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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우산 (양장)
류재수 지음, 신동일 작곡 / 재미마주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올해는 유난스레 봄비가 잦습니다. 비가 오는 날, 나는 내 달개비 초록이를 창밖에 걸어서 비를 맞게 하고 난 뒤 노란 우산을 펼쳐 듭니다. 시디를 꺼내 걸고 소파에 앉아서 비오는 창밖을 보며 노란 우산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그 옛날 비 오는 아침에 학교 가는 내 모습이 보입니다. 언니, 오빠들이 먼저 학교를 가고나면, 우산살 하나쯤은 꼭 부러져 있는 검은 우산이 늘 내 차지였습니다. 그걸 쓰고 가다 보면 한쪽 어깨에 빗물이 스며들어 어깨가 축축해지곤 했습니다.
갑자기 비오는 아침은 꿉꿉하기 짝이없는 날이 됩니다. 왜 우리 엄마는 새 우산을 사주지 않는 걸까? 그야 돈이 없으니까. 왜 우리집은 가난한 걸까? 그야... 비오는 아침에 나는 혼자서 부쩍 커버린 흉내를 내며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깁니다. 그러다가 길모퉁이를 돌아서 학교가는 큰 길에 나서면 친구들이 쓰고 오는 알록 달록한 예쁜 우산들을 만납니다. 우산들끼리 인사하고 부딪치고 깔깔거리다 보면, 내 검은 우산도 어느새 그냥 우산일 뿐입니다. 그제서야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들립니다. 도로롱. 도로롱. 도로롱...
친구들끼리 이야기 하기 위해 더 가까이 다가서서 걷다보면, 빨간우산을 든 혜영이의 어깨도, 하늘색우산을 든 난희의 어깨도 다 젖어버립니다. 그래도 우리는 개의치 않습니다. '야, 너 미술 준비물 챙겨왔나?' '아니.' 문방구 앞에서 왁자지껄 우산들 틈에 잠시 끼어들기 위해 요리조리 고개도 비집어 넣어 봅니다. 어느새 학교 교문입니다.
비오는 아침, 나를 어린 시절 학교가는 길로 데려다준 노란 우산을 접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비오는날 또 펼치기 위해 곱게 꽂아 둡니다. 우산꽂이가 아닌 책장 위에 말입니다.
여러분도 비오는 날 노란 우산을 한번 펴 보세요. 아름다운 그 시절, 당신의 모습이 펼쳐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