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부활이냐 몰락이냐
프랑크 쉬르마허 지음, 장혜경 옮김 / 나무생각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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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이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가족이란 사랑이었고, 동시에 미움이었다. 기댈 수 있는 어깨였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짐보따리이기도 했다. 가족에게 받은 사랑은 언젠가는 돌려주어야할 빚 같은 것으로 인식되면서 점점 가족들과 관계맺기가 힘들어졌다.

 내가 독신을 선택한 까닭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가족이란 관계를 더 이상 확대하고 싶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애매모호하고 정의내리기 힘든 이 관계를 타고난 것 외에 또 맺어야 한다는 것은 두렵고 무섭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가족학의 범주에 속하는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 가족에 대한 이런 양가적 감정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알았다. 모든 이들에게 가족은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존재란 것을.

 이 책은 지금까지 내게 그런 깨달음을 준 책들과는 조금 달랐다. 가족의 문제를 생물학적으로 진단하고 있다는 것부터 신선하기도 했지만 내용은 더욱 신선한 것이었다. 내 속에 각인되어 있는 가족에 대한 감정이 우리 세대가 자라난 시대환경의 결과물이라니...

 새롭고 신선하며 충격적이다. 가족에 대해서 끝내 풀리지 않았던 매듭이 조금씩 그 끄트머리를 드러내는 것 같은 느낌이다. 특히 끝부분의 해석은 '지나 사피엔스'에서 여성이 인류의 진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파헤치는 것과 같은 맥락이어서 더 재미있었다.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글이라 별달리 힘들이지 않고도 가뿐하게 읽을 수 있다. 저출산의 사회적 원인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 여성의 가족 내 역할에 대해서 이해하고 싶은 사람, 이번 추석에 가족들과 만날 생각에 골치가 아픈 사람...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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