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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재수 똥 튀겼네 ㅣ 사계절 중학년문고 3
송언 지음, 백남원 그림 / 사계절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한텐 ‘삼색마삭줄’이라고 부르는 예쁜 화초가 하나 있어. 여름 내내 이 놈이 얼마나 쑥 쑥 잘 자라는지 참말 신기하더라. 그래서 드나들며 늘 볼 수 있는 신발장 위에다 잎이 늘어지게 올려놓았단다. 근데 엊저녁에 신발을 꺼내고 문을 닫다가 그만 이 녀석을 치어 버린 거야. 새로 올라오던 여린 순이 그만 꺾여 버렸지.
이를 어째... 위험한 곳에 아무 생각 없이 놓아둔 나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신나게 잘 크고 있던 그 여린 순에게 죄스럽기도 하고 정말 넋을 놓고 화분을 들고 한참 서 있었단다.
다시 베란다로 옮겨서 물을 주면서 몇 번이나 잘려나간 곳을 만져보았지. 한번만 용서해 달라고. 날마다 온 정성으로 용서를 빌면 얘들도 나를 한번쯤 봐주겠지? 아마 용서받을 때까진 마음이 아플 것 같애.
너희들도 그런 맘 알지? 말 못하는 것들과도 마음이 통하는 느낌... 이 책을 읽으면서 받은 느낌이 바로 그거야.
‘오늘 재수 똥 튀겼네’ 푸하하. 제목이 너무 웃기지 않니? 근데 실려있는 다섯 개의 동화 하나하나가 모두 봄날 꽃길 사이를 걷고 있을 때 등 뒤로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볕 같은 느낌이야.
그 가운데 ‘병태와 콩 이야기’란 이야기 하나만 해 줄까?
선생님이 실험을 했어. 물을 준 콩과 물을 주지 않은 콩이 어떻게 될까를 알아보는 실험이지. 근데 병태는 그 순간에 콩나물을 키우던 할머니가 하신 말씀을 떠올려. 말 못하는 것들도 사랑으로 대하면 마음을 안다고. 물을 주지 않는 콩이 말라 죽는 게 너무 안타까운 병태는 선생님 몰래 물을 주었어. 당연히 다음 주 창가에는 두 화분 모두 앙증맞은 싹이 올라와 웃고 있었지. 선생님은 ‘이건 말도 안돼. 귀신이 곡할 노릇이구먼’하면서 고개를 흔들어.
병태가 들켰을까? 선생님은 자연실험을 망쳐버린 병태를 혼내셨을까?
궁금하면 한 번 읽어보렴.
맨 처음 이야기인 ‘제비야 제비야’나 ‘줄무늬 다람쥐’는 글 쓴 선생님이 아이들과 직접 겪은 이야기래. 그래서인지 더 마음에 와 닿아.
아직도 솔깃하게 당기지 않는 친구가 있다면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해줄게. 귀 좀 대봐.
“글씨는 무지 크고, 그림은 디게 많고, 무지 얇은 책이야. 멋지지?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