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 인물 역사 논픽션
황윤 지음 / 소동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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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역사상 가장 좋아한 장수는 김유신 장군과 이순신 장군이었다. 두 명 모두 망할 뻔 했던 나라를 기어코 일으켜 세운 최고의 명장이었다. 그리고 척박한 지역의 소국이었던 신라가 주고구려 백제라는 더 큰 나라에 굴하지 않고 끝내 삼국을 통일 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고구려가 망하면서 더 드넓은 요동땅을 상실한 것이 신라 때문이고 신라의 삼국 통일이라는 것도 불완전하고 그 때문에 신라 최고의 무장이었던 김유신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역사라는 것이 결과론적으로만 볼 수 없고 당시의 시대상을 봐야 하는데 너무 단순하게 오늘날의 잣대로 왜곡해서 판단하는 일부의 사람들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사실 이순신 장군은 워낙 유명하고 상대적으로 자료도 풍부해서 수 많은 관련된 책들이 발간되어서 그 진면목을 알기에 그렇게 어렵지가 않다. 그러나 김유신 장군은 1500여년 전 인물인데다가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삼국 시대에 활동한 사람이라서 관련된 책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김유신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그 이름값에 비해서 덜 알려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김유신의 일대기를 이야기 하는 책이 나와서 반갑다. 사실 몇 년 전에 나왔지만 크게 주목 받지 못했는데 내용을 더 보강해서 새롭게 나온 책이다. 초판에 비해서 내용이 더 보강되고 역사적 사실과 빈 공간을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어서 김유신과 삼국 통일 시기를 알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일단 김유신이 위대한 장군이 되기 위한 당시의 상황을 알아야 한다. 원래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하지 않는가. 한반도에 삼국이 정립하기 시작한 이후에 신라는 가장 늦게 발달했기에 늘 다른 나라로부터 군사적인 위협을 받았다. 제일 큰 위협은 백제였지만 가야나 일본에게도 침략을 당했다. 그러던 신라가 진흥왕대에 이르러 백제를 압도하고 한강 유역과 일부 고구려 영토까지 점령하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왕들은 그저 영토를 지키는데만 급급했고 고구려와 백제의 압력은 나날이 커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유신은 가야계 후손으로 태어났다. 김유신의 증조할아버지는 금관가야의 마지막 임금인 구형왕이라고 한다. 그의 할아버지는 김무력. 사실 김유신의 배경은 할아버지가 만들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무력은 진흥왕대에 맹활약한 장수인데 신라가 당과 통교할 수 있는 중요한 지역인 한강 지역을 사수하고 개발했다. 무엇보다 백제 성왕을 죽게 한 관산성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움으로써 그 가문이 신라내에서 입지를 다지는데 역할을 하게 된다. 게다가 김유신의 아버지인 김서현은 신분 높은 여성을 부인으로 삼게 되고 이런 배경들이 김유신이 꿈을 펼치는데 기본적인 토대가 된다.


신라 사회는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다. 사회 지도층은 성골과 진골이라고 불리는 신분들이 장악했는데 김유신도 진골이기는 했지만 가야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있어서 어찌보면 신분 상승에 제약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는 난세. 백제의 압박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신분과 함께 능력도 고려되기 시작했다. 이에 김유신은 신흥 무장 세력이라는 자신의 배경과 함께 자신의 신분을 올려줄 인물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 김춘추.


김춘추는 진골이지만 왕이 될 수 있는 유력한 인물중의 한 명 이었다. 당시 신라의 왕은 성골만이 될 수 있었지만 진평왕 이후에는 성골 남자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성골 여자가 등극하게 되는데 그것이 선덕과 진덕 여왕이다. 그러나 이 왕들에게서 후사가 없었기에 성골 출신의 왕은 끝이 나게 된다. 책은 왕과 출신 성분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하고 있어서 당시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그렇다면 김춘추는 바로 왕이 될 수 있는가. 그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할아버지인 진지왕이 제대로 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폐위 당했기에 정치적인 입지가 단단한 편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유신을 만나게 되고 김유신의 누이를 부인으로 삼게 되어서 가족이 된다. 김유신과 김춘추는 신흥 세력이지만 서로에게 부족한 면을 보완해주는 역할도 하게 되고 점차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해 나가는데 단순히 가족으로만 맺어진 것이 아니라 신라를 위한 서로의 의기가 맞았기 때문에 급속도록 가까운 사이가 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김유신이 신라에서 자신의 위치를 공고하게 한 것은 결국 자신의 능력이었다. 그는 군사적인 재능이 뛰어나서 당시 백제가 쳐들어오면 대부분 그가 막다시피 했다. 게다가 비담 등의 반역도 어려운 상황에서 진압했다. 김유신이 활약할 당시는 내외적으로 신라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때여서 만일 김유신이 없었더라면 신라는 무너졌을지도 모를 정도로 그의 역할이 컸다. 


김유신 생애 최대의 하이라이트는 백제 계백과의 전투가 아닐까 싶다. 너무나 유명한 이 이야기는 결국 김유신의 승리로 끝나고 그 기세로 백제 사비성으로 진군해서 결국 백제를 멸하게 된다. 그 뒤 백제 부흥 운동도 진압하고 당의 요청으로 고구려 정벌을 할때도 일익을 담당했다. 고구려와의 삼국 통일 최후 전쟁과 이후 일어나는 나당 전쟁에서는 나이때문에 거의 참여하지 못했지만 그가 키워 놓은 군대가 승리를 하게 되었으니 결국 김유신의 공이 그 끝에도 펼쳐졌다고 볼 수도 있겠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 할 시기에 아마 평범한 사람들은 고구려, 백제가 있는데 설마 신라가 패권을 차지 할까 했을 것 같다. 그러나 결국 삼한 일통을 이루어낸 것은 가장 약했던 신라였다. 고구려, 백제는 내부에서 단결이 안 되어서 끝내 외침을 극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신라는 김유신과 더불어 김춘추로 이어지는 강력한 단합으로 당과 연합했지만 당마져 축출하고 진정한 통일을 이루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김유신은 정말 더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신라를 구원한 사람이다. 삼한일통의 공의 절반은 김유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유신의 삶은 어찌보면 참 드라마틱하다. 비록 신라 왕가의 일원이 되긴 했지만 가야계 후손이라는 배경이 제약이 되었고 변방을 떠돌면서 이렇다 할 행적도 없던 젊은 시절을 거쳐 김춘추를 만나서 그를 왕으로 만들고 자신 스스로가 신라를 구하는 장군이 되어서 백제를 멸하고 고구려가 약해질때까지 활동을 한 그야말로 종횡무진 대활약을 했다. 우리 역사상에 또 이런 인물이 있을까. 그래서 그 이후로 왕조가 바뀌어도 삼국 시대를 대표하는 영웅으로 첫 손가락에 꼽고 있는 것이다.


책은 재미있다. 부족한 사료를 당대의 상황에 최대한 결합해서 설득력있게 그리고 있는데 왜 그랬을까에 대한 많은 의문에 좋은 답을 해주고 있다. 김유신 후손은 어떻게 됐을까라는 일반 사람들의 질문에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김유신 가문의 힘이 떨어지는 기간은 신라 왕조의 빛이 사그라지고 있을 때였다. 김유신이 곧 신라였기에 신라의 국력이 약해지면서 김유신 가문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김유신에 대한 평은 긍정과 부정이 있다. 부정적인 것도 나름의 일리가 있어서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김유신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했고 그 결과 국가적 위기를 돌파해서 삼한일통의 대업을 이루는데 큰 공을 세운 것은 틀림이 없다. 후세에 많은 사람들이 김유신을 삼국 시대 최고의 영웅으로 손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또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역사서의 부족이다. 삼국시대 당대의 기록은 없고 몇 백 년 후의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삼국 시대의 역사가 나오는데 중요한 기록은 있다고 하지만 그만큼 역사의 빈 공간이 많아서 사실을 판단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마나 김유신이니까 이정도 사료가 있지 다른 사람은 훨씬 더 적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김유신이 살던 시대는 혼돈과 위기의 시대였다. 그런데 지금도 어려운 시기다. 그때의 신라보다 지금의 한국이 더 국력이 쎈 것은 맞지만 주위 강대국은 더 많고 국제적인 정세는 더 복잡하다. 어찌보면 경제적 정치적인 전환점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럴때 김유신 같은 영웅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위기를 끝내 헤쳐나간 김유신과 신라의 모습을 오늘날에 견주어 본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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