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만히 좋아하는 ㅣ 창비시선 262
김사인 지음 / 창비 / 2006년 4월
평점 :
꽃
김사인
모진 비바람에
마침내 꽃이 누웠다
밤내 신열에 떠 있다가
나도 푸석한 얼굴로 일어나
들창을 미느니
살아야지
일어나거라, 꽃아
새끼들 밥 해멕여
학교 보내야지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 중에서
김사인 시인은 1955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1982년 [시와 경제]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밤에 쓰는 편지] [가만히 좋아하는]
신동엽창작기금, 현대문학상을 수상 했고
현재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여기서 ‘꽃’은 ‘엄마’이겠지요.
밤새 앓고 겨우 일어난 꽃의 “살아야지”는
그녀가 누구든 내 자신이듯 우리를 찡하게 합니다.
우리를 살게 하는 힘, 모성에 기대여
우리는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어 나거라, 꽃아/ 새끼들 밥 해멕여 학교 보내야지’
고된 노동에 밤새 시달린 몸, 끙~~일으키는 그 마음으로
우리는 당신의 소박한 밥상을 준비합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위대합니다.
다시 먼 길 가야할 2010년.
모성으로 차린 따순 밥,
당신이 뜨는 것은 밥이 아니고 福입니다.
福, 福 맛있게 드시고 기운 내서
소망에 가까이 가는 멋진 한 해 되십시오.
김사인의 '꽃'을 떠올릴 때, 어쩐지 연결 되는 꽃들이 있습니다.
거친 바람 속에 키를 낮추고 제 모습과 향을 간직한
감국, 산국, 구절초.
강인한 생명력이 떠올라서겠지요.
우리 어머니들처럼.
[가만히 좋아하는] 은
제가 주로 책을 구매하는 사이트 [알라딘]에서
이미 구매한 목록으로 주루룩 뜨는 책중의 시집 한 권입니다.
주로 책을 선물로 고르는 편이고
시집도 빼놓지 않습니다.
특히 책하고 별로 친하지 않은 이에게 선물할 때
시집을 선택합니다.
고마워서라도 한 편 쯤은 쉽게 펴 볼 것이고
그 한 편이 마음에 들면 또 다른 한 편을...
그렇게 시에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또 그러길 바란다는 카드도 잊지 않고 준비합니다.
제 목적은 거의 성공하지요. ㅋㅋ
시 한 편 , 책 한 권 읽는다고 세상이 달라지진 않지만 읽는 동안
모난 마음 결이 둥글해지고
사유가 넉넉해졌음 좋겠다는 제 바램을 받아들이는 거 같습니다.
이번 '꽃'을 읽는 제 동료들 중에도
스스로 뿌듯해지는 이, 몇 있을 거예요.
[가만히 좋아하는] 속에는 제가 좋아하는 시들이 많습니다.
'노숙' '풍경의 깊이' '봄밤' '여름날' '때늦은 사랑' '봄바다'
'코스모스' '부시, 바쁜' '강으로 가서 꽃이여'등등
좋은 시인의 집을 만나는 일은 행복합니다.
자꾸 자꾸 읽어도 좋아서 행복하고
선물을 고를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니 거듭 행복합니다.
아직,
안 만나 보셨나요???
저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