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사냥 스토리콜렉터 108
크리스 카터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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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수 많은 생물이 있지만 크게 봐서 인간과 동식물로 나눈다. 인간도 동물에 속하고 생물에 속하지만 인간은 인간이고 다른 생명체는 동식물인 이유는 '두뇌'에 있다.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진화를 하고 다른 동식물을 지배하는 유일한 생명체가 된 것이다. 물론 인간도 본능이 있다. 그러나 이성이 있고 사회성이 있기에 마구잡이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인간의 모습을 했지만 전혀 인간적이지 않은 존재가 있다.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이 늘 죽이려고 행동한 것이 아니라 우발적인 살인도 많다. 살인을 하면서 희열을 느낀다는 연쇄살인마도 있지만 어느 정도 이성은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은 그것을 넘어 섰다. 그냥 사람 죽이는 것이 유희이자 기쁨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묻지마 살인이 아닌 집요하고도 은밀하고 계획적인 살인을 장시간에 걸쳐서 실행에 옮긴다. 이 존재는 인간이 아니다. 그냥 인간의 모습을 가진 새로운 종류의 포악한 동물이다.


전작인 '악의 심장'에서 어찌 보면 악의 맛만 보여준 살인마 루시엔 폴터는 탈옥이 어려운 형무소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그것도 관련된 사람 여러 명을 살해하고. 루시엔의 최우선 목표는 자신을 감옥으로 보낸 '로버트 헌터'를 죽이는 것에 있다. 이 놈을 죽이고 나면 마음껏 내 멋대로 살인을 저지르고 멋대로 살겠다는 것일테다. 그는 자신을 추적할 유일한 능력자이기에 우선 그를 죽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루시엔과 로버트는 같은 대학에서 범죄심리학을 같이 공부하고 룸메이트이자 가장 친한 친구 사이였다. 그러던 둘 사이는 한 명은 유능한 경찰국 강력계 형사가 되고 또 한명은 악마같은 살인자가 되면서 원수 같은 사이가 된다. 이 책은 자신을 잡은 로버트에게 복수하기 위해 탈옥을 하고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는 루시엔과 그를 잡기 위해 분투하는 경찰과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루시엔은 인간적으로 봤을 때는 진정한 천재이다. 로버트도 나름의 끈기와 두뇌를 가졌지만 루시엔은 그야말로 '미친 놈'이기에 정상적인 사람과 비교가 안된다. 루시엔은 자신의 살인에 대해서 53권의 범죄 백과 사전을 남겼고 이것을 탐낸 FBI가 최고 등급보다 약간 낮은 등급의 교도소에 넣고 관찰하다가 결국 그 사단이 난 것이다. 그에게 살인은 그냥 허공에 손 한번 휘두르는 수준의 쉽고도 별 의미없는 행동이다. 강약 조절을 할 줄 알고 변장과 은페, 위장, 연기에도 강하다. 누가 과연 이 악마같은 살인마를 잡을 수 있을까.


책에서는 루시엔이 저지른 살인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하나 같이 살인이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감정이 없다. 그래서 보통 사람이라면 끔찍해 할 살인도 거리낌 없이 자행한다. 이 정도면 사이코패스 정도가 아니라 동물에서 또 다른 종으로 분류해야 할 판이다. 인간 종 중에서 일반인간과 살인마인간으로. 


한편 로버트도 최고의 능력을 가진 형사다. 강력 범죄 중에서도 특히 흉악한 범죄를 다루는 특수강력범죄수사대의 엘리트이긴 하지만 너무나 인간적이다. 인간도 아닌 존재가 인간같은 사람과 싸운다는 것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진게 아닐까. 인간성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루시엔에게 로버트의 인간성은 공격하기 쉬운 최고의 무기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번 책에서 제대로 터진다. 이미 루시엔에게 소중한 사람을 잃은 로버트는 주저하다가 이제 막 마음의 문을 연 상대를 또 잃을 운명에 처했다. 


크나큰 미국 땅에서 루시엔을 찾기는 힘들지만 로버트를 중심으로 여러 기관의 능력자들을 모은 특별수사본부를 차리고 꾸준히 추격한 끝에 조금씩 그와 거리를 좁혀 간다. 책은 그 여정과 그 와중에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을 흥미롭게 잘 그리고 있다. 루시엔이 쳐 놓은 올가미에서 도저히 벗어 날 수 없어 보이던 로버트는 그 특유의 끈질김으로 결국에는 그와 마주치게 된다. 여기까지도 어떻게 이 상황이 해소될까 했는데 결말도 훌륭하게 잘 끝난다.


책은 참 재미있다. 최악의 악당과 최고의 형사가 원래는 아주 가까운 친구였다가 각각 악과 선의 영역으로 갈려진 후 자신의 위치에서 서로를 잡기 위해 일어나는 여러 이야기들이 정말 흥미롭게 전개가 된다. 루시엔의 잔인한 행각과 로버트의 집념이 서로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팽팽하게 이끌어 가는데 책을 놓기가 힘들 정도로 몰입감을 준다. 이 책의 지은이 '크리스 카터'는 로버트 헌터 시리즈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 그 이름, 기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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