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 삶의 시선 17
송경동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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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송경동


전남 여천군 쌍봉면 주삼리 끝자락
남해화학 보수공장현장 가면 지금도
식판 가득 고봉으로 머슴밥 먹고
유류탱크 밑 그늘에 누워 선잠 든 사람 있으리
 

이삼십 분 눈 붙임이지만 그 맛
간밤 갈대밭 우그러뜨리던 그 짓보다 찰져
신문쪼가리 석면쪼가리
깔기도 전에 몰려들던 몽환
 

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
꿈자락 붙들고 늘어지다가도
소혀처럼 따가운 햇볕이 날름 이마를 훑으면
비실비실 눈감은 채로
남은 그늘 찾아 옮기던 순한 행렬


                                         송경동 시집 <꿀잠 (삶이 보이는 창)> 중에서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으로 보는 하늘이 저랬다.
잠이 묻어있는 눈이 확 떠지게 맑고 푸른하늘.
(실지로 오늘 아침, 침대에 누워서 바라보는 창 쪽 젊은 감나무랑 하늘이다. )
세상의 모든 독성도 치유할 것 같은 순결한 깨끗함이 이럴까?
정갈한 기운이 순하게 순하게 가득찬다.
세상의 햇살 받은 감나무 이파리가 얼마나 눈부신지 오래 볼 수가 없다.
그러다 순간, '우리 오늘 죽었구나!'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에 스스로도 소스라치게 놀랍다.
이런~! 이 정도면 중증의 직업병에 가깝다 싶어서 씁쓸하다.
날씨 좋은 날의 휴일,
가게에 얼마나 손님이 많을지는 서당개 삼년의 짐작으로도 어렵지 않은 일.......
 
평소 우리들은 오후 3시가 지나면
늦은 점심을 먹고 "꿀잠"의 "꿀잠"을 자는 시간을 조금씩 갖는다.
오늘은 '꿀잠'은 커녕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할 것이다.
밥 한 숟가락 들라치면 손님이 오고 가고,
그렇게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하루가 지날 것이다.
다른 사람들 밥을 열심히 나르다 보면
우리들 등은 휘고 배가 고파서 씩씩대다가 끝이 날 오늘,
"이삼십 분 눈 붙임이지만 그 맛"
그립겠다.


그래도 아흐,
하늘은 시린 물이 뚝뚝 흘러내릴 것 같다.
언니네 집, 담 벼락의 늙은 감나무도 눈부시다.
거기 놓인 평상에 누워
잠깐 "꿀잠"에 빠져도 좋으리.
하여 
이 하늘 아래,
저 늙은 감나무 아래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지금,
'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
부단한 순간순간을 보내는 것을.
그리고
"꿀잠"의 그 맛을 아는 동시대 시인을 가졌으니 어이 아니 행복하랴.
"꿀잠"의 그 맛을 아는 그대,
아니 그러한가~!
^_^" 
  

2006. 5. 8.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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