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
정양
삼시랑한티 빌고 터주때감한티 빌고 조왕님한티 빌고
조상님한티 부처님한티 예수님한티 달한티 별한티 빌고
장독대여다 당산나무여다 바위떵어리여다 빌고, 아무리
어느 구루메 비 올찌 몰른다지만 개 오줌 깔기디끼
흔 바지 좆 내밀디끼 그러케 아무 디나 아무한티나
비러대덜 마러. 머슴사리 슥 삼 년에 나도 엥간치 비니라고
비러봐찌만 소워니라는 거시 빌먼 빌수록 걸레쪽가치
너덜너덜혀지능 거시여 빌면 빌수록 비는 몸만
불쌍혀지더라고
오너른 또 새해랍시고 맴마던 해한티 빌러덜 가니라고
저날리더링개빈디, 나리면 날마닥 지푸레 뜨다가 져따가
허는 해가 알면 뭐슬 안당가 알량헌 소원 조깨 비니라고
괴얀시리 품 베리지덜 말고 넘덜 빌러 간 새예 해사 뜨거나
말거나 집구석서그서 그지시나 한방 감쪽가치 마시께 허고
암시랑토 앙케 댐배나 한 대 꼬나무름시나 언징가는 나도
팔자가 좀 피여서 쥔 노릇 좀 허게 될랑가 몰르거따고
하널도 나도 모르게 한숨 서꺼 버무려보능 거시 그게
진짜 소워닝 거시여
시집 [철들 무렵] 중에서
정양 시인은 전북 김제에서 태어났다.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7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당선되어 등단했다.
모악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백석문학상등을 수상했다.
시집 [까마귀떼] [살아 있는 것들의 무게] [길을 잃고 싶을 때가 많았다] [나그네는 지금도]
[철들 무렵] 등과 시화집 [동심의 신화]
판소리 평론집 [판소리 더늠의 시학],
옮긴 책으로는 [한국 리얼리즘 한시의 이해][두보 시의 이해] 등이 있다.
현재 우석대 문학창작과 명예교수로 재직중이다.
읽을 때마다 웃음이 실실 새나오는 시입니다.
시는 이래저래 어째야한다는 우리 안에 관념을 통쾌하게 부셔버리는 경험, 상큼합니다.
시가 감칠맛이 있습니다.
우리가 죽을똥 살똥 빌면서 달려가는 소원이라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요? 통념이 만들어낸 신기루 같은~~~
희망은 크고 거창하지도 멀리 있지도 않습니다.
바로, 지금 떼어 놓은 한 걸음에 있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새해, 2010년.......
일상 안에서, 가까운 곳에서
작고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에게서 기쁨을 찾고
행복을 찾는 희망의 일 년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해가 뜨지 않을 것은 모두 알고 있었지요.
그래도 우리는 커피를 챙기고 어두운 길을 걸어 바다로 왔어요.
밤새 조업을 마친 배들이 들어오는 것을 멀건히 보고 종이 컵에 커피를 홀짝이며
오는 길에 동행이 되어버려서
우리가 일출 포인트로 숨겨 놓은 지점까지 따라온 객의 취조에
뜨문뜨문 대답도 하고 바람에 최대한 몸을 수그리고
그렇게 오래 오래 아침이 오는 바다에 있었지요.
꼭 해를 기다린 것은 아니예요.
그런 제주 바다는 나빠요.
우리를 그저 멍 때리게 만들어요.
저기 성산포, 제주 바다는 진짜 나빠요.
해가 뜨지 않을지 뻔히 아는데도 달콤한 아침 잠을,
따뜻한 이부자리를 박차고 나와 이 거친 바람 속에
가장 불쌍한 포즈로 앉아 있게 만들었어요.
바다만 보느라 정신 없던 갈매기가 그런 우리를 보았다면
깃털이라도 앞에 놓인 종이 컵에 주었을 거예요.
아, 아, 쩌어기!!
제주 바다는 진짜 진짜 나빠요.
그날 아침이 12월 30일, 떠나오는 날이었는데 벌써 무지무지 그립게해요.
'나리면 날마닥 지푸레 뜨다가 져따가 허는 해가 알면 뭐슬 안당가'
그래요.
해돋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해는 이미 우리 안에 떠오르고 있었으니까요.
그냥,
제주 바다는 나빠요.
그렇게 저는 여행의 17일째 아침을 바다에서,
나아쁜 제주 바다에서 맞았답니다.
벌써 그립고도 그리운 과거형.
다시 짐을 꾸리고 싶어지는 새벽...
다들 안녕하신지...
안부를 여쭙니다.
새해엔 모두의 가슴 안에 환한 해가 떠오르길 기원합니다.
많이 춥습니다.
마음은 부디 따뜻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