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본 ‘집으로’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는지... 거기엔 한국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전형적인 할머니가 나온다. 나도 물론 그 영화를 보고 많이도 울었지만 우리는 언제쯤 할머니란 이름에서 가슴 저미는 애틋함이 아니라 유쾌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까?

 

  사랑은 여러 모습이 있다. 그러나 할아버지에게는 인자한 권위를 인정하면서 할머니들에게는 헌신과 배려만을 떠넘기는 건 왠지 좀 억울하다. 그래서 오늘은 먼 나라의 할머니들이지만 유쾌하고 씩씩한, 그러면서도 더없이 지혜로운 할머니들을 만나보고 싶다.  



할머니

페터 헤르틀링


 <할머니>라는 제목 밑에 "부모님을 잃고 할머니와 살아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슬프고 심란한 이야기라고 오해하기 딱 걸맞는 제목들이다. 그러나 이야기 속의 할머니는 너무도 활기차고 당당한 사람이다. 가난 앞에서 궁상스럽지 않고, 정부의 보조금을 시혜라고 생각하지 않고 권리라고 여기며 사회복지과 직원과 언성을 높이며 싸우기도 한다.

 

  부모님을 잃고 함께 살아가는 손자에게 사랑하지만 연민하지 않는 지혜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는 멋진 할머니... 오로지 퍼주기만 하는 사랑이 할머니의 사랑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우리에겐 생소한 할머니이지만 그 낮설음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미하엘 엔데

 

   ‘모모’로 너무나 잘 알려진 미하엘 엔데의 짧은 이야기를 프리드리히 헤헬만의 환상적인 그림과 엮어서 만든 그림책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이해하기가 어려운 책이다.

 

   오필리아는 연극배우가 되고 싶었으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한 혼자 사는 할머니이다. 할머니에게 오갈 데 없는 그림자들이 모여든다. 할머니는 무서운 어둠, 외로움, 밤앓이, 힘없음, 덧없음 따위 이름을 가진 온갖 떠돌이 그림자들을 거두어서 그들과 함께 살아간다.

 

  할머니와 그림자들은 연극 공연을 하면서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이 마을 저 마을을 찾아다니며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을 연다.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는 죽음이라는 그림자를 만난다. 그 그림자와 할머니는 어떻게 되었을까?

 

  읽는 이들의 즐거움을 위해 여기까지만 얘기해야겠다. 개인적으로는 미하엘 엔데의 단편 가운데 최고로 꼽는 작품이다. 책을 열어 결말을 보게 된다면 모든 독자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