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너무도 오랫동안 교훈을 정리해 내는 동화들에 길들여져 왔습니다. 그래서 나는 ‘여자아이들을 씩씩하게 키우자’, ‘남자, 여자 차별하지 말자’ 따위 구호들이 좀 긴 글로 씌어져 있는 이야기에는 별로 흥미가 없습니다. 고작 그 몇 마디 얻자고 동화를 읽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야기는 이야기의 역할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동화들을 만나게 해주고 싶습니다. 이런 동화를 읽은 아이들이라면 양성평등 세상을 꿈꿀 것만 같은 그런 동화들.
[따로 따로 행복하게] - 배빗 콜 지음, 고정아 옮김-보림
행복한 가정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는 엄마, 아빠, 아이들이 함께 모여서 웃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때로는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헤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이 책은 그러한 경험을 아이들에게 유쾌하고 발랄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엄마가 알을 낳았대’로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국작가 배빗 콜의 그림책입니다. 부모의 이혼은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남깁니다. 하지만 그 상처가 두려워서 곪은 종기에 그냥 거즈를 덮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고 삶입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결혼했듯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 이혼한다는 명쾌한 진리를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엄마랑 아빠는 지금 아주아주 행복하세요. 앞으로도 오래오래 행복하실거고요. 엄마 따로 아빠 따로, 따로따로요!”
[모모] - 미하엘 엔데 지음 - 비룡소
모모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주인공입니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작은 여자아이, 하지만 친구들과 이웃들과 즐거운 시간들을 가지고 있는 아이입니다. 그리고 아무 것도 잘 하는 것이 없지만 누구나 모모 앞에서는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는 가장 아름다운 능력을 가진 아이입니다.
예쁘고 날씬하고, 돈도 잘 버는 여성이 현모양처의 꿈을 대신한다고 해서 양성평등의 세상이 오는 건 아닐 겁니다. 여자 아이들에게 그 어떤 위인보다도 역할모델로 권하고 싶은 모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떠나는, 부드럽고 다정해서 더 용감한 모모는 판타지의 거장 미하엘 엔데가 그려낸 최고의 여성주인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