 크게 봐서 인간과 동식물로 나눈다. 인간도 동물에 속하고 생물에 속하지만 인간은 인간이고 다른 생명체는 동식물인 이유는 '두뇌'에 있다.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진화를 하고 다른 동식물을 지배하는 유일한 생명체가 된 것이다. 물론 인간도 본능이 있다. 그러나 이성이 있고 사회성이 있기에 마구잡이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인간의 모습을 했지만 전혀 인간적이지 않은 존재가 있다.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이 늘 죽이려고 행동한 것이 아니라 우발적인 살인도 많다. 살인을 하면서 희열을 느낀다는 연쇄살인마도 있지만 어느 정도 이성은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은 그것을 넘어 섰다. 그냥 사람 죽이는 것이 유희이자 기쁨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묻지마 살인이 아닌 집요하고도 은밀하고 계획적인 살인을 장시간에 걸쳐서 실행에 옮긴다. 이 존재는 인간이 아니다. 그냥 인간의 모습을 가진 새로운 종류의 포악한 동물이다.


전작인 '악의 심장'에서 어찌 보면 악의 맛만 보여준 살인마 루시엔 폴터는 탈옥이 어려운 형무소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그것도 관련된 사람 여러 명을 살해하고. 루시엔의 최우선 목표는 자신을 감옥으로 보낸 '로버트 헌터'를 죽이는 것에 있다. 이 놈을 죽이고 나면 마음껏 내 멋대로 살인을 저지르고 멋대로 살겠다는 것일테다. 그는 자신을 추적할 유일한 능력자이기에 우선 그를 죽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루시엔과 로버트는 같은 대학에서 범죄심리학을 같이 공부하고 룸메이트이자 가장 친한 친구 사이였다. 그러던 둘 사이는 한 명은 유능한 경찰국 강력계 형사가 되고 또 한명은 악마같은 살인자가 되면서 원수 같은 사이가 된다. 이 책은 자신을 잡은 로버트에게 복수하기 위해 탈옥을 하고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는 루시엔과 그를 잡기 위해 분투하는 경찰과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루시엔은 인간적으로 봤을 때는 진정한 천재이다. 로버트도 나름의 끈기와 두뇌를 가졌지만 루시엔은 그야말로 '미친 놈'이기에 정상적인 사람과 비교가 안된다. 루시엔은 자신의 살인에 대해서 53권의 범죄 백과 사전을 남겼고 이것을 탐낸 FBI가 최고 등급보다 약간 낮은 등급의 교도소에 넣고 관찰하다가 결국 그 사단이 난 것이다. 그에게 살인은 그냥 허공에 손 한번 휘두르는 수준의 쉽고도 별 의미없는 행동이다. 강약 조절을 할 줄 알고 변장과 은페, 위장, 연기에도 강하다. 누가 과연 이 악마같은 살인마를 잡을 수 있을까.


책에서는 루시엔이 저지른 살인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하나 같이 살인이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감정이 없다. 그래서 보통 사람이라면 끔찍해 할 살인도 거리낌 없이 자행한다. 이 정도면 사이코패스 정도가 아니라 동물에서 또 다른 종으로 분류해야 할 판이다. 인간 종 중에서 일반인간과 살인마인간으로. 


한편 로버트도 최고의 능력을 가진 형사다. 강력 범죄 중에서도 특히 흉악한 범죄를 다루는 특수강력범죄수사대의 엘리트이긴 하지만 너무나 인간적이다. 인간도 아닌 존재가 인간같은 사람과 싸운다는 것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진게 아닐까. 인간성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루시엔에게 로버트의 인간성은 공격하기 쉬운 최고의 무기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번 책에서 제대로 터진다. 이미 루시엔에게 소중한 사람을 잃은 로버트는 주저하다가 이제 막 마음의 문을 연 상대를 또 잃을 운명에 처했다. 


크나큰 미국 땅에서 루시엔을 찾기는 힘들지만 로버트를 중심으로 여러 기관의 능력자들을 모은 특별수사본부를 차리고 꾸준히 추격한 끝에 조금씩 그와 거리를 좁혀 간다. 책은 그 여정과 그 와중에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을 흥미롭게 잘 그리고 있다. 루시엔이 쳐 놓은 올가미에서 도저히 벗어 날 수 없어 보이던 로버트는 그 특유의 끈질김으로 결국에는 그와 마주치게 된다. 여기까지도 어떻게 이 상황이 해소될까 했는데 결말도 훌륭하게 잘 끝난다.


책은 참 재미있다. 최악의 악당과 최고의 형사가 원래는 아주 가까운 친구였다가 각각 악과 선의 영역으로 갈려진 후 자신의 위치에서 서로를 잡기 위해 일어나는 여러 이야기들이 정말 흥미롭게 전개가 된다. 루시엔의 잔인한 행각과 로버트의 집념이 서로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팽팽하게 이끌어 가는데 책을 놓기가 힘들 정도로 몰입감을 준다. 이 책의 지은이 '크리스 카터'는 로버트 헌터 시리즈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 그 이름, 기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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