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촛불 애지시선 24
복효근 지음 / 애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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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효근

파도가 섬의 옆구리를 자꾸 때려친 흔적이
절벽으로 남았는데
그것을 절경이라 말한다
거기에 풍란이 꽃을 피우고
괭이갈매기가 새끼를 기른다
사람마다의 옆구리께엔 절벽이 있다
파도가 할퀴고 간 상처의 흔적이 가파를수록
풍란 매운 향기가 난다
너와 내가 섬이다
아득한 거리에서 상처의 향기로 서로를 부르는,              

                              

                                    시집 [마늘촛불](도서출판 애지) 중에서   

1962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1991년 [시와 시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했다
시집으로[당신이 슬플때 나는 사랑한다][버마재비 사랑][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목련꽃 브라자] 시선집[어느 대나무의 고백] 
 

 

 

섬,
섬....... 이처럼 그리움 물컹물컹해지는 단어도 만나기 쉽지 않겠지요.
섬.
우리는 모두 섬입니다.
아픔에 밤새 파도 뒤척여도 보고, 사는 회한에 떠밀려 격랑의 폭풍우도 만나지만
고요하게 햇살 잘게 부수며 일렁이는 매일의 일상에 충실한 섬, 섬, 섬들.
하지만 우리는 늘 떠남을 꿈꾸고 더욱 더 멀고 아득한 다른 섬을 가슴에 품고 삽니다.
그리워하는 것, 꿈꾸는 것, 그것이 우리의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 ‘풍란 매운 향기’ 여기까지 가득합니다.
당신의 옆구리께 절벽에서 떠나온 향기인 듯싶습니다.^^
삶은 고단해도 생의 바다에 떠있는 한 점 위안의 섬.
바로 그대가 섬입니다.
우리들의, 우리들 자신의 섬입니다.
부디 꿈꾸기를 멈추지마십시오.  

 

  

명작

지리산 자락에
백로 한 마리 가로질러 날아간다

산이 푸르니
새 더욱 희다*

아무 흔적도 남지 않는
저 필생의 한 획

누구의 그림인가, 시인가
내가 그만 낙관을 눌러버리고도 싶었으나

낙관이 없어서, 서명이 없어서
더욱 명작인,

*두보의 絶句 가운데 한 문장 ‘江碧鳥逾碧’ 에서 빌려옴. 

 

 

 

[마늘촛불] 참 좋아요.

이런 시집을 백만 번쯤 읽으면 저도 시를 쓸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어요.

백만 번 읽어서 그래진다면 이백만 번 읽어도 좋을 텐데요.

시의 편, 편들이 무릎 꿇게해요.

겸손한 서정이 가난한 제 영혼을 배부르게 만들어 준다는 걸 시인께서 아실까요.

이런 시집을 생일 선물로 받은 *미는 좋을 거예요. 그치요. 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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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리고 내일의 노래
김남조 지음 / 도서출판 시월 / 2009년 2월
절판


주문한 적이 없는 택배가 도착했다.
무슨 착오일까?
시월 출판에 전화를 걸어본다. (031- 955- 0084~5)
박건한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선물이란다.
세상에....... 선물이라니.
살면서 별로 착한 일한 기억도 없는데.
거기다 김남조시선집이라니.......
꺄약~~~ 좋아라!!!
마구마구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싶었다.

앗싸~~~!
빠알간 증정 도장에
‘여사’ 라는 호칭이 좀 거시기해도 선생님의 자필 사인까지
고맙습니다.
손세실리아 선생님^^
시월의 박건한 선생님
김남조 선생님
특별할 것 없는 생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생일 선물 주신 겁니다.
“고맙습니다.”
"차카게 살겠습니다" ^^


詩를 생각해 온 일에서 이젠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고도 하겠건만 그래도 새로 한 편의 시를 이루려 하면 매번 겪는 그대로 눈 앞이 깜깜해지는 스스로의 무력을 곱씹을 밖에 없고, 마치도 전혀 시를 써 본 일이 없는 사람과 똑같이 내가 서툴게 있을 것을 잘 알고 있다.

겨우 바늘 끝만한 빛이 솟아준다한들 이 작고 어둑한 빛둘레를 좇아 어차피 나의 시간 동안 몇 번이라도 시의 미혹과 그 고뇌를 내 몸에 담을 줄로 믿는 외엔 내 작품들과 관련하여 할 말이 따로 없다.

...(중략)

살아갈수록 나는 말이 줄어든다. 말의 어설픔을 조금씩 더 알아가는 탓일까. 또한 마지막으로 나에게 남겨질 말은 무엇이랴, 생각해볼 때도 있다.

水量이 적은 우물이 되더라도 참으로 나 나름으로서의 말의 진실을 다하고저 한다.

이런 서문으로 시작되는 71년도 7권 합본 시집이 닳고 낡은 채로 내게 있다.

‘1982. 1.8. 금. 22: 30 명숙언니가 사줬어. 떠나는 것......’ 이런 메모를 하고.

이 시집 속의 많은 시들이 편지를 통해 주변으로 흘러갔다.
특히
[너에게]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 [候鳥] [종이학] [새해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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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삶의 시선 17
송경동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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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송경동


전남 여천군 쌍봉면 주삼리 끝자락
남해화학 보수공장현장 가면 지금도
식판 가득 고봉으로 머슴밥 먹고
유류탱크 밑 그늘에 누워 선잠 든 사람 있으리
 

이삼십 분 눈 붙임이지만 그 맛
간밤 갈대밭 우그러뜨리던 그 짓보다 찰져
신문쪼가리 석면쪼가리
깔기도 전에 몰려들던 몽환
 

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
꿈자락 붙들고 늘어지다가도
소혀처럼 따가운 햇볕이 날름 이마를 훑으면
비실비실 눈감은 채로
남은 그늘 찾아 옮기던 순한 행렬


                                         송경동 시집 <꿀잠 (삶이 보이는 창)> 중에서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으로 보는 하늘이 저랬다.
잠이 묻어있는 눈이 확 떠지게 맑고 푸른하늘.
(실지로 오늘 아침, 침대에 누워서 바라보는 창 쪽 젊은 감나무랑 하늘이다. )
세상의 모든 독성도 치유할 것 같은 순결한 깨끗함이 이럴까?
정갈한 기운이 순하게 순하게 가득찬다.
세상의 햇살 받은 감나무 이파리가 얼마나 눈부신지 오래 볼 수가 없다.
그러다 순간, '우리 오늘 죽었구나!'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에 스스로도 소스라치게 놀랍다.
이런~! 이 정도면 중증의 직업병에 가깝다 싶어서 씁쓸하다.
날씨 좋은 날의 휴일,
가게에 얼마나 손님이 많을지는 서당개 삼년의 짐작으로도 어렵지 않은 일.......
 
평소 우리들은 오후 3시가 지나면
늦은 점심을 먹고 "꿀잠"의 "꿀잠"을 자는 시간을 조금씩 갖는다.
오늘은 '꿀잠'은 커녕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할 것이다.
밥 한 숟가락 들라치면 손님이 오고 가고,
그렇게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하루가 지날 것이다.
다른 사람들 밥을 열심히 나르다 보면
우리들 등은 휘고 배가 고파서 씩씩대다가 끝이 날 오늘,
"이삼십 분 눈 붙임이지만 그 맛"
그립겠다.


그래도 아흐,
하늘은 시린 물이 뚝뚝 흘러내릴 것 같다.
언니네 집, 담 벼락의 늙은 감나무도 눈부시다.
거기 놓인 평상에 누워
잠깐 "꿀잠"에 빠져도 좋으리.
하여 
이 하늘 아래,
저 늙은 감나무 아래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지금,
'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
부단한 순간순간을 보내는 것을.
그리고
"꿀잠"의 그 맛을 아는 동시대 시인을 가졌으니 어이 아니 행복하랴.
"꿀잠"의 그 맛을 아는 그대,
아니 그러한가~!
^_^" 
  

2006. 5. 8.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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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에 누워 흘러가다 - 박영근 유고시집 창비시선 276
박영근 지음 / 창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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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박영근
 

1

내가 떠난 뒤에도 그 집엔 저녁이면 형광등 불빛이 켜지고
사내는 묵은 시집을 읽거나 저녁거리를 치운 책상에서
더듬더듬 원고를 쓸 것이다 몇잔의 커피와,
담배와, 새벽녘의 그 몹쓸 파지들 위로 떨어지는 마른 기침소리
누가 왔다갔는지 때로 한 편의 시를 쓸 때마다
그 환한 자리에 더운 숨결이 일고,
계절이 골목집 건너 백목련의 꽃망울과 은행나무 가지위에서 바뀔 무렵이면
그 집엔 밀린 빨래들이 그 작은 마당과
녹슨 창틀과 흐린 처마와 담벽에서 부끄러움도 모르고
햇살에 취해 바람에 흔들거릴 것이다
눈을 들면 사내의 가난한 이마에 하늘의 푸른빛들이 뚝 뚝 떨어지고
아무도 모르지, 그런날 저녁에 부엌에서 들려오는
정갈한 도마질 소리와 고등어 굽는 냄새
바람이 먼데서 불러온 아잇적 서툰 노래
내가 떠난 뒤에도 그 낡은 집엔 마당귀를 돌아가며
어린 고추가 자라고 방울토마토가 열리고
원추리는 그 주홍빛 꽃을 터트릴 것이다
그리고 낮도 밤도 없이 빗줄기에 하늘이 온통 잠기는 장마가
또 오고, 사내는 그때에도
혼자 방문턱에 앉아 술잔을 뒤집으며
빗물에 떠내려가는 원추리꽃들을 바라보고 있을까 부러져나간
고춧대와 허리가 꺾여버린 토마토 줄기들과 전기가 끊긴
한밤중의 빗소리....... 그렇게
가을이 수척해진 얼굴로 대문간을 기웃거릴 때
별일도 다 있지, 그는 마당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누군가 부쳐온 시집을 읽고 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물결을 끌어당기고 내밀면서
내뱉고 부르면서
강물은 숨쉬는가

 
2

그 낡은 집을 나와 나는 밤거리를 걷는다
저기봐라, 흘러넘치는 광고 불빛과
여자들과
장쾌한 노래
막 옷을 갈아입은 성장(盛裝)한 마네킹들
이 도시는 시간도 기억도 없다
생(生)이 잡문이 될 때까지 나는 걷고 또 걸을 것이다
때로 그 길을 걸어 그가 올지도 모른다 밤새 얼어붙은 수도꼭지를
팔팔 끓는 물로 녹이고 혼자서 웃음을 터트리는,
그런 모습으로 찾아와 짠지에 라면을 끓이고
소주잔을 흔들면서 몇편의 시를 읽을지도 모른다
도시의 가난한 겨울밤은 눈벌판도 없는데
그 사내는 홀로 눈을 맞으며
천천히 벌판을 질러갈 것이다

 
                   출처- 박영근 유고시집 [별자리에 누워 흘러가다] (창비) -중에서

박영근 시인은 
1958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났고 1981년 [반시(反詩)] 6집에 시[수유리에서] 등을 발표하면서 시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취업 공고판 앞에서](1984) [김미순傳](1993) [지금도 그 별로 뜨는가](1997) [저 꽃이 불편하다](2002),
산문집으로 [공장옥상에 올라](1983) [오늘, 나는 시의 숲길을 걷는다](2004) 등을 펴냈으며, 제12회 신동엽창작상(1994), 제5회 백석문학상(2003)을 수상했다.
2006년 5월 11일 결핵성 뇌수막염과 패혈증으로 타계했다. 

 

지난 봄 
김치 담근 양동이를 냉장고까지 나르는 일이며  
간장 달이고 다릴 양동이를 번갈아 들어 나른 휴우증이 
[주부과로형 테니스엘보]라는 진단을 오른쪽 팔꿈치에 안겨주었다 
휴일이면 간간히 물리치료며  
침으로 다스려 오던 것이  
장마속에 부쩍 심해졌다 
어깨까지 올라오는 통증이  
숙면을 방해한 탓인지  
잠을 제대로 자는 것도 아니면서  
책 한 장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덧글 한 줄 쓰지도 못했다 
워낙 시원찮은 왼쪽 팔때문에 
고생 많은 오른쪽팔이 비명을 질러대고 있는 것이다 
살짝 위기를 느끼고 
집중적으로 침을 맞은 사흘 
계속 잠이 쏟아진다 
침을 꽂아 놓고도 자고 
물리치료중에도 자고  
치과 의자에 길게 누워서도 깜박 잠이들어  
여기가 어딘가 잠깐 헤매기도한다  
오늘  
침을 맞으려고 일찍 퇴근 하는 길  
바람이 너무 좋다 
역시나 비몽사몽속에 침 맞고 
찾아 간 방화수류정 
바람이 좋다 
내려다 보이는 자귀나무꽃이 장하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읽는 시 한 편 
박영근 시인의 
유고 시 
[이사] 
방화수류정에 딱이다 
가슴이 먹먹해져도 
여기서 제일이다 
가난했던 한 시절이 바람에 흘러간다 
어떠랴~~!! 
팔도 훠얼씬 부드럽다 
이 맛에 산다 
바람이 흘러간다 
여름이 흘러간다 
 
2007. 7. 14.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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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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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그것은 인간의 삶이었다. 이데올로기, 그것도 인간의 생산물이엇다. 그것들은 인간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고, 인간에게만 필요한 것들이었다. 특히 이데올로기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발명품이었다. 그런데 그 발명품은 당초의 목적대로 쓰이지를 못했다. 흡사 칼이라는 발명품처럼, 똑같은 칼을 주부가 들었을 때와 도둑이 들었을 때.......  결국 각국의 공산당원이란 칼이라는 유익한 도구를 잘못 든 도둑과 같은 존재들이 아닌가.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결국 인간의 문제였다. 인간......., 인간.......,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당원들의 부패와 타락의 뿌리는 이기주의다. 이기성이라는 본능의 힘은 무섭다. 모든 종교의 공통된 미덕은 나만의 이기심을 버리고 남도 위할 줄 아는 이타행을 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그 지고한 가르침을 행하는 것은 각 종교의 성직자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대다수가 이기심에 사로잡혀 신의 이름을 팔아가며 타락하고, 사회 권력을 형성해 횡포를 자행하고, 심지어 신을 내세워 살인을 합리화 하는 전쟁까지 불사해온 것이 인류사였다. 그 막대한 해독 때문에 마르크스는 일찍이 종교를 부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성직자들이 이기심이라는 본능의 힘에서 벗어나지 못했듯 당원들도 다를 것이 없었다. 인간......., 인간이란 본능적 존재에 지나지 않은 것인가. 그럼, 인간의 이성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며, 이성의 힘에 의해 마르크시즘이 탄생했고, 그 이상세계를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다는 신념하나로 평생을 살아오지 않았던가. 내가 30년 넘게 감옥살이를 하지 않고 그냥 당원으로 살았다면 나도 인민들에게 원한을 살 정도로 부패하고 타락했을 것인가. 인간......., 그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어디까지를 믿을 수 있는 존재인가. 인간의 이성이란 본능을 이길 수 없고, 그것이 인간의 한계 아닐까. 그 '인간의 한계'가  사회주의 몰락의 절대 원인은 아닐까....... 
 


  "한 사람의 일생이 정직한가 정직하지 않은가를 준별하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그 사람의 일생에 그 시대가 얼마나 담겨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데, 선생님이야말로 우리의 분단시대를 온몸으로 떠안고 가장 정직하게 살아오신 분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아무 일도 한 게 없다고 하시는데, 평생을 수난당하고 산 그것보다 더 치열한 일이 어디 또 있겠습니까. 또 중요한 사실은, 수 많은 장기수들이 당한 고난은 엄연한 분단 역사의 한 페이지라는 사실입니다. 그 사실을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고 묻혀버리게 하는 것이 옳은 일입니까. 그건 꼭 기록으로 남겨져야 할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전모를 알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쓰고 싶어도 쓸 능력이 없어서 못 씁니다. 선생님은 쓸 능력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안 쓰시는 건 겸손이 아니라, 죄송한 밀씀입니다만, 책임 회피고  비겁입니다. 그리고 자기 부정이고요."
                                                                                          -조정래 [인간 연습] 중에서-

프로필; 1943년 전남 승주 출생.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단편집 [어떤 전설]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 [황토] [한, 그 그늘의 자리]

중편집 [유형의 땅] 장편소설 [대장경] [불놀이]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을 출간했으며,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성옥문화상, 동국문학상, 소설문학작품상,

단재문학상, 노신문학상, 광주문화예술상, 만해대상 등을 수상



  인간은 기나긴 세월에 걸쳐서 그 무엇인가를 모색하고 시도해서, 더러 성공도 하고, 많이는 실패하면서 또 새롭게 모색하고 시도하고....... 그 끝없는 되풀이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자 한 '연습'이 아닐까 싶다. 그 고단한 반복을 끊임없이 계속하는 것, 그것이 인간 특유의 아름다움인지도 모른다. 그 '큰 연습' 한 가지에 대해 오래 생각해오다가 이 작품을 엮어냈다.
 
   "진정한 작가란 어느 시대, 어떤 정권하고든 불화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모든 권력이란 오류를 저지르게 되어있고, 진정한 작가는 그 오류들을 파헤치며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정치성과 전혀 관계없이 진보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으며, 진보성을 띤 정치 세력이 배태하는 오류까지도 밝혀내야 하기 때문에 작가는 끝없는 불화 속에서 외로울 수 밖에 없다." 

  3년 전에 낸 산문집에 실려 있는 글이다. 이번 작품을 쓰면서 다시 음미하게 되었다. 
  내 문학에서 분단문제를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소설을 지었다.

  바햐흐로 인터넷 시대다. 인터넷은 온갖 유혹적 기능으로 독서 중심 세력인 젊은 층의 시간을 무한정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그래서 '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등장했다.

  그러나......., 문학은 영혼의 호흡 작용이니까! 
                                                                                        -[인간 연습] 작가의 말-

   
  며칠, 낯설고도 익숙한 동네의 길들을 어슬렁거렸다. 어슬렁거리기에는 추운 날들이어서 가끔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고양이들만 만날 수 있었다. 길마다 모퉁이를 돌면 마트란 이름의 작은 가게들, 미장원, 빵집, 쌀가게를 겸한 과일가게, 치킨집, 게임방, 식당들이 서로 사이좋게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다. 오늘은 포장마차 리어카도 쉬는 날인가 보다. 무수한 골목들이 각자의 사연으로 열려있었다. 그러나 어느 한 골목도 끝까지 가보지 못했다. 아무런 용무 없이는 저 막다른 골목의 끝까지는 가서는 안될 것만 같다고, 가서는 안되는 거라고  등 떠미는 바람이 있었다. 골목 앞에서 번번이 그렇게 돌아나왔다.
  저 낮은 지붕을 찍고 돌아서다가 빨간 집배원 오토바이와 마주쳤다. 은근슬쩍 마주쳤던 시선이 서로 황급히 돌려졌다. 113이란 숫자가  뜬금없이 떠올랐다. 프힛~! 우리 2007년 1월의 대낮에도 만나게 되는 빨간 악령. 헐렁헐렁한 우체부 아저씨 바지 사이로 골목 바람이 지나간다. 그의 손에 들린 고지서와, 독촉장과, 안내문 사이에 '죽었니?'라고 쓰인 관제엽서라도 떨어질 것 같다. 이제는 얼굴도 희미한 친구가 보내어  火印으로 남은  '죽었니?' '죽었니?' 하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다행이다. 아직 살아있다.
 
  읽고 책상 위에 놓아둔 채로 이리저리 쓸려다니던 '인간 연습'을 꽂는다. 한시간 만에 읽어 버리고 아쉽고 아쉬워서 꽂지 못했던가, 그럴 이유가 없었는데 너무 오래 책상 위에 있었다. 아마도 허기를 채우지 못한 쓸쓸함이었을 것이다. 메모 두 군데 하고나니 끝이 나 있던 책........ 그의 대하에 오랜 시간 길들여진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작가도 이름으로 말해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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