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의 만감일기 - 나, 너, 우리, 그리고 경계를 넘어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게는 요즘 ‘소통’이 화두다.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나와 소통하고 싶다.

그런데 소통할 사람을 만나기가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현실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가 보면,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다.

학문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는 그들의 매너리즘에, 베낀 듯한 사유에 질린다.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 사람과 그가 쓴 글의 거리에 놀라고, 세상을 바꾸는 그 현장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의 게으른 사유에 기가 막힌다. 게다가 내가 가족이나, 조직을 안전망으로 선택하지 않은 인간이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쉽게 인정하고 들어가는 가족문화와 조직문화에 도저히 공감할 수 없어서 늘 겉돌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번도 고백한 적이 없지만 사실, 나는 좀 외롭다. 

박노자의 글은 내 삶에 위로가 된다. 그의 고독과 낯설음이 내 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으리라는 위로. 그와 같이 자기 사유에 성실한 사람도 늘 회의하고 방황하는데, 난들 어떠랴, 라는 위로. 나와 같이 이렇게 예민하고 까칠한 사람이 또 있구나 하는 위로...

이번에 본 그의 글은 특히나 더 많은 위로를 받았다.

늘 자신의 의견을 꼿꼿하게 피력하던 친구의 아픈 속내를 들여다본 듯한 느낌.

나와 비슷한 연배인 그에게 나도 위로 한마디 건네고 싶다.

“당신 덕에 늘 이렇게 다시 기운 차리는 사람도 있으니, 당신도 씩씩하게 사세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8-01-29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나는 좀 외롭다."

저도요..
블로그나 서재를 마련한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가족, 사회에 썩 잘 적응하지만 정신적 교감은 또 다른 차원이니만큼..
책은 죽어있는 것이고 산사람은 책에 있는 멋이 없지요. 하하


산딸나무 2008-01-29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족, 사회에 아주 잘 적응하는 인간이랍니다.^^
제가 겉돈다는 건 실존적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이겠죠.
사람들이 저의 이 외로움을 혼자 사는 여자의 외로움 쯤으로 치부할까봐
주위 사람들에게는 외롭다는 얘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사실 그런 종류의 외로움 따위는 없기도 하구요.
한사님께서 '저도요'라고 하신 글을 보는 순간
약간의 동류 의식이 느껴지는데요.

페르소나 2008-01-30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시절에 읽다가 어렵고 헷갈려서 포기했던 장 그르니에의 섬을 막 덮고 난 뒤
알라딘에 책주문하려고 들왔다가 산딸님 블로그에서 1시간을...^^
딸님도 다시한 번 시도해 보시거나, 읽지 않으셨다면 반드시, 꼭, 절대로 읽어 보세요.


산딸나무 2008-01-30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의 여운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때 추천해 주시는 책이니
꼭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제 취향에 맞는지 한번 보구요^^